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듣기로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강좌
프로그램에서도 '귀농 귀촌'강좌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귀농 귀촌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덕분인지 우리의 농촌마을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사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의 황폐한 현실은 우리 것만이 아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고 과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살리기'가 이러한 현실을 증명한다. 마을살리기가 화두가 된 요즈음,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살려낸
성공사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도 그 대표적 예다.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마을을 이른다. 유럽에는 현재 알려진 곳 만해도 20곳이 넘는 책마을이 있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킨 구심점이자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성공한 예다. 미술평론가 정진국이 1년 동안 유럽의 책마을 돌아보고 쓴
여행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 소개된 책마을 24곳. 이 마을들을 들여다보면 책과 농촌 문화의 가치를 잘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로 진화시킨 지혜가 그저 부럽다. 더구나 196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책마을을 선언했던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 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1990년대부터 조성된 마을이다. 불과 10-20년이란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통마을이 붕괴된 이후 빠른 속도로 쇠락의 길을 가야했던 농촌이 이처럼 또 짧은 시간에 부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위스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는 1993년, 책마을을 출범시켰다. 상설서점만 13개인데, 대부분이 지역출신이 운영한다. 책마을 아이디어는 마을의 700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마을에 활기를 넣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이 제안에 공감하고 책과 고향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책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은 여름이면
축제를 벌인다. 작가를 초청해
강연과 낭송회, 사인회를 개최하고 전시회와 영화상영, 책 제본 시연과 같은 책과 관련된
행사를 더하는데 축제기간동안에만도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책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향은 같다. 고창 해리면 나성리 월봉마을의 폐교된 나성초등학교가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도전만으로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