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⑧ 우수상 - 6 ‘함께 자라는 아이들’-엄마의 소신으로 시작된 마을공동체

2013. 12. 31. 14:4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엄마의 소신으로 시작된 마을공동체

서울사랑 공모전 이야기부문 수상작 … ⑧ 우수상 - 6 ‘함께 자라는 아이들’

이정화 | 2013.12.13

 

마을공동체를 통해 자연을 학습하는 아이들(사진제공:와우서울작가 dream)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매일 한 편씩 소개한다.

 

[서울톡톡] 한국에서 소신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 어마어마한 학습량을 획일화된 방법으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가 철저히 이분화 된다. 엄청난 학습량은 OECD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오명을 남겼고 아쉽게도 수동적인 학습태도는 아이들의 창조적인 생각의 근본을 앗아갔다.

끝임 없이 반복되는 수동적인 수업들, 수많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학원들에서 우리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나는 학교중심 교육을 실천 하는데 뚜렷한 목적이 있다. 하나는 학교를 소중하게, 배움을 주시는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학교 외의 배움의 장소는 바로 독서하며 스스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마지막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을 주어 사고하고 사색하여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었다.

작은 애벌레도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나비가 될 때 까지 인내한다. 이 애벌레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개체들이 일정 시간에 독립하고 자립하며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간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도 스스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실험해 보고 실패와 성공을 통해 자조적인 인간으로 키워 내고 싶었다.

'대한민국 8학군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과 마음을 가진 동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내 아이는 작년(2012년도)에 초등학교를 입학했고 반 친구들을 만났다. 반 친구들과 엄마들은 내 아이를 미국에서 태어나 전학 온 아이로, 나는 영어에 능숙한 엄마로 인식했다. 아이는 놀랍도록 빠르게 학교에 적응했지만, 자유롭게 사색하며 서로 토론하고 상호의 의견을 나누는 미국 아이들이 눈앞에 선했다. 부모를 따라 낯선 한국에 온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져서는 안 되었다. 힘들어도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친구들을 모으고 행동해야 했다.

서툰 말보다 글로 내 생각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서초 보건소에서 진행했던 수기에 참가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우수상을 받았고 출판된 책을 아이 반 엄마들에게 소개하며 읽어주기를 부탁했다. 하지만, "린 엄마처럼 공부시켜서 서울 안에 있는 대학 갈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질문들 앞에 말문이 턱턱 막혔다. 남편 월급의 반을 아이들 교육비로 쏟아 부어도 불안한 엄마들에게 나의 소신과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 불과했다.

하지만 포기 할 수 없었다. 내 방법이 최고의 선택이 아니더라도 독립적이고 행복한 아이들로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라 스스로를 격려했다. 내가 꿈꾸는 교육환경에는 우리 아이와 함께 토론하고 상의하고 뛰어다니며 웃음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개인 프로젝트 보다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자신의 생각을 이해 설득시키고 대립이 있을 때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외국경험이 많은 장점을 살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또한 취지를 설명하며 동참할 수 있는 엄마들을 모았다. 첫 번째 모임으로 우리는 "영어 학원 안다녀도 할로윈 파티 할 수 있어요"라는 행사를 열었다. 영어학원의 일회성 전시용 활동보다 아이들에게 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학습적 파티를 선보이고 싶었다. 비교적 나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았던 아이 1학년 친구들 엄마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리 제작해 놓은 포스터와 함께.

11명의 아이들이 등록했고 엄마 선생님은 나까지 5명이 섭외가 되었다. 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형식은 아이들이 미션 6개를 참여하면 할로윈 머니를 벌 수 있게 했다.

 

■ 프로그램 소개 (6개의 미션)
 1. 양재 시민의 숲 한 바퀴 돌면서 가을 낙엽 줍기/ 친구들과 질서 있게 산책하기/
     산책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인사 나누기
 2. 모아온 낙엽으로 원하는 형상을 만들기
 3.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주제로 시 쓰기
 4. 줄넘기 쉬지 않고 50번 도전하기
 5. 할로윈 바구니 디자인하기
 6. English Conversation about America Culture

 

5명의 엄마들이 각자의 재능대로 미션을 맡아서 진행하니 힘든 점이 분배되어 참여하는 마음도 가벼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탄성에 모든 시름이 사라진 듯 했다. 모든 아이들이 모든 미션을 재미있게 수행했고 같은 금액을 모두 나눠가졌다. 마지막으로 할로인 머니로 마켓에 입장해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하게 하였다. 엄마들의 철저한 준비와 의도대로 같은 품목 색깔만 다르게 준비했고 어떠한 불만과 토로 없이 훌륭하게 마켓도 잘 치렀다.

올망졸망 모여 앉아 장 봐온 물건 꾸러미를 풀어보고 맛도 보고 장난감도 가지고 한 참 논다.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 했고, 모든 수고가 한올한올 피어올라 가을빛 하늘을 더 아름답게 수놓는 것 같았다. 너무 감격스러웠고 감사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내가 가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가졌다. 일전에 서울시에서 서울시 공원 아이디어 공모를 했었고 좋은 아이디어로 선택되어서 상품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그때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학습하는 프로그램 이였다. 내가 10년 넘게 살고 공부한 뉴욕시도 매년 여름 방학 때마다 대규모 공원에서는 썸머학교가 개설이 된다. 시에서 보조를 하고 아이들을 초대해 숲에서 교육을 한다. 자연에서 키운 아이들은 정신도 건강하고 자유롭지만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밝고 맑다.

핀란드는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로 유명한 나라다. 도시에 사는 핀란드인 들에게 비싸지 않는 자신만의 숲속 오두막이 있다고 들었다. 5일 동안 도시에서 열심히 생활 하다가 2일은 고즈넉한 캐빈에 머물며 심신의 피로를 자연에서 치료받고 온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자란 아이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언젠가 핀란드 한 초등학교에서 엄마를 주제를 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 아이들 같으면 엄마라는 주제 때문에 대부분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핀란드 아이들은 엄마라는 주제로 색다른 방법을 동원해 하얀 종이를 채웠다. 한 예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커다란 나무를 그리고 올해에 엄마나 나에게 주셨던 선물과 격려의 말을 나무열매로 표현했다. 독특한 표현력과 창의적인 생각이 부러웠다.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창의적인 상상에서 빛을 발하며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핀란드 회사 노키아는 1981년 최초로 이동 전화기를 제조 판매해 세기의 통신발달에 큰 공언을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유럽아이들 같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과 기회를 주자라는 의도에서 마을공동체 "자연에서 크는 아이들"(가제)로 엄마들과 아이들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이 모임을 통해서 "자연에서 책 읽기", "자연에서 글짓기", "자연과 함께 만들기" 등 그룹 프로제트를 체계화 하여 진행하려고 한다. 부모의 욕심으로 서울 8학군에 살며 미세먼지와 함께 호흡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자연 학습은 어쩜 아주 지극히도 당연한 아이들의 권리일지도 모른다.

또한 "학업 품앗이"도 운영하고 있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나는 영어를 맡고 오랜 시간 수학 강사를 한 경빈 엄마는 수학을 맡아 품앗이 교육을 2달째 이어오고 계속 이어간다. 덕분에 나는 수학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제로경비"로 우리 아이 수학 과외를 시키고 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국에서 살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15년의 시간들을 이웃들과 고스란히 풀어 놓고 싶다. 내년이면 우리 마을 공동체도 어느 정도 체계화가 되겠고 더 많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 이다. 이 조직이 이윤을 낼 수 있을 때에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긍정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마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10명에 9명이 "나는 절대 내 아이 못 가르쳐요"라고 한다.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조력자다. 완벽한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자주적이고 자조적인 학습인과 사회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조력자로서의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을 감히 조언하고 싶다. 존 듀이 선생님의 생각을 전하므로 이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교사의 주도적 권위적인 학습형태에서 아이 중심적 상호작용적인 수업으로 진행될 때 아이는 학습에 흥미를 느끼며 자주적인 형태의 학습을 할 수 있다. 엄마로서 최고의 특권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