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상담 2번, 사인하면 끝… "자퇴가 너무 쉬웠어요"
자퇴를 결심한 아이들의 1·2차 울타리는 부모와 교사다. "학교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나 교사의 설득에 결심을 접는다. 부모도, 교사도 막지 못한 아이들의 마지막 안전망은 '학업중단숙려제(이하 숙려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존재를 모르거나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한다.
국민일보가 만난 40명의 학교 이탈자들은 "자퇴가 너무 쉬웠다"고 했다. 신후(가명·18)도 그랬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학교를 다닌 신후는 "자퇴 절차와 숙려제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 황당했다"고 말한다.
신후가 자퇴를 결심한 건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다.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한 첫해 전교 꼴찌를 기록한 신후는 그해 자퇴를 하려다 담임교사의 만류로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번째였던 지난해는 달랐다. 부모와 교사가 만류하지 않으니 자퇴 절차는 술술 진행됐다. 2주간 위센터에서 진행된 상담 2번이 신후가 학교를 떠나면서 거친 관문의 전부였다. 신후는 "2번 상담하고 사인(서명) 한 번으로 모든 게 끝이었다"고 말했다.
자퇴하려는 학생들에게 2주간 생각할 시간을 주는 숙려제는 지난해까지 시범운영되다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교에 의무화된다. 하지만 숙려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방조치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퇴 후 프로그램 안내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교수는 "학교 부적응 징후를 예측·대응할 수 있는 진단도구를 개발하고 진단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
숙려제도 '맞춤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자 서울금천청소년 쉼터 소장은 "학업복귀프로그램·청소년 쉼터(여성가족부), 취업성공패키지(고용노동부) 등 학교를 떠난 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숙려제 프로그램이 상담 위주로 구성돼 있고, 참여여부도 학생 선택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