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논란을 부른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결국 일선 학교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5일 밤 현재 잠정 집계된 바에 따르면, 2014년도 역사교과서로 교학사를 채택한 고등학교는 최대 3개이며, 하나도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2318개 고등학교 중 올해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에 역사 교과를 개설하는 학교다. 2학년 이상에서 역사 교과를 개설할 예정인 학교는 역사교과서를 이번에 채택하지 않는다. 1000~1500개로 예상되는 올해 역사 교과 개설 고등학교 중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것으로 확인된 학교는 전북의 전주 상산고 뿐이다. 상산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지학사와 복수 채택했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 전국 현황(4일 오후 3시 현재)ⓒ민족문제연구소
18개교에서 1주일만에, 최대 3개 적으면 0개지난 12월 30일 2014년도 역사교과서 채택이 완료됐으나 1주일 동안 학교가 계속 줄어들었다. 18곳이었던 교학사 교과서 채택 학교들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동문, 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학교에 대자보가 붙거나 게시판에 항의글이 빗발치고, 항의전화로 학교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학교마다 운영위 또는 교과협의회를 다시 열어 다른 출판사로 변경하거나 역사 교과 개설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일부 학교는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최종 후보에 오르자 지역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해 해당 학교에서 다른 출판사로 결정하고 이를 서둘러 공개하기도 했다.
상산고 역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서명운동에 나섰으며, 동문들이 학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고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 안에서도 ‘등교거부’나 ‘전학가기’ 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으로 유명한 홍성대(77)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자율형 사립고다. 이 학교는 6일 오전 교과서 채택에 대해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했는데 인터넷과 SNS 등에는 “교학사를 채택할 경우 ‘정석’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산고가 교학사 채택을 철회하거나 역사 교과 개설을 미룰 경우 남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서울 지역 2곳뿐이다. 그러나 6일 교육청별로 교과서 채택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2곳으로 알려진 서울 지역 학교가 그대로 교학사를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잇단 ‘교학사 봐주기’ 무리수, 비판 거셀듯상산고 등 3개 학교의 최종 결정과 상관없이 사실상 채택율이 0%대를 기록하면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학교 진입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그간 ‘교학사 봐주기’라는 비판을 모르쇠하고 편법을 거듭해온 교육부를 향해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30일 교학사 교과서를 다른 7종과 함께 검정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후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등 축소·폄훼, 사실 오류, 표절·도용 의혹 등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8종 교과서 전체에 대해 이례적으로 수정·보완 결정을 내렸다.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 교과서의 필진은 교육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12월 들어 교육부는 필진의 동의 없이 수정·보완된 교과서에 대해 최종 승인했지만 이후에도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는 계속 드러났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교학사가 교육부의 허가 없이 42건을 임의로 수정했다”고 공개하자 서남수 교육부 장관 역시 ‘법령 위반’을 인정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외면을 당한 것은 사실 오류 등 교과서가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못 갖춘 것으로 평가된 데다 ‘역사왜곡’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이와 관련 “애초 교학사 교과서는 이념문제가 아니었는데 교과서를 채택한 사람들은 이념문제로 몰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형들이 이념문제가 아니라 역사 왜곡 문제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역사왜곡 교과서 퇴출을 위한 광주시민대책위와 친일독재미화 뉴라이트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 왜곡한 교학사 교과서 즉각 퇴출과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