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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총재’님의 등장 - 안철수 신당에 광주를 맡길것인가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2.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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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시 한 편 불러옵니다.

 

           서시

                 

                      나희덕

 

단 한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새로운 ‘총재’님의 등장 (2)


운교산방



안철수 신당에 광주를 맡길 수 있을까


안철수 신당 창당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별 실행위원 인선 뿐 아니라, 이제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네 명도 발표했다. 
이로써 그 동안 군불만 지펴오던 안철수 신당 창당 추진이 내년 지방선거에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 정치권의 격변과 정치의 재구성을 놓고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공동위원장에 광주지역을 대표한 윤장현 광주전남 비전 21 이사장이 눈에 띈다. 세간에 알려진 바대로 그는 오랫동안 광주지역 시민운동을 대표해왔다. 내년 지방선거의 광주시장 후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이는 이유다.

 
기왕에 안철수 신당이 기정사실화 됐으니, 이제부터 딱 꼬집어 얘기해 보자. 
여러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인물’과 관계없이 민주당과 자웅을 겨룰 만큼의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안철수의 새정치, 그 실체가 무엇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보인다. ‘새정치의 내용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정치권 안팎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호남과 광주가 보내는 고공 지지는 한결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안철수 신당에 지역의 정치적 명운을 걸어도 괜찮은가.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의 퇴행과 무능과는 달리 광주의 오랜 염원을 구현할 충분한 그릇이 되는가. 전국적 차원의 성패야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역차원에서 꼼꼼히 따져 물을 일이다. 광주에선 제대로 된 지방정부, 온전한 대표 구성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고, 그 바탕은 실력이다.


지난 대선 전 한 해 동안 우리가 그렸던 2013년 체제의 핵심정신은 ‘정의’와 ‘실력’이었다. 그 구체화된 방향은 바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다. 광주공동체의 핵심정신과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정의를 구현할 실력있는 시민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재정과 제도를 통해 철저하게 중앙정부에 예속된 지방정부의 미약함을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치사회와 지식사회, 그리고 시민사회의 튼튼한 구성이 필요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시민정부의 주인이자 광주공동체의 광주다움을 지켜갈, 깨끗한 뜻으로 깨어있는 조직된 광주시민이 자리해야 마땅하다. 


문제는 사람이다. 기실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실상 고수들은 전부 진주처럼 묻혀있기 마련이다. 
인구가 150만 명인데, 어찌 사람이 없을쏜가. 다만, 지금까지 함께 할 그릇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마다 변방에서 관찰자로만 견뎌낸 분들이 많다. 그동안 결국 저급한 권력욕을 고급한 사명감으로 포장한 사람들만이 지독하리만치 끈질기게 광주공동체의 살림을 도맡아 왜곡해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중앙정치의 비서출신이거나 전문성이라는 패션으로 치장된 전문관료 출신들이 차지해 온 현실이 참담할 지경이다. 한마디로 주군의 정치적 후광에 기댔거나 창의적 상상력과는 거리가 먼 관료들이 그저 그렇게 광주다움과 관계없이 자리를 보전하고 지역을 지배하고 살았다는 얘기다. 
광주공동체의 염원에 예민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대의와 원칙을 보검으로 여기고 역사적 시대정신을 거스르지 않는 줏대 있는 양심가를 호명해야 한다. 전문가의 식견과 지혜를 존중하고 타협과 통합의 유연함까지 겸비한 겸손한 리더를 발굴해야 한다. 공부하는 활동가, 생활현장에서 실천으로 단련된 마을리더를 예우해야 한다.  


안철수 사람들, 그들은 다르고 새로운가


지금 안철수 세력은 광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인물난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불나방처럼 달라붙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총재를 모시듯 윗선에 줄을 대며 사분오열 되어 있지 않는가. 정확히 지금까지 익숙한 구태정치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인물이 없다면서도 인물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겸손하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삼고초려 자세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다. 
인재영입위원회를 두고 공식적으로 자천 타천해가며 검증을 해가야 하는 것이 맞다. 실행위원 인선 때부터 그리해야 옳았고, 그래야만 비선에 의한 제 사람 심기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공증하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라도 만들어 광범위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마을과 지역의 숨은 인재들을 자유롭게 천거하는 ‘시민참여형 실행위원 인선’같은 방식은 왜 고려조차 안 했는가. 
몇몇 인사들이 다락방 수준의 정치공간에 앉아서 제한된 정보와 이해관계에 기반해 실행위원이니 뭐니 하며 인물을 점찍기 하다 보니, 그 안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이 득세하는 건 당연지사다. 
말은 그럴싸했다. 생활인으로서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문제의식을 갖췄으며,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사회구조개혁에 동참할 의지를 갖춘 인물들을 영입하겠다고 했다. 바로 안철수가 제시한 인재상이었다. 
그런데 그걸 대표할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새롭다고 다 새로운가. 그간 정치를 안 했으면 전부 자격을 줘도 되는가. 안철수의 새정치가 모호하다보니 함께 하는 사람조차 모호하다. 안철수가 오래된 문법으로 시종일관 ‘합리적 개혁주의’니 뭐니 하며 양비론만 남발하고 있으니, 도무지 철학과 노선을 찾아보기 어려운 무색무취 혹은 권력지상주의에 포로가 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안철수 흉내를 내고 있질 않는가. 


결국 현실을 보라. 
정치에 줄을 대기 위해 민주당에 찾아가 국회의원 특보하던 사람이 갑자기 안철수행을 타고 실행위원이 되질 않나, 고작 잘해봐야 리틀 강운태 수준도 못되는 고위관료들이 너나없이 옷을 벗고 출마준비를 하질 않나, 민주당 안에서도 혁신적인 정치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던 인사들이 어느새 철새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안철수 흉내를 내려고 하질 않나, 온갖 구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조차 진입하지 못하던 정치낭인들이 새정치 운운하며 신당행에 줄을 서려고 하질 않나, 도대체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혁명적 변화를 바라겠는가. 
이런 식이면 지방선거에서 한 번 시민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몇 개월도 안 돼 더 지독한 실망을 안기고 오히려 정치의 반동을 부를 공산이 다분하다. 그게 지지도를 앞세운 안철수식 어설픈 정치가 광주에게 드리우고 있는 먹구름이다.  


다시 묻는다. 광주를 어떻게 바꾸고자 하는가


광주는 또 다른 민주당을 염원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방자치 자멸의 20년을 대체할 정의와 실력을 갖춘 정당을 원한다. 광주를 국가에서 마을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돈에서 관계로, 계몽에서 경청으로, 규제에서 자유로, 형식에서 본질로 옮겨놓을 정치세력이어야만 광주의 광주다움을 완성할 수 있다. 

다시, 문제는 내용이다. 광주공동체의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 
과거식 정치의제가 이제는 생활정치와 일자리 문제, 시민과의 소통문제 등으로 이미 이행했다. 그런 차원에서 내용을 짜야 한다. 가령 경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살림이 나아질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철수 신당 세력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지금부터 ‘설계도’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광주의 경제규모는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적다. 1인당 GRDP가 7대 도시 가운데 6위이다. 미래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구 500만명 규모의 싱가폴이나 핀란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고사하고 국내의 7대 도시 중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자력적인 성장능력을 키우는데 실패해 왔기 때문이다. 광주는 광주 스스로가 미래산업을 설계하고, 그 설계된 내용을 우리들의 내재적이고 자발적인 동력을 끌어 모아 달성시키는 자립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산업의 발판을 전략산업과 사회적경제, 이른바 공동체경제와의 상생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21세기 최대의 화두인 일자리창출 측면에서도 전략산업만을 위주로 국제적 경쟁의 불안한 외나무다리를 건널 수는 없다. 한국경제, 정확히 한국기업의 지난 10년간의 성적표를 보더라도 왜 사회적경제와 공생해야 하는지 그 의미가 확실해진다. GDP의 40%를 재벌이 차지하고 있는 재벌과점의 나라, 제조업 중심의 생산력주의와 과학기술 중심의 정보통신산업이 많은 부가가치를 만듦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경제체제를 그대로 따라가다간 공도동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광주경제의 방향을 탈성장 시대의 문법에 맞게 새롭게 재구축해야 옳다. 협동소비와 협동조합으로 소유하고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협동하며 경제활동을 펼치는 구조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윤리적 소비자, 사회적기업가들이 공동체경제를 주도할 체제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광주경제를 광주다움으로 채울 수 있는 수단이자 저성장 시대를 대비할 지혜다. 


중도와 양비론의 빈수레로 광주를 삽질하지 말라


이런 차원에서 광주경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실력’이 필요하다. 본래 공동체성의 바탕이 튼실한 광주에서부터 공동체경제, 이른바 사회적 경제의 르네상스를 열어야 하고, 그 가능성의 기반도 훌륭하다. 국가도 시장도 아닌 영역, 즉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사회적경제의 대표도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처럼 마을경제를 활성화하는 단계까지 가는 게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완성이 아닐까 한다.  세상은 이제 먼 길의 첫걸음을 떼고 있다.’ 광주경제의 미래, 광주산업의 미래, 광주공동체의 광주다움으로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향과 방법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이 공동체 내부의 협동과 연대, 자립과 공생의 문화로 환류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안철수 세력의 복판 안에 이런 신념과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안철수 세력은 지금부터라도 광주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 그래서 단순하고 명확하게 시민들에게 내 놓을 줄 알아야 한다.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 준비가 안 되었다면, 새정치라는 관념적 문법과, 중도와 양비론으로 포장된 빈수레로 광주를 삽질하지 말라.


지금 이대로라면, 안철수 신당은 지방선거 후 궤멸한다.


안철수는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고 국민을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한 때 안철수와 동행했던 최장집 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의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보다 완벽하게 후퇴했다. 
이계안, 김효석 전 의원을 새정치 추진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심지어 전북에서는 강봉균 전 의원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을 만큼, 확실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건 민주당 왼쪽도 아니고 정확히 민주당 오른쪽을 넘어 새누리당과 교집합을 이루는 인사들이다. 현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에 와서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만 있을 뿐, 정치와 민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제시 못하고 거대 양당을 공히 비판만 하고 있을 뿐이다. 광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세력 즉 실행위원을 비롯해 여러 인사들이 어디 한 번 국정원 댓글 사태에 대해 집단적으로 언급이나 하던가. 거리와 골목에서 시민들의 분노에 발맞춰 투쟁이라도 하던가. 
오로지 안철수 인사들은 지방선거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 아닌가. 

새로운 정치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다. 좋은 정치, 착한 정치, 다른 정치란 수사로 완성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도탄에 빠진 현장에 투신하라. 지금부터 싸울 건 싸우고 배울 건 배우고 아래로 깊이 밑으로 기는 모습을 보여라. 그렇게 하다보면 새정치의 실체가 드러나질 않겠는가. 
지금 당장, 민초들과 연대하면서 눈물로 동행하지 못하는 세력이 무슨 미래의 희망이겠는가. 
선거용 정당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여론의 대세에 편승한 선거용 정당이다. 
해 나가는 모습이 그렇고, 그 안에 끼어있는 사람을 보니 그렇다. 지역·이념·세대 간 갈등을 넘어서는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적으로는 호남에 몰입하고 있고,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가장한 우향우다. 이대로 가면, 안철수 세력 혹은 안철수 신당은 궤멸하고 만다. 2년 전에 멈춰있는 안철수식의 난해한 문법과 안이한 현실인식은 기성정치에 실망한 선량한 민초들의 ‘묻지마 지지’를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철수 그리고 안철수 세력, 면도날 위를 걷듯이 긴장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미 안철수 신당은 특정정치세력이 아니라 목구멍이 포도청인 대다수 시민들의 정치적 염원을 담은 혁신과 변화의 저수지인 까닭이다. 적어도 대선패배 이후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광주, 이 곳 광주에선 특히 그렇다. 


안철수 신당, 광주정치의 변화의 뗏목이 돼라


안철수 세력에 대한 모진 비판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30년 민주당 독점은 안철수 뗏목을 타고 해체돼야 한다. 
설령 전국적으로는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안철수 신당이 광주에서 해야 할 역할이다. 선거용 정당으로 휘발되더라도, 지속가능한 정치가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야권분열이니 새누리당 이중대니 비난받으며 여러 정치적 역경이 예견되고 있으나,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야권은 분열을 넘어 파탄지경이니 좌고우면 말고 거침없이 나가라. 
이미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 시작됐다. 
지금 형국이면 어찌됐든 광주에서만큼은 민주당 대 안철수의 대결은 격렬한 전쟁이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전쟁의 꼭짓점이다. 정치시장 최초로 광주에서 민주당과 경쟁다운 경쟁을 치룰 기회다. 
경쟁구도를 만들어 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라. 안철수가 만든 게 아니다. 시민이 만들었다. 그 자체로 정치의 혁신이고 새정치의 출발이다. 그런 까닭에 광주의 안철수 세력, 제발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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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http://www.flickr.com/photos/88823166@N03/8171319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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