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하는 경제의 새 판, 여성이 만들 수 있다"

2013. 11. 26. 23:5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相生하는 경제의 새 판, 여성이 만들 수 있다"

  • 이정원 기자

  • 입력 : 2013.11.26 03:14

    '대안경제운동' 이론 구축한 캐서린 깁슨 교수, 梨大서 강연

    
	지난 2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캐서린 깁슨 교수가 사회적기업과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캐서린 깁슨 교수가 사회적기업과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경제는 이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데만 매달리는 자본주의적 기계가 아닙니다. 경제 주체 모두가 공생하도록 '새판을 짜야(reframing)'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3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만난 캐서린 깁슨 웨스턴시드니대학 교수는 '새판 짜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를 반환하라(2013)' '그따위 자본주의는 끝났다(1996)' 등의 저자인 깁슨 교수는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세계화, 비(非)시장 공동체 경제를 연구해온 호주의 여성학자다.

    그는 '새 판'에 대한 예로 뉴욕의 광고디자이너 쉬나 마테이켄이 시작한 '유니폼 프로젝트'를 들었다. 원피스 한 벌을 1년 동안 매일 다른 방식으로 코디해 입으며 하루 1달러씩 적립해 인도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프로젝트다. "유니폼 프로젝트의 예에서 보듯 '새판 짜기'는 아주 작은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세계를 변화시키는 초석이 된다"고 말했다.

    강연 후 깁슨 교수와 만난 김은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가 그렇게 완벽하지도, 필연적이지도 않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깁슨 교수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실천해온 대안경제운동을 이론화하고 실천해온 학자"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깁슨 교수는 '공동체경제협회(The Community Economies Collective)'의 멤버로 미국, 오스트리아, 유럽, 동남아 지역의 학자 활동가들과 연계해 대안 경제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몬드라곤 노동자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연간 매출 150억유로(약 22조8000억원)의 스페인 7대 기업인데 1956년 호세 마리아라는 신부가 세운 난로 공장으로 출발해 현재 제조업과 금융, 유통, 지식 정보 부문을 중심으로 120개 자회사를 운영합니다. 이 회사는 조합원을 해고하지 않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오히려 1만5000명을 새로 채용했지요. 특정 조합 경영 여건이 나빠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 그룹 내 다른 조합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합니다. 조합원이 곧 회사의 공동출자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대립이 줄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대안 경제의 한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김은실 교수는 "한국에서도 대안 경제운동이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6개 도, 13개 시군에서 이뤄지고 있는 '언니네 텃밭'은 여성 농민 생산자 공동체입니다. 제철 꾸러미를 통해 로컬 푸드 직거래를 실시하는데, 생산 계획부터 포장까지 모두 여성 농민들 손으로 이뤄지고 있지요. 가부장적 농촌 사회 속에서 여성이 생산의 주체로 나선다는 점, 그리고 소비자가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량 주권을 수호하고, 생명과 생태를 존중하는 유기농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 농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동체 경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