도시 교통의 미래,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

2014. 3. 5. 17:06교통, 자전거, 보행

도시 교통의 미래,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

나준호 |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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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도시들은 교통 혼잡, 비효율성 증대,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증가, 빈번한 교통사고로 몸살을 겪고 있다.

최근 이동수단, 서비스, 인프라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조짐들은 향후 이러한 도시 교통 문제에 새로운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네트워크 및 센서의 성격도 갖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경전철, PRT, PMD 등 새로운 도심형 이동수단들이 등장하는 한편 도보와 자전거 등 비동력 이동수단이 정책적으로 재조명될 것이다. 교통 서비스 측면에서도 이동수단간 상호연계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정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카 쉐어링 등 대안적 이동 서비스들이 도입되어 소비자들의 이동 선택권이 크게 신장될 것이다.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도 자동차와 소통하는 지능형 도로가 생기고 새로운 연료/유지/보수 인프라가 도입될 것이다.

이러한 이동수단, 서비스, 인프라의 변화가 어우러져 미래 교통 체제는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화할 것이다. 즉 개개인의 이동성(Mobility)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이동수단들과 서비스, 인프라들이 서로 긴밀히 연계되고, 정부와 기업들, 나아가 개개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유기적인 생태계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고,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며,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 체제, 즉 FAST(Flexible, Affordable, Sustainable Transportation)의 구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 목 차 >

1. 과부하 상태의 현대 도시교통
2. 교통 시스템의 진화 방향
3.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특징
4. 시사점



1. 과부하 상태의 현대 도시교통


“교통이 곧 문명이다(Transportation is Civilization).”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 평론가였던 매튜 아놀드가 남긴 이 말은 인류 문명에서 교통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의 발전도 효율적인 도로 및 교통 체제에 힘입은 바 크다. 중세 몽골 제국의 세계 정복도 역전제와 실크 로드, 그리고 대항해 시대 서유럽 제국의 세계 식민지 개척 또한 대범선과 해상 항로라는 나름의 첨단 교통 체제 수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 문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인들의 생활 터전인 대도시는 도시 내외부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하고 인력과 물자를 빠르고 비용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교통망의 발전이 뒷받침되었기에 비로소 성립,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현대 도시 문명은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메가 시티 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현대 교통 시스템이 미래에는 오히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장애 요인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도시화 지속에 따른 교통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교통 체제 내의 복잡성 증대 때문이다.

UN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약 52%인 36.3억 명이 도시에 거주 중이다. 그러나 도시로의 인구 집중 경향이 계속되면서 도시 인구는 2030년 49.8억 명 (전체 인구의 60%), 2050년 62.6억 명 (전체 인구의 67%)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인구 증가와 맞물려 도시의 거대화와 복잡화, 내부 경제 활동 확대로 인해 인력 및 물자의 도시 이동 수요가 더욱 가파르게 증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컨설팅사 Arthur D. Little의 예측에 따르면, 도시화가 예상처럼 진행될 경우 전세계 도시 이동 총수요는 2010년 25.8조 킬로미터(trillions person kilo meter)에서 2030년 43.2조 킬로미터, 2050년 67.1조 킬로미터로 증가할 전망이다. 2050년 즈음 도시 인구는 현재에 비해 72% 증가하나, 도시 교통 수요는 160%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 교통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교통 체제의 복잡성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확장시키고, 결국 교통 혼잡, 예측 곤란, 비효율성 증대,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증가, 교통사고 빈번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시 교통 수요가 이와같이 증대될 경우 교통 정체로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은 세계적으로 2010년 1인당 연간 58.4시간에서 2050년 106.3시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이면 1년 동안 길에 버리는 시간이 2주 휴가와 맞먹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동 예측에 따르면,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경우 차량 교통이 지구 전체 온실 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0년 6.7%에서 2050년경 17.3%로 크게 확대되게 된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도로 증설, 주차장 확충 등 전통적인 인프라 공급 증가 차원의 대응이 이전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 체제가 이미 확립된 상태에서 교통 인프라 증설은 부지 확보 곤란, 다양한 민원 발생, 장기간 소요, 큰 재정 부담처럼 다양한 실행상 난점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00년대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기존의 자동차 중심적, 인프라 공급 위주 교통 체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교통 체제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인간 친화적이고, 교통량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가능하고, 저비용적이며, 환경 부담이 적은 새로운 교통 체제가 모색되고 있다.


2. 교통 시스템의 진화 방향


2.1. 도시 교통 수단

향후 도시 교통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이동수단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 교통 수단 분야에서는 자동차의 네트워킹/센싱 디바이스화, 도심 이동수단의 다양화, 비동력 이동수단의 재조명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첫째,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이동수단이지만 점차 달리는 통신기기 및 센서의 성격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100여 년 만에 기술적 대변혁기에 접어 들었다. 연료 및 동력 체계의 다양화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차량 등)와 자동차의 스마트화 (안전, 편의, 자동제어 부문의 전자 부품 도입 확대)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GM, 포드, 아우디 등 자동차 업체들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비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라면 흔히 차량에 인터넷 기능을 도입해 다양한 정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차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커넥티드 카는 궁극적으로 차량간(V2V : Vehicle to Vehicle), 차량-인프라간(V2I : Vehicle to Infra) 네트워킹을 구현해, 자동차가 주위의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 다른 운전자와 능동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개별 자동차가 전체 교통 상황의 실시간 센서로 활용될 수도 있다. Waze라는 네비게이션 앱은 사용자들의 운행 정보와 GPS 데이터를 기초로 지도를 업데이트해간다. 사용자들이 많이 다니면 주요 도로고, 조금만 다니면 간선 도로, 한 방향으로만 다니면 일방통행로로 인식하는 식이다. 일본의 도요타도 차량 네비게이션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G-Book으로 교통 빅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 시에서 만들어 배포 중인 스트리트 범프(Street Bump)라는 앱은 운전 중 도로 노면 상태를 파악해 패이거나 보수가 필요한 곳을 도시 당국에 자동으로 알려 준다.

둘째, 향후 도심 이동수단은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버스, 지하철 등 기존 대중교통수단은 주간선도로 중심으로 확충되어 왔다. 이 때문에 여전히 교통음영지역 존재, 비노선 구간 이동의 불편함, 노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교통 접근성 부족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대중교통수단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자가용 의존율이 계속 높아져온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는 교통 사각지대 해소와 도심 내 개인 이동성 향상을 위해 기존 대중교통수단 외에도 경전철, PRT (Personal Rapid Transit), PMD(Personal Moblility Device) 등 다양한 보조 이동수단들이 도입될 것이다. 물론 경전철, PRT, PMD 등은 상당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 발전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실제 도심 교통 체제의 편입 양태는 세계 각 도시 별로 재정 여력, 토지 사용 상황, 기술 수용도 등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여기서 PRT란 레일을 따라 무인 운행되는 4~6인용의 초소형 경전철로 교통 허브와 근거리 주변 지역을 저렴하게 연결할 수 있는 잇점을 갖는다. PRT는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사용 중이며, 한국에서도 2013년 순천 정원 박람회에 선보인 바 있다. PMD란 도심 내 근거리 지역을 저, 중속으로 움직이는 1~2인용 이동장치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PMD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충족 교통 수요, 기술적 적합성, 전략적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즉 1~2km 정도 떨어진 다른 빌딩에 방문하는 것처럼 도심에서 걷기는 부담스럽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아졌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도심 내 차량 매연 규제, 진입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기존 휘발유 차량을 대신할 도심 특화 이동수단이 필요해진다. 전기 자동차는 부품구조가 단순하고 쉽게 소형차를 만들 수 있어 이러한 미충족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도 1~2인용 도심 특화 이동 시장은 기존 휘발유 자동차 시장의 자가잠식을 회피하며 전기차의 신시장을 마련할 수 있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많은 자동차 기업들은 다양한 PMD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있다.

셋째, 교통 정책에서 인간친화성, 지속가능성 등이 강조되면서 환경오염 없는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비동력 (non-motorized) 이동수단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비동력 이동수단의 대표적인 예로는 보행, 자전거, 자전거 택시 등을 들 수 있고, 넓게는 전기 자전거(e-Bike)도 포함된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 이래 건강과 친환경을 동시에 중시하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크게 늘어났다. 전기 자전거는 이차전지와 모터가 부착된 자전거로 일반 자전거에 비해 힘이 덜 들고 오르막길도 쉽게 오르는 장점을 갖는다. EBWR의 시장 추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은 이미 2013년 3,400만대 (이중 중국이 3,20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한편 자전거 택시 또는 벨로 택시(Velo Taxi)란 페달과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저속 삼륜차로서, 독일, 영국, 일본의 대도시에서 관광용이나 노약자 지원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비동력 이동수단의 재조명은 결국 교통 체계의 중심이 자동차에서 인간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향후 도시 계획상 보행로 및 자전거 도로 확충, 차 안다니는 거리 조성 등의 변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2014년 1월에는 런던에 총연장 221km의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를 만들자는 스카이 사이클(Sky Cycle) 계획이 제안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2.2. 도시 교통 서비스

버스, 택시, 지하철 등 과거 교통 서비스는 승객들을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도시 교통 수단의 진화와 맞물러 교통 서비스 분야 역시 다채로운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IT 기술의 발전, 특히 위치정보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보편화,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등은 교통 서비스 분야의 진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교통 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변화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으로는 IT 기반의 이동수단간 상호연계성 강화, 대안적 교통 서비스 실험 전개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IT에 기반해 이동수단간 상호연계성을 강화하는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미 도심에는 버스, 택시, 지하철, 자가용,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이동 대안이 존재한다. 또한 미래에는 경전철, PRT, PMD 등 차세대 이동 대안들도 도입될 것이다. 현재 위치나 이동경로에서 이용가능한 이동 옵션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교통 수요자들의 이동 선택권은 훨씬 폭넓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미 한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실시간 교통 정보를 기반으로 교통 환승 지원 앱, 여행 플래너 앱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도시인들의 이동수단 연계 활용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Ride Amigo가 개발한 LA CCTMO 대쉬보드는 로스 앤젤리스의 Century City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통근자들에게 자가용 카풀, 버스 환승,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이동 대안들의 시간, 거리, 비용, CO2 배출량 등을 제시해 최적의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영국 런던의 Journey Planner에서는 런던 내의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다양한 이동 방법을 지도와 함께 상세히 제시하여 여행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도시별로 다양한 버스 환승 앱이 개발되어 많은 통근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수단간 상호연계성 강화는 교통 수요자들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대중교통의 교통 분담률을 증진시켜 도심 혼잡 예방, CO2 배출 감소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둘째, 기존의 버스, 택시를 보완할 새로운 이동 서비스들이 실험될 것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공유경제 개념이 교통 분야에 접목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카 풀링, 카 쉐어링, 자전거 쉐어링이 활성화되고 있다. 여기서 카 풀링은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차를 같이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카 쉐어링은 차량을 필요할 때마다 시간제(대개 10분 단위)로 공동 이용하는 회원제 시스템을 뜻한다. 도심 곳곳의 무인 거점에 세워진 쉐어링 차량 중 자신에게 가까운 차를 인터넷에서 찾아 예약하고, 사용 후 가까운 무인 거점에 반납하면 된다. 요금도 스마트 카드를 통해 자동 정산되므로 기존 렌트 카 서비스에 비해 매우 편리하다. 자전거 쉐어링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은 아직 카 쉐어링이 도입 단계이나 해외에서는 이미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기 자동차 쉐어링 시스템인 오토리브(Autolib)가 2011년 말부터 시작되어 2013년 말 10.5만명의 회원이 2,000대의 차량을 도심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요코하마 시에서 전기차 쉐어링 서비스를 2013년 10월부터 개시했다. 한편 버클리 대학의 TSRC 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초 북미 지역 카 쉐어링 사용자도 103만 명, 카 쉐어링 차량은 1.6만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시장조사기관 Navigant에 따르면 카 쉐어링 세계 매출은 2013년 9.3억 달러에서 2020년경 62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 쉐어링 시장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기존 렌터카 업체나 자동차 생산 업체들도 속속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렌터카 업체인 Avis는 2013년 1월 유명한 카 쉐어링 업체인 Zipcar를 5억 달러에 인수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BMW는 카 쉐어링 전문 조인트 벤처로 Drive Now, Daimler는 자회사로 Car2go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Sidecar, Lyft, Relayrides, Getaround 등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2.3. 교통 인프라

교통 인프라는 도로, 주차장, 신호체계 등 고전적 하드웨어에 CCTV 네트워크, 센서, 통신, 무접촉 결제, 빅 데이터 등 다양한 IT 기술이 결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료 공급, 유지/보수와 관련된 새로운 이동 지원 인프라 등이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도로 인프라는 IT 기능과 결합되어 무정체, 무사고를 지향하는 지능형 도로 시스템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예를 들자면, 국내의 하이패스처럼 차량이 게이트에서 멈추지 않고 통과하면 자동으로 통행료를 징수되는 무접촉 결제 시스템이 확산될 것이다. CCTV나 노면에 매설된 센서를 이용해 노면 결빙, 낙하물, 앞쪽의 교통사고 상황 등을 차량에 미리 알려주는 도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통행량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는 도로도 생길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도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원활한 데이터 소통과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도로 교통 정보 시스템은 도로 상에 설치된 센서, 카메라 네트워크, 나아가 운행 중인 차량이나 스마트폰에서도 운전자 동의 하에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교통 빅 데이터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다. 결국 그 자체로 거대한 사물 인터넷 플랫폼으로 진화한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인프라는 실시간으로 교통 관련 정보를 주고 받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이동 인프라도 등장할 전망이다. 먼저 연료 체계가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뿐만 아니라 전기, 수소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연료 공급 인프라들이 신설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상업용/가정용 충전소, 충전 설비 및 기기, 사용자 인식 및 과금 체제를 포함한 충전 시스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교환 시설을 들 수 있다. 주행 중 음식점에 들를 때 충분한 주차 공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충전 시설도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한편 차량 유지/보수 인프라도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즉 자동차의 전자화가 진전되면서 이미 고급 차종들에는 자가진단(OBD : on Board Diagnostics) 기능이 도입되고 있다. 이것이 더 발전해 중요 부품의 상태를 기록, 발신할 수 있게 되면 정비 센터에서는 굳이 차체를 열어보지 않더라도 차량 전체의 상태를 빠르게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비센터에서 정기 진단시 1~2시간 지루하게 기다리는 번거로움이 해소되는 것이다. 나아가 아예 정비 센터에 가지 않더라도 원격으로 차량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등장할 수도 있다.


3.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특징


다양한 이동수단들과 서비스, 인프라들이 서로 긴밀히 연계되고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개개인들의 이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협력, 경쟁하면서 교통 체제는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mobility eco-system)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 교통의 모습은 일견 지금과 비슷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크게 다른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는 개개인들의 이동이 주로 개별 이동수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미래에는 시스템에 의한 이동으로 교통체제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신이 소유, 또는 선택한 개별 차량의 기능, 성능보다 전체 시스템의 연계와 효율이 개개인의 이동성 증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과거에는 교통 서비스가 주로 물리적 이동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운송 서비스의 등장, 다양한 정보 서비스의 부각으로 이동 서비스의 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이동 서비스의 선택 폭이 제한적이고 서비스 이용도 수동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동 서비스의 선택 폭이 매우 넓어지고 정보 이용이 자유로와지면서 이동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 인프라 측면에서도 개발 방식상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과거에는 물리적 도로, 주차장의 단순 증설이라는 양적 증대 개념이 강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교통 수요 관리와 이동수단간 연계를 통해 기존 인프라의 활용 효율성 확대라는 질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프라 진화의 주체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교통 정책 당국이 이동 인프라 공급의 주체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특성상 민, 관의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인프라의 스마트화와 관련해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 뿐만 아니라 IT 업계, 자동차 업계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미래 교통은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고, 개개인들이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며, 전체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 체제, 즉 FAST(Flexible, Affordable, Sustainable Transportation) 시스템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 자동차 인터넷 보편화와 운전 개념의 변화

미래에는 차량과 차량간, 차량과 인프라간, 나아가 차량과 사람 간에 원활한 네트워킹이 일어날 것이다. 미래에는 차에서 내릴 때 “전력 배터리가 다 닳았으니 충전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자동차로부터 자주 받게 되고, 도로가 운전자와 차량에게 “3km 전방에 노면 결빙이 있으니 감속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이때 운전자의 대응이 늦다면 차량이 스스로 감속하는 일도 종종 나타날 것이다. 즉, 자동차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자동차가 인간의 운전을 보조하거나 아니면 차량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도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GM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교통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속도와 전후 간격을 조정하는 슈퍼 크루즈라는 반자동 운행 기술을 2018년경 실제 차량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볼보와 스카니아 등이 대형 화물차량의 군집 주행(선도 차량을 여러 대의 차량이 기차처럼 뒤따라 붙어서 주행하는 기술)을 실증 연구하고 있다. 또한 구글은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험운행중에 있다. 자율운행 자동차가 실용화된다면 운전은 탑승자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것, 또는 자동차에 맡기는 것으로 변하고 차량 선택의 기준은 “성능 좋은 차”에서 “운전 잘 하는 차”로, 차량 운전은 현재의 승마처럼 취미나 스포츠로 바뀔 수도 있다.

●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시스템에 의한 이동

이미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이동수단들의 현재 위치와 비용, 시간 등을 비교하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점차 여러 이동수단들과 서비스, 인프라가 더 긴밀히 연계되어, 편리하고 비용효율적인 이동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될 것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이동수단을 선택, 조합하는 데 중요한 기준은 이동의 일상성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출퇴근 같은 일상적 이동은 도보, 자동차/자전거 쉐어링,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활용하고, 타 회사 방문, 쇼핑 등 비일상적 이동은 자가용이나 PMD, 택시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도시 내 이동의 상당 부분은 잘 정비된 도심 대중교통망이 담당하고, 자가용의 역할은 휴일의 가족 나들이, 평일의 긴급 상황, 예상치 못했던 이동을 담당하는 형태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주중에 집에 세워둔 차량의 활용도를 높이거나 출근시 비용 분담을 위해 자동차 쉐어링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궁극적으로 자가용도 대중교통의 일부로 통합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동태적 교통 흐름 관리와 동태적 비용 부과

하드웨어 인프라와 스마트 IT 기술의 융합은 동태적 교통 흐름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재에는 차량 정체가 시작된 다음에야 교통 분산 조치가 취해지나, 미래에는 차량 정체 징후를 20~30분 전쯤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우회도로 이용 공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교통 수요 관리를 위해 동태적 비용 부과 제도의 도입도 가능하게 된다. 동태적 비용 부과는 시간대, 교통 수요량, 소요시간, 편의성 등에 따라 도로나 주차장 등에 각각 다른 요금이 매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철도나 항공편에서는 성수기냐 비수기냐, 주중이냐 주말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요금이 매겨지고 있다. 동태적 비용 부과 방식의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SFpark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도심 내 도로의 갓길 주차지에 센서를 설치해 특정 구역 내의 주차공간이 감소하면 주차요금을 올리고 주차공간이 늘어나면 주차요금을 내린다. 주차지를 찾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빈 주차지와 현재 요금을 보고 사정에 맞게 선택해 주차한다. 이를 통해 구역 내에 긴급용으로 적어도 1~2개의 빈 주차장을 항상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구역을 뱅뱅 도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또한 주차공간를 찾는 과정에서 일어나던 접촉사고들도 많이 줄었다.


4. 시사점


교통 체제가 거대한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화하는 것은 다양한 교통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동수단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빈도가 크게 줄고 PMD나 e-Bike 등 도심 특화 이동수단이 부상할지도 모른다. 특히 이 영역은 전기 자동차가 초기 수요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적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0여년 간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의 기계적 기능, 성능은 이미 많은 부분 상향 평준화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자동차의 네트워크화, 센서화, 나아가 지능화는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빌리티 생태계 환경에서 자동차가 개별적인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광범위한 교통 시스템의 구성인자로서 기능하게 될 경우 단독의 차량 성능 개선 뿐만 아니라 자사 차량을 전체 교통 네트워크에 어떻게 원활히 통합시킬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동 수단과 이동 인프라를 연결하는 다양한 이동 서비스들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이미 교통 서비스 영역에서는 버스, 택시 등 전통적 운송 서비스 뿐만 아니라 신규 이동성 서비스(카 쉐어링 등), 정보 서비스 (교통정보 안내, 이동수단 비교 및 예약, 이동계획 수립 등) 등 새로운 사업 영역들이 창출되고 있다.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불과 4~5년 사이에 다양한 교통 서비스 벤처 기업들이 나타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교통 서비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고, 이때 사업모델이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다. 현재 벤처 기업들은 대개 일부 지역, 일부 서비스에 집중하는 특화형 사업모델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자동차, 통신, IT, 전통 운송 기업들 중 관련 교통 서비스로 진출을 시도하는 확장형 기업도 나타날 것이다. 끊김없는 통합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특화형 기업들을 연결해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형 사업모델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모델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무인 자동차 운용 분야에서 구글이, 자동차 쉐어링 분야에서 집카(Zipcar)가, 리무진 서비스 분야에서 위버(Uber)가 등장한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또한 미래 교통 서비스 및 인프라는 기업들에게 향후 전략적 수출 시장이 될 수 있다. 교통 서비스 및 인프라는 상하수도, 전력망 등과 더불어 미래 메가시티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지멘스나 히타치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최근 메가시티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IT 하드웨어, 서비스, 인프라 건설 등 핵심 기술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국토 면적이 넓지 않아 선진 교통 서비스와 인프라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잇점을 가진다. 전세계적으로 대도시들의 교통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운영 경험과 레퍼런스 구축은 메가시티 비즈니스 진행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대중교통시스템을 뉴질랜드 웰링턴시,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시, 콜롬비아 보고타시에 서비스를 수출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래 교통 환경은 다양한 이동 수단, 서비스, 인프라가 긴밀히 연계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협력, 경쟁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변모할 것이다. 모빌리티 생태계의 실현에는 교통 정책 당국의 역할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 당국은 기존의 인프라 제공 및 규제 수립 기구 역할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생태계의 조성자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즉 교통 생태계가 나아갈 미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교통 공급과 수요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며,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데이터 개방과 경제주체들간 경쟁과 협조를 이끌어 낼 인센티브 체계 구축 등에서 많은 역할이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