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 10회 '노동자 협동조합' 및 총결산

2014. 2. 19. 07:59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 10회 '노동자 협동조합' 및 총결산 협동조합콘서트

2013/10/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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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그 절실함에 대하여

협동조합 콘서트 10노동자협동조합소개 및 총 결산

 

 


 

 지난 1010, ‘협동조합 도시, 서울을 그리다’ 10회 행사 우리는 협동조합이 서울 녹번동 사회혁신파크 내 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 행사는 지난 5월 시작돼 5개월간 이어진 협동조합 콘서트의 마지막이자 결산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약 40여개의 협동조합 주체와 10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습니다.

 

협동하는 인간의 탄생, 노동자협동조합

 

 이날 1부에서는 협동하는 인간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노동자(직원) 협동조합의 사례들이 소개됐습니다.

 

 진정으로 공정한 공정무역 커피 협동조합 적정기업 이피쿱(ep coop)’, 경력단절 여성들의 홍보·마케팅 협동조합 소셜메이트 솜(SOM)’, 외식업 프랜차이즈 기업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피쿱은 공정무역커피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뭉쳐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김경 이사는 커피 노동자로 일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유기농으로 재배된 커피를 팔면 공정무역커피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위한 대상은 커피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부재료, 즉 공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화학 공정으로 만들어진 소스, 시럽, 파우더 등까지는 신경쓰지 않지요. 과연 우리는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또 다른 문제의식은 공정한 노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커피 생산자들의 노동 여건은 신경쓰면서 정작 회사에서 일하는 국내 노동자들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못 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함께 공부하고, 생산지를 찾아다니고, 커피와 재료에 대한 노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생산자를 생각한다면서 정작 회사 안의 노동자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노동, 가치, 맛이 공정한 커피를 위해

 

 이들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노동자협동조합 방식의 카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이는 지난 1월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카페 수운잡방으로 이어집니다.

 ‘풍류와 격조를 지닌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요리(방법)’이라는 뜻을 가진 조선시대 최초의 요리서 이름을 따서 지은 카페를 이들은 음식을 다루고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은 공간, 다양한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정의합니다.

 

 조합원들이 철저하고자 한 공정함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다. 커피 한 잔의 의미인데요. 수운잡방 문을 열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콜드콜텍 노동자 투쟁 모금 행사와 독립예술지원단체 프린지네트워크 후원 사업이었다는 데서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의미도 좋고, 맛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만들어 팔고 싶은 게 저희 목표입니다.”

 

 

 김 이사는 협동조합 방식의 카페 설립에 대해 한 가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지금의 부동산 여건으로는 동네 카페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권리금, 임대료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이사는 음식으로 문화를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커뮤니티 키친, 소셜 다이닝, 공연과 강연 공간, 협동, 숙련노동 등을 결합하면 지역에 기반을 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 그런 커뮤니티 공간의 연대와 소셜 프랜차이즈화가 저희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배운 것을 써먹을 일이 필요하다

 

 이어서 소셜메이트 솜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장민경 감사는 평균연령 34,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인 7명의 조합원들에 대해 스펙쌓기가 일상화된 세대, 회사 그만두고 아이 키우면서도 자기계발에 매달려야 하는 세대라고 묘사했습니다.

 “배운 것을 써먹을 일이 필요했다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일을 찾고자 한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만나 아이디어를 나눴죠.”

 

 

 2011년 시작된 모임은 2012‘2기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선정으로 구체화됐고, 인원도 늘어났습니다. 이어서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서울시 청년일자리 박람회등을 거치면서 이제 일할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사업모델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첫 모델이 나온 이후 8번이나 수정을 했다고 하니까요. 그 실마리는 우리가 잘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심화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져 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찾은 것이 사회적경제 조직에 전문인력, 특히 홍보 및 마케팅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의 경력과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홍보·마케팅 대행 사업은, 업사이클링 전문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이벤트 공약 담은 에코백, 5년의 약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첫 발을 떼었습니다.

 

 

 지난 2월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면서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나라는 고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상하 관계가 필요 없는 모든 조합원의 팀장화가 가능하다는 점, 개인의 역량 강화와 유연한 근로, 자기 고용 의식에 따른 책임, 협력을 통한 상호 보완 등 측면에서 협동조합이 이 조직에 맞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는 기왕 하는 일, 협동의 가치를 찾으면서 하자는 데 의견일치가 된 상황입니다.

 

 

 다만, 장 이사는 신규 조합원을 받아들였을 때 설립 과정에 우리가 한 것처럼 의견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같이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생각할 지점을 남겼습니다.

 

가장 화끈한 협동조합은?

 

 마지막 사례는 16년차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사례로 잘 알려진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었습니다. 송인창 이사장은 연초에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주식회사이고 몇몇 법적 문제를 해결한 뒤 연내에 설립등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해피브릿지는 외식브랜드를 개발하고 가맹점을 모집, 운영하는 외식프랜차이즈 회사인데요. 전국에 4개 브랜드 400여개 가맹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식당 상품, 협동조합에 걸맞은 식당 상품 개발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송 이사장은 16년이나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는 이유에 대해 창업이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피브릿지는 처음부터 돈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사명이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송 이사장이 2011년 이탈리아 볼로냐에 갔다가 레가코프 에밀리아로마냐지부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송 이사장은 귀국한 뒤 다시 직원들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의 노동자 협동조합들을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 전환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송 이사장은 해피브릿지는 매출이 0원이 되는 순간까지 망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조합원이 포기하지 않으면 협동조합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위기에 강한 기업이라며 협동의 정신으로 지난 16년 위가를 넘어 온 우리가 증명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제 해피브릿지의 사명에는 한국에 노동자 협동조합의 모델을 알리는 것도 추가됐습니다. 송 이사장은 협동조합 중에 가장 화끈한 것이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예찬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삶을 결사하고, 투신하는 유일한 협동조합이기 때문입니다.

 또 노동자협동조합을 주인이 되는 노동을 하는 협동조합’, ‘다른 삶을 디자인하는 협동조합이라고도 강조하며 송 이사장은 자기 삶을 자신의 손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여기가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이상으로 사례발표가 끝나고 2부로 협동조합 네트워크 파티가 진행됐습니다. 지난 5개월여의 협동조합 콘서트 여정을 담은 영상과 창조예술인협동조합 캔쿱의 공연이 이어졌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려울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한 발표가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통한 자주적 사회생활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파도손 문화예술 협동조합이정하씨의 발표였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세상에 나가는 것이 정말 추웠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만나면서 다른 세상을 봤습니다. , 여기가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협동조합콘서트에 오늘로써 여섯 번째 왔습니다. 그렇게 추웠는데, 협동조합을 만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파도손 문화예술 협동조합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협동조합이 얼마나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말을 하면서 목소리도 몸도 많이 떨렸던 이씨에게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에 용기를 냈는지 이씨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감금, 폭행, 약물치료 등 우리는 늘 그런 상황에만 처했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콘서트에 계속 오면서 우리들이 당하는 고통도 협동조합을 통해 치유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위기를 넘겨 왔고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난 덕분입니다. 우리를 살게 해 주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석자들에게 많은 생각과 반성거리를 던져 주는 발표였고, 특히 행사를 진행한 실무자들에게 가장 고마운 말씀이었습니다.

 

 이어서 네 개 단위로 모여서 서로를 소개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해피브릿지 송 이사장을 비롯해서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 위한 극장김남훈 이사, 서울성수수제화협동조합 김현호 이사, 우리마을카페오공 조정훈 대표 등이 구심점 역할을 해 줘서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협동조합 인기는 절실함의 가늠자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청년혁신활동가이자, 이 행사의 실무 담당자로서 열 번의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저도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사실 청중들 중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행사는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만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설립 과정의 어려움, 현실적인 장애물 앞에서의 고민, 정책 개선 제안 등도 논의되었는데요. 때문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던 분들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제대로 해 보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일수록 이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에 더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조합원분들입니다. 사례 발표를 했던 3회 행사만이 아니라 매번 참석하셔서 다른 사례들을 꼼꼼히 필기해 가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의 인기는 경제적인 절실함의 가늠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이 행사들이 그 절실함에 답을 주었는지는 장담하지 못 하겠습니다. 시즌2, 시즌3이 마련되고 구체화되어서 더 새롭고, 더 알찬 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매 번 사례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협동조합의 원칙을 전하겠습니다.

 “협동조합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