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협동조합 언론’ 출범…실험 성공할까

2013. 7. 8. 18:03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잇단 ‘협동조합 언론’ 출범…실험 성공할까

등록 : 2013.06.04 20:00수정 : 2013.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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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봉현의 소통과 불통

요즘 아이들은 아토피 피부염이 참 흔하다. 대학에 갈 만큼 다 자라서도 긁적인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주부들 가운데 생활협동조합(생협) 회원이 많다. 순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서 좀 멀어도 찾아간다. “먹을거리라도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지며 소비자 생협 회원은 120만명이 넘었고 올해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생협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같은 유통업이지만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장기적으로 알고 지내는 관계를 맺는 점이 큰 차이다. 생협은 계약 농가와 재배 품목을 미리 의논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약속한다. 가을 수매자금을 봄 농사자금으로 미리 대주기도 한다. 생산자도 내 가족이 먹을 것과 똑 같이 정성을 들여 키워서 납품한다. 도시에 사는 조합원들은 가끔 산지를 찾아 수확을 거들기도 한다. 이런 공동체 안에서 믿음이 자란다.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고, 누가 먹을 것인지 신경 쓰지 않는 공장형 생산과 대량유통 방식이 따라오기 어려운 강점이다.

몸만큼이나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오염된 음식이 몸을 상하게 하듯 혼탁한 말은 마음을 헤집고 신뢰를 갉아먹는다. 말의 타락은 주로 언론의 책임이다. 우리는 언론의 창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맑고 청아한 언론의 창이 흐려지는 것은 뉴스 생산과정에 힘과 이해관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사주권력, 광고주 권력 같은 게 그런 왜곡의 힘들이다.

인터넷은 풀뿌리 언로를 열었지만 동시에 100년 이상 언론을 지탱한 상업(광고)모델을 허물어뜨렸다. 살아남기 위해 ‘바닥’으로 달리다 보니 뉴스가 점점 이상해진다. 광고주 발등을 밟을세라 언론은 까치발을 하고 다닌다. 포털엔 낚시 제목이 넘쳐나고, 아이들 보기 민망한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애국가 시청률’에 몸이 단 방송들은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그가 파렴치범일지라도 토론자석에 앉힐 태세다. 농약이 범벅이 된, 유전자가 마구 조작된, 부피만 늘렸지 맛은 형편없는 뉴스와 논평이 넘쳐흐른다.

뉴스의 쇠락을 막아낼 묘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협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듯 건강한 뉴스를 독자가 공동구매하면 어떨까? 사실 속속 생겨나는 협동조합 언론이 그런 싹을 보여준다. .

이달 초 인터넷 뉴스매체 <프레시안>이 주식회사를 마감하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3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월 1만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 1만명을 모을 계획이다. 월 1억원의 조합비로 충분치 않지만 뜻을 굽히지 않을 만한 버팀목은 된다고 한다. 당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정적인 광고부터 털어낼 것이라고 한다.

충북괴산의 <느티나무통신>, 전남 순천의 <순천광장신문>도 3~4월 닻을 올린 협동조합언론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널린 게 무료 뉴스인데 왜 한달에 1만원을 내야 할까?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시도는 거의 다 실패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시장형 거래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기부 같은 선물경제가 인간 유전자에 더 깊숙이 새겨져 있다. 결국 독자와 소통하고 가치를 확인해가는 ‘뉴스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느냐가 갈림길이 될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