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한일대학생캠프, 아라세댐 해체 소식.hwp 제5회 한일대학생캠프, 아라세댐 해체 소식.hwp
“” "홍수 막겠다고? 댐은 '괴물덩어리'“”악취 진동하고, 지역 경제도 죽었다"
<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 58년만에 철거하는 아라세 댐
40여년동안 수몰 지역의 주민들을 다 이주시켰고, 보상금도 지급했다. 또 엄청난 돈을 투입해 대체도로를 만들고 학교도 지었다. 그런데 그들은 댐 건설을 중단했다. 지난 58년동안 유지해오던 또다른 댐도 부수기로 결정했다. 댐은 홍수를 일으켰고, 수질을 악화시켰으며, 지역경제마저 완전히 파괴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지난 12월 8일,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갔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하고, 아라세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일본의 뼈아픈 선택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40~50년이 흐른 뒤에 일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해외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조명했다
댐 수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수문을 따라 하얀 포말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지난 4월, 댐 철거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수문을 상시 개방한 것이다.
구마강을 가로막고 있는 아라세댐은 50여 년의 풍랑을 겪어 왔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건재했다. 약 100여㎞를 흘러온 강물은 8개의 수문으로 흩어져 '우르릉∼' 굉음을 토해냈다. 댐 본체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지만 옆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일본 큐슈에 위치한 구마모토 현 야츠시로시 사카모토촌에 위치하고 있는 아라세댐은 구마강수계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1954년 3월 준공(공사비 당시기준 약 26억 엔)됐다.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폭 210m, 높이 25m, 총저수량 1013만 7000톤, 수력 발전용량은 1만8200㎾다.
댐이라고 이름 붙어졌지만 한국의 4대강 살기기 사업과 비교하면 댐보다는 '보'에 가깝다. 일례로 낙동강 사업구간에서 벌이고 있는 함안보의 경우 높이 13.2m, 총저수량은 아라세댐보다 10배 많은 1억 2710만 톤에 이른다.
아라세댐은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철거를 시작해 2018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예상 철거비용만도 92억 엔에 이른다. 일본 지방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멀쩡한 댐을 왜 다시 큰 돈을 들여 철거하기로 한 것일까?
아라세댐을 반평생 지켜본 혼다(本田, 아라세댐 철거를 요구하는 모임대표)씨는 한참동안 취재진과 함께 구마강 물줄기를 응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댐이 만들어진 후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악취를 품기는 죽은 강이 돼 버렸어요. 저 댐은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댐이 아니라 주민들을 고통과 공포로 몰아넣은 괴물덩어리입니다."
당시 일본지방정부에서는 댐을 건설하면 홍수가 없어지고, 관광객이 증가하고, 어업이 번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또 인근 바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발전으로 얻어지는 전기는 무료로 공급된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때 마침 대홍수가 일어나자 지방정부는 댐 건설 필요성을 역설하며 공사를 강행했다.
재앙은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댐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10㎞ 하류에 위치한 야스시로 연안 김양식 농가가 아우성을 쳤다. 시멘트 부스러기와 토사 등 공사부유물이 김양식장으로 흘러내려가 김양식장을 덮쳤다. 댐 공사 시작 당시 800여 가구에 이르던 김양식업 종사규모는 수년 만에 300여 가구로 대폭 줄었다.
댐 방류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처음에는 유리창이 덜커덩거리더니 시간이 지나자 주택의 기와가 떨어져 내리고, 내벽과 외벽은 '쩍쩍' 금이 갔다. 주민들은 진동소리에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없었다.
홍수피해 막아준다더니.. "수해 늘고 복구 엄두 못내게 됐다"
아라세댐은 지난 4월부터 전력생산을 중단하고 수문을 활짝 열었다. 수문이 열리던 이날 인근 마을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수문을 연 것뿐이지만 올해의 아라세댐 인근 구마강은 예년과 크게 다릅니다. 매년 여름 3∼4차례 발생하던 적조가 올해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악취도 사라졌고요. 하천바닥과 하천변에 자갈도 쌓이고 수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물론 올해는 매년 겪던 침수피해도 없었습니다. 강 하구 생태계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댐 때문에 수질과 홍수피해, 하천생태계가 나빠졌다는 주민들의 수십 년간의 주장이 단 몇 개월 만에 사실로 증명된 것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댐이 철거된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또 다시 댐 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번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현지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가바시마 현지사는 취재진에게 "내년 4월부터 댐 본체 철거를 시작해 댐 오른쪽 안측부터 6단계(6년)에 걸쳐 차례차례 철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아라세댐이 철거될 경우 이는 일본 최초의 댐 철거 사례로 기록되게 된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댐 철거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댐에 기대지 않는... 은어떼 다시 찾은 강 만들기 꿈꾼다"
혼다씨는 "우리의 요구는 예전의 강으로 돌려달라는 것"이라며 "댐이 철거된 이후에도 강을 재생시키고 하천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에 전력을 다해 댐에 의존하지 않으면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스시로시 어업조합장인 모리 쇼지 씨는 취재진에게 호소하듯 이렇게 말했다.
"상상해보십시오, 은어가 거슬러 올라오는 강의 모습을……. 우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츠키마을(구마강 상류 약 100㎞ 지점에 있는 자연마을) 까지 은어가 떼 지어 거슬러 오르는 광경 말입니다."
취재팀이 아라세댐 철거과정을 취재하고 있는 사이 한국의 국회에서는 4대강 예산이 날치기 통과됐다.
반면 아라세댐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며칠 뒤인 지난 15일,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직접 나서 '일본판 새만금사업'으로 불려온 나가사키현 이사하야만 간척 사업으로 생긴 둑 수문을 늘 열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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