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기섭입니다.
저는 지금 국민이 의사당 안을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돔으로 독일의 새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연방의사당 앞에 와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실업사태와 경기침체를 겪으며 한때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유럽의 중심국가로 거듭나면서 세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진보와 보수, 동서지역, 빈부의 차를 뛰어넘은 사회적 대타협이었습니다.
KBS일요진단은 2014년 새해를 맞아 신년특집으로 대한민국의 갈등을 치유하고 경제를 살리는 대타협의 해법을 독일에서 찾고자 합니다.
아젠다 2010이라는 계획으로 새로운 독일의 초석을 쌓은 슈뢰더 전 총리와 함께합니다.
- (해설) 2003년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 등 으로 경제전반이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마이너스 성장률과 불어나는 재정적자. 실업자는 국민의 11.6%, 450만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집권당인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습니다.
노동자의 절대적 지지로 집권에 성공했지만 이른바 아젠다 2010으로 불리는 성장우선정책을 택했습니다.
- 위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미래세대를 위해 만들어내느냐가 개혁의 동기였습니다.
- (해설) 아젠다 2010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노동시장 개혁이었습니다.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했던 해고보호법을 수정, 완화하는 동시에 실업수당은 줄여 구직노력을 촉진하는 한편 시간제일자리 등으로 일자리 수를 늘였습니다.
연금 수급연령은 65세에서 67세로 늦추고 의료보험의 환자부담 비중도 높였습니다.
- 당시 허약한 독일경제로 인한 소득 감소로 국가가 복지정책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 (해설) 사회, 복지정책의 후퇴로 노동조합과 같은 당내에서도 반대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2년 뒤인 2005년 조기총선에서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결국 현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에게 정권을 내줬습니다.
- 독일의 오늘을 이끈 아젠다2010 그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정치인 슈뢰더는 지지기반을 잃었고 결국 정권마저 내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을 이어받은 기민당과의 대연정에 동참해 아젠다 2010은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 (해설) 아젠다2010 그후 10년.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독일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고용률은 70%를 넘어섰고 청년실업률은 OECD 30개국 중 세번째로 낮은 7.9%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경제는 건실했고 그 이유는 분명 2030년, 아젠다2010 개혁의 덕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해설) 그 개혁의 과정은 쓰고 험난했지만 오늘날 강한 독일의 초석이 됐습니다.
다름은 포용하고 차이는 좁히려 노력하는 독일식 사회적 대타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 한국에 대해 당신과 얘기할 수 있어 기쁩니다.
- 아침에 큰 뉴스가 있던데요.
- 네, 대연정이 성사됐습니다.
협상이 완료됐고 12쯤에 기자회견이 있을 겁니다.
지켜봅시다.
- 잘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또 유럽의 재정위기사태를 계기로 독일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총리께서 독일을 7년 동안 이끌면서 아젠다2010이라는 개혁정책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평가가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먼저 그건 제가 발의한 개혁정책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교해서 독일이 보다 강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로써 독일이 감소기업을 지향하는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중소기업에는 독일인 70%가 종사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독일 직업교육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들 기업이 독일 경제의 중추인 셈이죠.
독일 전문인력의 80%가 이들 기업에서 양성되고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독일의 매우 독특한 방식의 노동조건에 있습니다.
강한 노조와 강한 기업가가 바로 그것이죠.
덧붙여서 근로자들의 공동결정참여권도 들 수가 있습니다.
세번째가 바로 아젠다2010인데 이것으로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했습니다.
우리는 연금수급연령을 상향조정했고 노동시장을 자율화했으며 건강보험제도를 정상화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더해져서 강한 독일을 다시 가능케 했습니다.
- 그런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앞을 내다보는 총리의 어떤 리더십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 우리는 먼저 노사간 합의도출을 위해 힘썼습니다.
당시 우리는 이를 노사정협의회라고 불렀죠.
그런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는데 노조는 여기에 반대하는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합의를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정부와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힘든 개혁을 관철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했고 그것이 옳았음이 나중에 입증됐죠.
이러한 근본적인 변혁은 아래에서 위로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만 가능합니다.
이후 독일 사회는 상황이 나아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그래서 이 개혁에 만족하게 됐습니다.
- 그런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정부와 의회의 역할이 컸다 이런 말씀이신데, 그런 각계각층의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을 하고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 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서 좀 설명을 해 주십시오.
- 기본적인 합의라는 건 처음에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설득해야만 했죠.
노조를 설득했고 당내 의원들도 설득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미디어는 처음에 이러한 설득과정을 어렵게 했어요.
우리가 그 당시에 제시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재과정이 종종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이런 개혁과정에는 한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어쩌면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는데요.
그건 바로 개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바로 지금 내려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결과는 3년에서 5년 후에야 나타납니다.
그 사이에 시간적인 공백이 있어요.
그리고 그 기간에 이러한 민주적인 정책들을 시행하게 됩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그러한 개혁정책으로 인해 결국 총선에서 패배하게 됐죠.
- 국가적으로 아주 절실한 개혁과제를 추진했지만 어떤 개혁의 시차 때문에 총리는 정권을 내놓게 됐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 후회는 하지 않는지요?
-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건 나라에 필요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사민당 의원들 대다수가 집권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라의 안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대의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것이 총선에서 실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원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이란 나라를 위해서라면 총선에서 재당선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가 독일에는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 한국은 지금 극심한 정치적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아젠다2010의 핵심인 노동분야 개혁에 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그 핵심은 근로자를 좀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고 또 비정규직 근로자도 늘릴 수 있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인데요.
이런 친기업적인 노동정책으로 전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더더구나 총리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민당의 지도자였는데요?
- 사민당 당원들과 민주좌파의 유권자들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즉 자기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 충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좌파가 경제활성화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일자리도 이 경제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도 일자리를 통해서 가족을 부양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자리가 충분한지, 충분한 대가가 지불되는 일자리가 충분한지를 언제나 되짚어보는 우리 정책의 핵심이 대중들에게 크게 부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상목표에 대해서 독일 모든 국민들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독일에서 금속노조와 같은 강성노조.
전통적인 강성노조와 어떻게 대타협을 했는지 많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 먼저 아젠다2010 도입 초기에는 노조들, 특히 주요 노조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이제는 이 같은 개혁에 만족을 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는 때로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자기쪽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가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일 노조들 또한 가능한 한 많은 일자리를 독일에서 창출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금정책을 예로 들어보면 2008년과 2009년 위기 속에서도 독일 노조들은 매우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였어요.
임금합의를 신속히 도출해냄으로써 독일이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아젠다2010과 더불어서 독일은 다른 EU회원국들보다 훨씬 더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 잘 들었습니다.
한국은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과제지만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이 되어 있습니다.
친기업적인 노동정책으로 오히려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를 되살린 지도자의 입장에서 한국에 조언을 해 주신다면 무엇일까요?
- 과거에 한국을 자주 방문했었고 또 자주 방문하고는 있지만 사실 조언을 해 줄 정도로 한국의 상황을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면 한국과 유사할 수도 있는 독일의 상황 두 가지를 말씀해 드릴까 합니다.
한 가지는 조세정책을 통해서 한 기업이 시장의 다른 기업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생산적이 되도록 했습니다.
대기업의 고착화를 막는 중요한 조치였죠.
두번째로 우리는 특히 중소기업들을 지원해 줌으로써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중소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들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겁니다.
일류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거대 구매자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독립적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중소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독일의 경제구조 자체가 커다란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R&D 및 근로자 교육에 있어서 중소기업을 지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도입해야 할 중요한 열쇠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는 삼성이나 자동차 업계의 다른 업체들, 성공적인 초일류 대기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중소기업들, 독일에서는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들의 수준을 향상시켜서 사회에서 나름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고 또 대기업과는 다른 자부심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 어떻습니까?
유명한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렇게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독일의 강소기업이 제가 알고 있기로 1000여 개가 훌쩍 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총리가 집권할 때 독일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이렇게 강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는지요.
- 우리는 특히 두 가지를 중요시했습니다.
핵심은 바로 연구를 하고 또 신제품과 신공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두번째로 독일의 특별한 직업교육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젊은이들이 한편으로는 기업체에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시에서, 즉 직업학교에서 지원을 받는 것인데요.
이곳에서 점점 더 실력이 나아지는 직원들이 특히 중소기업들을 위한 직원들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국제화를 지원한 것입니다.
현재 독일에는 많은 강력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있는데요.
중소기업들 역시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독일이 국제화가 훨씬 더 많이 진전돼 있죠.
- 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 경제적 강자와 약자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생과 동반성장 또 경제민주화가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독일에서는 혹시 이런 문제가 없습니까?
-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이 얼마나 큰지는 잘 모릅니다마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 제가 기사를 통해서 접한 바로는.
하지만 자동차나 전자 등 여러 분야의 대기업들이 인력확보 문제에 있어서 강소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크게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건 잘못된 시각입니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이야 말로 혁신적인 강력한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약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강력한 중소기업들이야말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소기업들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있어서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도와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차 가령 이미 성공한 자동차 대기업이나 전자 분야의 대기업처럼 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미래에는 강한 중소기업들이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대기업들이 이해해야만 합니다.
연구나 개발, 다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시장의 변화에 훨씬 빠르게 대응해서 실제로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과 정계는 이러한 전환을 지원해 줘야 할 것입니다.
-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이런 말씀은 상당히 흥미롭게 들립니다.
한국은 고용률 70%를 목표로 다양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아쉽게도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기피풍조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 비전에 대해서 한말씀 해 주십시오.
- 유럽의 예를 들어서 아주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왜 독일이 현재 유럽의 다른 경쟁국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건 제가 아직 언급하지 않은 특별한 노동조건을 보이고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과 우리의 개혁정책과 관련이 있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독일의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령 프랑스나 영국보다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나라의 수치만 잠깐 언급해 보면 영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의 비율이 11% 정도됩니다.
프랑스는 10% 조금 넘고요.
독일은 23%나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제조업 비율이 높아야만 위기의 시대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조업 비율이 높아야만 합니다.
한국도 그렇지 않나요?
한국은 현재 이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죠.
다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율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제조업이 그들 자신과 한국의 미래에 매우 커다란 중요성이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제조업은 50에서 100년 전과는 다릅니다.
기술발달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서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크게 덜어주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아직 복지는 비용이다라는 인식이 좀 강한 편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복지비용 부담을 놓고 사회적인 갈등도 적지가 않습니다.
독일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배경 중의 하나가 제가 알고 있기로는 사회보험제도의 현대화, 재정비가 아닌가 싶은데요.
어떤 내용이고 또 왜 이걸 강력하게 추진하게 됐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십시오.
- 사회복지국가는 돈만 들어갈 뿐이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 정치인들, 특히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정책이나 기업을 대변하는 이런 생각은 출발점부터 잘못됐습니다.
특히 사회복지국가는 독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면 우리가 발전시킨 사회복지국가는 비교적 파업이 적고 비교적 기업 내 갈등이 적도록 하는 기초가 되고 있어요.
우리는 사회복지국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어렵기는 해도 또다시 뭔가를 새롭게 발전시켜나갈 수가 있습니다.
사회복지국가는 그러니까 비용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기보다는 1차적으로 사회 내의 내적평화를 달성하도록 해 주는 수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이는 다시 경제가 생산적이 되도록 해 줍니다.
사람들이 일자리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 주기 때문에 사회복지국가는 생산적이라는 기본적인 출발점을 이 사람들이 납득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양국 사이에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사회복지국가는 돈이 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적 평화를 만들어내고 직원들의 두려움, 즉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감소시켜주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새로운 발전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 준다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회복지국가는 사회의 평화적인 발전을 위해서 매우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 복지는 비용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런 말씀이군요.
독일의 복지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느낌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요.
직업훈련이나 재취업교육을 지원하는...
-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비용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가 지불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서요.
이것이 바로 아젠다2010 개혁의 핵심이었습니다.
사회복지국가는 미래에도 지불능력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용은 중요했지만 이것 하나가 정책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됩니다.
- 네, 잘 알았습니다.
독일의 복지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요.
직업훈련이나 재취업교육을 지원하는 고용정책이 생계나 주거비 지원과 같은 복지정책과 연동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독일식 생산적인 복지시스템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을 했고 또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했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 그건 아젠다2010의 한 핵심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요구도 하고 또 지원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개개인들은 사회에서 각자가 가능한 일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일자리를 가지고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만약 이것이 질병으로 인해서 혹은 나이가 많다거나 반대로 어리다는 이유로 인해서 불가능하다면 국가가 개입해 줘야 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그 사람에게 새로운 방법이 생기도록 도와줘야 해요.
그 사람의 모든 인생과정에서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요구한다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라는 것이고 지원받는다는 것은 우리는 너를 교육시키고 더 발전시켜서 변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해 주겠다라는 거예요.
이것이 아젠다의 핵심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정말로 복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런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복지지출이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국가재정에는 혹시 부담이 되지 않았는지요.
- 늘어났죠.
하지만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어서 직원들의 직업교육을 위해서 지출이 늘어났고 또 능력 있는 여성직원들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보다 병행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기 위해서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연구개발을 위해서 지출이 늘어났고 교육과 직업교육을 위해서 지출이 또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을 위해서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독일은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살피는데 있어서 여전히 타에 모범이 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만약 그들이 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일하지 못하도록 할 권리가 없어요.
-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연금개혁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연금수령액을 줄이고 연금수령연령을 높이는 이런 개혁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좀 됐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미래세대와의 협약이라면서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효과는 어땠는지요?
-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주 간단한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우리 사회는 고령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즉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출생률은 줄어들고 있어요.
다시 말해서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건 연금수령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고요.
출생률이 줄어든다는 것은 미래에는 연금제도를 재정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근로자의 수가 지금과 똑같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연금수령연령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출생률 문제는 정책적으로 얼마까지 높여라하고 지시할 수는 없는 것이죠.
다만 가정과 직장생활의 병행이 가능한 수준에서 출생률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동시에 이민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게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에요.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중요하고도 옳은 결정 몇 가지를 내렸을 뿐입니다.
저는 때때로 현재 연립정부가 물론 좋은 이유에서 얘기겠지만 어찌됐든 연금제도를 두고 너무 많이 바꾸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독일식 복지시스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얘기를 마무리짓고요.
한국은 시급한 개혁과제가 굉장히 많이 있지만 얽히고 설킨 갈등과 반목으로 앞으로 제대로 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 통일 이후에도 끊임없는 개혁에 전국민이 동참을 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힘을 모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으로서는 참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대타협이 가능한 정치문화적 배경은 무엇입니까?
- 아젠다2010에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젠다2010 때문에 오히려 총선에서 실패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2008년과 2009년의 경제위기 당시에 이 아젠다로 인해 독일의 상황이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낫다는 것을 사람들이 직접 봤고 그 이후에 이 아젠다에대해서 좀 더 친밀함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점이 하나 있고요.
어찌됐든 그렇기 때문에 독일은 다른 나라들보다 개혁에 대한 논의와 결정과정에서 갈등이 좀 더 적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사회복지국가이기 때문이죠.
또 기업 내에 노사공동결정권이 있어서 기업 경영 등에 노사가 똑같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국가와 노사공동결정권 이 두 가지가 독일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사회 전체의 평화를 의문시하게 만드는 갈등들 또는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들을 막아주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독일과 유럽 혹은 다른 지역 국가들과의 차이입니다.
- 독일에서는 이념과 정책이 다른 좌우정당의 연정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메르켈 총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군소정당이 아닌 거대반대정당과 대연정을 한 것이 상당히 흥미롭게 보이는데요.
이게 바로 독일의 새로운 대타협, 포용의 정치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 먼저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 구성은 독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키싱어 전 총리와 한국에서도 유명한 빌리브란트 전 총리가 사상 처음으로 대연정을 구성했는데 아주 성공적이었죠.
그리고 두번째로 대연정 구성을 한 사람이 바로 메르켈 총리이고 이번에 세번째 대연정 구성이 성사됐습니다마는 이건 독일 정당들의 이데올로기 무장해제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기민당과 제가 속한 사민당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시장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두 정당 모두 시장경제에는 정치적 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장이야말로 경제를 조절하는 훌륭한 수단이고 계획경제는 이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 이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당들 사이에 차이가 있기는 해도 서로 가까워져가고 있는 것이죠.
제가 이데올로기의 무장해제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이로써 양측이 서로 손을 잡는 것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그러니까 정치가 과거에 비해서 더 실용적이 된 것이죠.
-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추진하는 주고받기식의 정책타협이 어떻게 가능한지 저희로서는 굉장히 궁금합니다.
- 네,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책을 자주 바꾼다면 나라가 더 힘들어지겠죠.
그리고 물론 사민당은 사민당이 직접 구성한 정책이 보수당에 의해서 계속 추진된다는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건 이 정책이 독일을 위해서도 좋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일이 독일에서 가능한 것은 정당들 사이에서 이데올로기가 이전처럼 그리 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독일 연방공화국 초기에만 해도 지금처럼 이렇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민권 문제 그리고 근로자들이 노사공동결정권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외교정책 등에 대해서 정당별로 여전히 입장차이가 크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절대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컸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오해하지 말도록 덧붙이자면 대연정은 일시적인 정부지 영원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두 정당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에요.
유권자들이 보인 선거의 결과에 따라서 정계도 거기에 반응을 해야 하니까요.
- 대연정이 국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는데.
어떻습니까?
신자유주의를 겪은 이후에 세계적으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라는 분석이 많거든요.
독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메르켈 총리의 경우처럼 기민당은 우파정당이지만 사민당의 전통적인 정책을 껴안았고 또 심지어 녹색당의 탈핵정책까지 흡수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은 어떻게 우리가 봐야 될까요?
- 진보정당들을 껴안는 일을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그런 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죠.
부분적으로 보수당의 평소정책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해도 괜찮아요.
숙고한 끝에 다른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들을 껴안는 일이 정말로 옳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진짜로 옳은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러한 상황은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자신의 정당의 정책들을 깊이 생각해 보면서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들이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것들이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사회의 고령화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인 도전과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독일뿐만이 아니라 한국도 그렇죠.
그리고 정치제도는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인 것으로 남아야 합니다.
경제에 의해 지배될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필요하다면 때로는 통제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개혁정책의 끝이 없습니다.
사회의 발전 또한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데올로기의 차이 문제는 특히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 문제에 있어서는 이미 공산주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으로 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령 자본주의제도를 어떻게 하면 인간적으로 살 만한 제도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시장경제에 기반한 제도를 인간적으로 만들어서 아, 이게 우리의 제도다.
이걸 우리는 원한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장이 다른 정당을 껴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좋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지난 대선에서도 보수당이 승리한 것은 진보당의 정책을 상당히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시각이 있는데요.
앞으로 진보정당의 미래는 이제 어디서 어떻게 찾는 게 답일까요?
- 모든 것은 미래가 있습니다.
기술진보가 인간의 안녕에 도움이 되는 한 이를 밀어내지 않고 이를 추구하는 고령화사회 문제를 다루는 지불능력이 있는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
정치제도뿐만 아니라 경제제도에서도 공동결정권을 어떻게 하면 강화할지를 고민하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산업경쟁력을 저해시켜서는 안 되겠죠.
그중에서도 특히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아래에서 위로의 상승을 가능하게 해줄지를 고민하는 것, 이 모든 것에 미래가 있습니다.
저도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은 제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면서 제가 원하는 교육 수준까지 이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사회의 개방성 덕분이에요.
사회의 개방성 문제, 교육기회 균등의 문제 그러니까 어떠한 환경에서 성장했든 부모의 빈부에 상관없이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은 빈곤층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주는 문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합니다.
교육이 힘이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 한국에서는 지역간의 갈등 또 진보, 보수간의 갈등.
여기에다가 세대간, 빈부간의 갈등을 극복을 하고 대타협으로 가는 그런 욕구가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이런 대타협의 길 한국에서는 어떻게 마련을 해야 될 것인지 좀 조언을 좀 해 주십시오.
- 만약에 말씀하신 대로라면 보수성향의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의 민주좌파가 생각하는 것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겁니다.
또한 지역의 형평성 조정과 관련해서는 어쩌면 독일로부터 배울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일은 연방을 구성하는 16개 연방주가 있습니다.
이 16개 연방주의 발전상황은 상이합니다.
좀 더 가난한 연방주도 있고 좀 더 부유한 연방주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유한 연방주와 가난한 연방주를 재정적으로 조정해 주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니까 부유한 연방주들이 가난한 연방주들에 재정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걸 우리는 주정부간 재정조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독일기본법에 보장되어 있는 생활의 평등이 준수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독일에서 검증이 된 제도인데요.
아마 한국에도 일단은 지역별 차이가 있는 남한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통일이 되고 나면 어떤 상황이 될지는 아직은 모르는 일이니까요.
- 통일과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북 통일은 한국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민족적 과제인데요.
그렇지만 통일에 대한 인식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그런 측면도 좀 부인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통일국가 독일에서 마지막으로 남북 통일에 대한 총리의 조언을 듣고 싶은데요.
먼저 통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 처음에는 우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통일에 대한 추상적인 의지가 대단히 컸습니다.
한국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면, 특히 비용 문제가 나오면 독일은 서독에서 동독으로의 자금 흐름을 뜻했고 한국은 남한으로 북한으로가 되겠죠.
국민들의 인식도 달라집니다.
아마 한국도 이게 문제겠죠.
그렇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더더욱 중요한데 하나의 국가는 하나된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장기적으로는요.
그래서 확고한 의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래도 비교적 쉬웠던 것이 독일의 재통일은 부분적으로는 철의 장막이 사라진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동서분할체제가 없어지지 않았더라면 그 당시에 독일의 재통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철의 장막 붕괴에 따른 동서대결의 융해가 독일의 재통일을 가능케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언제나 확고한 통일 의지가 있었던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에는 우리보다 좀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첫번째로는 확고한 의지를 버려서는 안 될 것이고요.
또 두번째로는 모든 것은 언제나 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국의 모든 이들과 이들이 어떤 정당 소속이든 불문하고 서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또한 북한 정부와도 대화해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너무나 문제가 많다는 걸 부인하는 것이 아니에요.
심지어 자국민에게조차 너무나도 끔찍한 행동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가 어려운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특히 경제분야에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남북간 경제분야에서 많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해요.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경제교류가 곧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 독일이 통일이 된 지도 24년이 지났는데요.
어떻습니까?
독일 통일이 가져다준 성과라면 무엇을 꼽을 수가 있겠습니까?
- 가장 먼저 하나된 독일이 탄생했죠.
그리고 동서주민들간 결속감이 강화됐습니다.
통일을 통해서 이들은 꿈을 실현한 것입니다.
이 꿈을 실현하는 데에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결국 통일을 낳았어요.
처음에는 통일비용으로 인해 어려움도 생겼지만 독일은 이 어려운 과도기에서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유지했고 일부은 오히려 확대하기까지도 했습니다.
통일 초기에는 구동독이 우리 제품들의 판매시장이 되면서 산업에 도움을 주는 그러한 양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통일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도 동서간에 문제가 있고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평준화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2020년대 중반이 되면 동독지역의 상당 부분이 가령 작센주나 튀니겐주는 구서독보다 산업면에서는 더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통일과정은 사람들의 생각 측면에서 혹은 재정이나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경제적, 정치적 무엇보다 인도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 바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더 통일된 한국을 방문했으면 합니다.
그때까지 제가 살아 있을지 모르겠네요.
- 잘 들었습니다.
동서독의 통일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그렇지만 남북은 분단된 지가 60년이 넘었고 또 최근까지도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면서 독일처럼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분석이 많이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을 해 나가야 되겠습니까?
- 제게 특약처방은 없습니다마는 독일의 재통일 역시 철의 장막 붕괴와 동서분할의 해제 그리고 공산주의의 몰락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상황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경우에는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남북간의 대화를 계속해서 실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 것처럼 작은 단계부터 시작해서 민족간의 결속감을 계속해서 강화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을 당시를 한번 생각해 보시죠.
가령 빌리브란트 정부는 국경을 넘어서 서로 만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서로 만날 수 있는 허가증을 발부해서 친지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 줬어요.
한국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TV를 통해서 남북간의 국민들이 서로 끌어안고 상봉하는 것을 봤는데요.
이런 일들이 바로 그런 아주 작은 단계입니다.
심한 대립과 반목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 대화를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총리는 그러니까 남북한간에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교류와 협력을 이어 나가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독일과 남북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통일환경을 조성을 하려면 외교적으로 어떤 노력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 저는 한국의 외교정책이 비판받아야 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아시아 강국들과의 만남 특히 중국과의 만남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독일의 관계를 살펴보면 현재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외교관계도 밀접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친밀하고 문화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정책은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UN사무총장까지 배출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러한 외교정책을 계속해서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에 좀 더 초점을 둬야 할 것이고 또 북한과의 대화도 그만둬서도 안 되죠.
비록 북한 정부가 이 세계가 달가워하지 않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도 말이에요.
어찌됐든 저는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고 있어요.
- 총리께서 앞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마는 독일은 통일에 대한 커다란 경제적 비용을 치렀습니다.
사실 지금도 엄청난 재정을 투입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남북 통일을 위한 경제적인 준비, 어디서부터 또 우리가 어떻게 시작을 해야 될까요?
- 이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접경지역 경제특구의 의미도 매우 크죠.
그런데 이런 식의 행동을 통한 변화는 독일 통일정책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통일이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합니다.
부유한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유국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통일이 되면 아마 한국보다 훨씬 가난한 북한을 돕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처음부터 가난한 것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정부의 독재정치 때문에 더욱 가난해졌죠.
이렇게 가난해진 만큼 한국이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도와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했어요.
대략 2조 5000억유로가 서독에서 동독으로 전해졌습니다.
막대한 비용이죠.
하지만 독일은 그다지 심각한 위기 없이 이 일을 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이렇게 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 북한이 외자유치를 추진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비용도 매우 많이 들어가는데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해서 그 돈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값비싼 무기시스템을 위해서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한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간에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빈곤을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이제 스스로 이 문제를 극복해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한국이 직접 영향을 준다거나 끼어 들어서 이와 반대되는 조처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협력 등을 통해서 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다른 국가와 그곳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도록 함으로써 그들보다 훨씬 못한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도와줄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벌써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았는데요.
슈뢰더 총리께서 한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좀 해 주시죠.
- 한국이 계속해서 안정되고 경제발전을 지속하게 또 북한과도 대화를 지속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독일 양국관계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저는 2년마다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요.
매번 그 역동적인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한국인과 독일인은 공통점이 참 많아요.
한국이 아무 이유 없이 아시아의 프로이센이라고 불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총리께서 초석을 놓은 독일식 개혁과 사회대타협의 모델이 대한민국에도 옳은 참고자료 또 교훈이 되기를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신년특집으로 진행해 드린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의 일요진단 여기서 모두 마칩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