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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의 성공조건2.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10. 3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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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의 성공조건2.

-주몽의 꿈

안철수 의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길은 있는데, 그 길을 따라나서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아서다. ‘따라나서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안철수 의원 자신’과 안철수 의원과 함께 정치를 하려는 ‘안철수 세력’은 정치적 진로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안 의원과 만났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철수 의원은 이제 차츰 현실정치의 어려움 그리고 현실정치 성공의 경로를 깨달아가는 듯하다. 대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 꽤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준비’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의원의 고민은 두 가지로 정리가능하다. 신당의 창당 시기로서 지금이 적절한가? 곧바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일이 과연 옳은가?
신당의 창당시기가 문제가 되는 점은 신당이 과연 6.4 지방선거의 시련을 견뎌낼 지 여부와 지금 정도의 인적 구성으로 만들어진 신당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가(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안의원의 고민을 이해하려면 유시민의 패러독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시민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국민참여당을 만들었다. 그전에 개혁신당을 만들어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가 당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도 주저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만든 국민참여당은 그의 정치적 몰락을 초래한 주요한 요인이 됐다.
유시민이 국참당을 만들지 않고 민주당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민주당의 비당권파로 남아 국민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싸우는 야당속의 야당이 됐다면? 민주당 당권파의 횡포와 무능에 좌절한 국민은 유시민을 주목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기성정치의 무능과 부패, 무비전에 염증을 낸 ‘안철수현상’은 ‘유시민 현상’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지난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이 아니라 유시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은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의 이익을 위해 민주당과 다투면서 파당의 지도자로 격하됐고 결국 경기지사 선거에서 야권의 지지를 결집할 수 없었다. 그이후의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유시민은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신의 지지자집단을 당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다니고 살려내느라 모든 정치적 에너지를 소진하고 말았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유시민과 그의 지지자들의 조직인 국민참여당은 서로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랐던 것이다.
유시민은 그런 상황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당을 만들고 허무는 것이 그에게는 가벼운 일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열혈지지자들과 함께 어울려 기존정치를 비판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는 유시민이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안철수는 적어도 유시민보다는 한 수 위다.
안철수의 고민을 짚어보자. 첫째 과연 신당을 ‘지금’ 만드는 것이 옳은가? 그 신당이 6.4 지방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할 경우 그 짐은 고스란히 안철수의 몫이 된다. 그리고 새정치를 내건 정당 중 총선 직전에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고는 정치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질문이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듯하다. 더 큰 고민은, 지금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잠정적 결론은 이런 것인 듯하다. ‘당은 만든다. 그러나 지금 정도로는 안 된다. 문제는 사람이다.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 있고 비중 있는 인사들의 참여가 있어야 당을 만든다. 지금 인재가 모이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또 하나의 고민은 ‘안철수 대통령’의 경로이다. 
차기 대선에 바로 나가는 것이 옳은가? 국가경영에 필요한 행정경험과 능력의 입증이 없다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다른 사람 같으면 지자체장 경력여부는 보여주기 위한  스펙의 문제겠지만 안철수 의원은 아마 이 문제를 심각한 자기결함의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최근 안 의원과 많은 대화를 나눈 한 중진정치인의 조언은 시사적이다. 그는 안 의원에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의원의 반응은 알 수 없다.   

당장 6.4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사람들로선 열통 터지는 상황이다. 당을 만들고 세를 규합하려면 지금 당장 창당 일정이 나와도 시원찮은데,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이들에게, 자신의 힘이 아닌, 안철수 바람을 ‘업고’ 선거를 치르려는 사람이나 세력으로 만든 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려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비빌 언덕’ 없이 민주당의 오랜 독점적 지배구조(야권에서의)를 깨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이 자파를 살리려다가 자기가 망한 ‘유시민 패러독스’를 피하고, 야권의 대권주자로 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길은 없는가? 1편에서 나는 사람에게 답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란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 한사람으로 좁혀도 좋다.
안철수가 사람들을 얼마나 만나느냐, 만난 사람들 속에서 인물을 얼마나 잘 가려내느냐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어떻게 정치를 해나가느냐에 그의 운명이, 새정치의 성공이 달려있는 것이다. 

지금 안철수가 닥친 최대의 난제는 새정치를 같이 할 좋은 인재들의 부족이다. 인재풀의 부족은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하나는 안철수가 아는 사람, 만난 사람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안철수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가운데 안철수와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명저 <대통령이야기>의 저자 강준식 선생에 따르면 대선 후보급 정치인은 약 5천명의 인재를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안철수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의 제휴 또는 연대를 예측한다. 둘 사이가 매우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 같은 제휴가 실현되면 둘에게 정치적 힘의 증대를 가져다줄까? 둘의 연합이 정계개편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그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철수는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한 성공한 CEO 출신이고 손학규 또한 지난 20년래 정치인 이력서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당 대표 출신이다. 2017년 70살이 되는 손 대표는 양보할 것이 별로 없다. 결국 안철수 의원이 당장은 그를 ‘상전’으로 모시면서 진검승부를 기다리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안철수에게 달렸다.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이 연대실험에서 성공한다면 안철수는 어떤 행정경험이나 국정운영능력보다 더 큰 점수를 얻을 것이다. 
사람의 문제를 제도로 푸는 방법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각제를 도입하여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는 빅딜을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오래전부터 내각제에 기울어져 있는 의원이 많다. 더욱이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어서 내각제는 더욱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사람자체의 능력으로 문제를 풀기 어려울수록 제도로 사람의 문제를 풀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내각제가 되면 새누리당, 민주당 외에 안철수신당이 제3당구조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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