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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관료 카르텔과 민주주의 해체 시도- 국정원 사태 본질과 국정원 개혁 원칙=김인회(인하대 법학대학원 부교수, 민변사법위원장)

정치, 정책/미래정책과 정치 전략

by 소나무맨 2013. 9. 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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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관료 카르텔과 민주주의 해체 시도- 국정원 사태 본질과 국정원 개혁 원칙

김인회(인하대 법학대학원 부교수, 민변사법위원장)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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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5  12: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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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관료 카르텔과 민주주의 해체 시도
국정원 사태 본질과 국정원 개혁 원칙 

김인회(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 민변 사법위원장)


1 . 머리말

민주주의가 해체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기초를 위협하는 신호이다. 한때 우리는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도 달성했다고 내외에 자랑한 적이 있었다. 근대화, 경제발전은 이미 통계로 증명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심각한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여성차별, 불충분한 복지, 재벌의 권력남용에 따른 시장경제 교란, 경제력 집중,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 혁신동력의 상실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다만 이런 문제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함께 모색했던 노력의 산물이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동반성장 등이 연구, 모색, 시도되었다. 그리고 IMF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발전, 동반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동할 민주주의는 계속 해체되고 있다. 아니 공격당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 중에서도 가장 기초인 선거제도가 공격당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재생산을 위하여 정치권력과 정보관료조직이 합작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정권 재생산, 선거개입, 국내정치 개입, 공안통치 등에 최적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앙정보부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정보기관의 역사와 현재의 조직구조, 막강한 권한과 비밀주의, 관료의 속성, 한국 정치의 안보 우위성 등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국정원은 아무런 고민이나 갈등 없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정치권력과 함께 실제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태이다.

국기문란사태이고 엄중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있지 않은 것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이 정도의 큰 범죄행위라면 내부고발자라도 나와야 정상이지 않을까? 그러나 내부고발자는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국정원의 틀을 깨려고 하지 않는다. 범죄행위이므로 철저히 수사하여 사실을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그리고 정치권력과 함께 진실규명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검찰도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내부 직원을 기소유예하면서 사태를 축소하고, 나아가 오히려 고발자를 기소하는 등 국정원을 보호하고 있다.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NLL 논쟁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안보가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확인하기 위한 논쟁이다. 안보가 중요하다면 모든 불법이 허용되고 심지어 민주적 통제도 필요없다는 것을 국정원이 실천하고 있다. 이것 역시 정치권력이 국정원과 함께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을 지탱해 온 신화 중의 하나인 안보를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비판세력을 억압하고 반공과 안보 이데올로기로 한국을 과거로 되돌리려고 하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관료조직의 이익은 극대화된다.

이 글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논쟁의 본질적 의미를 밝혀보고자 한다. 즉,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논쟁의 배후에 있는 몸통을 밝히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것은 안보통치를 매개로 한, 정치권력과 정보관료를 포함한 공권력관료의 카르텔, 복합체이다. 이 과정에서 이글은 당면한 과제인 국정원 개혁방안을 모색한다. 국정원의 제도적 개혁방안은 이미 많이 제안된 상태이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벌어진 국정원의 퇴행적 행태에 대한 반성으로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되어 있다. 문제는 제도개혁만으로는 국정원이 제대로 개혁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국정원 개혁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성과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개혁방안을 정식화 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한국형 관료제, 특히 공권력관료의 본질을 밝히고 이를 개혁할 원칙도 포함되어야 한다.

2.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NLL 논쟁

(1) 국정원 선거개입과 수사과정

국정원의 제18대 대통령선거개입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취임부터 시작된다.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경찰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은 2009.2. 제 30대 국정원장에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원세훈 전원장은 2009.3. 심리전단을 제3차장 산하의 독립부서로 개편한 후 2010.10. 사이버팀을 3개팀, 2012.2. 4개팀 70여명으로 확대개편한다. 이후 원세훈 전원장은 매월 개최되는 부서장회의에서 각종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지시사항의 내용은 주요 국정현안에 관해 정부 입장을 옹호하도록 하는 한편,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기타 정부반대세력에 적극 대응하고 대통령의 외교실적, 경제성과 등을 널리 홍보하는 것이었다. 특히 원세훈 전원장은 사이버팀 요원들에게 ‘주요 이슈와 논지’를 하달했다. 이 지시에 따라 사이버팀 요원들은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모니터링하면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여 하달 받은 논지에 따른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고 추천, 반대 클릭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전개했다. 원세훈 전원장은 구체적인 선거개입도 지시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선거와 관련하여 정부정책 반대활동을 강화하고 제도권 진입을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들 세력의 선거공간 개입, 제도권 진입 시도를 적극 차단하고 확실히 대처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특히 원세훈 전원장은 선거개입 지시를 하면서 “우리 국정원은 금년(2012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지는 거야, 여러분들 알잖아”, “종북좌파들이… 우리 원 공격도 여러 방법으로 할 것” 등의 발언을 하여 국정원의 존폐문제로 국정원 직원들을 독려했다. 특정 정치권력과 국정원이 운명공동체임을 시사한 것이다.

원세훈 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 등이 한 행위를 종합하면 게시글, 댓글 작성을 통한 국정원법위반 행위가 1,970회, 선거법위반 행위가 73회에 이른다.

국정원의 활동은 결국 2012.12.11. 대통령 선거 직전 발각되었다. 심리정보국 소속의 직원이 자택에서 댓글공작을 하는 것이 발각된 것이다. 다음 날,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국정원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2일 앞둔 시점에서 심야에 중간수사 발표를 했다. 그 내용은 국정원 직원이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나 비방댓글을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중간수사발표에 대하여 경찰 내부에서 폭로가 있었다. 2013.4. 권은희 전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서울경찰청 고위층이 국정원 수사 축소 은폐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후 검찰의 수사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김용판 전서울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관들의 100 페이지 보고서를 모두 폐기하도록 지시했고 컴퓨터 기록이 남지 않도록 상부보고서를 수기로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2013.4.18. 경찰은 최종 수사발표를 했다. 국정원에 대한 직접 수사 없이 정치관여 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국정원 직원에 한정해 수사를 진행한 결과 경찰은 국정원 직원 2명과 1명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기소의견, 출석불응 중인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핵심적인 사항인 공직선거법위반 행위, 선거개입 행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곧 검찰의 보강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2012.6.14.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선거개입)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은 불구속 기소, 경찰 수사과정에서 축소 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김용판 전 청장은 공직선거법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검찰수사가 경찰수사보다 뛰어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첫째,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모두 기소유예했다는 점, 둘째, 국정원의 선거개입 내용을 제보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을 국정원직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는 점, 셋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원세훈 전원장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원세훈 전원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게 되었고 결국 원세훈 전원장이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점 등이다. 이것은 모두 사실을 축소하는 것들이다.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부실 ·은폐 수사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리한 정쟁과 원세훈, 김용판 등 핵심 증인의 비협조, NLL 사태 발생 등의 문제가 겹쳐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2) 국가정보원은 과거 중앙정보부로부터 벗어났는가?

검찰의 수사결과에 의하면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그 자체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심각한 국기문란사건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 선거개입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민주화된 문화속에서 어느 정도 정착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어쩌다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장하는 헌법 질서가 항시 유린되고 있었고,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이 국정원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무시되고 있었다. 국정원은 도로 중앙정보부가 되어 버렸다.

경찰과 검찰 역시 수사과정에서 일관하여 국정원을 옹호했다. 경찰의 축소와 은폐지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경찰의 축소와 은폐는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검찰 역시 사건을 축소시켰다. 실제 선거개입을 한 국정원 직원을 기소유예한 것은 상사의 위법, 불법적인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의무가 없고 책임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확립된 학설과 대법원 판례를 무시한 결정이다. 법해석을 왜곡하면서까지 국정원을 보호한 것이다. 검찰이 내부고발자를 기소한 것은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어야 할 공무원에게 국가우선주의의식, 관료의식을 강요한 것으로 매우 우려되는 결정이다. 경찰과 검찰 역시 국기문란사건에 함께 연루된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공권력관료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하지만 이글의 문제의식은 국정원의 문제점과 그 개혁방안에 있으므로 국정원 문제에 집중하고 검찰과 경찰은 다른 지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직무범위 측면에서 본 국정원, 중앙정보부의 동일성

국정원이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면서 정치권력과 함께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다른 공권력관료들이 이를 옹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정원의 뿌리가 중앙정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정원이 중앙정보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5.16 군사쿠데타로 창설된 중앙정보부가 박정희 군사정권 유지를 위하여 출범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첫째, 5.16 군사쿠데타 당일 김종필이 최우선적으로 중앙정보부 설립 구상을 제시하고 곧바로 창설작업에 착수하고 5.25.에는 최고회의령 제2호로 부장에 임명된 사실, 둘째, 5.28. 국가재건최고회의 내무위원회의 제1호 안건으로 중앙정보부설치안이 상정·의결된 사실, 셋째, 중앙정보부법이 5.31. 국가재건최고회의 제12차 본회의에서 상정·의결되고 6.10. 공포되어 중앙정보부가 5.16 쿠데타 이후 불과 1달도 안되어 출범한 사실, 넷째, 중앙정보부법은 6.10. 공포되었지만 그 이전에 이미 국가재건최고회의 중앙정보부는 존재하고 있어 중앙정보부법에 의하여 설치된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은 중앙정보부가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중앙정보부의 역할은 중앙정보부법의 직무범위로 나타난다. 중앙정보부의 직무는 5.16 이후 지금까지 큰 차이가 없다. 먼저 제정 중앙정보부법은 그 기능을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각부 정보수사활동을 조정감독”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 규정은 민정 이양 이후 중앙정보부법의 직무범위로 좀 더 구체화된다.

제2조 (직무) ① 정보부는 다음 각 호에 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대공 및 대정부전복) 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 및 시설과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3. 형법중 내란의 죄·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이적의 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
4. 정보부직원의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업무의 조정·감독
② 전항 제 2 호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제5호에 정하는 조정·감독의 범위와 대상기관 및 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위의 직무범위는 현재 국가정보원법의 직무범위와 사실상 동일하다. 문민정부 5년과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 명칭 역시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변경되었고 수많은 개혁과 혁신이 있었다고 하나 테러와 국제범죄조직정보가 추가되는 등 문구상의 수정만 있을 뿐 중앙정보부 직무와 동일하다.

제3조 (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對共), 대정부전복 (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 ·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형법」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② 제1항 제1호 및 제2호의 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같은 항 제5호에 따른 기획 ·조정의 범위와 대상 기관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직무범위의 동일성은 첫째, 국정원이 중앙정보부의 정체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 둘째, 국정원 권한과 활동에 대한 분산과 견제라는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셋째, 그 결과 국정원이 언제라도 다시 중앙정보부로 과거회귀 할 수 있는 제도적 기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국정원에 대한 통제를 위하여 정치활동 금지, 직권남용금지 규정이 있고, 그 위반에 대하여 벌칙도 규정되어 있다. 불법행위를 규율하는 다른 형사법 체계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의 직무에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국정원에 있는 이상 이러한 규정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일 이러 규정이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원을 통제하고자 하는 규정들은 국정원의 직무범위 규정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과거사 발전위 조사결과와 국정원, 중앙정보부의 동일성

과거 군부독재,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중앙정보부로 대표되는 국가정보기관은 헌법과 법률을 항상적, 조직적으로 위반했다. 국가정보기관은 주권자인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을 일삼았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의 조사결과 확인되었다.

과거사 발전위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권고’에서,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는 국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국가 위의 국가’로 군림했다. 이는 중정과 안기부가 국가최고정보기관으로서 국익과 국가안보를 수호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기 보다는 권위주의 정권의 정권안보를 위해 일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과거사 발전위의 평가는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서 날카롭고 정확하다. 국정원 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참여정부의 과거사 정리작업이 지금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정원 과거사 발전위 활동 결과 중앙정보부와 국정원의 원래 속성, 경향이 제도적, 비가역적으로 바뀌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정원이 중앙정보부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는가 하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직무범위를 둘러싼 제도적 개혁,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위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국가정보기관이 국가 위의 국가로서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의 정권안보를 위하여 일하는 기관으로 다시 회복되었다는 사실도 이번 정치개입, 선거개입 사태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와의 단절에 실패한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정원 과거사 정리작업은 국가 및 국가정보원의 정통성을 새롭게 세우는 작업으로서 그 자체로 매우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중 중요했지만 일부였고 그 영향력도 제한적이었다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부활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이 증가하면 국정원의 활동도 증가하고, 그 역으로 국정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질수록 국가보안법 위반사례도 증가한다. 오히려 국정원 활동의 활성화가 국가보안법 위반사례의 증가를 초래했다는 후자의 설명이 한국에서는 더 타당하다. 민주정부 이전의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이 작동하는 기제였다. 이러한 현상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을 포함한 안보위해사범 검거실적과 사이버 보안활동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국정원의 적극적 활동의 배경이자 결과이다. 먼저 경찰의 안보위해사범 검거실적이다.

다음의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2009년을 기점으로 2배 이상 증가 하였는데 특히 찬양·고무 / 선전·선동 혐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불법폭력 시위사범 역시 2009년을 기점으로 증가한다. 원세훈 전원장의 취임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표1] 안보위해사범 검거실적(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13, 381면)

   
 
다음은 경찰의 사이버 보안활동 실적이다. 

             [표2] 사이버 보안활동 실적(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13, 382면)
   
 
역시 2009년을 기점으로 불법문건 삭제와 불법카페 폐쇄, 트위트 등 계정 차단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또 다시 원세훈 전원장이다. 원세훈 전원장의 등장으로 국가보안법의 적용, 안보수사의 수준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선거개입의 문제를 넘어 안보를 이용한 통치, 공안통치가 시작된 것이다. 국정원이 중앙정보부로 돌아갔듯이 국가보안법 역시 과거의 무소불위의 시대로 돌아갔다.

(3)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평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가정보원이 퇴행한 점은 따로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참담한 국정원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국정원 개혁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활동은 대내적으로는 정치개입와 인권침해, 대외적으로는 정보수집의 실패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이석범 변호사는 광범위한 불법사찰, 주요 정보수집의 실패, 인권침해적 수사, 국회 정보위원회의 통제 실패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국내 불법사찰 및 정치개입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한나라당 (정태근, 정두언, 박근혜) 및 민주당(이해찬 총리의 이강진 전 공보수석) 사찰, 김성호 전원장 사찰, 법원 재판, 검찰수사에 관여 (BBK 재판, 노 전대통령 수사), 언론사 관여(김회선 전2차장 언론 대책회의 참석, 탈북자 출신 언론사 기자 사찰), 노동조합 사찰(통합공무원 노조 출범 방해 외압의혹, 기륭전자 노조 탄압의혹 등), 시민사회단체 탄압(후원기업 압박, 활동가 사찰 -박원순 시장 증언), 문화행사 탄압(불교계 행사 방해, 환경영화제 개최 방해 등), 4대강사업 비판 교수모임 및 지역대책위 주민 회유, 프랑크 라뤼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사찰, 2008. 10. 부산노동청 국정감사 개입, 인사청문회 정보제공자 사찰, 명진스님 퇴출 개입 등이 그것이다.

둘째, 주요 정보수집 실패 사례로는 2011.3.16.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인 롯데호텔에 잠입하여 노트북을 뒤지다 발각되어 절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사건, 2011.12.19. 북한 조선중앙 TV의 방송 발표 때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몰랐던 사례, 2012.12.12.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3호의 실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에 대한 정보 획득 실패 사례 등이 있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기능을 강화 하면서 대북정보 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이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보여진다.

셋째, 인권침해 수사 사례로는 왕재산 사건이 있다. 왕재산 사건에서는 검사의 기소가 이루어지고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조직과 유관하다는 혐의로 130 여명에게 무차별적으로 소환을 요구하는 등 인권침해 수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공소사실 중 핵심적인 반국가단체 결성 및 가입 부분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리고 국정원의 수사도 주로 선거시기나 광우병촛불시위 시기에 주로 발생하였고 언론보도와는 달리 대부분 사건의 혐의가 수사과정에서 축소되거나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국회 정보위원회의 통제 실패 현상은 국회정보위원회의 소관 법률안 처리가 극히 저조하고 처리법안도 국정원의 감시와 통제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 예·결산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 등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이석범 변호사가 정리한 위와 같은 이명박 정부하의 국정원 현상 외에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민간인의 정보원활용과 탈북자에 대한 수사가 그것이다.

먼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의 정보원 활용 문제이다. 국정원은 이번 선거개입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아닌 민간인을 동원했다. 상당한 금액의 돈이 국정원에서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국정원의 소위 “더러운 업무”를 대신하고 있을까? 이들 민간인 정보원들이 국정원이 사실상 하기 힘든, 혹은 해서는 안되는 불법·부당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라면 굳이 민간인을 동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개입사건 역시 불법적인 업무였기 때문에 민간인 정보원이 동원된 것이다. 국정원 직원은 공무원으로서 국가정보원법,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민간인은 그렇지 않다. 견제와 감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또한 민간인 정보원은 일반 국민을 정보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더불어 국민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장한다. 민간인 정보원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이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그 체계는 어떻게 되고 책임자는 누구인지, 그 예산은 얼마인지 등 민간인 정보원에 대한 사실은 시급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처음부터 차단해야 한다.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정원의 탈북자 수사이다. 최근 국정원의 탈북자 수사는 단순한 인권침해에 그치지 않고 간첩조작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화교출신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간첩 사건”이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1호인 유모씨는 국가정보원법 제12조(예산회계)는 “국정원은 세출예산을 요구할 때 관(款)·항(項)을 국가정보원비와 정보비로 하여 총액으로 요구하며, 그 산출내역과 「국가재정법」 제34조에 따른 예산안의 첨부서류는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다(제2항), 국정원의 예산 중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제3항),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의 예산심의를 비공개로 하며, 국회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국정원의 예산 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항)”고 규정하여 예산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포기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정보원법 제14조(회계검사 및 직무감찰의 보고)는 “원장은 그 책임 하에 소관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원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감찰을 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회계감사 및 직무감찰도 국정원 스스로에게 맡기고 있다.

2013.2.26.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으로서 국내 탈북자 신원정보를 수집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구속기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천주교인권위원회와 민변은 4.27. '국가정보원 탈북 화교 남매 간첩조작 사건 여동생 긴급 기자회견' 을 열고 이 사건을 국정원이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와 민변은 유씨의 간첩혐의에 대한 거의 유일한 증거가 여동생의 진술인데, 여동생은 2012.10.30. 제주도로 입국한 이후부터 180일 동안 국정원 산하 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대한민국에 정착할 수 있는지 조사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빠 유씨의 간첩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재판 내외에서 극심하게 다투어졌다.

재판결과 8.22.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간첩, 특수잠입·탈출, 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는 무죄로, 여권법 위반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 형사부2013 고합186 판결).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다투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판중심주의에 기초한 최근 법원의 실무와 1심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최선을 다한 사정을 살펴보면 최종적으로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일 민변 변호사들의 주장과 제1심 법원의 판결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간첩조작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또 다른 국정원의 권한남용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이전 중앙정보부시절부터 이어온 간첩조작의 부활이다. 취약한 탈북자의 처지를 이용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은 특히 우려된다. 탈북자들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서 이들의 인권이 취약하고 국가적, 사회적으로 쉽게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수사권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4) 국정원과 국가보안법

국정원의 권한남용, 그리고 과거 중앙정보부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은 아직까지 없었다. 제도개혁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앙정보부로 되돌아 갈 수 없도록 하는 비가역적인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 국정원 과거사 발전위의 활동도 이에 미치지는 못했다.

국가정보원은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3명을 상대로 “화교 출신 탈북자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국정원이 구속한 유OO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관해 변호인들이 기자회견 방법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회유·협박·폭행·감금에 의해 사건을 조작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국정원과 그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인의 변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정원 활동에 대한 견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손해배상소송은 합법을 가장한 헌법상의 권리 침해로서 국가기관으로서는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국정원을 둘러싼 이러한 현실은 국정원 활동의 기반이 되는 정치적, 제도적, 법률적, 문화적 기반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반이 집중된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안보정치의 정보력과 물리력은 국정원이 담당하고, 정치적, 제도적, 법률적 기반은 국가보안법이 담당한다. 안보정치의 또 다른 물리력은 물론 검찰과 경찰인데 구체적으로 공안부 등이 그것이다.

이번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NLL 논쟁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국가보안법은 외부의 적이라는 북한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라는 야당 정치인, 정권반대세력, 비판세력, 민중생존권 투쟁에 대한 통제와 처벌 장치이다.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국정원은 중앙정보부로 회귀할 가능성을 언제든지 안고 있다. 최근에는 야당 정치인, 정권반대세력, 비판세력,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종북좌파”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탄압하고 있다.

원세훈 전원장의 지시내용에서 이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2010.1.22),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문제”(2010.7.19), “국책사업 등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면 종북좌파들의 현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으므로 종북세력 척결과 국정성과 홍보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연결되는 문제, 국정 성과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종북좌파에게 이기는 길”(2012.6.15), “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됩니다. 10월 26일날 재보선이 있는데 북한까지 나서가지고 지금 범야권 선거운동을 하고 있잖아요”(2011.10.21), “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국내 종북좌파를 척결하는 것은 물론 그 동조세력들도 면민하게 점검해야 할 것임.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제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함”(2012.6.15 )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원세훈 전원장의 발언은 국정원의 활동방침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국정원은 “북한-종북세력 -야당정치인-정권비판세력”을 하나의 묶음으로 취급한다. 북한에 대한 정보활동과 정권비판세력에 대한 정보활동 혹은 심리전은 이런 구조에서는 서로 구분될 수 없다. 모두가 국가의 적이고 정권의 적인 것이다. 종북좌파라는 개념을 매개로 한 공안개념의 극대화는 공안통치의 새로운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국가보안법에 존재하는 이적단체, 찬양·고무 조항 활용의 새로운 치장일 뿐이다.

종북좌파를 이용하는 형태 및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이호중교수가 이호중, 공안기구 종북매카시즘의 실태와 문제점-정치개입의 이데올로기 ‘종북’(국정원대선개입 사건평가와 공간기구 개혁 토론회 자료집(2013.7.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에서 자세하게 평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이면서 법제도적 장치이다. 앞의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검거실적>과 <사이버 보안활동 실적>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민주적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민주적 권리는 비가역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안보통치, 공안통치의 핵심고리인 것이다. 국정원의 개혁을 논의하면서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

(5) NLL 논쟁과 안보정치

NLL 논쟁은 복잡하다. 쟁점이 많지만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 발언을 했는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했는가. 셋째, 이처럼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는가. 넷째,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 역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닌가. 다섯째,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국정원의 제18대 대통령 선거개입 문제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닌가. 여섯째, 남북정상회담 원본은 왜 대통령기록관에 없는가. 일곱째, 만일 남북정상회담 원본이 없다면 그것은 누가 어떻게 삭제한 것인가. 이 쟁점들은 모두 하나같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

사실상 국정원에 의하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었고, 그 전후의 진행과정 역시 확인되었기 때문에 NLL 포기 발언 여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쟁이다. 그 이유는 이 논쟁의 목적이 NLL 관련 발언을 확인하는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포함한 모든 쟁점은 단순한 사실 확인 문제가 아니라 가치판단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쟁점이 너무 많아 하나의 쟁점을 다른 쟁점으로 덮을 수 있다는 점도 논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급기야 검찰이 수사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하나의 쟁점만 해결된다고 하여 이 논쟁이 해결될 단계는 지났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끝나도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NLL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것은 NLL 논쟁으로 어떤 결과가 얻어졌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NLL 논쟁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보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선거결과를 NLL 논쟁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둘째,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희석되었다. NLL이라는 더 큰 안보 문제 때문에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현 정세하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아니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민주주의 문제를 안보 문제로 치환하는데 성공했다는 것, 안보를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한 의제로 만드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셋째, 국정원과 국방부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들의 영향력은 NLL 을 계기로 안보라는 이름으로 강화되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노 전대통령이 NLL 포기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NLL 남쪽으로 평화수역을 설치해 공동어로를 하자고 한데 대해' 옳다. 나도 같은 구상을 한다' 고 해서 결과적으로 NLL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하여 NLL에 대한 해석권을 행사했다. 국방부 역시 "NLL 밑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과 군부가 NLL 에 대한 해석권을 독점함으로써 안보를 사실상 독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통제 원칙, 국방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국정원과 국방부는 이러한 해석을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다른 논의를 배척해서도 안된다. 나아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하여 남북정상회담 회
의록을 공개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국정원을 모든 법률위에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넷째, NLL의 위상이 확고부동하게 되었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NLL 사수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의 입장이 새누리당의 NLL 공동 사수 선언 제안에 대응한 것이지만, NLL과 관련한 쟁점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NLL을 성역화함으로써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포함한 남북한 평화구상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졌다.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남북관계는 안보 강조만으로는 풀기 어렵다. 헌법도 평화통일 조항을 두고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더 창조적으로 남북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NLL의 성역화, 안보중심의 NLL 관은 여당과 야당 모두의 남북한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접근을 가로막는다. 일부에서는 당장 DMZ 평화공원 구상도 NLL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국정원의 NLL 해석, 국정원의 안보최우선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이상의 점을 살펴보면 NLL 논쟁으로 남은 것은 사실관계의 확인이 아니다 . NLL을 중심으로 한 안보 우선 가치가 확인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보가 강조된 만큼 남북관계의 발전과 정치의 역할은 축소된다. 다음으로 결과적으로 안보에 대한 해석권을 국정원이 독점했다. 또한 안보 가치를 위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공직선거법 등 법률을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국정원의 초법적인 지위도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NLL 논쟁을 조금이라도 생산적으로 하려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실종 문제와 관계없이 우선 NLL 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 발언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해석은 불필요하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무단 열람과 공개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대통령, 국정원 등 그 누구도 법률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그나마 NLL 논쟁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3. 국정원 개혁 모색

(1) 참여정부 국정원 개혁 평가

국정원 개혁을 모색할 때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을 우선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정원 개혁을 표명하고 실행한 정부였다. 국정원 개혁을 위하여 처음으로 민간 인권변호사 출신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국정원의 초법적인 권한도 인정하지 않았고, 국내정치 개입도 금지시켰다. 과거사 정리를 통하여 국민에게 군림하던 어두운 중앙정보부라는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사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정치사찰, 선거개입 등 국내정치 개입, 초과권력 행사, 고문·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의 폐해는 사라진 듯 보였다. 해외정보업무도 강화되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도로 중앙정보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왜 실패하게 된 것일까? 국정원 개혁 계획 자체가 부실했던 것일까? 아니면 국정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국정원 개혁과 다른 국가 개혁과제를 긴밀하게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일까? 국정원 개혁을 위한 역량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했던 것일까?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나마 이루었던 국정원개혁을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으로 무산시켰던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검토 없이는 다시 국정원 개혁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1) 탈정치, 탈권력화

①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 - 독대폐지

참여정부는 스스로 국정원 개혁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한 바 있다.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 - 권력기관을 국민의 품으로”라는 제목의 참여정부 정책보고서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참여정부는 국정원의 탈정치·탈권력화를 우선적인 개혁성과로 꼽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이 가장 우선된 것이다. 이것은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다른 권력기관의 개혁 원칙과 동일하다. 달리 말하면 국정원을 포함한 권력기관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초과권력을 폐지하겠다는 것, 나아가 권력의 사유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장 독대보고 폐지였다. 보고서는 “독대보고 폐지만으로도 ‘탈정치ㆍ탈권력화’의 절반 이상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은 컸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대보고 폐지가 어느 정도 중요한 것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정원에게는 충격이었겠으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신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간접적인 영향에 그쳤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독대의 폐지가 아니라 독대 폐지에 나타난 참여정부의 의도이다. 그것은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이었다. 이것은 법대로 국정원을 운영하라는 요구이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에 의하더라도 국내정치에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권한남용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인권침해 행위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항상적인 초과권력 상태였던 국정원에게 법을 지키도록 한 것만으로도 국정원은 개혁되었다. 위법행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② 법대로 원칙의 파괴력

법대로 원칙, 기존의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라는 낮은 수준의 법치주의 원칙은 개혁의 가장 기본이기는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는 좀 독특하다.

우선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에게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말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다른 기관과 큰 차이가 없다.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심각한 현실에서 이것만으로도 큰 개혁의 성과가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법대로 원칙이 국정원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규제받을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즉,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의 존립근거이자 법률위에 군림하도록 하는 안보 가치가 헌법의 목표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 헌법의 중요원리인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원칙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법률적으로 표현하면 사실상 헌법으로 기능해 온 국가보안법이 헌법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항상 초법적인 존재였던 국정원이 정치개입과 직권남용을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에 의해 규제받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정보부로부터 이어져온 국정원의 불법과 탈법은 예외적으로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직적, 체계적, 계획적, 역사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국정원 과거사 정리과정에서도 밝혀졌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원의 문제는 “일시적이고 우연한 법률위반 사건”이 아니라 “항상적인 법 무시상황, 법률 군림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법대로 원칙은 법률의 통제를 매개로 국정원의 전면 개편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법대로 요구,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독대 금지는 국정원에게는 매우 큰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치주의 요구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시도되고 어느 정도 정착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심리적 인상은 크지 않았다고 생각 된다. 검찰의 경우만 하더라도 민주화 이후 법률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 업무가 엄청나게 변화한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 개혁의 본질을 포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 제자리 찾기인 셈이다. 정치적으로 표현하면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국정원이고, 헌법가치로 표현하면 자유민주주의와 평화통일가치로 규제되는 국정원이고, 법률로 표현하면 국가보안법이 아닌 헌법과 일반법에 의하여 규제되는 국정원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원세훈 전원장을 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최소한의 성과인 법대로 원칙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국정원의 현상태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행위까지 참여정부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③ 법대로 원칙과 제도 개혁

그렇지만 참여정부의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의 제도 개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정원의 법대로 원칙에 기반한 개혁만으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을 최소한 일반 국가기관처럼 정상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즉, 국정원이 예외적으로 우연히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조직적, 체계적, 계획적으로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으므로 법률준수만으로도 큰 문제는 해결되었다. 당장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국정원이 개혁된 것으로 보였다.

둘째, 국정원의 개혁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점은 다른 국가기관 개혁과의 차이다. 사법개혁이나 검찰개혁의 경우 민간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적 차원에서도 많은 선행연구가 있었다. 특히 사법개혁은 김영삼 정부 이후 여러 번 시도된 경험이 있다. 국가적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에는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

셋째, 국정원 과거사 정리가 늦게 이루어진 점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국정원 과거사 정리의 목적 중의 하나는 “조사결과 잘못한 점이 있으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보기관의 탈법ㆍ불법 활동을 방지할 제도적 수단을 마련” 이었다. 즉, 과거사 정리를 통하여 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과거사 정리는 2007년 10월까지 진행되었다. 따라서 과거사 정리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개혁이라는 시나리오는 시행될 수 없었다.

넷째, 참여정부는 소수파 정권이었다. 개혁에 대한 평가에서 이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태생적으로 소수파였는데 국정원 개혁과 같이 큰 개혁 문제가 쟁점이 되었을 때에는 더 소수가 되었다. 국가보안법을 최소한 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험은 개혁과정에서 광범위한 연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 개폐에 실패한 후 사실상 국정원을 제도적으로 개혁할 동력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안보통치를 해온 한국의 정치권력과 공권력관료에 비하여 개혁파들은 소수였고 또 분열되어 있었다. 광범위한 연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연대를 형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편, 법대로 원칙이 갖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개혁은 법대로 원칙만으로는 제대로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이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국정원 개혁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국정원을 이용하지 않은 것에 따른 반사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과권력행사, 즉 불법행위만 없어졌을 뿐, 제도적으로 국정원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분산, 견제된 것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3.23. “국정원은 제도적으로 크게 개혁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국정원의 가장 큰 특징, 즉 국정원의 초과권력이 “일시적이고 우연한 법률위반 사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적인 법 무시상황, 법률 군림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법대로 원칙, 법치주의가 수용되어 위법행위가 견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권한이 초집중되어 있고 견제와 분산이라는 민주적 통제가 취약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러한 인식은 법대로 원칙과 제도개혁을 혼동하거나 혹은 제도개혁을 경시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국정원 개혁에 관한 한 제도개혁, 즉 국가권력기관의 분산과 견제라는 관점이 취약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과거사 진상규명

국정원은 2004.8.16.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구성을 발표하고 11.2. 이를 발족했다. 국정원 과거사발전위는 과거 중앙정보부로부터 시작된 불법과 의혹사건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동백림 사건, 부일장학회 강제헌납과 경향신문 매각사건,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KAL 858기 폭파사건,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등이 포함되었다.

국정원 과거사 발전위의 활동은 사실상 한국을 지배해 온 정보기관으로서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큰 의의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국정원 스스로 불법행위의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국내정치 개입과 인권침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반성과 다짐을 한 것은 큰 성과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과 배상이 이루어진 것, 국가적 차원의 과거사 정리에 동참한 것, 국가 범죄행위는 언젠가는 과거사 청산의 대상이 된다는 교훈을 준 것 등은 모두 큰 성과이다. 근대국가가 도덕국가를 지향하는 이상 과거의 불법행위를 반성하지 않고는 한국 역시 근대국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사 정리는 어디까지나 법대로 원칙, 법치주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과거사 정리 대상 사건 대부분은 당시에도 불법이었고 지금도 불법이다. 따라서 이를 조사하고 분석함으로써 국정원의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하여 이러한 불법행위가 과연 일시적,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적인 법 무시상황, 법률 군림상황”이 문제라는 점, 구조적인 문제점은 명확히 부각되지는 않았다. 이 점은 국정원이 항상적 초과권력상태에 있고, 현행 정치와 법률체계가 국정원의 “항상적인 법 무시상황, 법률 군림상황 ”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도개혁까지 추진하지 못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사 정리를 통하여 제도적 개혁까지 추진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한계였다. 결국 국정원 과거사 정리는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개혁과 국정원이라는 정보관료의 본질적인 문제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3) 자율 개혁

참여정부는 국정원의 자체 개혁을 중시했다. 참여정부가 스스로 밝힌 원칙이다. 참여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정원에 대해 아주 단순한 요구를 했다. 조직을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아라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국정원에 일임했다. 청와대 눈치를 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고 어떻게 보면 이상한 말이다. 자율개혁, 얼마나 좋은 말인가? 하지만 각 행정기관마다 당연히 차이가 있지 않을까? 과연 공권력기관이 자율개혁을 할 수 있을까? 공권력기관에 대한 자율개혁은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참여정부의 자율개혁 입장은 전체 행정개혁 추진원칙을 살펴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행정개혁은 공무원이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개혁의 방식도 집권적·하향식 개혁이 아니라 분권적 ·상향적(양방향) 개혁, 주입식 개혁이 아닌 자기 학습적 개혁방식을 지향했다. 참여정부의 조직 관리의 기조는 ‘자율을 통한 성과 향상’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조직구현을 위해서 대폭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관장으로 하여금 스스로 성과향상을 위해 조직운영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타당한 접근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관료들이 차지하는 위상도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한국의 공무원, 관료는 우수한 집단이고 또 훈련도 많이 받았다.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력도 가지고 있다. 정치계와 경제계, 시민사회에 걸쳐 강력한 인맥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치적 중립이라는 외관도 갖추고 있다. 관료들 스스로의 자부심도 있다. 정당이 취약한 한국의 현실은 관료의 위상을 더욱 높게 만든다. 그 결과 한국의 형성과 운영에 관료가 차지하는 지위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관료제는 한국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조직개혁, 관료 개혁도 관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방식이 국정원에 그대로 적용되어도 좋은가 하는 점이다.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 개혁에 역사적인 관점이 배제된 일반적인 행정조직, 관료개혁의 기능주의적 원칙, 신공공관리론이 충분한 이론적, 경험적 기초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정원은 첫째, 다른 국가기관과는 달리 정치권력을 만들고 유지하고 보위하는 공권력기관 중 한때 가장 큰 권력을 가졌던 정보기관으로 국가전체의 성격과 직접 관련되어 있고, 둘째, 항상적인 초과권력 상태, 초법률적인 지위에 있고, 셋째, 한국에서 공안정치와 정권유지를 위한 최고의 공권력 중의 하나이고 넷째, 자율적인 개혁을 할 만한 내부적 역량, 자체의 역사가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능주의적 개혁, 신공공관리론적인 혁신으로 국정원이 과거 중앙정보부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임명권자이자 통제기관인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바뀌면 당연히 다시 과거 중앙정보부로 돌아갈 복원성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했어야 했다. 이러한 점을 살피지 않은 결과, 눈에 보이는 불법행위는 줄어들고 형태의 변화는 있었지만 본질적인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참여정부 정책보고서는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국익에 봉사하는 전문정보기관, 포괄적 안보 개념에 입각해 업무중심을 산업보안ㆍ사이버안전, 대테러 분야 등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스파이 색출ㆍ대민 정보서비스 제공 확대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전문정보기관으로서 2003.10. 국정원내에 산업기술보호센터가 설치된 이후 2007.7. 까지 적발한 기술유출 사건은 107건에 관련업체 추산 총 170조원 규모의 국부를 지켜낸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와이브로 원천기술은 그 가치가 15조원에 이르며, 앞으로 6년간 27만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되던 차세대 성장동력 기술인데 이의 유출을 막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에 꼭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국민에게 열린 정보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계획 아래 1) 해외정보 강화를 통한 국익정보 제공 2) 국민 안전 및 실생활과 연관된 정보서비스 제공 3) 정보공유 서비스 구축으로 국가정보력 강화라는 3가지 중점 과제들을 추진했다. 심지어 노숙자정책의 적용실태를 알기 위해서는 국정원 요원이 실제 노숙자 생활을 해보았다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관료제를 피상적으로, 기능적으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국의 관료제는 능률과 성과를 제고함으로써 개혁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후자는 역사와 시간이 배제된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국 관료, 한국 사회를 형성하고 또 지배해 온 권력으로서의 관료제를 개혁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히려 본질적인 부분이다.

한국의 관료제는 공권력관료(국정원, 검찰, 경찰 등 공권력행사기관)와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사회 형성 및 지배의 한축을 형성해 왔다. 처음에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권력을 위하여 봉사했으나 이제는 정치를 압박하고 정치와 동맹을 형성할 정도의 힘, 자체역량을 가지게 되었다. 일부에서 관료의 자율성이라고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물론 재벌 등 경제권력과도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제권력과 직접 관련되어 국가권력을 좌우하는 것은 경제관료이고 공권력의 주체로서 정치권력과 함께 직접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공권력관료이다.

따라서 국가지배체제의 일부, 기득권 카르텔 체제의 일부로서의 관료의 성격을 직시하고 이를 개혁하는 것이 관료개혁의 중심이다. 단순한 무능이나 위법행위가 아니라 민주적인 통제,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고, 그 나마 있는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면서 항상 초과권력을 누리고 있는 국정원의 관료제가 진정한 개혁의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자율개혁을 우선시한 참여정부의 입장은 행정조직 개혁의 기본 원칙으로서는 타당하지만 공권력 관료인 국정원 개혁에서는 근본 원칙이 될 수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형성된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인 관료제 개혁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개혁 방침을 가졌어야 했다.

(2) 국정원 개혁의 4단계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 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국정원과 같은 정보관료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개혁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법대로 원칙을 강조할 것, 민주적인 통제, 견제와 감시체제 구축을 위하여 제도개혁을 할 것,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지배카르텔로서의 공권력 관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의 관료제를 개혁할 것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정원은 대통령과 국정원장과 같은 인사권자의 변화에도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면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통제받는 민주의식을 갖춘 개인과 기관으로 개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정리하면 첫째, 법대로 원칙, 둘째, 제도개혁, 셋째, 관료제 개혁, 넷째, 윤리개혁이다.

이를 국정원 개혁의 4단계라고 할 수 있다. 4개의 단계라고는 하지만 순서대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동시에 개혁되어야 하므로 단계라기보다는 층위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법대로 원칙

법대로 원칙은 현재 헌법과 법률 이상의 권한, 초과권력을 누리고 있는 국정원을 개혁하는데 출발점이 된다.

우선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을 탈정치, 탈권력화할 수 있다. 국내정치 개입 등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엄연히 공직선거법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행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안보라는 이름으로, 심지어 국정원의 명예라는 이름으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 이러한 위법행위는 법대로 원칙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개입 금지나 직권남용 행위를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국정원을 최소한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나쁜 법도 관료적 전제보다는 낫다는 일반론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현행 국가정보원법이 나름대로의 민주화와 개혁의 성과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정치개입금지, 직권남용금지 조항 등이 그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검찰이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모두 기소유예 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결정이다. 법치주의의 최소 요구인 법대로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상사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면 이는 기존에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와 학설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은 결국 국정원의 특수성을 인정한 것이고 나아가 국정원에 대해서는 가장 초보적인 법치주의 원칙조차 제대로 관철하지 않겠다는 것, 국정원을 여전히 법률위의 집단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은 검찰의 기소유예 권한의 남용 사례이기도 하다.

나아가 법대로 원칙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치를 재정립함으로써 최소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 자유민주주의, 조국의 평화적 통일가치와 안보 사이의 균형을 마련하도록 한다. 국정원이 중앙정보부 이후 지금까지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안보 가치를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 조국의 평화적 통일보다 우위에 놓고 이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일시적이고 우연한 법률위반 사건”이 아니라 “항상적인 법 무시상황, 법률 군림상황”에서 비롯된 근본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대로 원칙은 헌법을 포함한 한국의 법체계 전체를 존중하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이 한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국가보안법의 위치도 재조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법대로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법치주의 요구이기 때문에 이후 제도개혁을 통하여 마련 될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기초가 된다. 법치주의는 국가의 행위가 법률에 기초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넘어서서 법률의 내용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적 견제와 통제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 요구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에도 법대로 원칙은 국정원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 제도개혁 - 민주적 통제

법대로 원칙은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도개혁으로 발전해야 한다. 현재 국정원은 권한이 지나치게 많이 집중되어 있고 또 이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장치가 없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국정원의 직무범위는 중앙정보부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 또한 과거사 발전위의 조사라는 큰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중앙정보부적 속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국정원의 이데올로기적, 법률적 기초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이후 계속 확대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종북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북한 - 종북세력 - 야당정치인 - 정권비판세력을 하나로 묶어 내부의 적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이 중앙정보부로부터 시작된 역사로부터 완전히 단절하는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도개혁, 분산과 견제의 제도개혁이 시급하다. 법과 제도 없이 대통령 개인이 국정원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이건희, 이재용이 삼성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것만큼 비합리적이고 예측불가능하고 원시적이다.

국정원 제도개혁은 현대 관료제와 특성에 비추어 보아도 필요하다. 현대 행정국가에서 국가기능 확대는 필연적이다. 국가기능 확대는 관료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가가 개발해 온 제도 중 관료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국가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증가로 공무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것은 곧 관료 조직의 팽창을 의미하고 정치가 관료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와 관료의 공동 정치로 발전한 것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원칙, 즉 권력분산과 견제의 원칙은 관료조직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관료는 전문성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 정치에서는 정치권력과 함께 국가를 경영하는 주체로까지 성장했다. 심지어 개혁도 관료를 통해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관료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현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이다. 하물며 지금까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보유하고 법률 위에서 군림해 온 국정원과 같은 공권력관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과 경찰의 제도개혁도 바로 이러한 원칙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관료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 즉, 권력분산과 견제의 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제도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여러 시민단체과 전문가들이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서 가장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민변의 제안이다.

민변은 국정원 제도개혁의 내용으로 첫째,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개칭하고, 둘째, 기존 국정원이 보유한 수사권을 분리·이관하고, 셋째, 국내보안정보 수집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넷째, 정보에 관한 기획·조정권한을 이관하고, 다섯째,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고자 국회에 ‘정보감독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통일해외정보원법안에서 특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직무범위 변경, 수사기능의 삭제, 원장에 대한 탄핵, 국정원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와 포상금 지급, 예산에 대한 통제 강화, 정보위원회 활동 강화, 대통령의 지시나 결정·요구의 문서화 등이다. 직무범위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개혁내용이기 때문이다. 민변의 제안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 (직무) 통해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가안보와 남북통일을 위한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및 통일해외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민변의 안에 의하면 현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는 남북통일을 위한 국내보안정보로 한정된다. 그리고 형법 중 내란죄나 외환의 죄와 같은 중대범죄,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대한 수사권 등 국가정보원의 수사권 자체가 폐지된다.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기능도 폐지된다.

한편, 이석범 변호사 역시 제도적 개혁과제로서 첫째,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 둘째, 수사권을 분리하여 순수정보기관으로 하되 그 대안으로 경찰청 내 종전의 보안국과 합병하여 안보수사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 셋째, 국내정치 개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국내보안 정보를 국가안전보장 수집권을 폐지하고 정보수집 범위를 대북, 국외 정보로 한정할 것, 넷째, 기획·조정권한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로 이전할 것, 다섯째, 의회를 통한 국가정보원의 예산 통제, 다섯째, 민간참여가 보장되는 국회 정보위원회 산하 상설 정보감독위원회를 신설하여 정보기관의 활동과 인사, 예산, 감사 등에 관한 주요 정책 및 위법사항을 감독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민변 안과 거의 유사하다. 민변안을 중심으로 이석범 변호사의 구상을 더하면 구체적인 제도개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도개혁만으로 개혁이 완수되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관료이기주의, 관료제의 자생력을 개혁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 정보관료들이 차지해 온 강력한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은 완수될 수 없다.

3) 관료제 개혁

관료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관료집단의 동질설, 즉 관료이기주의, 조직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관료조직은 관료들에게 생활의 기반이면서 성공의 조건이기 때문에 항상 관료내부에서는 관료의 자율성, 관료조직 최우선주의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심리학적인 피하기 힘든 동조현상이다. “ 이 나라에서 제일 안되는 것이 부처간의 협조이고 집권 전기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관료제를 통제하는 문제”였다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육성증언은 관료의 조직이기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국정원 과거사 발전위 활동 과정에서도 “국정원 과거사를 스스로 들추는 것이 정보기관이 할 일 맞습니까? 정보기관하면 보안이 생명인데 속속들이 다 보여준다면 그 파장은 누가 책임질 건가요?”라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관료조직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관료의 형성과정 및 특징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관료가 특히 지배세력의 일부분이 된 역사적 경험을 분석하고 이를 지배세력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하는 것이다.

한국 관료는 해방이후 특유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거쳐 특권적 지배, 법규만능주의, 관례우선주의, 의례주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업무자세 등을 체화했다. 일제시대 관료주의 속성이 잔존했을 뿐 아니라 절대적인 공무원 부족과 동원정치로 관료의 폐해는 증폭되었다. 또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군사정권이 갖는 반정치적 속성과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정치적 역할을 행정적 역할로 대체해 버렸고, 정치의 공백은 관료들이 신속하게 메웠다. 정치의 역할을 관료가 대체하면서 정보기관, 검찰, 경찰과 같은 공권력 관료의 힘이 극대화되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관료선발 승진 기준은 근대적 기술과 지식, 근대화를 향한 성취욕 등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특히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한 행정 전문성과 합리성은 높아졌다. 유신시대를 거치면서 철저한 사회통제와 함께 시민사회가 전반적으로 탈정치화되었고 강제력기구와 관료제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관료적 기술합리성과 효율성이 국가운영의 우선적 장치가 되었다. 특히 국가주도적 경제발전정책의 추진은 당연히 관료적 기술주의와 관료권의 극대화를 조장했고 민간부분에 대한 국가관료의 개입을 증대시켰다. 유신 서정쇄신운동은 공직자와 이해관계자의 결탁방지에 두었는데 이는 시민사회의 이해관계가 관료체제 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 관료제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는 사회통제로 인한 정치와 시민사회의 축소, 시민사회와 관료 사이의 조직적인 분열, 군부와 독재정권의 반정치 선전에 의한 광범위한 반정치 정서의 형성 등이다. 그 결과 안보를 매개로 정치를 대신하는 공권력관료가 생겨났다. 그리고 경제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경제관료가 생겨났다. 공권력관료와 경제관료들은 집권세력과 일종의 지배동맹을 형성하고 체제이익에 봉사하는 도구성과 억압성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다시 정치와 시민단체의 공백을 메우면서 오히려 정치와 시민사회가 불필요하다는 관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관료의 자율성은 극대화되었고 관료의 정치적 중립성 외관은 완성되었다. 실제로 정치를 담당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은 허구였으나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관료라는 형태만으로도 정치적 중립성 외관을 만들 수 있었다.

이로써 관료는 한국을 만든 가장 중요한 집단이 되었다. 유능하고 효율적이며, 기계적이고 계획적이면서도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관료상,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관료상이 완성되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한 몸으로 유착되어 모피아, 법피아의 수준, 정치권력을 실제로 뒷받침하면서 정치권력을 조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한편 관료가 정치권력과 함께 한국을 지배하면서 정치권력과 관료의 부패, 관료자체의 부패는 확대되었다.

한국 관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공권력관료인데 국정원, 검찰, 경찰이 그들이다. 이들은 반공안보, 공안을 중심으로 정치권력과 함께 국가를 지배해 왔고 이권을 지배해 왔다. 국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을 보더라도 공안부 출신들이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 및 법무부장관을 역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보가치가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국무총리도 검찰출신이다. 이들은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이익도 챙기고 있다. 이중에서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퇴직 후 17개월 동안 16억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전관예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공안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안부 검사는 대공, 테러, 출입국 관련, 남북교류협력관련, 선거, 정당·정치자금, 노동, 학원, 사회·종교 등 단체관련, 집단행동 관련사건 등을 담당한다. 경제나 재벌문제는 담당이 아니다. 경제 범죄를 담당한 검사들이 퇴직 후 재벌을 변호하고 형사부 검사들이 퇴직 후 형사범죄인들을 변호하는 것을 생각하면 공안부 검사들은 퇴직 후 간첩, 테러범, 정치인, 노동자, 학생, 시민사회활동가를 변호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들은 오히려 엄청난 수임료를 낼 수 있는 재벌이나 권력자들을 변호한다. 그리고 검찰은 전관예우로 이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이것은 공안부가 검찰관료 중의 핵심으로서 국가를 지배하는 카르텔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 경제권력 - 관료권력 - 언론권력의 강력한 카르텔, 복합체에 공안부가 핵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공안부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한국의 관료제이지만 경제 발전과 민주화, 개방의 결과 관료제 역시 변화하고 있다. 민주정부의 관료제 혁신, 개혁은 관료의 부패문제를 포함하여 한국 관료제의 문제를 기능주의적 측면이지만 어느 정도 해결했다. 특히 일제시대 이후 이어져온 고질적인 병폐인 관료들의 특권적 지배, 법규만능주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업무자세는 상당히 개혁되었다. 기능주의적 개혁으로 관료의 생산성도 높아졌고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도 높아졌다.

개혁의 대상으로 남은 것은 특권을 가지고 한국 사회를 아직 지배하고 있는 경제관료와 공권력관료 전관예우는 한마디로 정권과 관료집단의 유착으로 정권과 관료집단은 낙하산 인사와 전관예우를 서로 눈감아주는 묵계의 공생관계 또는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경제관료는 관료에 의한 경제발전이 더 이상 어려운 현실에서 관료가 지배할 수 있는 이권경제를 만들고 이에 기생하면서 이권경제비호세력으로 존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관료 개혁은 경제개혁, 경제민주화와 연결된다. 국가전체의 개혁과도 연결된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공권력관료는 안보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정치적 우위를 누리면서 국가를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권력관료 개혁은 국가의 개혁과 연결된다.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국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개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은 법대로 원칙과 제도개혁과 함께 이러한 관료제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4 ) 윤리 개혁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윤리를 이야기하면 긴장감과 박진감이 떨어진다. 식상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모든 개혁이 법만으로, 제도개혁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크고 작은 조직 전체의 변화와 문화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의 단위에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개인 단위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윤리부터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윤리적인 사람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주장하는 싶은 것은 공무원, 관료가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태를 겪으면서 가지는 의문 중의 하나는 이렇게 큰 사건인데 왜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내부고발자가 잘 나올 수 없는 것은 특히 한국적 관료주의 문화 때문이다. 관료와 국가의 동일성은 관료가 국가 이외의 시민사회 영역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료에게 최대의 영역은 항상 국가이다. 그 국가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국가이고 관료가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한국 역사에서는 관료가 정치권력, 경제권력, 지배 언론과 함께 만들어온 국가이다. 따라서 한국의 관료는 이러한 국가로부터 벗어나 전체를 조망하는데 극히 취약하다. 특히 평화, 통일, 여성, 환경, 자생적 민주주의 등을 잘 알지 못하고 주요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국가 형성 및 운영상에 이러한 가치들이 의도적으로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법률적으로 표현하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규정한 헌법과 법률보다 관료조직의 근거인 상부의 명령을 더 우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료들은 단순히 내부고발로 인한 불이익 때문에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료제 속성이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항상 용기 있는 예외는 있기 마련이므로 이를 법칙이라고까지 부르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공무원, 관료들이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가짐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민주시민의 정체성은 공무원이 헌법상의 권리를 인정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 정치활동 및 정당가입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을 가져보지 못한 관료는 스스로 민주시민이 될 수 없고 민주국가를 만들 수 없다. 신분제 사회가 아닌 이상 공무원들이 여러 층위의 정체성을 갖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렇게 여러 층위의 정체성을 갖고 문제를 대하면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부고발 등 정의를 추구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 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리개혁은 제도개혁과 연결된다.

관료의 시야 확대, 관료의 민주시민 정체성은 단순히 한국 차원에서만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인권의 공동체를 만들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동아시아 평화인권공동체를 구상할 때 각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평화원칙과 인권에 의거하지 않을 수 없다. 각국 차원에서 형성된 좁은 의미의 국가정체성은 너무 협소하고, 배타적이며, 투쟁적이고 과거지향적이다. 유럽인권재판소와 같은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인권기구를 동아시아에서도 만들려면 국제적으로 인정된 평화원칙과 인권원칙에 의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그렇게 하려면 동아시아 국가의 구성원들이 민족주의를 배척하지 않고 포괄하면서 개방된 공동체의 민주시민 정체성을 가져야만 한다. 국가적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체를 추동하는 것 역시 국가이기 때문에 각국의 관료들이 세계적 관점의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별 국가의 민주화는 국제적인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와 긴밀하게 관련이 있다.

4. 국정원 개혁 원칙의 확대 - 상설특검과 정치의 정상화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NLL 논쟁으로 촉발된 국정원 개혁은 단순히 국정원 개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국정원과 함께 공권력 관료를 형성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개혁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고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안되어 있다.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부분은 상설특검이다. 이번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같이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행위의 수사를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수사기관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부패범죄 및 권한남용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은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한 사항이다. 상설특검을 도입하되 실질적으로 공무원의 부패범죄 및 권한남용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해야 한다. 상설특검을 단순한 제도특검이 아니라 항시, 전문적으로 부패와 권한남용행위를 통제 할 수 있는 기구특검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로써 국가 조직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행위를 엄정하게 단죄할 수 있다. 상설특검방안은 이미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안되어 있다 . 민변과 참여연대가 마련한 법안 역시 의원입법 형태로 제안되어 있다.

개혁이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한국을 지배하는 카르텔, 복합체는 정치권력과 관료 이외에 경제권력과 언론권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권력과 언론 개혁 역시 필요하다. 오랜 기간 경제민주화가 주요한 과제였고 언론개혁이 논의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 개별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이들 권력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 전관예우로 드러나는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경제권력과 경제관료 사이에 벌어지는 전관예우를 끊고, 이권경제를 시장경제 원칙과 경제민주화 원칙에 따라 통제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연결고리도 깨뜨리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지배 카르텔, 복합체를 깨뜨리고 개별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않고는 국정원 개혁도, 관료의 개혁도 불가능하다.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근원적으로 민주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야 말로 개혁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우선 정당구조를 개혁하여 정당의 정치활동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정당을 통한 통제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여 시민에 의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의 활성화와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가 서로 연결되어 상승작용을 벌여야 한다. 의회 바깥의 건강한 에너지가 의회를 통해 결집하고 확대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의 활성화 , 시민들의 참여와 견제가 없이는 법대로 원칙, 제도개혁, 관료제 개혁, 윤리개혁 등 국정원을 포함한 공권력 관료의 개혁, 지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확대로 통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의 확대로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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