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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삶의 다운사이징..전문직 중심 'I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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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삶의 다운사이징..전문직 중심 'I턴' 확산

문화 귀촌 시대한경비즈니스 | 입력 

 

 

 

     

    귀농은 1990년 초반 이후 조금씩 있어 왔지만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촉발된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퇴한 많은 50, 60대가 U턴(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학업과 직장을 위해 올라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이나 J턴(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학업과 직장을 위해 올라왔다가 태어난 곳과 다른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후 억대 귀농, 생태 귀농, 전원생활 등 각각의 다른 꿈을 갖고 노년의 삶을 준비하면서 지역으로 내려갔다. U턴, J턴, I턴(도시에서 태어나 살다가 농촌으로 내려가는 것) 등으로 이뤄지던 귀농 귀촌의 흐름은 그 후 10년 후인 2007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2007년 말 불어 닥친 전 세계 금융 위기는 저축·펀드·부동산을 통한 재테크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고 도시의 편리성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삶을 꿈꿔 오던 도시의 30, 40대 전문직이나 직장인들이 인생 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도시에서 집을 사기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고 20~30년을 준비해 집을 마련하더라도 하우스 푸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도시 아닌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꿈꾸고 경쟁 중심의 조직 문화와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모색하던 5~10년 차 직장인들,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일에 몰두하던 전문직이나 프리랜서들이 조금 적게 벌더라도 가까운 곳에 자연이 있고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살 수 있는 곳으로 수도권을 떠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을 위해 2시간씩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이고 산과 바다에 가기 위해 최소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서 잠깐 보고 지쳐 돌아오고 평일 저녁에 한강, 주말에 북한산에 가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대도시 생활을 접고 20~40대들이 자연에 가까운 곳에 살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계절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느끼면서 문화적으로 살고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농업과 접목하고 지역 문화와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문화 귀촌을 선택하는 흐름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로, 서울로 구직을 위해, 창업을 위해, 학업을 위해 청년들이 도시로 떠남으로써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에 역전이 일어나는 지역이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진안, 충북 영동과 괴산, 전남 해남과 강진 등 귀농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마을과 제주도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탈서울 가속…지역 성공 사례도 늘어

    제주도의 인구는 2010년을 저점으로 유입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2011년에는 2340명, 2012년에는 4873명이 증가했다. 2011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귀농자는 19%(447명)이고 81%는 농사와 다른 문화적 이유로 제주도로 이주하고 있다. 최근의 특징은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살다가 지역으로 바로 가는 I턴이 많다는 점이다.

    물질적 부와 성공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삶의 양식은 모두를 극단 경쟁으로 내몰고 자연을 견딜 수 없는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서울이 발전의 표준과 이상이고 서울에서도 강남 방식이 지배적인 삶의 방식이 된 현재에 대해, 대도시적 삶의 양식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귀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지역에서 디자인하려고 한다.

    20대 청년이나 30, 40대 전문직이나 직장인들이 소비적 대도시의 근대의 공간 구조와 삶의 방식에 대해 성찰하면서 생태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꿈꾸며 삶의 규모를 다운사이징 하면서 문화 귀촌을 결심하고 있다. 지역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문화적으로 새롭게 창출하고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연과 전통 기술과 생산물을 의미화하고 소통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문화 경제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사람인 30, 40대는 지역에서 보면 아주 젊고 20대는 크나큰 활력이 된다.

    20, 30대 문화 귀촌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은 건축·디자인·공예·음악·미술·문화기획·IT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기존의 직업을 전환하거나 지역과 결합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개인적·낭만적 귀촌에서 마을 문화와 결합한 문화 귀촌을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 대도시적 삶의 양식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귀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지역에서 디자인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례로 제주시 선흘리의 30대 초반 문화 귀촌자들,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가 제주도가 좋아 7년 전에 제주에 온 김세운(마을까페 SEBA 운영자, 재즈 연주자) 씨, 대학의 전임강사 제안도 거부하고 제주에서 미술치료센터를 만들며 소박하게 사는 정은혜(미술 치료사, 미술가) 씨 외 5인은 자신의 전문성을 제주도의 자연·마을·사람과 연결하기 위해 '선흘예술작목반'을 만들어 개인적인 문화 귀촌 정착을 넘어 공동체 문화 귀촌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경제적 동기보다 문화적 이유가 우선

    서귀포시 하례리에서 '꿈꾸는 고물상'을 만들어 그래픽 디자인과 패브릭 공예 작업을 하는 유광국·염정은(디자이너) 씨, 문화 기획과 영상 제작을 하는 이가영(공연기획자)·민경언(배우) 씨, 목공과 조소 작업을 하는 이치웅(디자이너)·이은희(생활 창작 예술가) 씨 등 세 부부는 문화 생산자들의 작업실이자 공방인 '고물창고'와 마을 주민들의 공연·전시·영화감상·음악회·세미나 장소인 '보물창고'를 만들어 창작자의 자기실현과 마을 주민들의 문화 향유의 접점을 만드는 사례다.

    40대에서는 귀농자와 문화 귀촌자가 합심, 농업과 문화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 영동에서는 매월 셋째 주 구름마을 사람들 이장인 송남수 씨의 집에서 풀쌈으로 차린 밥상에 모여 앉는다. 또한 밥상에 관심 있는 도시인을 부르고 매년 봄에 풀쌈 축제를 연다. 표고버섯차·감잎차·꽃잎차·미소와인과 문화를 결합하고 있고 IT 네트워크 전문가에서 목수로 귀촌한 범이 씨의 음악이 있는 라이브 카페를 만들고 있다. 올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이모작 사업에 선정돼 '달빛산책'이라는 문화 프로젝트을 귀농과 문화 귀촌자가 함께 만들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 귀촌은 경제적 동기보다 먼저 문화적 이유를 더 많이 품어야 한다. 가슴 뛰게 하는 새로운 삶의 길을 찾는 길은 누구나 마음 서랍 한쪽에 가지고 있는 좋은 삶, 삶의 질을 기대하는 개인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적극적 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찾으려는 기본적인 충동을 인식하고 '지역'이라는 환경을 두고 삶의 가치와 방식을 새롭게 찾기 위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일상을 연습하기 위해 텃밭을 일구며 식물을 공부하고 삽화를 그릴 때, 도시와 달리 감각적 자극이 적은 시골의 일상을 도시보다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작곡하고 시를 쓰면서 주말에는 토요 생태문화학교 문화예술교육 강사이면서 밴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때 관계 속에서 나오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 속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문화 귀촌은 도시보다 좀 더 많이 느리게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기 삶에 대한 절제력을 지니고 자기 자신을 배려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 갈 때 지역에서의 정착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이광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supsa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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