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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도 보수 양당 체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진보 정당들이 출현할 수 있는가?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4. 1. 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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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도 보수 양당 체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진보 정당들이 출현할 수 있는가?

 

현재 한국은 실질적으로 보수 양당 체제에 가깝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들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 두 정당이 국회에서 거의 모든 결정을 다 하는 편이다. 매일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정당도 민주당과 새누리당이고, 정책이나 입법 활동과 관련된 취재도 대부분 이 두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듯하다.

 

물론 심상정, 안철수, 이정희 등과 같은 몇몇 스타 정치인들이 그 외의 정치세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는 한데, 개인이 아닌 집단의 측면에서 그리고 의회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한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원내에서의 영향력은 절대 보수 양당을 뛰어넘을 수 없다. 실제로도 입법부의 거의 모든 자원은 아마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지원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쯤에서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냐?'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둘째 치고, 어차피 보수나 진보는 선악 개념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도 좀 이상하게 되어 있는데(그래서 이런 얘기 자체가 좀 조심스럽다), 설사 이런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구성원들이나 요즘 행태를 보면 그저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는 정도에 그친다(중도우파? 중도좌파?).

 

드디어 대한민국에도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출현?

 

아무튼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은 보수 양당 체제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상당히 정체된 느낌이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세력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좀 참신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진보 정당의 출현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최근에 노회찬 전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진보정의당'이 새로운 당명을 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는데, 여러 당명 후보들 중에 드디어(!)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있는 걸 보고 무척 반가웠다. 어쩌면 대한민국에 사민당이 곧 출현할 수도 있겠는데, 단순하게 말해서 유럽 복지국가의 사회민주당 모델이 우리 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각 나라마다 사민당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약간씩 그 지향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신문에도 사회민주당이 자주 등장할 날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진보정의당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5명(심상정, 서기호, 김제남, 박원석, 정진후) 있으니 만약 당명이 사민당으로 바뀌면, 대한민국의 사회민주당은 엄연히 원내 진출 정당이 된다]

 

[유럽사회당 로고(좌), 해적당 로고(우)]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들의 '해적당'

 

역사도 오래됐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민당에 대한 얘기는 이렇게 간단히 끝내고(진보정의당이 사회민주당으로 완전히 당명을 바꾸면, 그때 자세히 포스팅할 예정), 여기서부터는 얼마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새로운 정당에 대한 내용을 좀 살펴보겠다. 이 정당은 21세기 최첨단 정당이라고 볼 수 있고, 앞으로 우리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선도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정치집단이다.

 

우선, 이 얘기를 먼저 해보자. 호주 시드니에 있는 경제·평화연구소(IEP)는 해마다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 , GPI)를 발표해왔는데, 며칠 전에 세계 16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GPI 2013'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고,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조사됐다(아이슬란드는 지난해에도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선정됨). 그 뒤로는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10위권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지난해 42위에서 47위로 떨어졌고, 북한은 지난해 152위에서 올해 154위가 됐다]

 

또한 영국 런던의 공공정책 연구기관 레가툼(Legatum) 연구소가 지난 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는 역시 아이슬란드가 선정됐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노르웨이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상위 20개국을 선정한 이 조사에서 한국은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자,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 순위에 공통적으로 이름이 등장하는 국가들을 대충 몇 개 꼽아보면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등이다.

 

이런 선진 복지국가들에는 대부분 '해적당(시민권과 자유권, 그리고 정보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를 주장하며 파일 공유를 막는 저작권법 개혁과 특허법의 철폐를 주장하는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집단)'이 존재하며,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뽑힌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올해 4월 27일 치러진 아이슬란드 총선을 통해 드디어 의회에 정식으로 진출했다(해적당이 있거나 창당을 준비 중인 나라나 지역은 무려 69곳에 달하지만, 개별 국가 총선에서 해적당이 의석을 확보한 것은 최초).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 2위에 오른 덴마크 역시 해적당이 있으며, 스웨덴은 세계 최초의 해적당이 탄생한 나라다. 독일에도 해적당이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심지어 러시아에도 해적당이 존재한다.

 

[2013년 6월 12일 이투데이 보도(좌), 2010년 6월 18일 국민일보 보도(우)]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활약상과 대한민국의 해적당 필요성

 

최근에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 정보기관이 전화, 인터넷, 전자우편 등에 담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스노든은 자신의 신변과 관련해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아이슬란드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 올해 총선에서 해적당이 의회에 정식으로 진출한 바로 그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일단 당사자가 아이슬란드에 있어야 망명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조건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공동설립자이자 국회의원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Birgitta Jonsdottir)'는 "스노든에 대한 망명 허용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의회는 2010년 6월 17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언론자유 보호법인 '현대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제정을 주도한 사람도 비르기타 욘스도티르라고 하는데,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을 고발한 스노든이 망명처로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건 이렇게 강력한 언론자유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슬란드 의회에 정식으로 진출한 해적당은 온라인상 사생활 보호와 정보의 자유, 정부 투명성 등에 관한 이른바 '21세기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뭔가 데자뷰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가? 현대 미디어법과 21세기 법률.. 이거 2013년의 대한민국에 정말 필요한 법 아닌가? 국가기관인 원이 직접 나서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언론자유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 21세기 법률이나 현대 미디어법보다 더 간절히 필요한 법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사실 아이슬란드 역시 한국과 상황이 무척 비슷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손꼽힐 만큼 고속성장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부도위기 국가로 전락한 아이슬란드 국민이, 뒤늦게 사태의 원인을 파악해보니 정부와 기득권 언론의 지나친 유착으로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같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2010년에 현대 미디어법을 통과시켰고, 해적당을 설립하여 원내에 진출한 뒤에는 21세기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2013년이 되자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선정됐고, 며칠 전 스노든은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아이슬란드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보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나?

 

대한민국과 아이슬란드의 공통점은 또 있다.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에서 건설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아이슬란드 역시 경제위기에 직면하기 이전 건설 투자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다(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던 스페인이나 아일랜드도 마찬가지). '정부와 기득권 언론의 지나친 유착' 그리고 '토건 마피아의 전횡'.. 이게 바로 아이슬란드 경제 위기의 큰 원인이었고,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구성원들은 현대 미디어법과 21세기 법률 제정을 주도하며 이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아이슬란드의 교훈은 우리에게 참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살펴봤듯이, 아이슬란드는 한국과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었다. 국내총생산에서 건설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고, 기득권 언론이 정부와 유착되어 있었다. 결국 경제 위기가 발생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언론자유 보호법을 제정했다. 꼭 건설 투자 비중이나 경제 위기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이 정말 최악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언론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간절하고, 해적당 같은 다양한 진보 정당도 필요하다. 과연 대한민국에도 해적당이 출현할 수 있을까? 자꾸만 희망이 쪼그라드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사회민주당과 해적당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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