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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입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비리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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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입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비리 복마전'

시공사는 고의부도 공제조합은 직무유기 공무원은 공사비 뻥튀기서울신문 | 입력 2013.08.16 04:06                  

 

 

 

 
[서울신문]국비 1조 54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원 가까이 투입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공무원의 관리 부실을 포함해 발주, 시공, 보증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눈먼 돈'으로 여겨 선급금을 떼먹은 건설사 대표가 있는가 하면 예산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들이 시공업체의 입맛에 맞게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사업이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전문건설업체 대표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공사 선급금을 받아놓고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8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김모(41) 대표는 전북 임실군의 관촌시장, 전남 장흥군 관산시장 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5건을 포함, 관급 공사 7건을 따내고 선급금으로 1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대표로 있던 S전문건설업체는 2009년 5월 조모씨로 대표자 명의가 변경됐고, 같은 해 7월 파산 폐지됐다.

당시 S전문건설업체 상무로 김 전 대표에게 임금을 받지 못한 이모씨는 "김씨가 공사를 수주한 뒤 자재 하나 구입한 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공사를 진행할 의사 없이 입찰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씨가 현재 '바지 사장'을 내세워 다른 전문건설업체를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건설업체도 김씨가 과거 S사를 고의로 부도낼 때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S사와 같은 전문건설업체가 선급금을 받도록 보증을 서는 전문건설공제조합도 부실한 검증과 사후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김 전 대표가 수주한 공사들에 대해 보증을 제공한 뒤, S사의 부도로 총 12억 9000여만원을 채권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 관계자는 "S사의 부도와 관련해 공사채권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해 조합에 손실이 발생했지만 선급금 편취 등 김 전 대표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형사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단 한 건의 공사도 이행하지 않고 타인에게 명의를 넘긴 김씨가 전문건설공제조합에 13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끼쳤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김씨와 조합 관계자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공사감독관의 확인도 받지 않고 시공업체의 공사비를 늘려 주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1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금천구가 시행한 시설 공사들을 감사한 뒤 대명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비를 임의로 변경한 6급 공무원 A씨 등 2명을 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사감독관이 반대했음에도 시공사의 설계변경 내역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사비 4억 6400만원을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천경찰서는 관련 공무원 5명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천 연수구 공무원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비 등 1800만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관련된 지자체 공무원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중소기업청이 2002년부터 공사비를 지원해 현재 최대 60%까지 국비가 투입되고 있다. 올해도 전국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국비 816억원을 포함해 총 1706억원이 들어갔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까지 국비 1조 5451억원을 비롯해 총사업비 2조 8186억원이 투입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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