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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시리즈9) <수림문학상> 절대권력에 맞선 소시민의 분투기," 훌리건K"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1. 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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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학상> 절대권력에 맞선 소시민의 분투기

당선작 '훌리건 K'는 어떤 작품?…야구계를 한국사회 축소판으로 설정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제정한 제1회 수림문학상 당선작 '훌리건K'는 절대권력을 가진 야구심판 '판관 포청천'에 대항하다가 1급 훌리건으로 낙인찍힌 육손 투수의 파란만장한 분투기다.

작가 최홍훈(33) 씨는 절대권력이 군림하는 야구계를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설정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을 풍자하는 한편 유머와 재치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소설은 말 한마디로 경기결과마저 마음대로 조작하며 야구계를 좌지우지하던 심판 포청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판관 포청천의 충복인 공손 선생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야구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포했다.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동네야구 시합까지 송두리째 취소되었다. 야구연습장은 임시휴업을 했으며, 전자오락실에서도 야구게임의 전원은 남김없이 꺼졌다."

이런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서 화자의 가족은 제외돼 있다. 포청천의 판정에 뒤늦게 항의했다가 1급 훌리건이 된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도, 화자인 아들도 훌리건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야구장 출입이 금지된 1급 훌리건들은 포청천 애도 기간에 가택연금을 당한다.

포청천의 죽음을 계기로 화자는 아버지가 어쩌다 절대권력의 판정에 맞서 훌리건이 됐는지를 들려준다.

명백히 스트라이크 존을 지난 공을 심판인 포청천이 볼로 판정하면서 육손 투수였던 아버지는 고교야구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12년이 지나 서른 살이 된 아버지는 육손 중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가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운동권의 전설'이었던 연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뒤늦게 항소를 결심한다.

그러나 오심에 대한 증언을 바라고 찾아간 옛 동료들은 육손으로 던지는 공에 불온한 기운이 있었다면서 오히려 아버지를 탓한다. 낙심한 아버지는 피켓시위부터 할 생각으로 야구장을 찾았다가 포청천의 계속되는 오심에 분개해 벌떡 일어서지만 장내 선수와 관중 모두는 포청천의 판정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몇 번이나 항소를 포기하려 하지만 연인이 임신 사실을 고백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형은 야구가 그깟 공놀이로 전락하는 걸 막아야 해. 포청천의 손아귀에서 야구를 구해내야 해. 이것은 인생이, 아니 야구가 형에게 요구하는 거야."

아버지는 포청천을 어렵사리 만나 직접 항소하는 데 성공한다. 포청천도 아버지의 12년 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지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시민정신이 부족한 공이라 스트라이크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궤변을 펼친다.

아버지는 결국 판관모독죄를 언도받아 1급 훌리건이 된다. 연좌제로 아들인 화자까지 훌리건에 포함된다. 포청천은 당근과 채찍으로 아버지를 회유하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비전향 훌리건'으로 남기를 택한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대만 드라마 '포청천'을 기억한다면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포청천은 물론 공손 선생과 왕조, 마한, 장룡, 조호처럼 공정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추억의 인물들이 줄줄이 불공정의 마스코트로 등장해 웃음을 배가한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서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작품 속의 각주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nar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9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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