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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슬로시티사업 선정보다도 유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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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슬로시티]①亞 최초 슬로시티 첫 퇴출 파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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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슬로시티]①亞 최초 슬로시티 첫 퇴출 파장

    뉴시스 | 송창헌 | 입력 2013.07.14 10:01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급속한 산업화와 '속도의 시대'에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없애고 현대인들의 신체적, 정서적 힐링을 위해 10여 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슬로시티(Slow City) 운동.

    국내에도 2007년 12월 4개 지역이 아시아 최초로 국제연맹에 가입하면서 짧은 기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지쳐있던 도시민들에게 슬로시티는 더 없는 청량제가 됐고, '슬로시티=치유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슬로시티는 브랜드 가치상승이나 관광상품화 측면에서 보기 드문 '대박'을 텄다.

    그러나 불과 5년 새 12곳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등 과도한 인증이 이뤄지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빚어졌고, 관광 위주 정책이 버무려지면서 슬로시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퇴색되기 시작했다. 단체장 치적 쌓기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결국, 이 과정에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4곳 중 2곳이 국제연맹으로부터 퇴출당하거나 1년 시한부 보류 조치를 받으면서 한국 슬로시티는 존폐 기로에까지 몰리게 됐다.

    첫 언론보도가 있기까지 2개월간 각 지자체와 한국슬로시티본부는 퇴출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지자체와 본부 간의 갈등과 소통 부재, 근시안적 정책 등도 속속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 자치단체는 서둘러 후속 대책 마련에 돌입했고, 지방의회도 종합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슬로시티의 심장 격인 주민들도 "이대론 안된다"며 운영방식 개선과 소통 채널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슬로시티본부도 추가 승인 작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내실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국 슬로시티의 첫 퇴출사태와 생사를 가른 슬로시티 철학, 해외 선진사례, 한국 슬로시티의 문제점, 해결 방안 등을 긴급 점검해본다. < 편집자주 >

    ①亞 최초 슬로시티 '흔들'…첫 퇴출 결정

    14일 한국슬로시티본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슬로시티국제연맹은 지난해 12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인 전남 담양 창평과 장흥 유치·장평,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 등 4곳을 대상으로 재인증 심사를 위한 실적보고서와 모니터링 결과 등을 제출받은 뒤 올 초 최종심사를 통해 장흥은 탈락, 신안은 보류 결정을 내렸다.

    세계적으로 탈락 후 재인증된 사례가 없는 만큼 장흥은 슬로시티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신안도 내년 4월 재인증 시점까지 슬로시티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담양 창평과 완도 청산도는 행정력과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이유로 5년간 재인증됐다.

    탈락과 재인증 여부는 지난 4월에 이뤄졌다. 심사통지서 번역본은 한국본부와 각 지자체에 5월을 전후로 통보됐다. 재인증 심사는 전 세계 27개국 174개 슬로시티 중 지정된 지 5년이 된 슬로시티를 대상으로 1년에 2차례씩 이뤄진다. 국내 12개 슬로시티 중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는 지역 환경과 자연조건, 생태, 음식문화, 삶의 질, 주민 반응, 지역 특산물 등 크게 6개 분야, 54개(현재 71개) 항목에 걸쳐 두 달 남짓 이뤄졌다. 각국 슬로시티 전문가 40∼50명이 국제조정위원회를 구성, 해당 슬로시티에서 올린 성과 자료 등을 토대로 심사를 벌였다.

    장흥은 슬로시티 실적자료가 불충분한 점을 비롯해 관련 사업과 슬로시티와의 연관성 부족, 전담 부서와 슬로푸드 식당 부재, 공무원들의 낮은 인식도 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관광과 체험 위주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일부 영리를 추구한 측면이 악재로 작용했다.

    신안 증도는 5년간의 성과가 미흡하고 일부 업소에서 로고를 불법 사용한 점 등이 부정적 요인이 됐다. 슬로시티 지정 2년 만인 2010년 3월 증도대교가 들어서면서 섬으로서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잃은 데다 외지인 방문이 폭증하면서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애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장흥과 신안은 이른바 '슬로시티 마케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고 2010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진 전남 슬로시티 100만 관광객 시대에도 적신호가 불가피하게 됐다.

    또 슬로시티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나머지 8개 슬로시티도 지위 유지가 쉽지 않아 보여 제2, 제3의 탈락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장흥과 신안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후유증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당장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관광객 감소가 우려된다. 대부분 매우 급한 도시화와 패스트푸드에 맞선 슬로시티의 유유자적한 삶을 찾은 경우여서 슬로시티 퇴출은 크든 작든 관광객 유치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교통표지판은 물론 행정서류, 안내책자, 홈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사용해온 슬로시티 로고도 전면 금지돼 대대적인 정비사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울러 특허청 등록상표가 장흥에서만 '정남진 슬로우시티 장흥' 등 3건에 이르고 농수축산식품 등 90여 종류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데다 걷기 열풍에 힘입어 슬로시티 도보 코스도 개발된 상태여서 퇴출 여파에 민감한 실정이다. 특허청에 출원된 슬로시티 관련 표장만도 신안 증도가 34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장흥도 5건에 달하고 있다.

    슬로시티 자격 박탈로 국비 지원과 지역 축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재인증 탈락 사실을 알고도 몇 달간 이를 공표하지 않은 데 대한 일부 주민과 군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아 군으로선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

    한국슬로시티본부 장희정 사무총장은 "5년 전 인증 신청 당시 슬로시티를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사업들이 있는데 상당 부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과 운영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공동체연구센터 김현호 소장은 "슬로시티는 개발과 이윤보다 느림을 통해 삶의 양식을 바꿔보자는 운동인데 성과주의와 세일식 접근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

     

     

    [진단-슬로시티]②생사 가른 '슬로시티 철학'

    뉴시스 | 송창헌 |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 여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고장/ 향토음식의 맛과 영양/ 여전히 느림을 알며 전통을 존경하는 고장.'

    슬로시티 선언문 중 일부다.

    197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기어를 저속으로 낮추듯, 삶의 속도를 늦추자는 의미에서 등장한 '다운시프트(Downshift)족'. 이후 20년 뒤 미국의 '슬로비족'에 이어 20세기 마지막 해 인구 1만4000명의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슬로시티가 태동하게 된다.

    느림의 미학, 여유와 치유를 상징되는 슬로시티는 그러나 '속도숭배'를 '느림 숭배'로 대체하자는 게 아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도 아니다.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자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슬로시티 가입 요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구 5만이 넘지 말아야 하고 대체에너지 등 환경친화 에너지를 중시하며 생태환경은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네온사인·대중교통·정적·실외자판기·외지인 부동산 거래·패스트푸드나 유전자변형음식·글로벌 브랜드의 체인점 등은 철저히 금지된다. '슬로푸드'로 키울 만한 유기농 특산품도 있어야 한다. 나무 심기·자전거타기·전통수공업·전통조리법 등은 장려된다.

    평가 대상만 54개 항목에 이른다. 빛 오염 감지시스템 등 24개 항목은 필수다. 절차도 가입 신청에서 최종 승인까지 5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슬로시티의 이념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까다로운 요건은 불가피하다. 심지어 유럽 몇몇 슬로시티에서는 아스팔트도 없고 흔한 편의점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02년 20개 도시를 한꺼번에 신청했지만 "상업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시아 최초로 이뤄진 이번 재인증 심사에서 장흥이 퇴출당하고, 신안의 회원 자격이 보류되는 등 생사를 가른 것도 슬로시티 철학이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심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장흥과 신안은 평가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으며 애당초 한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보서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일부 돈벌이 식 운영과 대규모 교량 건설, 관광과 개발에 치중한 정책, 외지인들의 냉정한 평가도 넉넉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완도 청산도와 담양 창평에 대해서는 "5년간의 실적과 제출한 자료 역시 충실하며, 브랜드 가치 상승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완도 청산도에 대해서는 "섬 일대를 자동차보다는 걸어서 여행할 수 있도록 주민의 옛 생활로를 다시 복원해 친자연적인 길을 만들어 슬로투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든 점과 주민 인식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호평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슬로시티 가치와 이념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바로 보여주고 있다.

    한 전문가는 "빠름보다는 느림, 채움보다는 비움, 인공보다는 자연을 중시하자는 게 슬로시티의 출발점임에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연과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며 변화도, 발전도 천천히 이뤄져야 하는 데도 관광과 세수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건물이 들어서고 태양광시설이 곳곳에 설치되는 등 인공미와 편리성이 중시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첫 퇴출은 다른 지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배에서 내리게 된 지역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자체 사업을 꼼꼼히 되짚어 보는 등 슬로시티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모 자치단체 관계자는 14일 "탈락 사례를 접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이번 사례가 개발 위주의 사업을 제안하고 있는 일부 주민에게 슬로시티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자체 실무자는 "인증 절차 전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다"며 "슬로시티가 요구하고 있는 조건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관련 사업 접근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슬로시티본부도 신중 상태로 돌아섰다. 전남 구례 오미 등 국내에서만 10∼20곳의 지자체가 국제슬로시티 가입을 추진 중이지만, 올해 연말까지 슬로시티 추가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장희정 사무총장은 "유럽이 생각하는 슬로시티 본질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국내 슬로시티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남은 10개의 슬로시티가 질적으로 발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oodchang@newsis.com

     

     

    [진단-슬로시티]③'자연이 키운다' 선진 사례

    뉴시스 | 송창헌 |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여유와 치유를 부르는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Slow City).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국내 일부 슬로시티가 국제연맹에서 퇴출된 가운데 최초 발상지이자 국제슬로시티연맹본부가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영국, 미국, 호주, 중국 등지의 슬로시티를 전남발전연구원 및 한국슬로시티본부(슬로시티 e-뉴스레터)의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10일 한국슬로시티본부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국제슬로시티에 가입된 지역은 27개국 174개 도시에 이른다.

    최초 발상지이자 국제슬로시티연맹본부가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이 18개국으로 가장 많다. 아시아는 한국, 중국, 터키에 이어 일본이 새롭게 가입하면서 4개국으로 늘었다. 나머지는 북미 2개국과 오세아니아 2개국, 아프리카 1개국 등이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오르비에토를 포함해 72개 도시로 가장 많다. 독일이 12곳으로 뒤따랐다. 지난해까지 2위였던 한국은 장흥이 탈락하고 신안이 보류되면서 10곳으로 줄어 폴란드와 함께 세 번째다.

    이어 터키(9곳), 프랑스(8곳), 포르투갈(6곳), 스페인(6곳), 영국(5곳), 네덜란드(5곳) 등이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1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

    피렌체에서 1시간 거리로 면적 169㎢, 인구 1만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1999년 슬로시티 선언 이후 2002년 공식적으로 인증된 세계 최초의 슬로시티이다. 연간 7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생태휴양도시로 잘 알려졌다.

    그레베 지역에서는 대량생산이 아닌 이탈리아식 전통요리법으로 슬로푸드를 조리한다. 피자를 만들며, 상점에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들을 판매한다.

    해발 500∼700m 산간에서 계단식 경작을 통해 올리브와 포도를 재배한다. 그레베의 전통산업인 포도주·스파게티·올리브유를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한다. 전통방식으로 올리브기름을 짜고 스파게티를 만들며 포도주를 발효시켜 생산공정에서 공해나 쓰레기 발생량이 적다. 첨가물도 첨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식 슬로푸드는 주로 지역 내에서 소비된다.

    증가한 관광객 수용을 위해 별도의 숙박시설을 신축하지 않은 대신 기존의 민가를 고쳐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마을의 주요 사안 결정은 협의회를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외부인의 토지매매·거래·거대자본의 유입·대형 쇼핑몰과 음식점·대형공장 등의 입점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레베 지역은 지역경제 및 산업의 주체가 지역주민이다.

    애초 많은 주민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구역에서의 주차금지나 차량진입 금지, 전통방식을 강요하는 농축산물 재배·사육정책은 지역민의 반발을 샀다. 강력한 항의 소동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그레베 시장이었던 파울로 사투르니니는 '슬로'라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순리를 기다릴 줄 아는 것임을 강조했다. 때마침 유럽 전역에 광우병 파동이 일어 많은 지역민이 그의 뜻을 지지하게 됐다.

    ◇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피렌체와 로마의 중간에 있다. 인구는 2만1000명 정도이지만 연간 관광객이 200만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화이트 와인의 대표 산지다. 그레베 인 키안티와 마찬가지로 1999년 슬로시티 선언 이후 2002년 공식적으로 인증된 슬로시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유기농으로 재배된다. 지역생산·지역소비의 원칙에 따라 지역 내 재래시장을 거쳐 가정·학교 등지에 슬로푸드로 제공된다.

    1980년대부터 버스와 자동차 무게 때문에 지반에 문제가 생겼다. 오르비에토는 도시지반을 보호하기 위해 케이블카 운행·번화가의 통행금지·도심 외곽 주차장 설치·무빙워크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지하주차장과 지상의 연결·도심부 전기버스 운행 등 친환경 교통체계가 구축돼 있다.

    100년 이상 된 제과점, 정기적으로 열리는 재래시장이 있다. 오르비에토 시청은 슬로라이프 전략을 수립하여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르비에토 휴식시간 '시에스타'를 시행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8시에는 오르비에토의 전통인 저녁 산책 '파세쟈타'가 시행된다.

    초기에는 시 정부가 앞장서서 슬로시티를 추진했다. 이후 지역 주민으로부터 호응을 얻어 자발적 주민참여가 이뤄진다.

    ◇ 영국 러들로

    러들로는 영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인구 약 1만500명의 소규모 도시이다. 러들로는 지방의 제21·상공회의소·지방의회에서 슬로시티 신청비용의 공동부담을 통해 2003년 영국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현재 슬로시티 영국본부가 있다.

    러들로는 지역생산품 생산의 전통적 방식을 존중한다. '산지생산 산지소비'를 고수하고 각종 전문 장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그들의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다.

    또 환경친화적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들로 변두리에 있는 생태업무공원은 친자연적 설계로 유명하다. 이는 생태업무공원 내 모든 건물이 'BREEAM'(Building Environment Assessment)의 기준에 맞춰 설계·건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들보다 온실가스 방출을 반으로 줄이고 있다.

    ◇ 영국 에일셤

    영국 동부 노퍽에 있는 브로드랜드의 에일셤은 반 전원지구로써 오래갈 새로운 생태공동체(New eco-Community)를 지향한다. 에일셤 슬로시티는 마을 주민의 웰빙으로써 지역민과 방문객의 복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슬로시티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과 관리자(시장·시의원·공무원)를 잇는 진정한 연대감, 사람들이 계속해서 진정한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창출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지정한 웰빙적 에코-타운(Eco-Town)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기존 마을과 떨어져 있되 잘 연계된 새로운 정착지 ▲탄소제로 기준을 달성하는 타운 ▲환경지속 가능성의 모범 타운 ▲주민을 위한 쾌적한 시설을 제공하는 타운 등이다.

    ◇ 미국 소노마

    2010년 미국의 첫 슬로시티로 가입된 소노마 계곡은 인디언들과 스페인이 지배했던 곳이다. 소노마란 말은 인디언 말로 'Many Moons'이다.

    매년 내외국인의 방문자 수는 47만5000여명에 이른다. 소노마 계곡에서 느끼는 철 따라 다양한 자연환경의 변화는 찾는 이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소노마는 나파와 더불어 포도주 농장지대로 더 잘 알려진 지역이다. 지중해성 온난 기후로 일년 내 내 기온이 한국의 초여름과 같다. 소노마 밸리의 뛰어난 생태와 풍요로운 자연유산은 주민과 방문자에게 수준급의 삶의 질적 체험을 제공한다.

    소노마밸리는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촉매적 미래를 염두에 둔 지속성과 함께 장기적으로 소노마의 삶의 질을 보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밸리는 가치와 정체성의 보호를 존경하며 표준화는 반대한다. 또 환경과 인간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대체·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며 자연을 보호한다. 소노마는 슬로-노마(Slow-noma)라는 별명에 따라 슬로라이프를 생활하고 있다.

    ◇ 호주 굴와

    굴와는 2007년 호주의 첫 번째이자 비유럽의 첫 슬로시티이다. 남애들레이드 주도에서 80㎞가량 떨어져 있다. 머리(Murray) 강 하구에 있는 인구 6000명의 작은 타운이다.

    굴와는 남호주의 도시수도인 남애들레이드 관광지의 한 자락이다. 방문자 대부분은 당일 여행자이거나 단기 체류자이다. 외래 방문자 중 아시아계는 중국과 한국 여행자가 증가 추세다.

    굴와는 150년 전통의 목조 보트 건조 센터이자 증기 기선 노(paddle)와 증기 기차가 도입된 중심지이다. 토산품으로는 와인·치즈·올리브·과수원·생선을 들 수 있다. 지역 공예품은 유화·목제품·전통 활 만들기·직조 바구니가 있다. 굴와는 느린 삶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중국 가오춘(高淳)

    중국 최초 슬로시티 가오춘 야시는 인구 2만명의 농촌마을이다. 난징에서 9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중국 최초 슬로시티의 탄생은 세인을 놀라게 했고,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주목을 받게 했다. 공업화가 범람하는 도시들이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고장의 수입원은 생태농업과 생태관광에 의존한다. 30여㏊의 죽원림, 40여㏊의 유기농 녹차원, 50여㏊의 과수원 등 대규모의 경제농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가오춘은 9세기 신라의 석학 최치원의 유적과 스토리도 있다.

    가오춘은 중국 창장(長江)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촌이다. 3분 산·2분 수·5분 밭이라는 생태계의 황금비율을 자랑한다. 국가 생태계 시범구역이기도 하다. 공업 위주의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에너지 소비가 높은 항목들은 무조건 제한하며 생태농업을 위해 국가급 농업 우수기업 2개, 유기농·녹색상품 44개, 각종 농산품 브랜드 2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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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슬로시티]④한국 슬로시티 무엇이 문제인가

    뉴시스 | 송창헌 |

    '관광 편중' 부작용 속출, 전담 TF팀 요원
    伊 이어 세계 2위…과잉 인증 논란 부추겨
    과속 질주, 패스트푸드 등 외지인들 눈살
    관제화 우려, 한국본부-지자체 갈등설도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퇴출을 계기로 한국 슬로시티 전반에 대한 긴급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 블루오션'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문제점과 시행상 착오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우선, 출발선이나 다름없는 가치와 이념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문제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를 3대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관광'이 최우선시되고 있다.

    실적을 계량화하기 쉽고 자치단체장의 업적으로 포장하기에는 더더욱 쉽다. 잘만 하면 주민소득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운영이 지속했다는 지적이다.

    행정도 관광에 편중됐다. 12개 슬로시티 중 무려 8곳에서 관광 부서가 슬로시티 업무를 보고 있다. 장흥이나 신안 모두 문화관광과가 맡고 있고, 담양과 완도도 관광·레저과, 관광정책과에서 다루고 있다.

    2009년 2월 영남 최초로 가입된 경남 하동도 문화관광과에서, 같은 해 9월 가입된 충남 예산은 녹색관광과에서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국제회원이 된 전북 전주, 경북 상주도 관광마케팅팀과 관광진흥팀에서 업무를 처리 중이다. '슬로시티=관광'이라는 등식이 반영된 결과로 붕어빵식 행정의 단면으로도 분석된다.

    팀 단위로 볼 때 전담부서가 꾸려진 곳은 하동 슬로시티팀과 예산 슬로시티TF가 유이(有二)하다.

    한국슬로시티의 컨트롤타워 격인 한국슬로시티본부(한슬본)의 이사장과 사무총장, 상당수 전문위원, 번역가 역시 공교롭게도 관광학 교수 또는 관광전문가들이다.

    "관광이 앞서면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지만 주민생활이나 녹색 성장, 환경, 주거, 소비, 관광을 아우르는 테스크포스(TF)팀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난립 논란도 드세다. 국내 슬로시티는 최초 발상지인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과 부산 등 8개 도시권을 뺀 9개 도(道) 단위 지자체에 빠짐없이 슬로시티가 배정됐다.

    유럽적 가치가 중시되면서 유럽국가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단 1곳씩만 지정된 탓에 "과잉 인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한슬본도 이를 의식한 듯 뒤늦게 추가 인증을 중단하겠다는 태도다.

    방향타가 빗나가면서 슬로시티에 대한 일반인들의 볼멘소리도 높다.

    이모(52·경기도)씨는 "슬로시티는 속도보다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아는데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시골 국도를 시속 120∼130㎞로 달리는 게 무슨 슬로시티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광객 박모(43·부산)씨는 "오랜 시간 걸려 만든 옛 전통음식들을 맛보기 위해 왔다가 햄버거와 치킨 등 패스트푸드가 버젓이 팔리는 것을 보고 '다른 지역과 별반 차이가 없구나'하는 생각에 실망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관제 운동화 되는 측면도 문제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운동임에도 슬로시티의 주체인 주민은 총회나 지자체 협의회 참석조차 차단되고 있다.

    전남의 한 주민위원회 사무장은 "멘토 역할을 해야 할 한슬본과 무대 뒤 지원에 주안점을 둬야 할 단체장들에게 논의구조가 집중되다 보니 정작 주민은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남발전연구원은 2010년 '슬로시티 실태와 발전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슬로시티는 주민 이해도나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4곳에서 최초로 동시 추진되면서 행정기관 주도로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전남도가 1억원 가까운 혈세를 들여 두 차례 슬로시티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정부와 슬로시티 간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음에도 재인증 탈락사실을 두 달 후에야 알게 된 점도 소통 부재의 단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체장 치적 쌓기 행정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과 한슬본의 독단적 운영, 한슬본과 지자체 간 갈등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슬로시티 한 곳 당 2000만원에 이르는 연회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주민 모니터링 후 피드백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재인증 결과에 대해 소명의 기회가 충분한 것인지도 걸음마 단계인 한국슬로시티의 과제들로 대두하고 있다.

    goodchang@newsis.com

     

     

    [진단-슬로시티·끝]⑤'위기는 기회' 해결책은

    뉴시스 | 송창헌 | 

     

    '가치있는 느림' 슬로정신과 가치가 첫 단추
    주민-지자체-한슬본 협의체 구성 소통 시급
    난개발, 부실 인증 막고 벌금제 도입 여론도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빠른 게 꼭 좋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가치 있는 느림은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

    '돌부처' 이창호 프로바둑기사의 명언 중 하나다. 둔한 수 때문에 초반에 자주 밀리는 자신을 견줘 던진 말이지만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는 슬로시티와도 상당 부분 맥을 같이한다.

    '느리게 사는 삶'과 그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시아 최초로 도입된 슬로시티가 국제연맹 첫 퇴출로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슬로시티 백년대계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기본, 즉 슬로시티의 근본 가치와 이념에서 열쇠를 찾고 있다.

    지역공동체연구센터 김현호 소장은 14일 "슬로시티는 개발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느림과 이를 통한 공동체 추구라는 라이프 스타일 전환운동"이라며 "소득증대만이 행복의 척도는 아닌 만큼 성과주의와 세일식 접근은 지양하고, 공동체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느린 삶'에 대한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슬로시티라는 브랜드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기보다 전통문화와 자원의 보존, 환경 보전 등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기본정신과 본질에 더 많은 가치와 비중을 둬야 하고, 그러면 관광과 소득증대는 자연스레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증가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민박을 유도하는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지역의 전통과 옛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전통음식 만들기 등 지역별 특화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녹색 장터와 같이 주민소득을 끌어 올릴 친환경적 프로그램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난개발을 지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함께 중요한 게 소통구조다.

    추가 퇴출을 막고 슬로시티 가치와 이념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정치적, 금전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 주민위원회와 해당 지자체, 광역자치단체, 한슬본 등 슬로시티 4대 추진주체가 협의체를 만들어 유기적인 소통과 운영상 문제점들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자체들 간의 과열 경쟁을 막고 선출직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용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신규 인증절차가 요구되고, 부실 운영을 막기 위해 인증 남발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여기에 국제슬로시티 가입이나 재인증을 위한 검증 항목이 50가지가 넘는 만큼 모니터링도 공개적으로 꼼꼼히 이뤄지고, 횟수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모니터링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한 이산화탄소 줄이기와 각 가정 나무 심기, 자판기와 일회용 컵 안 쓰기, 에어컨 대신 부채 사용하기, 계단걷기 등 슬로라이프 실천지침을 주민과 사업자, 방문객 모두에게 적용한 뒤 과감하게 벌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일각에서는 제시되고 있다.

    한국슬로시티본부 관계자는 "슬로라이프 실천운동과 벌금제는 가능하면 각 지역의 조례로 제정하는 것도 검토해봄 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슬로시티 보전 과정에서 경관의 중요성이 중시되는 만큼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원풍경(原風景)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새로운 차원에서 지역자원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녹색선발대(Green Front) 운영 ▲슬로푸드 문화상품화 ▲유전자변형식품 거부운동 ▲인터넷 웹사이트 구축 ▲전통시장 겸 농부마켓 조성도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대안들로 제시되고 있다.

    전남도의회 서동욱(순천3) 의원은 "가치 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 중심이 돼야 하고 지정 당시 가치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라며 "각종 지표관리와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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