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요 부풀리기
2013. 10. 21. 20:16ㆍ교통, 자전거, 보행
교통수요 부풀리기
-태백산맥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잘못된 민자 사업에 대한 국회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투자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대주주로 있는 인천신공항 고속도로계약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민자도로 운영사가 매년 1000억원이 넘는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보전을 받고, 대신 도로 이용자들은 비싼 통행료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교통량은 당초 정부 수요예측치의 47%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1조 원 가량의 최소운영수익을 지급해야 한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혈세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도로 이용자는 20%나 부풀려진 고속도로 통행료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용인경전철과 관련하여 일부 용인시민들이 잘못된 사업을 진행한 것과 관련하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용인경전철은 이정문 전 용인시장이 취임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건설계약은 2004년에, 본격적인 착공은 2005년부터 이루어져 2013. 4월에 개통됐다. 용인경전철 역시 최초 설계당시에는 하루 평균 17만 명이 탑승할 것이라는 수요예측을 전제로 건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완공 후에 탑승객 수를 조사해 보니 하루 평균 9,000명, 최초 수요예측의 5%에 불과했다.
의정부경전철 역시 원래 승객수요예측은 하루 평균 8만 명이지만 개통결과는 예측수요의 20%에도 못 미치는 1만5천명에 불과하다. 결국 적자에 시달리는 의정부경전철 운영사는 파산을 시킨 다음, 최초 계약대로 시설비를 지방자치단체인 의정부 시에 부담시키려고 하고 있다.
용인경전철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들은 가장 중요한 수요예측을 한 교통개발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 전․현직 용인시장 3명, 관련 공무원 6명, 시의원, 건설사 등이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해볼 점은 수요예측결과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도록 한교통개발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나올 것인지 하는 여부이다.
물론 용인경전철 역시 구조적 토착 비리의 부산물이기는 하지만, 그런 토착비리에 그럴듯한 사기(詐欺)적 명분을 만들어준 가짜 ‘박사, 전문가’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여부이다. 수요예측결과가 그토록 부정확한 공사들은 주변에 널리 깔려 있다. 맥쿼리가 주인인 광주민자순환고속도로, 서울 우면산터널, 무안국제공항, 양양공항, 김해경전철 등등. 박사학위와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수요예측은 틀린 결과로 확인되었다. 그 뿐인가 연구용역비용으로 수십억원의 용역료를 받고도 그렇게 잘못된 보고서를 내 놓았다면 이들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엄중한 처벌과 퇴출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예산낭비를 막겠다며 예비 타당성 조사, 디지털 예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예산 낭비는 여전하다. 필요 없는 사업을 정치인들이 억지로 만들어 시작하고, 수요량과 예산은 부풀려 지고, 완공 후엔 이용객이 없어 헛돈을 쓴 것으로 판명이 나도, 지금까지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묻는 선례를 남겨야 할 때이다. 그래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질 걸로 보이는데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이런 무분별한 개발 정책에 대한 제어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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