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수라도 가격 천차만별..소비자 물먹이는 물값

2013. 7. 15. 22:13강과 하천/강, 하천, 도랑살리기

같은 생수라도 가격 천차만별..소비자 물먹이는 물값

한겨레 | 입력 2013.07.15 20:10 | 수정 2013.07.15 21:30

 

  [한겨레]한 수원지서 여러 브랜드 만들거나


여러 곳서 퍼놓고 같은 이름 판매


그 물이 그 물인데 값은 2.5배차


미네랄 함유도 가격과 상관없어




뚜껑 2원·패트병 70~80원…

유통비·브랜드가 가격 '좌지우지'


대형마트 생수 코너에 가면 수십종의 생수가 진열돼 있다. 국산 생수만 20여종에 이르고, 수입 생수까지 더하면 30종이 넘는다. 가격 차이도 크다. 이마트 봉평샘물, 이마트샘물 블루 등 대형마트 피비(PB)상품이 2ℓ 기준 470원으로 국산 생수 가운데 가장 싼 편이고, 제주 삼다수(910원·대형마트 기준)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농심이 중국에서 제조해 수입하는 백산수는 1100원(2ℓ)이고, 프랑스의 에비앙과 볼빅이 각각 1.5ℓ에 1800원, 2080원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가 과연 저마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 브랜드 달라도 같은 물

생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환경부의 '먹는샘물 제조업체 허가현황'을 보면, 국내에는 모두 67개 제조업체가 67개 수원지에서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한 곳의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의 생수가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 이동면의 수원지에서 나온 물이 이동크리스탈, 롯데아이시스, 풀무원샘물로 포장되고, 충북 청원군 미원면의 수원지에서 나온 물이 롯데아이시스, 홈플러스 맑은샘물, 킴스클럽 샘물, 초이스엘 샘물 등의 브랜드를 다는 것이다.

또한 한 브랜드의 생수가 여러 수원지에서 생산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롯데 아이시스는 경기 포천시, 충북 청원군, 충남 공주시, 전북 순창군, 경남 김해시 등 전국 6곳의 수원지에서 생산된다. 하이트진로의 석수와 퓨리스는 각각 7곳과 8곳의 수원지에서 생산되고, 풀무원샘물과 동원 미네마인은 각각 5곳의 수원지에서 나온다.

결국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국산 생수의 경우, 같은 브랜드의 생수를 마셔도 다른 수원지에서 나온 다른 물을 마시는 것일 수 있고, 다른 브랜드의 생수를 마셔도 사실은 수원지가 같은 똑같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제주 삼다수와 해양심층수 천년동안 뿐이다. 제주 삼다수는 제주시 조천읍의 수원지에서만 생산되고, 이 수원지에서는 제주 삼다수만 생산된다. 천년동안도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서 독점적으로 생산된다.

■ 생수 값은 어떻게 매겨지나

똑같이 충북 괴산군 문광읍의 수원지에서 생산된 풀무원샘물은 2ℓ에 860원, 네슬레 퓨어라이프는 740원,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의 피비상품인 커클랜드시그니춰는 350원이다. 같은 수원지에서 나온 똑같은 물이지만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것이다. 결국 생수의 가격은 물의 품질과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브랜드별 생수의 미네랄 함량 분석실험도 비슷한 결론에 다다른 바 있다. 지난해 8월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한국섬유기술연구소 수질식품분석본부에 의뢰해 국내외 생수 15종의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함량을 분석했다. 이 실험의 결론은 '가격이 비싸다고 미네랄 함량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였다. 2009년 또다른 수질분석 전문기관이 국내외 생수 22종의 8가지 미네랄 함량을 분석한 실험도 미네랄과 생수 가격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긴 한 브랜드의 수원지가 여러 곳이고, 브랜드가 달라도 수원지가 같은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이런 실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수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생수는 수원지에 관정을 뚫는 초기 설비투자를 한 뒤에는 들어가는 생산비용이 매우 적다. 모든 생수 사업자에게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수질개선부담금이다. 국산 생수와 수입 생수 모두 1t당 2200원의 수질개선부담금을 해당 시·도에 내야 한다. 2ℓ에 4.4원 꼴이다. 수질개선부담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도장이 인쇄된 뚜껑값이 2원이다. 2ℓ들이 생수병 값은 보통 70원에서 80원 사이다. 제조원가가 100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생수 값의 대부분이 유통비용과 업체의 마진이라는 뜻이다. 탄탄한 자체 유통망을 통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피비상품이 상대적으로 싼 것이 이런 이유다.

브랜드 이미지가 생수 가격을 좌우하기도 한다. 현대카드가 병을 디자인하고 이마트가 유통·판매하는 잇워터는 350㎖에 900원으로, 같은 수원지에서 나온 이마트의 또다른 피비제품인 분스워터보다 20% 가까이 비싸게 판매된다. 디자인을 통한 프리미엄화를 시도한 것이다. 국산 생수보다 10배 이상 비싼 수입 생수가 소비되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유신재 기자oh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