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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잃은 사람들](2)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정치, 정책/복지정책, 문화 기획

by 소나무맨 2013. 12. 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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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잃은 사람들](2)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ㆍ쉴 새 없이 틱·톡·톡…“날 좀 내버려 둬”

“카톡, 카톡” “마!플!” “딩동!”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19일 오후 9시 서울 신촌의 한 맥줏집. 직장인 박은영씨(28·가명)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카카오톡, 마플, 네이버 밴드, 라인, 문자메시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 사진 봐라 진짜 웃긴다” “심심하다 뭐해” “포코팡에 초대합니다” “박은영씨 뉴스에 우리 회사 관련한 내용 떴으니까 확인하세요.”

메시지 더미에서 회사일과 관련한 메시지를 발견한 박씨는 한숨을 쉬었다. 곧바로 휴대전화로 해당 기사를 검색해서 확인한 뒤 팀장에게 보고했다. 거래처 직원과 함께 쓰는 또 다른 대화방에는 내일 점심 약속 시간 변경을 알리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퇴근 이후에라도 알림을 꺼놓을 수 없어요. 회사일과 관련한 카톡방이랑 밴드가 있거든요. 편리한 점도 있지만 감시받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박씨는 맥주를 들이켠 뒤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의 옆 테이블에서는 4명이서 온 일행이 한자리에 앉아 모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상당수 테이블의 풍경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씨는 3년 전 취업과 동시에 스마트폰 이용자가 됐다. 신세계가 열린 듯했지만 곧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일하는 도중 친구들의 수다 메시지나 게임 초대가 오는 반면, 친구들과 대화하는 도중에 회사로부터 공람이 도착했다. 새벽에도 스마트폰 메신저 울림에 깜짝깜짝 놀라 잠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자기 자신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시사잡지를 읽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뉴스를 훑어보는 게 더 익숙해졌다. “한번은 주말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이틀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낸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해방된 느낌이더라고요. 오랜만에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오늘 하루 내가 뭐했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어요.”

당신은 시간과 장소 구분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인터넷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예”라고 응답했다. 사실상 모든 국민이 24시간 동안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셈이다. 2년 전만 해도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5명꼴이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가구는 지난 9월 말 현재 전체의 79.7%로 2년 전(42.5%)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66분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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