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서민금융 신협부터 노인생협까지…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

2013. 7. 29. 11:43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서민금융 신협부터 노인생협까지…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ㆍ사회적기업 등 19개 네트워크
ㆍ주민 10명 중 1명이 조합원… 육아·교육·급식으로 확산

강원 원주는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린다. 1972년 10월 주민 32명이 출자해 설립한 밝음신용협동조합을 시작으로 1985년 6월 원주소비자협동조합(현 원주한살림생협)이 생기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도시로 손꼽혀왔다. 2000년 들어서는 노인과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영역으로 확산됐다.

2009년 결성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네트워크)에는 밝음신협을 비롯해 한살림과 원주의료생협 등 19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과 회원 수는 총 3만5000여명(중복가입자 포함)으로 원주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가구수로 보면 약 30%에 달한다. 연간 총 매출액은 300억원이며 고용인원은 400명에 이른다. 밝음신협을 제외한 11개 신협 등 네트워크에 속해 있지 않은 협동조합도 많다.

원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협동조합이 포진해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처럼 협동조합이 다양한 분야에서 뿌리내린 성공모델이 이야기될 때마다 원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음신협은 서민 금융기관을 표방하며 이들 협동조합의 금융기반이 돼주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에서 소외된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에게 필요한 돈을 융통해주며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 지역주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지난해 5월 말 자산 10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밝음신협, 원주한살림, 원주생협 등이 공동출자해 탄생한 원주의료생협 역시 이윤 추구가 아닌 윤리적 의료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 의사 몇몇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주인인 이곳은 진료시간은 늘리고 항생제 처방은 줄였다. 지난해 매출액만 10억8000만원에 달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원주노인생협도 있다. 노인생협은 전국에서 원주가 유일하다.

신협과 생협으로 다져진 협동조합은 육아와 교육, 급식으로도 퍼졌다. 대안학교인 ‘참꽃작은학교’도 생명교육과 생명살림의 교육을 지향하는 협동조합이다. 또 공동육아협동조합 ‘소꿉마당’은 부모들이 직접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리지 않고 우리 아이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주생협과 원주한살림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과의 연대는 원주지역 협동조합의 공통점이다. 이들 협동조합은 친환경 무상급식 등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며 새로운 단체나 사회적기업을 만들 때 출자를 하며 여기서 나온 제품을 소비한다. 지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회적기업 ‘행복한 시루봉’은 이들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원주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로 떡을 만들어 지역에서 판매한다.

생태건축협동조합을 지향하며 취약계층을 고용해 저소득층의 집을 수리하는 ‘노나메기’는 네트워크 내부 거래에서 시공 매출의 80%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