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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정진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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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세계 최초의 '책마을' 순례기!

오래되어 더 소중한 것들이 있는 곳, 책마을을 찾아 떠난 여행기. 길게 늘어선 헌책방과 주민들이 직접 책을 들고 나와 벌인 수많은 좌판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1년간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마을에 있는 '책'도 중요하지만 책이 있는 '마을'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책마을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미술과 관련한 책을 쓰고, 번역하고, 기고하는 미술평론가이자 책을 좋아하는 저자가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유럽의 책마을로 훌쩍 떠났다. 2007년부터 2008년 초봄까지 1년에 걸쳐 유럽 곳곳에 박혀 있는 스물네 군데 책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1년간의 황홀했던 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오래된 책과 책을 사고파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124컷에 달하는 사진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저자소개

저자 정진국

저서(총 10권)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과 파리에서 공부하였다. 에밀 말 『서양미술사』, 앙리 포시옹 『로마네스크와 고딕』, 존 리월드 『인상주의 미술의 역사』, 드니 리우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앙드레 루이예 『세계사진사』, 『매그넘 매그넘』 등 시각예술의 역사, 미학과 관련된 책을 번역해왔다. 저서로는 서구회화에서 사랑의 주제를 해부한 『사랑의 이미지』, 기록사진에 대한 비평서 『사진 속의 세상살이』, 『가족 앨범』, 에세이 『잃어버린 앨범』 등이 있다. 미술평론가로서 사진가의 사진집에 수많은 평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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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헌사
책머리에

Booktowns in Europe 1 스위스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Valais St. Pierre de Clages)
책과 술, 낭만이 어우러지다
제네바의 플랭팔레(Geneva Plainspalais)
예기치 못한 아늑한 사유의 공간

Booktowns in Europe 2 프랑스
아키텐의 마스 다주네(Aquitaine Mas d'agenais)
소박한 마음으로 어디든 달려가는 책의 수호신

오드의 몽톨리외(Aude Montolieu)
중세의 순례자처럼 고즈넉한 풍경을 거닐다

부르고뉴의 퀴즈리(Bourgogne Cuisery)
거대한 책으로 변한 동화 같은 마을

비엔의 몽모리옹(Vienne Montmorillon)
너무나 화려하고 고상하지만……

니에브르의 라 샤리테 쉬르 루아르(Nievre La Charite sur Loire)
도시생활에 찌든 ‘먹물’들이여 오라

로렌의 퐁트누아 라 주트(Lorraine Fontenoy la Joute)
18세기 풍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

브르타뉴의 베슈렐(Bretagne Becherel)
프랑스 최초 책마을에서 희망을 보다

루아르의 앙비에를(Loire Ambierle)
책을 켜켜이 쌓아 놓고 지성의 잔치를 벌인다

Booktowns in Europe 3 베네룩스 3국
벨기에 플랑드르의 담(Belgium Flandre Damme)
책도 사람도 희로애락을 넘나드는 곳

벨기에 뤽상부르의 르뒤(Belgium Luxembourg Redu)
사시사철 잔치는 계속된다

벨기에 에노의 몽스(Belgium Hainaut Mons)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서

룩셈부르크의 비안덴(Luxembourg Vianden)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책자들

네덜란드 헬데를란트의 브레더보르트(Netherlands Gelderland Bredevoort)
베르메르의 그림을 닮은 고적한 마을

Booktowns in Europe 4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 쇠를라네의 트베어스트란드(Norway Soerlandet Tvedestrand)
세상에서 가장 운치 있는 책방 거리

스웨덴 쇠데르만란드의 멜뢰사(Sweden Sodermanland Melloesa)
평화의 책마을을 위한 한 여인의 고군분투

Booktowns in Europe 5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뷘스도르프(Brandenburg Wuensdorf)
‘붕커’ 책마을에서 과거로의 산책

작센안할트의 뮐베크(Sachsen-Anhalt Muelbeck)
지적 교차로에 멈춰 선 순례자

작센안할트의 프리더스도르프(Sachsen-Anhalt Friedersdorf)
옛길 간직한 풍경에 자리한 구수한 책의 감촉

Booktowns in Europe 6 영국&아일랜드
영국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United Kingdom Wales Hay on Wye)
볼거리 많은 책마을 제국의 성채

영국 잉글랜드 컴브리아의 세드버그(United Kingdom England Cumbria Sedbergh)
꾸벅 졸던 도시를 깨운 옛 책들

영국 스코틀랜드 덤프리스 앤드 갤러웨이의 윅타운(United Kingdom Scotland Dumfries & Galloway Wigtown)
잊힌 세월이 말을 건넨다

아일랜드 킬케니의 그레그나마나(Ireland Kilkenny Graiguenamanagh)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고서적 장터

책을 끝내며

 

책이 꽃처럼 피는 마을 | 내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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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0 | 스크랩0 | 2013-05-19 12:34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개정]

정진국 | 생각의나무 | 2008-05-01

부러웠다.  시골의 작은 마을이 책을 매개로 전 세계의 관광객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그것은 어쩌면 책 하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잘 보존된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후대에 와서 책과 함께 꽃을 피우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의 변방이었던 우리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부러움과 약간의 시기심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파주 출판단지가 그것인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마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또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람 삼아 파주 출판단지를 가보았겠지만 그곳에는 몇몇 출판사가 들어서 있고, 각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아울렛과 갤러리, 그리고 외지인들을 유혹하는 북카페가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특색 있는 현대식 건물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숨결과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쾨쾨한 곰팡이 냄새는 맡을 수 없다.  결국 파주 출판단지는 출판사가 밀집한 소도시에 불과한 것이다.  하기에 역사와 문화 유산을 배경으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유럽의 책마을에 비하면 파주 출판단지는 다른 나라의 관광객을 유혹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뜻있는 작가들이 모여 강정마을에 책마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주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바로 그 마을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극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 강정마을에 대규모 책마을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위로하겠다는 취지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유럽의 책마을과는 성격도 다르고 모양도 다를 것임에 분명하다.  아무튼 우리가 책을 통하여 다른 나라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어떤 획기적인 유인책이 있어야만 하고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마을 주민 전체가 중심이 되어 책마을 잔치를 여는 스위스의 생 피에르 드 클라주를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 위치한 24곳의 책마을을 돌며 저자가 만난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의 세파에 밀려났던 중고, 중소 서적상들이 책이 설 자리를 되찾으려는 이런 현상은 지방문화의 활력을 도모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사회운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우리 유년기의 기억을 가장 강렬한 냄새로 물들인다.  아마 엄마 젖 냄새 다음으로 강렬하지 않을까.  본능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야만적인 젖 냄새가 가장 깊은 자연의 냄새라고 한다면, 책은 가장 해묵은 문명의 냄새를 풍긴다.  엄마 품에서 떨어져, 아니면 엄마 품 안에서도, 처음 책장을 넘길 때 고약하게 우리의 콧구멍을 파고들던 그 종이와 잉크 냄새......"    (p.9)

 

책마을을 소개하는 글은 가족 모두가 산보를 나온 듯 가볍고 경쾌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스위스 마스 다주네에서 우리도 남과 북이 매년 단 하루라도 모여 책마을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기를 소망기도 하고, 독일의 뷘스도르프에서는 아픈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1962년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온 영국의 헤이 온 와이에서 저자는 이제는 책을 주제로 한 관광촌의 전형이 된 헤이 온 와이를 아쉬워 하기도 한다.

 

"어쨌든 출판 관광으로 완전히 자족하는 이 마을에서 보낸 하루는 아주 잘 짜인 한 편의 '트릭' 속에 빠진 날이었다.  마주치던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맞잡으며, "헤이 온 와이를 즐기고 가시게"라고 덕담을 던지곤 했다.  제법 그럴싸한 책을 진열장에 내세운 '더 북 숍'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어정대고 있자니 점심을 차려준 식당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한마디 던졌다.  그런데 그 말이 참 걸작이었다.  "아니, 여기서 돈 다 쓰고 갈 참이구려!""    (p.289)

 

저자는 책마을을 돌며 시골의 그 작은 마을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하며 우리의 현실을 시시때때로 생각하곤 한다.  한번은 '윌슨 런'이라는 16킬로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는 한 무리의 소녀들을 보며 '밤늦도록 학원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아무리 눈을 반짝여도 풀이 죽을 수밖에 없는, 입시 지옥의 가마솥 속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우리 딸들의 안쓰러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2007년 봄에서 2008년 초 겨울까지 유럽의 책마을을 돌며 책과 더불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저자가 느꼈을 마지막 소회는 역시 진한 아쉬움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책이 잘되자면, 우선 책을 다루는 사람이 잘되어야 한다.  책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만들고 전하는 모든 사람이 중시되어야 한다.  엘리트도 적지 않게 투입된 요즘의 출판계에도, 일반이 생각하기에 책은 필자와 독자만 있고, 그 사이에 있는 편집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런 날이 언제일까.  중매쟁이들이 어느 출판사 다니는 총각이나 색싯감을 잡으려고 난리를 피우고, "책 만드는 놈한테 딸을 보내야 할 텐데......"라든가, "아무개 서점 아들 없소?"하면서 수소문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p.334)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책을 삶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 내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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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개정] 간직

정진국 | 생각의나무 | 2008-05-01

회사 선배의 스위스 여행을 보며 다시 마구마구 그리워진 유럽. 무언가 유럽과 관련된 것을 찾아 보지 않으면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 사놓은 유럽 여행기 중 한 권을 골랐다. 유럽의 책마을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 대체로 책을 중심으로 뭉친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소개하고 있다. 들어본 지명이어도 다른 책에서 소개되는 것들보다 낯선 느낌을 주는, 숨은 마을들을 찾아간다. 책마을로서는 유명한 곳일 수 있지만, 책마을의 정체성을 띤 마을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책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통의 독자에게는 처음 보는 곳들이 많을 것 같다. 저자 또한 책에 나온 마을을 찾아가려면 쉽지 않은 경로에 대한 인내심과 길찾기 스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이곳들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유럽 여행에 대한 그리움으로 읽은 책이지만, 읽는 동안은 여행보다 사랑스러운 마을이 주는 훈훈한 감성에 더 집중하곤 했다. 작은 책마을이기 때문인지 책을 보는 내내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자신들의 삶으로 앉히며 만든 마을이어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을 거쳐 각각의 개성을 띠게되어 마을마다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다. 저자의 시선도 특별하다. 저자는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마을의 주인들을 마치 종족을 잇는 신성한 계승자로 보는 것 같을 만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아쉬운 운영능력을 보여주는 책마을의 거주민에게는 신랄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지난 나흘 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유럽을 향한 동경은 내게 절대적이다. 유럽을 좋아하는 이유가 책을 포함한 예술적 산물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성숙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책마을로 거듭나며 뚜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의 마을을 보니 유럽에 더 큰 동경을 갖게 됐다. 우리에게는 출판단지 정도가 있지, 책을 테마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마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글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재미있거나 사진이 고퀄리티인 건 아니어서 눈과 감성이 호강을 누릴 책은 아니지만,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한 자극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위험한 책이다.




우리 현실에서 책은 헌 신발짝 값만도 못하다. 중고 서적은 대체로 무게로 저울에 달아 유통된다. 출판인이나 저자 편에서는 국민 수준이 낮다고 하고, 국민은 책이 제값을 못한다고 의심한다. 아무튼 도서의 하향 평준화는 분명하다. 수많은 시간과 지성을 쏟은 저자나 역자의 책이든, 시정잡배가 대필시켜 쓴 책이든 종이 값이나 쪽수로서 정가를 맞춘다. 지성과 정신노동의 가치를 이렇게 경시하고 저평가하는 사회에서 사상의 향기는커녕 타인의 생각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도야하며, 바람직한 인내심 같은 것을 키울 여지란 기대하기 어렵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니, 시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아예 상스러운 고함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어야 하는 소리 없는 대화로서 독서의 미덕을 누가 옹호할까? (66쪽)



빈센트(반 고흐)는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쥘 미슐레, 에르네스트 르낭의 『예수의 일생』을 읽었다. 또 영어책으로 찰스 디킨스, 롱펠로, 조지 엘리엇도 탐독했다. 자기 입으로도 "너무 닥치는 대로 읽었으니 이제 좀 체계적으로 읽어야 할 텐데……"라고 했다. (184쪽)



학술서의 어려움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위 논문의 출간이 주종이지만 아예 필자가 컴퓨터로 제작해서 출판사에서 발행만 맡는 복사본에 가까운 레이저판 신간들도 벌써 중고서적에 끼어들었다. 또 학술서의 참패 때문에 애당초 문고본으로 나오는 훌륭한 저술들도 단순히 거품을 뺀 것 이상으로 검소해졌다. 이런 소박하고 저렴한 책이 우리 시대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지 않을까. 이런 문고본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화려한 편집의 기교를 사양하고, 학생들이 핸드백 대신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싶다며, 양장본 대신 초판부터 문고판을 고집하는 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09~210쪽)



독일인은 정말이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기타 동구권어로 된 저작을 열심히 번역하고 타문화를 이해하려 애썼다. 프랑스 지식인들조차 독일어 고전과 문학의 번역이 너무 빈약하다고 개탄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한글로 옮겨야 할 훌륭한 고전이야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일부 문필가들은 역사를 소재로 동화를 지어내고 멜로드라마를 쓰면서 역사를 유야무야 덮는 데에 일조하고 있지만 개인의 책무를 묻는 지식인, 역사가의 에세이들도 하루빨리 번역되고 소개되어야 한다. 서구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로마의 신화조차 남북 전쟁 당시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원전으로 삼아 읽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 (270쪽)



디자이너들은 한글로 하면 디자인이 나오니, 안 나오니 하면서 무수히 쏟아지는 도록이나 소책자에서 영문을 고집한다. 컴퓨터에서 행이 바뀔 때마다 단어가 잘리는 이런 해괴한 언어 파괴의 야만적인 첨단성은 또 어떤가. 정보통신 진흥에 쏟아 붓는 막대한 예산을 생각해보면 씁쓸한 현실이다. 그뿐인가, 대부분 디자인 학원과 대학에서 글자 도안인 '레터링'과 자모 체계로 활자 도안인 '타이포그래피'의 개념조차 구분할 줄 모른다. 이렇게 기초가 부실하니 좋은 책이란 아직은 내용에서나 찾아야 한다.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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