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명세서에 찍힌 월급을 그대로 손에 넣어본 적이 있는가? 월급을 받는 날 그 즉시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금액에 허탈함을 느껴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용카드가 준다는 수 많은 '혜택'들은 생각하며 계속해서 '빚이 아닌 빚'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할인을 받는 것보다 불필요한 소비 자극을 덜 받는 것이 지적인 소비생활이라고 말하며 신용카드를 잘 쓰면 현명하다는 생각 자체가 과신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카드회사의 혜택이 공짜라는 인식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말한다.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월 실적'이라는 것을 달성해야 하며 하나의 카드로 전국의 모든 가맹점에서 최고의 혜택을 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므로 결국 여러개의 카드는 독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지금도 약간의 할인과 포인트 적립이라는 달콤한 열매만을 강조한 교묘한 마케팅을 계속해 가고 있다.
마이너스 현금 흐름은 통제력 없는 사람 몇몇에게만 전개되는 비극이 아니다. 지나치게 방만한 신용제도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채무 노예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일상의 소비는 개인이 주도하는 것이 맞지만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는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철학을 가지고 신용카드 회사의 상술에 이용당하지 말고 똑똑한 소비 생활을 해 나갈것을 강조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 가계의 상환능력 대비 부채 규모,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사상 최고
(<최근 가계부채 현황과 문제점>(한신정평가, 2010. 6)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당 현재 소득에서 쓰고 남은 돈을 몽땅 모아서 부채를 갚는다고 하더라도 평균 7년이 걸려야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규모)
- 2010년 1~10월까지의 신용카드 시장 규모 317조 7630억 원(순수 국내 신용판매 승인 실적 기준으로 현금 서비스,카드론,해외 신용판매 등을 제외)
- 작년 같은 기간(270조 522억원)보다 17.7% 성장.
- 전업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신규 회원 확보를 위해 쓴 모집 비용 2572억 원.
- 경제활동 인구 일인당 카드 보유 수 4.4장(2003년 카드 보유 수 4.6장)
1. 당장 신용카드와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과거 신용카드가 생겨나기 전 동네 어른들은 구멍가게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과거에 비해 소득 수준이 월등히 좋아진 사람들이 외상값을 갚기 위해 돈을 번다. 월급날이 되어도 풍족해지지 않고 금세 빈털터리가 되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할인을 받는 것보다 불필요한 소비 자극을 덜 받는 것이 지적인 소비생활이다. 신용카드를 잘 쓰면 현명하다는 생각 자체가 과신이다.
돈 되는 신용카드? 똑똑한 카드 사용법이 있다? 2010년 6월 말까지 발급된 신용카드는 총 1억 1천 187만 장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같은 기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카드 회사의 회원이 갚아야 할 선 포인트 잔액은 1조 3천억 원이라고 한다. 카드 한 장당 평균 1만 원가량의 선 포인트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선 포인트 제도 이용시 최고 10퍼센트까지 적립해 준다고 하지만 업계의 평균 적립률은 0.9퍼센트에 그쳤다. 채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50만 원을 선 할인 받은 사람이 최소 5천만 원을 결제해야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무이자 할부, 해외 사용 금액, 연체금 결제, 포인트 사용, 세금, 선불카드 충전 등등 상당 부분이 ‘사용 금액’에 미포함 된다. 포인트 적립률을 높이려면 해당 카드 업체와 제휴를 맺은 가맹점을 일부러 찾아다녀야 하고 그마저도 많지 않다. 카드를 쓰면 쓸수록 혜택이 많아진다고 광고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카드 알뜰 사용족을 자처하며 똑똑한 카드 사용법을 연구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도 소비자가 카드 회사를 이길 수는 없다.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지출과 소비를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신용카드가 돈이 된다고? 아니다. 신용카드는 돈을 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 개의 카드만 사용하면 애송이, 철부지? 해당 가맹점과 제휴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혜택을 받지만 현금으로 결제하면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신용카드 회사는 할인과 적립 혜택을 강조해 소비자로 하여금 현금을 쓰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 놓는다.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는 것이다. 단순히 혜택을 좀 더 받고자 하는 욕심은 결과적으로 외식, 주유, 통신, 요금, 쇼핑 등등 각각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 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기억력으로는 전월 사용 실적, 월별 사용 횟수 제한, 할인 한도 조항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게다가 카드마다 다른 사용 실적 기준을 하나하나 계산해 가며 카드를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애초에 하나의 카드로 전국의 모든 가맹점에서 최고의 혜택을 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혜택이 늘어나기 이전에 지출도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름은 합리적, 이용 구조는 비합리적! 자유 결제, 페이 다운, 페이 플랜 등은 각 카드 회사의 리볼빙 서비스 명칭이다. 이름만 보면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 같다. 2009년 민주당 이성남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 6월말까지 리볼빙 서비스 가입률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연체 없이 결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회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의 수당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 가입자를 적극 유치한 결과이다. 그러나 리볼빙 서비스는 지나치게 비싼 수수료 문제와 함께 이용자의 특성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의 리볼빙 구조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결제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최소 결제를 하게끔 만든다. 당장의 손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추후 결제 비율을 적극적으로 높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2. 과다 신용의 덫에 빠진 대한민국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는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믿음이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왜곡된 심적 계좌(마음속 회계장부)로 돈을 판단하게 되고 눈에 씌인 색안경 탓에 부채와 자산 항목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늘어난 마이너스 통장 잔액 대신 증권 계좌의 투자지수에 만족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채의 무중력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더욱 과감하게 부채를 늘려간다.
빚도 자산? 투자를 위한 빚은 좋은 빚이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라는 식의 황당무계한 투자 논리는 상대적으로 신용 한도가 높은 중산층마저 흔들어 놓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자산 시장은 끝도 없이 오를 수 없다. 이미 형성된 거품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는 없다. 공포심과 맹목적인 믿음으로 진행된 자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은 수많은 사람들의 무모한 가계 부채가 밑천이 된 것이다. 빚은 절대로 자산이 아니다.
울고 싶은 20대의 뒤통수를 때리는 신용 사회! 올크레딧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중 23.7퍼센트가 본인 명의로 돈을 빌렸다고 한다. 신용카드 전체 회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3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여신금융협회 자료). 아직 대학생이거나 직업이 불안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의 카드 소지율이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일반인에 비해 안정적인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대의 경우, 채무불이행자로 변화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러 개의 카드로 돌려 막기 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 대금을 한번 연체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카드론 이용으로 넘어간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사금융까지 넘어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법정 이자율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불법 대부 업체의 문턱을 넘게 될 확률 또한 크다.
1990년대 후반 이미 미국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대학생의 신용카드 사용은 ‘신용카드 강간(신용카드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 미국 대학생들의 경험을 빗댄 말)’이라는 끔찍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 결국 10여년이 흐른 최근에 와서야 미국 정부는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법률을 발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 때문에 20대 청년들이 ‘묻지 마 취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족한 용돈과 생활비에 허덕이다 보면 신용카드의 치명적인 유혹에 언제라도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 회사의 인체 실험에 지원하는 일을 뜻하는 ‘마루타 알바’는 최악의 현금 흐름 덫에 빠진 요즘 20대의 고통스러운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비상식적인 신용 등급, 누구의 기준인가? 현재의 신용 평가 제도는 현금이나 체크카드 사용자들보다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 현금 사용자는 경제활동 이력과 유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빚도 없을뿐더러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재무적으로 건강하다고 보는 게 상식이지 않은가? 빚도 없고 현금만 쓰면서 살아가는 ‘착한 소비자’보다 빚(신용)도 많고 신용카드도 많이 쓰는 사람의 신용 등급이 더 높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남보다 많이 소비하고 빚을 져야만 더 나은 신용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시중 은행이 보유한 고객의 신용 정보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그러나 신용정보 회사에 제공되는 나쁜 정보들 때문에 신용 점수가 왜곡되는 문제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신용 등급이 좋아도 대출자의 직업에 따라 한도와 금리는 늘 바뀐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신용 등급은 우량 신용 등급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쁜 정보를 수집해 고객에게 패널티를 주려는 한낱 도구일 뿐이다.
3. 자발적 빈곤이 만드는 풍요로운 일상
신용카드가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면서 소비생활은 한결 쉬워지고 간편해졌다. 과거의 신중한 소비는 자취를 감췄다. 또 물질을 소유한 정도와 소비하는 양만으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계층을 가늠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비교를 통한 상대적 자기 위안은 또 다른 비교를 불러올뿐더러 절대 만족에도 이를 수 없다. 결국 내적인 만족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사치만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쌀독에 쌀만 가득하다고 부자인 시대는 지나고 소비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불 인생을 만드는 달콤한 유혹 ‘신용’을 제거하자 그 옛날 아버지의 월급날은 특별한 행사가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아침상’을 기대하는 설렘이 있었다. 온 가족이 기대는 유일한 소득원이 아버지의 월급은 용도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쓰였다. 춥고 배고픈 시절을 현명하게 살아온 어머니들은 그 누구보다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월급날은 기쁜 날이 아니다. 월급날은 ‘빚잔치’나 다름없게 되었다. 주택 담보대출, 신용카드 결제금, 자동차 할부금 등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금세 빈털터리 통장이 된다. 벌어서 잘 쓰는 삶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뒤바뀐 순환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목적과 수단, 의의와 방법이 거꾸로 된 삶을 사는 ‘채무 노예’에 가깝다. 현재의 돈벌이 노동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욕망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는 ‘신용’부터 제거해야 한다.
디드로 효과를 이기는 소비 마인드가 필요하다 디드로 효과란 하나를 가지면 그것과 연관된 다른 것도 소유하고 싶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소비를 하면 할수록 심리적으로 풍요로워지기는커녕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심리가 담겨 있다. 도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몇 번 사용하지도 않는 온갖 종류의 도구들을 쌓아 놓고 약간의 수고와 불편을 덜기 위해 뼈 빠지게 돈을 벌어야 한다. 소비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이 매년 냉장고를 교체하고 정작 일회용 접시에 반 조리된 식품을 데워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이 느끼는 쾌락과 행복은 결국 불편과 결핍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지속 가능한 쾌락은 생활 속 다양한 불편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자동판매기 음료 대신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기,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두 발로 걷기, 사 먹는 음식 대신 도시락 싸 오기,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력 단련하기 등등 생활 노동이 일상화 되면 날마다 새로운 결과물들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신용카드를 통해 즉각적으로 욕구를 실현해 왔다면 이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소비하자.
품위 있는 결핍이 행복을 부른다 내가 구입하는 물건이 정말 생활필수품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소유 물품 목록을 만들어 보자. 지난 1년간 단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쓸모없는 것이다. 쓰지도 않으면서 갖고 있는 것은 단순한 소유욕일 뿐이다.
지름신을 부르는 대형 마트부터 끊자. 습관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교묘한 상술에 휘둘리게 만든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그 문제점은 여러 번 드러난 바가 있다. 소비를 줄이는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실천법을 따르자. 아직도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잘만 쓰면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행동하는 자아(신경경제학의 연구에 따르면 감성적이며 연상적이며 신속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반대로 계획하는 자아는 분석적이고 통계적이며 노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잘 쓰려는 의지 자체가 무의미하다. 지출을 통제하려면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심적 회계의 오류에서 벗어나 당장의 부채 문제부터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금융 비용을 줄인 대신 저축을 늘리자. 저축을 미래의 확실한 소비를 대비한 것으로 투자의 재원으로 절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저축은 희망과 자신감을 가져온다.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뒤처졌다고 생각한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소비에 대한 자기주도적인 철학을 가지고 우리를 이유 없이 불행으로 내모는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는 신용과 소비의 함정, 약탈적 금융의 실체를 바로 보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