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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동일가치노동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

젠더(성별) 이슈

by 소나무맨 2013. 11. 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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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동일가치노동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13-08-08 17:48
조회 : 12
[여성신문]

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할 수 있는 재원이 되고 노동가치에 대한 경제적 평가가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그런데 여성의 직무수행 능력을 저평가해온 고정관념에 기초해 성별에 따라 모집, 채용, 직무배치, 교육훈련을 다르게 하고 이에 따라 임금의 성별 차이를 정당화한 고용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이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여러 국제협약을 통해 국가에 실행하도록 촉구한 것이 남녀가 동일한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을 했다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이 1989년 4월 1일 1차 개정될 때 이 원칙에 따라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법조항(현행법의 제8조)을 만들었다.

이를 최초로 적용한 판결은 연세대의 여성 일용직 청소원 3명이 남성 방호원들(정규직)과 동일가치 노동을 하는데도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낮은 임금을 받았다며 차액을 청구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서울민사지방법원 서부지원(1991.6.27 선고)이 여성 일용직과 남성 방호원은 고용 형태와 업무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가치 노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동일가치 노동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는 당시, 주로 미국의 ‘동일임금법’과 관련 규칙을 참조해 판단 기준으로서 기술·노력·책임·작업조건의 의미를 처음으로 판시한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지만, 업무 내용이 사실상 같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정밀한 검토 없이 배척한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판결의 영향으로 그후 약 10년간 임금상의 성차별에 관해 여성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타일제조공장 한길사가 취업규칙에 종업원에 대한 임금을 정하는 기준에 ‘성별’을 명시하고 생산직(일용직)에 대해 성별에 따라 다소 다른 직무를 배정하고 임금에 차이를 두자 불리한 처우를 받은 여성들이 사업주를 고소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판결인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2001.9.23 선고)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위반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2002.7.11 선고)은 항소심에서 “여성들이 담당한 업무는 특별한 기술이나 숙련도, 체력을 요하지 아니하는 업무인 반면 남성들이 담당한 업무는 무거운 기계나 원료를 운반, 투입해야 하는 체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이거나 기계에 대한 숙련도와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업무이므로 여성과 남성의 노동은 ‘동일가치의 노동’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법원(2003.3.14 선고)은 학력, 경력, 기술 등 다른 기준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남녀 근로자에 대해 성별에 따라 미리 일률적으로 책정된 일당을 적용해 남자보다 여자의 임금을 낮게 정했고 일부 남성들이 여성보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거나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지만 특별히 고도의 노동강도를 요하는 것이었다든가 기계작동을 위한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요구됐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남녀 간 임금의 차별 지급을 정당화할 정도로 ‘기술’과 ‘노력’상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남녀 동일가치 노동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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