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리더쉽 이란

2013. 7. 7. 06:57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세상의 흐름은 글로벌과 로컬이 함께 성장할 것이다.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지구촌)과 로컬(지역사회)은 함께 주목받고 연동되어 움직이는 인간 삶의 단위이다. 지역사회의 확장이 지구촌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몰락은 지구촌의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개발이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른다. 중앙정부 차원의 사회, 경제정책 및 개발정책이 여전히 중요하고 국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만 사회가 고도화는 지역사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적 영향력을 예전만하지 못하게 하였다. 오히려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회, 경제 및 개발정책의 수립 및 추진이 더욱 주민들의 삶에 밀착되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다.

 

이렇듯 세계사적 흐름과 부합하고 주민들의 삶과 더욱 밀접해지는 지역사회개발을 더 이상 무기력하게 대응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다. 지역사회개발의 주체인 주민, 지방정부, 기업, 비영리단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지역개발의 블루프린트를 그려야 한다.

 

물론 21세기 추진해야한 지역사회개발은 개발독재식 개발논리와는 결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인간중심, 생명중심의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라는 모토여야 한다.

 

‘인간중심, 생명중심의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라는 모토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표현이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사회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된 지역사회가 여전히 10여년 넘게 정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입된 자원 총량이 모자랄 수도 있고, 블루프린트를 만들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지역사회개발을 추진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역량은 바로 ‘지도력’이었다.

 

지도력은 지역사회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그리고 핵심적인 요소이다. 일본의 지방 소도시 유바리市의 도시파산 사례를 보면 ‘지도력’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유바리市,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로 친숙한 일본 유바리市가 지난해 6월 파산을 선언했다. 파산 당시 市의 총 부채는 353억엔이었다. 한때는 일본 지자체의 성공신화, 모범사례로 칭송 받았으나, 이제는 재정파탄의 본보기로 전락한 유바리市. 인구 1만 2천명의 작은 도시가 어쩌다 이렇게 큰 빚을 지게 된 것일까?

 

유바리市가 내세운 모토는 ‘탄광에서 관광으로’였다. 유바리市는 1980년대,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를 선언했다. 역사촌, 석탄박물관 등 대대적인 관광개발로 지역의 부흥을 꾀했다.

 

그러나 희망이 되어 주리라 믿었던 관광사업은 거대한 부실덩어리가 되었다.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비극적 결말은 예정돼 있었다. 그 정점에 무려 24년이나 재임한 나카타 테츠지 전 시장이 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나카다 전 시장은 감쪽같이 속였다. 그 비밀은 교묘한 회계 조작에 있었다. 견제와 감시의 의무가 있는 의회는 눈이 멀었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 시민들은 시와 시장이 하는 말만 믿고 모든 것을 맡겨두었다.

 

파산선언 9개월째, 유바리市는 구조조정 중이다. 도서관이 사라졌고, 공중화장실이 폐쇄되고, 유일한 종합병원인 시립병원은 야간응급진료를 중단했다. 7곳의 초등학교는 단 1곳만 남기고 모두 폐교된다. 공무원 임금 30%가 삭감되고 150여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시가 소유해온 관광시설과 병원은 전문 경영인에게 넘어갔다. 이 모든 것이 지난해 6월 파산을 선언한 유바리市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잘못은 지자체가 했지만, 잘못에 따른 책임과 부담은 주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유바리는 353억엔의 빚을 18년에 걸쳐 갚아나간다는 재건계획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세금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주민들은 빚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지만, 공공서비스는 일본 전역에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못 견디고 유바리를 떠나고 있다. 적자를 줄여나간다고 해도 그 때문에 주민이 살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재건계획이 아니라 지역파괴 계획이다.

 

시장의 무능과 책임회피, 시의회의 감시소홀, 지역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가장 교과서적으로 어울린 결과 유바리市는 파산했다. 여기서 보듯이 우리는 지도력의 무능이 불러오는 엄청난 사태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유능한 지도력은 무엇일까? 지도력은 지도자의 역할로 드러난다. 지도자는 지역사회개발을 추진할 사람들의 역량은 숙성시켜야 하며 그들이 수행해야 할 새로운 과제에 철저히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지역사회개발을 추진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예비 정치인, 네트워크 전문가, 지역개발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을 발굴, 육성하고 이들이 수행해야할 새로운 과제에 철저히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또한 아주 효과적으로 일을 해내는 지도자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로서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지도자의 기본적인 자격이란, 우선 하고자 하는 의욕과 능력 그리고 경청할 수 있는 자제력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남에게 전하고자 하는 자세이다. 지도자란 자기의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소통해야 한다. 당연히 솔선수범하면서 소통하고자하는 의사를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

 

세 번째 자격은 직무유기나 현장 부재의 기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무유기는 당연히 용서받기 힘든 행위이며,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 권위와 명망만 가진 채 지도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현재부재의 행위도 옳은 지도자의 像은 아니다.

 

네 번째 자격은 성취해야할 업무에 비해 자신의 존재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자세이다. 지도자는 객관적이면서 어딘가 초연해야 한다.

 

끝으로 지역사회의 지도자는 특히 주민들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지도자는 생계까지 가능한 기술 습득이 요구된다. 더 이상 이론과 말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더 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구체적인 노동의 현장 속에서 주민들과 생활 속에서 만날 때만이 진정한 지도력이 구현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나 스스로가 지도자라는 생각,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세계사적 흐름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올라탄다면 우리 지역사회는 성공할 것이고, 이러 저런 이유와 핑계로 일관하면서 지역사회개발의 중요한 요소인 지도력 성숙과 인재양성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다시 실패할 것이다. 유바리市의 사례는 결코 우리를 피해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