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속가능발전 : 진보진영의 새로운 담론 [2]

본문

지속가능발전 : 진보진영의 새로운 담론 [2]

김성환 (human-n****)

주소복사 조회 2101 09.05.16 00:17

 

 

지속가능발전 : 진보진영의 새로운 담론

 

 

                        김은경(한국미래발전연구원 지속가능센터장)

 

 

 

 

 

 



1. 글을 시작하며

 

 


참여정부 환경 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할 일이나 생태근본주의자의 시각을 빌지 않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일반적인 평가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에서 요즘 난무하는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심경이고 동시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은 분명 지구적으로 당면해 있는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한계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경제에 또 다시 부담을 줄 것이고, 국가 경쟁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지켜보기 어려운 것은 현 정부의 녹색성장을 용어의 선점으로 치부하는 야당과 그 주변의 소위 진보세력들의 인식이다. 정말로 ‘컨텐츠’는 가지고 있는데 ‘프레임’을 선점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용어의 선점이라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진보진영이 현 정부가 주장하는 ‘녹색성장’의 대안, 혹은 ‘녹색성장’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 진영은 용어가 선점되지 않았다면 ‘녹색성장’이라는 용어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키고자 하는가? 그 내용은 현 정부의 ‘녹색성장’에 포함된 내용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부운하의 개발과 경인운하의 개발은 무엇이 다르고 새만금의 개발은 무엇이 다른가? 경인운하나 새만금 개발은 녹색이고 경부운하의 개발은 녹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이러한 사업들에 대한 수용은 ‘녹색뉴딜’이 경부운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 주요 반대 논리인 민주당의 입장을 아주 궁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근본적인 인식 기반을 ‘지속가능발전’이 아니라 ‘성장’에 두고 있는 현 정부와 인식수준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진보진영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은 현 정부의 녹색으로 포장된 성장지상주의를 제대로 방어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재 진보 진영이 시급하게 갖추어야 할 것이 ‘용어’가 아니라 ‘내용’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녹색성장’을 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청계천 복원을 내걸었던 2002년의 서울 시장선거에서도 보수 진영의 선거 공약이 보다 환경적 측면 에서 적극적이었고, 2006년의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보수진영은 환경운동 경력이 부각되어 있는 오세훈 후보를 내세웠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7년 대선에서는 보수진영의 이명박 후보가 보다 진보적이고 환경적인 이미지를 갖기에 이르렀다. 결국 보수진영은 철학적 배경은 다르나 환경을 활용할 정도의 안목은 있었다고 본다면, 진보 진영은 환경이 주요 이슈가 아니라고 보거나,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쳐, 환경을 무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보수 진영이 컨텐츠는 없어도 프레임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 진보진영은 컨텐츠도 없고 프레임에서도 수세를 보였는데, 진보진영은 그들의 문제가 프레임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컨텐츠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컨텐츠 문제는 선거 국면에서 보다 정권을 인수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의 정책 결정과정들을 살펴보면, 경제·개발 부서의 관료들과 청와대 보좌진, 그리고 국회 사이에 단기적인 성장위주 또는 지역 개발 위주의 정책 방향에 의견이 없었다. 이 분야에 있어서의 전선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있지 않았고, 경제 성장과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있는 듯 했고 사회 정책은 경제 정책의 절대적인 우위 속에 사회 정책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것에 환경진영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지만, 진보개혁진영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어느 정도 인식만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나, 기후변화 대책으로 인한 시장의 움직임은 이미 너무나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던 터라 그 잠재적인 기회와 위기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누구도 더 이상 에너지 위기나 기후변화 대책을 미룰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아직 그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각국은 경제적인 위기를 벗어나는 것을 가장 긴급한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대책은 각국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긴급한 경제 위기가 회복할 때까지 제쳐두어야 할 달갑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 회복 이후 각국은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진보개혁진영이 우리가 처한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각의 방법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인지를 공론화하고, 진보개혁진영의 담론을 공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사 다음에 진보적인 정부가 다시 들어선다 해도 우리사회가 경제, 사회, 환경이 균형을 이룬 보다 형평한 사회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참여정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다.

 

우선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의 배경을 더듬어 보고, 경기침체와 함께 ‘삼중의 위기’로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와 함께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수용해 보다 통합적인 해결책을 만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지형을 살펴보고, 지금까지 경제, 사회, 환경의 균형적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생각되는 성장우선 사고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새로이 통합적인 담론을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제안과 그를 뒷받침 할 구체적인 정책들의 방향과 요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2. 위기의 인식과 대응에 대한 세계적 동향

 

 


1) 위기에 대한 인식

 


① 에너지 위기

1년 전 2008년 5월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를 육박 했었다. 하반기에 세계를 뒤흔든 미국 발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고, 경기침체는 에너지 수요를 급감시켜 에너지 가격의 폭락을 가져왔다. 1987년부터 석유가격의 변동을 나타낸 그래프 <그림2-1>에서와 같이 2008년의 가격 변동 폭은 세계 경제에 충격적인 것 이었다. 저개발국에서는 전력 공급의 제한, 취사용 유류 부족, 자동차 휘발유의 품귀 등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었고, 공급부족까지 가지는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상된 유가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설용 중장비와 화물차들이 수지를 맞추지 못해 가동을 중단하는 등 유가 인상으로 인한 서민들의 생계 압박이 상당한 수위에 이르렀었다.

 

<그림 2-1> 북해산 브랜트유 유가 변동


자료출처 : Wikipedia

 


이러한 급격한 유가상승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제기 되었었다. 첫째는 낙관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급격한 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더 발달된 기술로 더 어려운 위치의 원유를 캐어낼 수 있거나, 오일 샌드와 같이 그동안 주력해오지 않았던 분야의 개발이 확대되거나, 지정학적인 불안 요인 해결을 통해 원유 매장량이 큰 국가의 원유 생산과 공급을 늘일 수 있다든가 하는 일이다. 또는 가격상승 시점의 금융, 환율, 투기세력 등의 영향을 주요 변수로 파악하고 이러한 주변 상황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던 이 입장은 가격 급등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기술의 발달로 공급을 유지하면서 가격이 다소 오른다 해도 인류가 화석연료에 의해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입장은 그 원인을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 법칙의 관점에서 세계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석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OPEC 이외 국가들의 원유생산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소비와의 갭이 커지고 있으나 OPEC의 석유 생산량 증가가 이러한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08년 7월 발표된 미국 Interagency Task Force on Commodity Markets의 「원유에 대한 중간보고」는 이러한 입장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20년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2004년 이후 5%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그에 따른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거의 정체된 상태로 시장 가격기구의 작동에 따라 원유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림2-2>는 이 보고서의 주장을 간결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탄력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에너지 자원의 특성상 소비가 단기간에 줄지 않는 것이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급격한 유가 인상이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투기세력의 개입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었는데, 투기세력의 개입 시에 나타나야하는 비축량의 증가가 없다는 점 등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투기세력에 의한 가격 상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림 2-2> 세계 GDP 증가율과 원유 생산 증가율


 

새로운 기술개발로 석유 공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OECD 산하의 에너지 기구인 IEA(International Energy Association)의 세계 에너지 전망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IEA는 이제 값싼 석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시대는 지나갔다고 전망한다. 세계 경제 규모의 팽창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증가와 그에 비해 완만한 생산량 증가, 석유 개발비의 증가로 석유 고갈이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유가는 불안정 상태에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실제 유전 개발 사이트들의 실사를 통해 중동의 주요 산유국 이외 지역에서의 석유 생산비가 중동에 비해 높아 유전을 개발하더라도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OECD 밖의 국가들이 GDP 대비 에너지 조달 비용이 높아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석유의 수요 공급 불균형은 검토 대상 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으면 석유의 고갈 문제와 맞닿아 있다.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에서 100년 안에 고갈될 위험을 경고한 후 산업계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로마클럽의 당초 예측보다도 다 빠른 시점에 자원 고갈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림 2-3>은 석유 생산의 피크를 계산한 14개 연구에서 피크로 예상하는 시점의 분포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들이 95%의 연구에서 예측하고 있는 생산량의 변동 폭이다. 파란색 점선으로 표시된 그라프가 IEA의 예측 그라프인데 IEA의 중간 시나리오는 피크를 2037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IEA의 예측을 근거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030년까지 석유 소비량이 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2037년의 피크에 조차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림2-3> 석유 고갈시기에 대한 연구들의 평균값 분포

 



World oil production (EIA Monthly) for crude oil + NGL. The median forecast is calculated from 14 models that are predicting a peak before 2020 (Bakhtiari, Smith, Staniford, Loglets, Shock model, GBM, ASPO-[70,58,45], Robelius Low/High, HSM).

95% of the predictions sees a production peak between 2008 and 2010 at 77.5 - 85.0 mbpd (The 95% forecast variability area in yellow is computed using a bootstrap technique).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의 영향을 분석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가 좋은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예측에서 투기를 주요인으로 보는 입장을 유지했는데, , 2008년 3월에는 연말의 유가를 76$로 예측하고 있으며, 08년 6월 보고서에서는 94$로 수정하여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08년 5월 골드만 삭스는 향후 6-24개월 안에 유가가 배럴당 2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EU 의장 Andrio Piebalgs는 2011년 이전에 유가가 20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고, IMF는 향후 유가가 년 간 30%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금융위기는 모든 전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치가 그나마 근접한 수치가 되는 해프닝이 연출 되었지만, 삼성경제연구소도 세계적인 동향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고, 08년 6월 보고서에서는 대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유가 200$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놓고 있다. 그 내용은 유가가 200$로 상승하면 경제성장이 4.9% 감소하고, 민간 소비가 7.5% 투자가 3.1%감소하고 212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이고, 수출 물가가 0.1% 상승하는데 비해 수입 물가는 12.8%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는 3.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조업의 평균 원가가 18.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나,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65.12%, 교통물류업의 경우 26.78%의 중간투입비용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예나 2008년 우리나라의 예에서 보듯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큰 틀에서의 영향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결국 유가의 인상만으로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경제 성장이 4.9%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치 자체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에너지 소비구조의 전환 없이 그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②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우리에게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든지, 높은 산의 만년설들이 사라지고 있다든지 하는 뉴스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예측보다 얼마나 더 빨라지고 있는가는 뉴스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빙붕이 붕괴하는 모습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빙하가 녹는 일이 빙하와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다른 영향들, 또는 기후변화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요인들과 중첩되어 우리생활에 증폭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극지방의 해빙은 기후변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얼음에 의한 태양열의 반사량이 1/4로 줄어들어 다시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원인이 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북극의 그린랜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7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남극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5m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남극과 북극 대륙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12m의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고 이 경우 전 세계에 6억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IPCC가 애초에 2100년에 18-59㎝로 해수면의 상승을 예측했으나 이수치를 2m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대체로 해안선이 1.5㎞ 후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수면의 상승은 단지 해안의 침수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에 따라 빈번해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태풍과 연계되면 해일로 해안 저지대에 위치한 도시들이 바로 물속에 잠길 것으로 우려되었는데, 이미 뉴올리언즈에서는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면 상승의 속도가 세계평균에 비해 2-3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보다 심각한 피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연구가 없어 해안 도시들의 재해 위험이 제대로 평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높은 산의 만년설은 봄부터 녹기 시작하면서 강에 수량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해 왔으나 만년설들이 사라지면서 강의 수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댐을 짓고 생활용수 및 산업용수 사용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만년설의 해빙은 많은 강들의 수량을 감소시켜 콜로라도 강을 비롯해 황하강 등 점점 더 많은 강들이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말라버리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강 하류 지역은 용수부족의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도 곡물수확에 영향을 미치는데, 결실기에 적정온도 보다 1.1℃ 기온이 상승하면 벼의 수확량이 10%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고,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6월에서 8월의 성장기에 기온이 평균보다 1℃ 상승하면 콩과 옥수수의 수확량이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3대 곡창인 중국과 인도, 미국의 지하수위가 모두 감소하고 있고, 그 결과 중국의 곡물생산은 이미 자급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국의 식량생산 감소는 사막화와 도시화로 인해 방대한 농업용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 식량생산은 지난 8년 중 7년 동안 연간 소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식량재고는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가 식량을 자급할 수 없어 세계 곡물시장에서 식량을 조달하게 되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오랫동안의 우려는 이미 2007년을 기점으로 현실화 되었다. 2007년의 옥수수가격은 2년 전의 두 배로 뛰었고, 밀의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라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이렇듯 기후변화와 그 외에 인구 증가나 유가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게 되는데, 식량 자급율이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이로 인해 물가상승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곡물가격인상은 미국의 식량원조 곡물가격을 2004년의 톤당 363$에서 2007년 611$로 인상시켜 식량원조의 양이 40%로 감소돼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의 기아가 극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으로 자주 거론되는 또 하나의 분야가 생물다양성의 감소인데, IPCC 4차 보고서에 의하면 기온이 1℃ 상승하면 생물종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멸종 속도는 자연상태의 1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새로운 종의 발생으로 균형을 유지하기에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멸종이 가장 심각해 보이는 곳은 바다인데, 대기 중의 CO2가 바다에 녹아들어 바닷물을 산성화하고 해수 온도가 높아져 산호초의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2006년의 UNEP 보고서에는 2004년에 149곳 이었던 데드존이 200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고, 2006년 말 스탠포드 대학 국제연구팀은 세계 12개 해안의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2050년이 지나면 바다에 자연 해산물이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진다’는 보도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지만, 그보다 두려운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거나 예측하는 생태계의 변화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관찰, 분석이 월드워치와 같은 환경연구소에서 주도되었던 것과 달리 그 원인과 변화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은 IPCC (Inter-government Panel for Climate Change)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림2-4>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자료: IPCC WGI Fourth Assessment Report

 


 IPCC 보고서는 과학적인 검증과 정부 대표단의 검토를 거쳐 발표됨으로써 관찰을 통한 보고서에 비해 상당히 늦은 설명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과학적인 권위를 갖는데, 2007년 초에 발표된 4차 보고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많은 문제를 정리해 주었다. <그림2-4>는 그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축정도를 보여준다. 아래 <그림2-5>는 1850년부터 지금까지의 온도변화, 해수면 상승, 북반구의 만년설 감소 현상을 잘 보여준다. IPCC 4차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기후변화의 원인을 인류의 경제활동의 결과로 밝힘으로써 그 변화의 책임과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림2-5 > 기온변화, 해수면 상승과 북반구의 만년설 감소

자료: IPCC WGI Fourth Assessment Report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와 그 원인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없는 어떤 것도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비용으로 표현되지 않는 위험 또한 심각성을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각국의 적극적인 대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각국이 GDP의 1%을 기후변화 대책을 위해 투자 한다면 5-20%에 달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전 영국 재무장관 리콜라스 스턴의 보고서는 정책담당자들의 이러한 속성을 잘 간파한 설명이라고 보인다. 2009년 2월 UNEP Green Economy Initiative에서 발표한 「Global Green New Deal」보고서는 현재의 경제활동방식이 지속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2030년까지 45% 증가하고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6℃에 이를 것이고, 그 결과로 세계 경제는 전체 GDP의 5-10%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될 것이고, 빈국의 경우에는 그 손실이 10%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보고서를 기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감축 조치가 성과로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적 지체를 감안하면 시간은 부족한데 아직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적인 협상은 규제를 강화하고 의무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발전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국제적인 규제는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존 산업들에게는 비용을 가중시키는 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2) 위기 대응의 역사적 배경

 

고전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에서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제시했던 칼 마르크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당면했던 가장 큰 위기에서 빛을 발했던 케인즈, 그 누구도 자신의 경제 이론 속에 자연 자원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학의 논의에서 자연은 그저 무한히 존재하는 것으로, 가능하면 많이 투입해서 생산을 늘이는 것이 최선의 경제정책으로 치부되어 왔다.

 

이러한 경제 이론에 따라 각국이 무한한 성장을 목표로 가능한 한 많은 자원을 채취해 생산을 증가시켜온 결과 1940년 대 말부터 1950년대에 집중적으로 대형 환경오염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중 큰 것만 열거해보아도 1952년의 런던스모그를 비롯해, 1940년대 말 미국의 Donora에서 있었던 대기오염과 1954년의 Los Angeles의 대기오염사건, 일본에서 있었던 미나마따 병이나 이따이따이 병과 같이 중금속의 체내 축적으로 인한 공해병 등이 있다. 이러한 오염사건의 빈발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는데, 특히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살충제로 쓰인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에 축적되고 그로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어 봄이 되어도 아무런 생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들판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68년에 발간된 하딩의 「공유지의 비극」은 공동의 목초지에 가축을 방목할 때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축의 수를 늘여감으로써 목초지를 황폐화시키는 비극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하당의 이러한 주장은 공유지의 관리를 위한 동의된 강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발전해 향후 환경 행정의 토대가 되었다.

 

1972년 로마클럽에 의해 발표된 「성장의 한계」는 좀 더 구체적으로 경제시스템의 작동 모델을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산업자본주의가 갖는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인구, 자연자원, 일인당 생산량, 일인당 식량생산량, 오염의 다섯 가지 요소들이 각각의 긍정적 강화요인과 부정적 강화 요인의 상호작용과 다른 요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부딪히게 되는 위험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인구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일인당 산업생산량의 증가 즉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게 되면,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고갈과 자원의 사용으로 인한 오염으로 경제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경제의 혼란은 아주 급속히 닥칠 수 있다 것을, 수수께끼를 들어서 설명한다. 현재 소비를 기준으로 수 백년의 사용가능한 매장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 증가율이 일정비율로 계속된다면 자원 부족은 아주 짧은 시간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그에 대한 경계로 자원의 소비가 두 배가 되는 시간을 유의해야 하는데, 연간 5%의 증가율이면 14년, 7% 성장률이면 10년, 10% 성장률이면 7년이 자원의 소비가 두 배가 되는 기간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의 경제 성장은 빈국과 부국의 경제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와 균형을 이루는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필요성을 제기하고, 오염에 대해서는 기술의 발달로 오염을 제거하는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생산이 높아지면 오염의 절대량이 많아져 여전히 오염에 의해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과, 오염의 발생에서부터 실제로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적 지체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장의 한계는 분석방법에 대한 비판과 기술발달에 의한 해결을 너무 가볍게 평가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36년이 지난 지금 기술의 역할과 자원의 문제나 오염으로 인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오히려 당시 연구가 가졌던 통찰력이 돋보인다.

 


‘오늘날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비난의 말들 가운데 ’비경제적‘이라는 말만큼 결정적인 것은 없다. 어느 행위에 비경제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 존재의 권리가 의심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강하게 부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면 그건 무슨 일이든 부끄러운 일이며, 그것을 중지하지 않는 사람은 방해자거나 바보 천치로 간주되어 버린다. 어떠 행위를 부도덕하다든지 추악하다든지 단조롭다는-또는 인간을 타락시킨다든지 세계 평화나 자손의 번영을 위협한다는-이유로 아무리 비판해 보아도 그것이 ’비경제적‘이라고 증명되지 않으면 그 행위의 존재가치를 진정으로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요즘의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한 듯한 이글은 1973년 출판된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인용한 글이다. 슈마허는 그의 책에서 경제학의 판단은 현실생활의 여러 장을 검토하여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있을 것인지 만을 판단하여 결정을 내린다고 지적하고 그 결과로 환경의 악화와 자연의 질이 퇴화하고 있어 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었으며, 이제 경제가 경제학 이외 분야의 연구로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산업사회가 자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소득으로 착각하여 소비하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는 자원의 고갈과 자원의 사용으로 인한 오염이 자연의 수용한계를 넘어섬으로서 생기는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영속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경제가 효율성을 갖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기술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감세나 지원, 또는 투자가 고용을 늘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말로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이 노동을 배제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산업자본주의 경제의 한계는 오일쇼크를 겪고 있던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더욱 행동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해 유엔은 1972년부터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을 연계 검토하는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1987년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미래세대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는 지속가능발전개념을 발표했다.

 

1992년 리우에서 있었던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의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각국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의제 21’을 작성하는 것에 합의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채택하는 등의 성과를 내었다.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인간, 지구, 번영(People, Planet, Prosperity)라는 주제를 선택해 저개발국가들의 경제발전의 욕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회발전과 통합, 환경보호, 경제성장이라는 3대 축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확대한다. 아울러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각국이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하는 수단으로 국가지속가능발전이행계획의 수립과 평가지표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3) 위기 대응의 국제적 동향

 


① 영국 Green New Deal Group이 제시하는 대응 방안

영국 Green New Deal Group이 영국 정부에 제안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국가 및 국제 금융 시스템의 구조 전환과 주요 세제의 변화에 대한 것 이고, 둘째는 효율적인 수요관리와 병행되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활용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다. 이 그룹은 이러한 제안이 실행되면 금융위기와 에너지위기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라는 삼중의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동시에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원에 기반한 일자리가 풍부하고 활성화된 저탄소 경제를 위한 기초가 마련되고 지방의 생산과 분배가 확대되고, 국가의 안정성을 포함해 보다 안정된 경제 환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들의 제안을 국내 정책 부분과 국제관계 관련 정책으로 나누어 <표2-1>,<표2-2>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표 2-1> Green New Deal Group의 영국 국내 정책에 대한 제안



 

 


<표2-2> Green New Deal Group의 영국의 국제적 조치에 대한 제안

 

 

② UNEP Green Economy Initiative의 방향

UNEP는 2008년 10월 Green Economy Initiative(GEI)를 창설하고 아래와 같이 세 가지 활동목적을 밝히고 있다: 첫째, 세계경제의 회복과 고용기회의 창출 및 취약계층의 보호; 둘째, 탄소 의존도, 생태시스템의 훼손, 물 부족의 완화; 셋째, 2025년까지 극단적인 빈곤 추방이 그것이다. GEI는 이러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고용효과가 높은 동시에 지속가능발전에 부합하는 사업 영역을 아래와 같이 6가지로 설정하고 있다.

 

<표 2-3> UNEP의 Green Economy 사업 영역



 

GEI는 이러한 사업의 지원을 위해 세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첫 번째 분야는 ‘생태시스템 및 생물다양성의 경제(The Economics of Ecosystems and Biodiversity : 이하 TEEB)’으로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국가나 국제경제의 주요 가치로 반영시키고자하는 활동이다. 두 번째는 TEEB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 각국 정부에 적용 가능한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린 잡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돕는 일이다. GEI가 Green Economy의 중간보고서 형태로 발간한 Global Green New Deal에서는 각국이 해야 할 일과,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을 각각 <표 2-4>, <표2-5>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표 2-4> Green Economy Initiative가 제안하는

Green New Deal을 위한 각국의 조치




<표 2-5> Green Economy Initiative가 제안하는

Green New Deal을 위한 국제적 조치




 

③ 미국 Progressive Growth의 방향

미국진보연구소(CAP:Center for Ameriaca Progressive)에서 제시한 미국의 정책 비전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촉진; 둘째 과학 기술 혁신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 회복; 셋째 노동자와 그 가정의 안정과 발전보장; 넷째 세계화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재점검; 다섯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재정 여건 확보가 그것이다.

 

이렇듯 CAP이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 기조를 설정하는데 현재의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핵심적인 요인인 동시에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린 리커버리(Green Recovery)」는 진보적 성장의 에너지 분야의 세부계획이라 할 수 있는데, 연구목적을 경제성장을 추동하고, 유가를 안정시키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전된 대응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은 2년간 1000억$의 재원을 녹색 기반시설에 투자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200만개의 Green Job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전환 시기를 10년으로 잡고 이후의 8년간의 재정은 Cap-and-Trade 시스템의 시행에 따른 탄소 경매 수익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사업대상 분야와 6개 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내용은 <표2-6>과 같다. 「녹색임대주택(Green Affordable Housing)」은 그중에서도 특히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연방정부 사업의 구체적인 실시 방안과 효과를 다루고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지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기술 혁신을 통해 일자리의 질이 개선될 것이며, 에너지 소비절감을 통해 세계 유가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며, 정부의 선도 투자는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통해 절감되는 비용으로 회수되어 재투자 되거나 다른 행정서비스의 개선에 투자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 2-6> 6개 영역의 창출 일자리 종류

자료: CAP, 2008, Green Recovery



 

 

 

3.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한 검토

 

 


1) 저탄소 녹색성장

 


저탄소 녹색성장은 2008년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서 발표되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녹색 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입니다. 녹색기술은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문화산업기술을 아우르면서도 이를 뛰어 넘습니다. 녹색기술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를 치유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존 산업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정보화시대에는 부의 격차가 벌어졌지만 녹색성장시대에는 그 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2008. 8·15 경축사 중에서-

 


환경운동이 지향하는 대부분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는 광복절 기념사의 녹색성장이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되어 있는가는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 종합기본계획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설명하고 있는 네 가지 주제와 기후변화대책을 살펴보자.

 


① 에너지 저소비 저탄소사회 구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 효율성을 2006년 대비해서 46%개선 한다는 것이다. 2008년에 작성한 계획인데 2006년의 bau로 2030년의 수요를 예측한 수치와 대비한 효율성개선 효과를 설명하고 있는데, 아래 그림에서 합리적인 효율성 개선효과는 12.4%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2.4%의 개선효과도 자세히 보면 에너지 총소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탄소배출량도 계속 증가하는 형태로 저탄소라는 이름이나 수요저감이라는 수사는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계속 증가해 2006년 대비 28%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림3-1>너지효율 개선에 의한 수요저감 효과

자료 :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08

 


② 탈 화석에너지, 적정 에너지 믹스

에너지의 석유 의존도를 2006년 43.4%에서 2030년까지 33%로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2006년 2.4%에서 2030년 11%로 증가시키고, 원자력 에너지 비중을 15.9%에서 27.8%로 늘인다는 것이 탈 화석에너지화의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원전이 전력 생산시설 비중으로 보면 41%이고 발전량으로 보면 59%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림3-2> 2030년 에너지 수요전망(목표안) 및 에너지믹스(안)

자료 :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08

 

3-2>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을 늘이더라도 실제 화석연료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 석유 소비량을 계산을 해보면 ‘06년도의 전체 수요량 233.4의 43.6%는 101.8이고, 2020년의 총수요 287.6의 36.2%는 104.2이며, 2030년 총수요 300.4의 33%는 99.1로 2020년까지의 실제 소비량은 06년에 비해 증가하고 2030년에 가서야 2006년 대비 2%인 2.7백만TOE 감소하는데 그친다. 이러한 추세는 석탄의 경우도 같아서 06년의 석탄 수요가 56.7이고, 2020에 66.8로 증가했다가 2030에 가서 47.2로 감소한다.

 


<그림 3-3>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구성

자료: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08

 


전체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 기술을 강조하는데 비해 2030년의 재생에너지 비율의 전 정부 2020년 목표 수준을 넘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림 3-3>에 나타나 있듯이 그 구성 내용도 구호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 중 폐기물 소각에 의한 비중이 76%가 넘어 국제 통계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을 2006년 기준 0.5%로 기록하고 있는데, 2030년에 폐기물에 의한 에너지 생산량이 현재의 2.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여전히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부분을 폐기물 소각이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묶어 원자력까지를 포함시키고 있어, 전체 정책의 포인트는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③ 그린에너지 산업의 성장 동력화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실행프로그림들을 담고 있는 부분으로 지식경제부가 그 실현 대책으로 제시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 화석연료청정화, 효율향상 등 세 가지 분야의 9개 기술을 선정해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태양광, 풍력, LED, 전력 IT, 수소연료전지, 석탄의 가스화/액화,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 탄소포집 및 저장, 에너지저장 등을 9개 핵심 기술로 설정하고 있다. 이 9개 분야에 향후 5년간 총 3조(정부 1.7조, 민간 1.3조)를 투자해 ‘12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생산규모가 2012년 170억불, 2030년 3000억불이 될 것으로, 그에 따른 고용규모가 2012년 10만5천명, 2030년 1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이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기술투자를 늘이는 것은 오랫동안 필요한 일로 지적되어왔고, 망라되어 있는 정책들도 대부분 논의되어 왔던 내용이나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히는 것은 나름대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위의 <그림3-3>에 나타난 분야별 생산량 목표에 의한 제약이 있어서 기업의 새로운 투자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시장전망을 제시하고 있는가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의 비중을 2012년에는 170억불 중 130억불, 2030년에는 3000억불 중 2100억불 상당으로 높게 잡고 있다. 결국 정부 정책은 기술개발로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지 국내 에너지 시스템의 개선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④ 에너지 자립 및 에너지 복지 실현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네 번째 전략은 에너지의 자주개발 비율을 높여 석유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에너지 빈곤을 해소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해외 유전개발을 자주개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을 에너지 자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정책은 대표적인 공급중심의 정책으로 단기간의 공급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이것을 에너지 자립이라는 용어로 고착시켜 수요관리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문제와 세계적으로 격화되어 있는 자원확보 경쟁 상황에서 이러한 목표가 가능할 것인가하는 문제, 그리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IEA가 지적하듯이 생산비가 높아지는 경우 의미가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결국 에너지 자립으로 표현된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 복지의 문제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실시 방법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좀 더 정교화된 프르그램이 필요 할 것이다.

 


<그림 3-4> 해외자원개발확대

자료: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08

 


⑤ 기후변화대책

저탄소 녹색성장의 성과를 예측해보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대책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림3-5>는 2008년 9월 19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배출 장기 전망을 나타내는 그라프이다. 내용을 보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에너지기본계획의 결과에 구속을 받는다는 점에서 당연한,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결국 저탄소녹색성장의 결과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2008년 7일 일본에서 있었던 G8정상회담에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50% 절감에 동의한다고 밝힌 대통령의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그 갭이 너무나 커서 어떻게 수습이 될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림 3-5> 이산화탄소 배출 장기 전망

준비기(배출량 둔화), 이행기(온실가스 감축가속화), 성숙기(저탄소 사회)

자료: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 2008. 국무총리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

 


2) 녹색뉴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총 50조를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된 「녹색뉴딜」사업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 사업으로 전체 예산의 36%인 18조가 투자될 계획이며, 두 번째로 경부· 호남 고속철의 조기 구축을 포함한 녹색 교통망 구축에 11.1조가 투자될 계획이다. 그 외에 그린 홈 건설 공급 프로젝트에 9조 4천억,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확대 등 농·산림 분야에 3조 3천억, 폐기물 에너지화를 포함한 바이오매스와 사용종료 매립지 개발에 2조 9천억, 그린 카, 청정에너지 보급 사업 등에 2조2천억, 수자원 확보 및 중소댐 건설에 1조6천억, 녹색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에 0.7조, 쾌적한 녹색 생활공간 조성 등에 6천억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전체 50조 예산 중 신·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이 1.5%에 그쳐 이상 기대의 여지를 없앴다. 「녹색성장」, 「그린에너지 산업 성장전략」을 거치면서 부족하나마 경제와 에너지에 맞춰졌던 초점이 「녹색뉴딜」에 와서 본질을 잃고 6·70년대식 토목공사가 주된 사업이 되었고, 각 부처의 기존 사업과 몇몇 추가 사업을 재분류해 구색을 맞추는 형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린에너지 산업 성장전략」에 포함되었던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9개 분야에 5년간 3조의 예산을 투자해 2012년 10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은 ‘그린 카 기술 개발’에 1,936억, ‘바이오에탄올의 자동차 영향평가 및 기술개발 사업’에 30억을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춰, 일자리도 256개가 포함되는데 그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전체 사업별 예산 소요액, 예산 반영 현황, 그리고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 규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표3-1>에 요약되어 있다. 전체 소요예산 50조 492억원의 재원 조달 방법은 국비가 37조 5411억, 지방비가 5조 2724억원, 그리고 민자가 7조 2357억으로 되어있다. 민간자본이 투자되는 사업과 예산은 4대강 살리기에 1조 3443억, 저수지 수변개발에 3,000억,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완공 사업 5조 1761억, 환승시설 구축에 2164억, 해외 물 산업 진출에 수자원공사의 투자 1989억 등이다. 전체 예산 소요액 중 현재 확보되어 있는 예산은 4조3600억 정도에 그치고 있어 재원의 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못함으로 인한 실현가능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표 3-1> 핵심․연계 사업의 재정 소요 및 일자리 창출 규모

자료: 기획재정부, 2009,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

 

3) 평가

 

현 정부의 녹색성장은 지속가능발전의 이론적 발전 과정을 1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2002년의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는 1992년 리우 환경회의가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주제로 했던데 비해 환경, 사회, 경제의 균형발전이라는 틀로 개념을 확대했다. 현정부의 녹색성장은 1992년의 논의 수준으로 후퇴한 것인데, 그 결과는 그린 뉴딜이 노동의 질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태지역 저개발국의 빈곤을 추방하기 위한 개발과정에서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기술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ESCAP이 2005년 서울에서 열린 환경장관회의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술을 지원해주는 선진국의 위치에 있었는데, 2008년 갑자기 녹색성장을 해야하는 빈곤국의 위치로 추락한 셈이다.

 

내용면에서는 세계적인 동향과 비교해 에너지 문제나 기후변화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해 위기를 복합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부족은 세계적인 흐름이 경기회복 이후의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부담을 경기회복 좌정에서의 정부 투자로 해결하고자 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나 기후변화대책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고수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값싼 에너지의 무제한 공급이라는 기존의 국가 역할이 값싼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변화해야 함에도 원자력과 해외 유전 개발로 지금까지의 소비 추세를 지탱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함으로써 전체 에너지 소비증가와 더불어 화석연로의 소비 증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원자력의 공급확대는 전력부분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화석연료의 소비를 대체하지 못함에도 원자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오도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소비의 절감이라는 수요관리 정책을 배제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과 더불어 다시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원자력은 기본적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도 아니고 오염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석유의 문제는 시차를 두고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U가 주장하듯이 현제의 에너지 전환이 제3차 산업혁명의 진행을 의미한다면,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가져올 Lock-in 효과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현 정부가 대단한 변화로 내세우는 2030년까지 태양광에너지 생산량 44배 증가는 2005년~2007년 사이에 태양박막에너지 연간 생산량 증가가 50%에 이르는 세계 추세와 비교하면,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에너지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고용효과 면에서도 상당한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4. 지속가능발전의 국내 수용기반의 검토

 

 


앞에서 세계적인 위기의 진단과 대응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세계적인 위기의 원인들을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낮은 에너지 생산성, 높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소비량 등을 감안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긴급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태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 역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재해 측면에서도 세계 평균에 두 배의 해수면 상승과 기온상승에 대한 원인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세계1위를 다투는 상황이어서 세계적으로 무임승차라는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경제적인 위기의 정도와 극복에 대해서는 많은 엇갈린 분석이 제시되고 있으나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위기로 인한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심화되는 양극화와 내수 부진의 문제, 실업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 해결책 역시 경기회복을 위한 세계적인 대책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녹색성장이나 녹색뉴딜은 온전한 철학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결과 부분적이고, 특정 산업이나 사업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개혁진영이 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청사진과 그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정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길이다. 경제 환경 사회 정책을 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아우르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경제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까지를 포괄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우선 그러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기반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1) 지속가능발전의 정책적 기반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정립되어 발표된 것이 1987년 이었고,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1992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운동가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1992년의 리우 환경회의를 기점으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되었다. 그러나 “Sustainable Development"를 ‘지속가능발전’으로 번역하면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발전을 우선한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용어의 문제도 있었지만, 지속가능발전을 개발과의 타협적인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고 용어가 모호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환경운동연합이 1993년 창립되고, 1994년 환경부가 창설되었던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아직은 환경의 문제를 명확히 부각시키는 것이 더 큰 과제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환경부의 출범 및 환경운동의 활성화와 더불어 환경정책의 분야는 각 매체별 환경오염 관리와 규제 제도들을 발전시켜 나갔고, 지속가능발전은 주로 실천적 운동의 성격이 강조되어 의제21 운동의 기반이 되거나, 환경정책의 국제관계편에 한 장으로 자리잡는 정도에 그쳤을 뿐 국가의 역할을 중시한 연구는 그 실천 기반이 형성되지 못해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환경부 중심의 정책 틀은 커져가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걸 맞는 대응을 하는데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환경문제가 경제에서 파생된, 경제가 외부화시킨 영역이라는 본질에 맞게 경제 정책의 기획 단계에서 사전에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규제제도라 할 수 있는 사전환경성 검토 역시 개발부처에서 수립된 계획을 검토하는 제도일 뿐 계획 수립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제도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국가 전체의 발전 방향이 공유되고 부처의 정책에 기본 방향으로 자리 잡지 못 함으로써 각 부처가 환경을 고려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지 못하고, 규제의 형태로 존재함으로써 ‘환경 피로’를 누적시키고, 환경규제가 규제 개혁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국가 직제상의 환경부의 위치나 규모로 보아 거대 부처인 건교부나 산자부의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한계이다.

 

지속가능발전이 국가정책에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06년 ‘sustainable development’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터넷 조회 수를 기록한 단어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법률의 수가 2007년 8월 기준으로 40개에 이른다. 주로 건설, 산업, 농업 분야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원래의 의미와는 달리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환경학자들이나 운동가들의 개발을 포장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부분적으로는 맞은 셈이나 그 원인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개념이 모호하고 어려워 널리 쓰이기 어렵다는 의견은 환경분야의 이해력이 산업분야에 비해 특별히 떨어진다는 근거를 갖지 않고는 설득력이 없다.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내용을 채우는 선제적인 노력이 있었다면 어떠했을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결론적으로 환경보전을 주장하는 측이 개발과 활용을 주장하는 측과의 ‘프레임’ 싸움에서 선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개발과 보전을 이분법적인 대립관계가 아닌 공유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을 동일시하고, 지속가능발전이 환경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본다. 그것은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발달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경제, 환경, 사회의 균형발전을 추구하자면 현재 가장 기울어진 부분인 환경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제기의 저변에는 환경과 경제를 제로섬 관계로 파악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환경을 더 고려하는 것은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피해의식인데, 6,70년 대 식의 토목공사 위주의 경제발전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맞는 생각이다. 경부운하를 보는 시각과 같다. 동일한 재원을 들여 정말 생태계를 보존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복원계획을 세우고 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이고, 그러한 방법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내용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비경제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포괄성에 있다. 환경 정책이 경제 분야에서 분리되어 별도의 정책영역으로 발전해 오다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보다 큰 정책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개의 유럽 국가들이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다루는 상위의 조직을 두고 그 밑에 국토, 환경, 에너지 등의 부처 기능을 통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에너지, 기후변화 등의 현안 문제들은 지속가능발전 분야가 보다 구체적인 통합적 관점의 정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러한 통합적인 정책을 논의하는 학문 영역도, 구체적인 정책 단위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그러한 역할을 부분적으로 담당해왔으나 그 미흡한 기능마저도 사라지게 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의 구현과 확산을 위해서는 이론적 기반이 시급히 정리되고 우리나라의 상황에 접목될 수 있는 모델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2) 환경운동진영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수용 기반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유럽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의 활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 이전 시점에서 보아서는 확실히 그렇다. ‘공해’ 문제에서부터 출발해 광범위한 환경문제를 커버하는 단체들로 성장했고, 상당한 정치력을 보유하고 발휘해 왔고, 우리사회의 환경 관점에서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설치 자체가 환경운동진영의 요구에서 비롯되었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내용을 만들어갔던 것도 대개는 환경운동단체, 그리고 같은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우선 대체로 결정된 정부사업을 사후에 문제 제기하는 형태의 활동에서부터 비롯된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10년 이상의 오랜 추진과정을 거쳐 착공하는 단계에서 공개됨으로써 의견 수렴은 형식에 지나지 않고 실제는 사업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게 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충돌로 환경에 대한 피로현상이 있었다. 이러한 피로현상을 바탕에 깔고 제기된 것이 경제 문제를 도외시 한다는 비난이었는데, 시민단체가 대안까지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반론은 행정의 속성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사업 추진 부처가 사업을 중지하지 않거나 여전히 같은 시각에서 사업을 수정 또는 대체하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환경단체들 역시 대안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정보의 제약 등 현실적인 여건과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환경진영이 사회 경제 문제를 포함하는 통합적인 정책대안을 고민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하기 쉽지 않다.

 

「지방의제 21」이 90%가 넘는 지자체에서 작성되었으나 실제로 지방행정에 지속가능발전이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현실적인 힘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유의미한 정도의 견제 세력을 형성하기에는 참여 범위가 좁았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측이 가능하고, 이것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2002년의 WSSD는 행정의 실행계획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차이가 없었을 지라도, 「지방의제 21」이 실천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지속가능발전으로 견인하는 것에 운동의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한 원인이 되었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실천사업은 지역의 환경문제 해결과 운동의 구심을 형성하는 데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환경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별 실천 사업이라는 두 축이 주된 운동방식으로 자리 잡음으로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정치 세력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치적 국면에서 환경진영은 통합된 힘을 가지고 정치권과 정책을 놓고 협상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정당 사이의 물리적 중립을 표방 했으나 운동 내부가 힘을 발휘할 만큼 통합되어 있지 못함으로서 정치 세력으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참모들의 구성과 인식의 한계와 맞물려 내부에서도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출발선에서의 한계는 참여정부 내내 환경의제의 설정과 의사결정에 불리한 구조가 되었고 환경단체들은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는 인식되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이 좀 더 강력한 세력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국가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세력들과의 연대가 필요했다. 노동, 교육, 문화 등 민주화 운동 이후 분화된 각 영역들이 각 부문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연대가 활성화 되어있었다면 모두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연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포괄적 정책에 대한 필요성과 효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근본적으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에 맞닿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을 주도한 세력이었음에도, 각 부분을 통합한 관점에서의 포괄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거나 각 부분을 엮어 세우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2007년의 대선에서의 활동과 결과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활동의 결과는 현 정부의 시민운동에 대한 편향성이 시민단체의 인식에 미칠 영향과 더불어 환경 가치의 결여가 보다 직접적인 사회 경제적 부담으로 가시화되는 현실, 그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통합적인 정책 수단이 요구되는 상황과 함께 시민사회가 새로운 운동방식을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 할 것으로 예상된다.

 


3) 기업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

 


기업들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그 중심은 기업일 뿐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기업의 위치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어떻든 세계화되어 있는 경제에서 자원의 수요와 공급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그로 인한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일임에도 제대로 된 예측과 대비가 없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기업은 모든 규제를 풀고 기업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입장이었다면, 현재의 위기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옳은 일이다. 기업들이 오랫동안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치중해 기업의 생존 기반인 사회와 환경을 외부화 시켜왔던 터라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하고, 정부의 정책이 오랫동안 그랬듯이 방어막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국제적인 흐름을 정부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의 규제 역시 정부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화라는 흐름을 타고 세계로 시장을 넓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세계적인 위기와 그로 인한 규제를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로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시각이 좁고 짧다는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2005년부터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100대 지속가능기업을 선정 발표하고 있으나 우라나라의 기업은 지금껏 하나도 포함되지 못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90년대부터 원전의 폐쇄와 더불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해옴으로써 현재 재생에너지 분야의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역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라고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가능한 한 무임승차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반감을 가진 기업들은 유럽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술을 팔기위한 방책이라는 비판을 종종하곤 했다. 그 말은 맞는 이야기다. 지구차원에서 문제를 예측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게임을 룰을 만들어가는 것이 선진국의 방법인 것이고, 그 기반에는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보다 큰 비전을 가지고 세계를 이끌어갈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맞는 규칙을 찾아내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선진국이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 후진국이다. 맨 선두에서 길을 모색하는 역할은 아니라도 왜 선진국들이 그러한 길을 선택하는가 그로 인해 무엇이 변하할 것인가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방향은 설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변화 자체를 탓하고 있었다. 무역 의존도가 70%를 넘는 나라에서, IT 강국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라에서 왜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규제가 목을 조여 올 때까지 변화를 거부하고 새로이 형성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방법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지구차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역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운동의 수준에서, 개별적인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이미 지났고, 기업의 창의력과 재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를 시급히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중앙 중심의 접근 방식을 과감히 수정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들의 지속가능발전의 인식을 높이고, 지원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제도와 교육일 것이나, 정치권은 이러한 규제를 기업의 부담이라는 관점에서 회피해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치를 전달할 교육과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4) 국민들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

 

가장 잘못 해석되고 있고, 그래서 가장 희망이 있는 부분이 국민들의 환경의식이다. 늘 정치권이나 행정부는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낮아서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왔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의식은 우리나라의 전체 어느 집단에 비해서도 높다. 가장 좋은 예가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국민들의 참여이다. 어떤 강제적인 동원도 없이 100만이 그 추운 겨울에 비용 들여가면서 복구사업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규모와 질 면에서 이런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낸 사건이 있었을까? 아마도 외환위기를 맞아서 벌였던 금모으기가 유일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성격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참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외에도 많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소각하겠다는 정책에 반대해 재활용을 주장하자 주부들이 귀찮아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공무원들의 주장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과 설문 조사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고, 음식물 분리수거는 자연스러운 제도로 정착되었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량 중 재활용율 83.6%, 매립 8.0%, 소각 5.4%, 해양배출 3.0%의 비율로 처리되고 있으나 90년대 폐기물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던 시기 우리나라의 재활용율은 14%였고, 당시 공무원은 이미 재활용율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더 이상 재활용은 곤란하고 모두 태워 버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했었다. 이 높은 재활용 비율보다도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업장의 재활용에 비해 가정의 재활용이 높다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가정의 재활용이 가장 어려운 분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현상에 대해 의아해 한다.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은 통계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국정홍보처가 2006년에 실시한 국민인식조사가 그것이다. 5년 후 환경 공해문제가 얼마나 심각해 질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89%가 심각 또는 아주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고,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86.5%가 심각 또는 아주 심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환경문제의 개선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 86.2%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것은 이미 국민들은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수용할 수 있는 인식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물론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긍정적인 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 서천 등의 매립사업이나 그린벨트의 보전, 수도권 규제 등의 정책에서 국민들의 인식은 확실히 개인의 이익을 우선 주장하는 이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오히려 지속가능발전의 정책의 필요성을 드러내 준다. 서천의 1조가 투입되는 갯벌 매립 및 공단건설 사업과 갯벌을 보전하는 사업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것은 누가보아도 균형 있는 선택 안이 아니다. 결국 해결은 매립 사업 대신에 비슷한 정도의 재원을 투자해 자연 생태원과 해양 과학관을 중심으로 한 생태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1조원을 들이는 개발 사업을 아무런 대안 없이 중단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이 국민들의 반환경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개발안과 대안 사이에서 기존의 개발안을 택하는 것이 반 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은 국민들이 개발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 집단, 또는 정치권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이 개발된 지역에 더 많은 시설 관리비를 지원하고, 보전 지역에는 전혀 보전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보존을 통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국민들이 개발에 기대를 거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국민들의 반환경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국민들이 가진 환경에 대한 인식과 참여의지 그리고 경제적 이기심(?) 중에 어떤 특성을 발현시키느냐는 정치권의 능력에 달려있는 문제 일 뿐이다.

 

국민들의 이러한 실천의지와 인식이 정치적 선택의 국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상당히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고, 그중의 하나가 정책이고, 그 정책 중의 일부분이 환경이어서 환경 정책이 국민들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려내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 사례로 보아 환경적인 이미지가 선거결과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앞에서 살펴본 국민들의 실천 잠재력 또는 인식 수준에 비추어 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이 제시한 공약들이 적절한 것이었는가, 그러한 배경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선거 전략 중 어느 쪽이 보다 적절했을까를 되짚어 보면 진보개혁진영이 나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5) 진보개혁세력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

 

지난 10년간 정권을 담당해왔던 진보개혁세력의 정책 패키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국방, 정치, 외교, 인권 등 몇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또 부인하지 못할 성과를 보였고, 그 가치에 대해 큰 틀에서는 진보개혁진영 내에서 그리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직접적인 생활에 관계되는 경제, 사회복지, 환경 분야 정책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는 정의하기도 쉽지 않고, 정의에 대해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세 분야가 통합해서 어떤 결과를 가져 올 것인지를 정책의 수단이나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진보개혁세력내의 어떤 사람들은 사회복지의 강화를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환경적 가치를 주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성장을 위해 고용을 줄이고, 경쟁력이 낮은 산업을 정리하는 대신 복지를 늘이면 된다고 주장하고,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나 지역 개발 요구가 훼손하는 생존 기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진보개혁진영이라는 곳에 모여서 각자의 주장을 하지만, 그 각각의 영역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총체적으로 우리사회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조율한 적도, 합의에 이른 적도 없다. 정부의 각 부처가 각각의 입장에서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을 집행하고, 어떤 부처들은 그 무모한 정책 집행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는 것과 전체로서의 큰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진보개혁진영이 실현하고자 했던 전체 사회의 그림이 있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제, 개발 분야에서는 진보 대 보수, 국회 대 행정부, 심지어는 여당 대 야당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뚜렷한 전선은 경제와 비경제 부문 사이에 있었다. 모든 것이 경제성이 있느냐는 별로 과학적이지 않은 잣대로 재단되어 경제성이 없는 것은 다른 어떤 가지를 가졌어도 존재의 이유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은 앞서 인용한 슈마허의 묘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절대적인 힘으로 공유되었던 것이 성장에 대한 태도인데, 노동문제나 분배 문제에 있어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조차 성장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것이 넘을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자기 검열이었는지, 또는 진정 성장에 대한 믿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용이 없는 성장이 계속 되고, 그로 인해 내수 기반이 약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어가는 모든 증상에도 불구하고 진보개혁진영 내에서 아직 성장이라는 것이 우리가 원하던 것이었는지를 되짚어보자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성장에 대해 기대했던 것들이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일자리들이 생기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풍요를 나누는 데 있었다면, 모든 지표들이 반대로 가고 있는 지금은 성장이 필요한 것인지를 포함해서, 어떤 종류의 성장이 필요한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성장위주의 정책이 양극화를 불러왔는데 왜 양극화 대책은 사회정책 분야에서 떠안고 있는가. 책임의 문제를 떠나서, 원인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 내에서 경제를 담당하는 사람도,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도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경제가 노동, 환경문제를 경제 외부화 시키는 것을 사회 정책이 방조했다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슈마허는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거나 긍정하거나 하는 일 없이 침묵의 벽이 나타날 뿐이다. 부정하기에는 너무 명백한 불합리고, 그렇다고 이를 긍정하면 현대시회의 주요한 관심사가 인간성에 대한 죄라고 비난하는 결과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3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진보개혁진영의 성장에 대한 이러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진보개혁진영이 노동문제와 환경문제를 보는 시각을 규정하는 한계로 작용했다. GDP라는 모순 덩어리 수치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의 성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면 자연히 그러한 성장을 저해하는 노동에 가치를 둘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러한 성장을 우선으로 삼는 순간 환경은 방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성장은 경제와 노동, 경제와 환경을 제로섬 게임으로 위치시키는 구도를 고착시켰고, 나아가 노동의 양과 질의 후퇴를 경제성장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로 수용하게 했으며, 그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나 그 책임을 경제에 물을 수 없었다. 그 자신들이 성장의 우위를 인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문제가 그래도 당사자가 있는데 반해 환경문제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모호해 피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다 성장의 제물이 되기 쉬운 약점이 있었다.

 

진보개혁진영의 이러한 시각은 선거 국면에서의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환경관련 공약이나 환경후보의 이미지가 부각되었던 2002년, 2006년의 서울시장 선거가 좋은 사례인데, 2002년 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청계천 공약이 부각되었었고, 2006년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환경 이미지를 가진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러한 것들이 당선 요인이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진영보다 진보개혁진영이 환경적인 측면의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다고는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환경에 대해 보수진영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냐는 다른 문제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환경을 잘 활용할 줄 알았던 보수진영과 환경의 가치를 무시했던 나름대로 솔직한 진보개혁진영이 당시 서울시민들에게 주어진 선택 안 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개혁진영 사이의 환경에 대한 이러한 태도 차이는 2007년의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과 대중교통 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환경적 개혁적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까지 이어졌고, 대통령 당선 후에 들고 나온 녹색성장, 녹색 뉴딜이 나름대로 환경에 관한 일련의 사고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맥락에서 진보개혁진영의 녹색성장, 녹색뉴딜에 대한 대응은 중심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민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본 녹색성장과 녹색뉴딜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분명한 한계와 퇴보를 내포한 정책이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진보개혁세력은 그것을 프레임의 선점이라고 보거나, 녹색이 아니라 회색이라는 정도의 감각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요약하자면 진보개혁진영은 지속가능발전 혹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는데 가장 취약한 부분인 환경 분야에 있어서 국민들의 인식수준이나 참여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끌어내지 못해왔고, 그 근저에는 진보개혁진영 자체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낮은 인식과 경제 성장위주의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6) 참여정부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역할과 한계

 


참여정부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인식은 진보개혁진영의 인식과 구분해서 설명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 참여정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진보개혁진영이 참여정부 성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경우에도 지속가능발전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은 별로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있다하더라도 그러한 비판 자체가 진보개혁진영의 극소수 환경정책 분야 관련자들의 의견을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고, 그나마 경제 사회 환경의 균형이라는 통합적인 관점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별도의 논의를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인식의 한계가 정책의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 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한 한계는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 지금도, 롤러코스트 같은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겪은 후에도,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거의 알몸으로 기후변화 대책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형국에서도,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에 한참 모자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녹색뉴딜이 세상을 시끄럽게하는 상태에서도 별다른 변화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참여정부의 지속가능발전, 혹은 환경에 대한 인식은 진보개혁진영의 의식수준 꼭 그만큼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정권이 계속 진보개혁진영 측에 남아있었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나 현 정부에 비해 그리 나은 대책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참여정부의 출범은 유난히도 많은 환경갈등을 안고 시작되었다. 새만금, 경부고속철도, 한탄강 댐, 북한산관통도로, 경인운하 등 선거과정에서 대부분 재검토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었다. 반면 모든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분명 답은 아니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어떤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공론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가장 큰 원인은 환경문제를 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문제였다고 보여 진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 반대만 없다면 추진해야 하는 일 이상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러한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이 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 없었다. 결국 5개 사업 모두가 추진되면서 환경단체들과는 회복하기 힘든 괴리가 생겼고, 이러한 불편함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본질적으로 참여정부의 인식이 환경단체들의 인식과 철학을 포용할 수 있는 폭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 경인운하는 당시 감사원에서도 건교부가 용역의 내용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타당성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정리를 하지 못해 지금까지도 갈등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부운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희화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운동 진영으로서는 경부운하는 안된다고 하면서 경인운하는 해야 한다고 하는 이중적인 민주당을 신뢰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경부운하 문제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의 환경 또는 지속가능발전 관련 정책의 실패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는가? 가장 크게는 물론 성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봉이었고, 환경은 성장을 저해한다는 철석같은 믿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환경분야에서 환경의 가치를 입증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경분야 또는 지속가능발전 분야는 대안을 생산할 능력이 축적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환경부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의 기술적인 노하우를 완전히 습득하고, 그동안 축적되어 있는 자료들을 모두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물리적으로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 이었다. 거버넌스라는 관점에서 “이제부터 각 분야의 의견을 들어서 정책을 만들어 보자”라는 논의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했지만, 국정의 운영 속도와 틀을 감안하면 한가한 이야기였고, 현실적 여건이 어떠했건 준비되지 못한, 나이브한 생각이었다.

 

FTA는 성장을 우선 가치로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보인다. 사실 그동안의 경제 정책이 추구했던 것과 특별히 다른 점도 없다. 오히려 성장을 모두들 공감하고 있는데 왜 FTA는 안되는지를 설명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FTA가 아니어도 이미 양극화가 심각하고, 그 대책을 경제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에서 맡고 있는 상황에서, FTA로 경쟁력 없는 부분들이 정리되면, 사회복지 좀 늘이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주장에 무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가? 애초부터 성장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들 중에 하나 일 뿐이라고 동의한 적이 없었던 것 아닌가? 노동이 복지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고 공유한 적도 없고, 농업이 생산성이나 가격으로 판단될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는 점을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세계 일등 기업, 일등 산업을 위해 나머지가 희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시종일관의 논리였는데, 왜 갑자기 FTA는 하면 안되는 것인가? 진보개혁진영 내부에서 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보인다.

 

이러한 갈등은 경제와 사회 분야 사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정책과 환경정책 사이에서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인구정책이 그러했는데, 복지정책에서는 연금제도의 운영에 있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문제였고, 그 해결을 위해 출산 장려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논의에 환경적인 수용능력의 문제는 고려된 바 없다. 미래의 경쟁력이 반드시 생산가능인구의 물리적인 크기에 달려있는 것일까, 그 시점에서 환경의 문제는 어떻게 작용할까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터라 환경진영 내에서도 명확한 문제제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러한 결정에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참여정부에서 지속가능발전이나 환경분야의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하는 것도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이 진정한 환경의 가치나 그로인해 경제 환경 사회가 균형있는 발전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갈등의 재발을 막으려는 동기에서일지라도 조금 더 진전된 방향에서, 조금 더 앞서서 환경적인 검토를 할 수 있는 제도들이 보완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속가능발전의 국가이행계획 평가 지표를 작성하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만들었던 것은 참여를 지향했던 특성 때문에, 위원회를 통해서 국정과제를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속가능발전이행계획이나 평가지표는 현재 상태로서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를 통해 각 부문, 각 부처의 지속가능발전 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공개되고 다양한 분야의 NGO와 전문가들이 모니터링 및 수정 보완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일 이었다. 이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는 행정이 설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디얼한 지방의제21의 작성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고, 어차피 NGO는 법적인 책임이나 권한이 있는 주체는 아니어서, 가능한 한 많은 접촉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할 수 있고, 파트너십을 통한 참여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많은 것들이 무력화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우리가 추구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은 이상 그 내용과 경험은 우리의 자산으로 남아있고, 이는 진보개혁진영의 새로운 방향 모색에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5. 과제와 실천 방법의 모색

 

 


1) 담론의 생산 및 공유

 


미국 진보 쎈터의 담론인 “진보적 성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담론의 대담함과 과감함이 우선 눈에 띠는 부분이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부족했던 점이 통합된 담론이었음을 아프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더 의미를 느낀다. 다행이 이제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를 입증해야하는 부담이 덜어진 만큼 이제 우리의 담론을 설정하는데 기존의 분야별 틀을 벗어나 좀 더 통합적인, 목적 지향적인,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하는 담론의 생산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그동안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산출물들이 중요한 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① 경제 사회 환경을 통합한 담론 생산

진보개혁진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은 분야별 목표를 단순히 취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진보진영 내 다양한 분야들 사이의 충분한 소통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전 정부, 현 정부, 그밖에 여러 단위의 조직에 소통의 부족을 지적해 왔으나 정작 진보진영 내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아마도 울타리를 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겠지만, 어떤 수준 어떤 범위에서도 분야 간의 소통은 우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다양한 세력의 폭 넓은 연대가 필요 할수록 한 분야의 정책 방향이나 목표가 다른 분야와 배치되지 않는지, 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경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추어 노동 복지 환경 등 사회 정책을 배치하는, 목표를 상실한 경제 만능주의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대로 교육, 문화, 노동, 복지, 환경 분야의 목표를 정하고 그를 담보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가 성장의 문제이다. 이제 성장의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없는 성장이라는 것이 지구와 같이 닫힌 생태계에서는 불가능하므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로마클럽의 지적에서부터 성장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가져다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의 소외, 환경오염의 누적으로 인한 문제, 자원고갈의 문제 등을 예고했던 슈마허, 그리고 35년이 지난 시점에 그동안의 성장이 국가 간이나 국가 내에서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정리하는 스티글리츠까지 성장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경고들이 존재했다. 전쟁의 폐허에서부터 절대적인 빈곤을 극복하고 압축적인 성장을 이룬 멀지않은 과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성장에 대한 부정은 아직도 금기에 속하는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 세계적인 성장에 대한 고찰이 아닌 우리의 현실 속에도 그 성장의 문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지금 정확하게 짚어져야 할 필연성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성장이라는 개념에 담고 있었던 기대가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성장이라는 개념에 점차 많은 구성원들이 보다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그를 통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부를 누릴 수 있은 방법이라는 암묵적인 기대가 있었다면 이제 그 기대치와 실체 결과를 냉정하게 비교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성장의 결과가 심화된 경쟁으로 불안해진 고용과 고용된 개인과 그 가정의 필요를 충당하고 발전의 기회를 보장하지 못하는 고용의 질적인 하락, 그 결과로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이제 멈추어서 우리의 기대치를 수정할 것인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기존의 성장 개념이 세계적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성장 개념은 자원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활동으로 인한 오염을 경제의 외부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어 세계적인 규제를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세계 경제시스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성장의 환상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 성장에 실었던 기대를 분리해 내고, 그 수단이 새로운 상황에서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그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을 새로이 정리해낼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회정책의 목표들을 앞세우고 그를 달성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 정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기술의 합목적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노동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포함할 수 있고, 향후 국가의 중요 자산이 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포함하면서 경제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가 실제로는 기존의 성장이라는 GDP의 증가와 필연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님에도, 오히려 향후 경제시스템의 전환을 감안하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임에도, 지금의 시스템은 기존의 경제정책에 모든 우선권을 주어 그들의 관성과 인식의 한계 내에서 성장을 추구함으로서 다른 분야에 부담을 주고 책임을 떠넘기도록 해 왔다. 그 결과는 현재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산업 및 기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 될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산업의 싹이 자랄 수 없는 토양이 되었다. 이것은 현 정부가 주장하는 녹색성장이 지향과 실행수단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하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진보개혁진영이 지속가능발전의 철학을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지역중심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는 이미 많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의 당초 의미가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성장에 대한 부적절한 집착을 깨는 일 역시 진보에게 주어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가 진보를 규정하는 낡은 틀에 매여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인식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진보를 보수와 구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논의 과정은 민주적 참여라는 진보개혁진영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 과정이 충실히 이행되는 것은 진보개혁진영이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이 과정에서의 합의를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이해관계로 훼손될 수 없는 공동의 지향임을 분명히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② 새로운 가치를 담보하는 지표의 공유

성장의 문제를 재검토 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이 성장이라는 개념을 대표해온 GDP라는 지표이다. GDP라는 지표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음은 너무도 많이 지적되어 왔다.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것이 모두 GDP의 증가로 나타나며, 그것이 어떻게 분배되고 집중되는지 그 결과로 사회 전체의 삶의 질에 어떻게 변하는 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키가 크는 것인지 비만인지를 가리지 않고 체중이 느는 것을 성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이 GDP이다. 국가 경쟁력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이 GDP 규모 순서가 아니고, 성장률 순위는 더욱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GDP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어 왔다. GDP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두가지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Green GDP의 개발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보다 통합적인 지표개발이 그것이다. 기존의 GDP에서 오염방지나 오염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의 비용을 차감하고, 국민의 복지를 감소시키는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의 경제적 가치를 차감하고, 국민 순생산에서 자연자본재의 감소를 반영한다는 Green GDP는 오염 또는 자연재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Green Economy Initiative의 TEEB 연구결과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방향은 통합지표를 활용해서 GDP라는 수치가 우리사회의 질을 판정하는 여러 가지 지표중의 하나라는 원래의 위치로 의미를 축소하고 통합적으로 사회발전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지표체계는 Daly and Cobb의 지속가능경제복지지수(Index of Sustainable Economic Welfare)와 같이 소득수준, 분배의 형평성,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정도 등을 반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표들이 제대로 수용되고 활용되지 못했다. 국가지속가능성 지표는 UN, EU, OECD 등 다양한 단위에서 제시되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국가들이 자국에 맞는 형태로 발전시켜 적용하고 있고, 그 외에도 영국의 nef에서 발표한 「웰빙의 국가회계」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지표에 대한 연구들이 있었다. 2006년 지속위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외의 여러 지표들을 참고하여 국가지속가능발전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2008년 첫 번째 평가를 한바 있다. 국가지속가능발전 평가지표는 경제분야 25개 지표, 사회부야 25개 지표, 환경분야 27개, 총 77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의 평가는 나름대로 전체적인 균형을 파악할 수 있고, 분야별 정책 방향의 적합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지표의 유용성은 현재의 총체적인 상황을 표현해 내는 정도로도 가늠되어질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을 염두에 둔다면 책임에 대한 연계가능성도 유용성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가지속가능성 평가지표는 국가지속가능발전 전략 및 이행계획의 세부 계획 이행성과와 비교해 국가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의 수정 보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지표가 더 적합할 것인지, 어떤 문제와 보완이 필요한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보다 세분화된 분야별 지표들을 포함해 다층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국가 전체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통합적 지표를 전체가 공유하는 일이다. 지나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완벽성의 추구 보다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표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2년여에 걸친 지속가능발전지표 개발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③ 프레임에 대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통합적 사회 발전이라는 내용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용기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전체 진보개혁진영을 묶어내는 데 긴요한 작업이다. 현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녹색성장, 녹색 뉴딜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론적 기반이 협소하고 구호와 실제 정책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문제인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철학적 배경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UNEP의 'Green Economy'와 영국의 ‘Green New Deal' 그리고 미국진보쎈터의 ’Progressive Growth'를 우선 검토해 볼 수 있다.

 

영국의 Green New Deal은 국가 및 국제금융 시스템의 구조전환과 주요 세제의 변화에 대한 내용과 효율적인 수요관리와 병행되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활용 프로그램 두 분야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제안하는 내용이 특징이나 용어자체는 현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을 지칭하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로 유엔이 사용하고 있는 Green Economy는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며, 적절한 보수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라고 정의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유엔의 특성상 저개발국의 경우를 상정한 내용까지를 포괄하고 있는데, 자연 생태계의 회복까지를 염두에 둘 수 있는 개념이다.

 

세 번째로 미국의 Progressive Growth는 환경, 사회, 교육 등을 통한 경제의 회복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진보적 성장은 그동안의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거부하고 지속가능발전의 지향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선언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이 충실히 뒷받침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전히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 특히 미국주도권 회복의 공공연한 구호는 여전히 세계적인 지속가능발전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프레임에 대한 논의에서 함께 검토해 보아야 기존의 주장들도 있다. 우선 Herman Daly는 “성장한다는 것은 물질적 크기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에서 성장이란 물질적 차원의 양적인 확대를 의미한다. 한편 발전한다는 것은 현 상태를 더 완전하고 더 훌륭하고 더 바람직하게 만드는 것, 혹은 그럴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이란 더 많은 기술 뿐 아니라 더 숭고한 목표를 가짐으로써 부의양적인 축적만이 아니라 그 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구성되는가 하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향상을 의미한다. 성장하는 경제는 몸집만 커지지만 발전하는 경제는 더 건강한 몸을 갖게 된다. 경제는 성장 없이 발전만 할 수도 있고, 발전 없이 성장만 할 수도 있다.”고 성장과 발전의 차이를 설명한다.

 

폴 호켄은 댈리의 설명을 인용해 이러한 성장과 발전의 구분이 그가 주장하는 회복의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속가능발전은 몇몇 기업들의 선도적인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기업 활동의 바탕이 되는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 자원을 절약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보다 쉽고 이익이 되는 구조가 필요한데,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면 생태계의 보전을 넘어서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이 이루어져 전체 생태계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그는 회복의 경제라 부르고, 회복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제도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지속가능발전은 20년 이상을 다듬어온, 세계적으로는 가장 폭 넓게 수용되어 있는 프레임이다. 위에 검토한 다른 프레임들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한 부분이 강조되거나 구체화된 경향이 있지만, 지속가능발전은 대부분의 개념을 내포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현 정부가 사용하는 개념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 지속가능발전은 진보개혁진영이 선택해야 할 프레임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프레임들의 각기 특징과 장단점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통해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용어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2) 연대의 모색과 실천 기반 형성

 


담론의 형성과정에서 노동, 환경, 복지, 문화 등의 사회정책 분야가 모두 참여해 새로운 사회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과정은 여러 분야의 연대를 위한 출발점을 제공해 줄 것 이다. 민주화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후 민주화 운동 세력들은 여러 분야로 나뉘어 각각의 영역에서 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세력이 나뉘면서 각 분야의 과제들은 다른 영역과 공유되지 못했고, 당연히 쪼개진 개별 세력들은 전체사회의 소수가 될 수밖에 없었고 분야별 이해관계를 위한 행동으로 폄하되기 쉬웠다. 각 영역 운동의 성패는 무수히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겠지만, 분리된 운동영역들이 연대 틀 속에서 소통을 통해 객관화 되고 강도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쳐 보다 폭넓은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 이었을까? 왜 노동운동은 노동 문제를 노동운동 범위에만 묶어두었고, 환경운동 진영의 과제는 왜 노동조합원들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을까? 노동의 기회와 가치는 노동운동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의 누적은 환경진영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전체에 명향을 미치는 일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더구나 이 두 영역이 모두 슈마허가 35년여 전에 지적했던 경제가 외부화 시킨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었음에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은 우리 스스로가 성장이라는 환상에 포획되어있었기 때문이고, 그 구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합적인 시각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삼중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노동의 양과 질을 동시에 회복하려는 시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수입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고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노동의 가치가 대체되는 것을 감내했으나, 그렇게 얻은 성장이 결국은 노동의 질 뿐 아니라 일자리의 양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우리 스스로 두른 성장이라는 환상의 족쇄를 어이없어 하고 있는 시점에 노동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의 한 부분으로 제시되는 것을 보는 신선함마저 준다. 경기 침체기에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누구나 다 아는 경제상식이 그동안은 왜 비효율로 불렸는지를 불문하고, 그것이 답이라면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가장 큰 문제인 우리나라에서야말로 일자리의 양을 늘이는 것과 함께 노동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경기 침체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우리 담론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어 모든 연대 분야가 지지 한다면 노동운동은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통로를 제공한다.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대책이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는 영역이 되고, 그를 통해서 경기 침체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생태 시스템의 보존과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 생물다양성의 보호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 성장의 장애로 여겨왔던 환경 부분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가능발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에너지와 기후변화대책, 그리고 훼손된 환경의 복원을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활용하는 것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결과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기회복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이 지속가능발전에 부합하는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환경운동에 합류하는 것이 바로 노동 분야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야 간의 협력은 이미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UNEP, ILO, ITUC(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ration,), IEO(International Employers Organizatin) 등은 공동으로 ‘Green Jobs Initiative'를 결성해 참여하고 있다.

 

연대의 필요성과 이점은 환경과 노동 사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발전이 환경 사회 경제의 여러 과제에 모든 영역에 해당될 뿐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은 민주적인 참여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성평등 역시 지속가능발전 과제에 속하고,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분야로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연대의 이점이 충분히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모든 분야를 찾고 소통해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의 지지대가 될 것이다.

 

3) 대안 정책 개발

 


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 해결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생산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필요하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Green Job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가장 선도적인 독일은 GDP의 5%를 기후변화 대책 관련 기술투자 및 생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제외한 환경기술 부분은 GDP의 4% 정도이고 1800만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러한 일자리들은 세계적으로 연간 50% 내외의 성장을 보이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 사업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어 더 이상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정책 개발이 필요한 분야를 몇 가지로 나누어 핵심적인 요소를 살펴본다.

 


① 에너지의 생산 소비 패턴 변화 정책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관리의 부재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나, 에너지기본계획은 적극적인 수요 감소대책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에너지 절약이 어렵다거나, 가정의 에너지 소비가 높지 않다거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이어서 어렵다거나 많은 이유를 대지만 어느 것도 에너지 절감을 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림 5-1> 주요국의 GDP 대비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


자료 :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재정리, 2006

 


<그림5-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보다 소득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낮은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07년 에너지 총 사용량이 감소했다. 미국은 10년간 에너지 소비량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고, 중국도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 30%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이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기본계획이 타당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일단 의미있는 수준에서 에너지 수요절감 목표를 설정하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은 기존의 건설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석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송부분의 소비 감소와 산업원료로서의 소비대체 방안이 필요하다. 다행히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설비 투자가 잘 되어있는 편이어서 활용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을 보완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교통 정책의 수요관리 제도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원재료 부분은 가능한한 재활용을 높이는 방안과 대체재 개발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부분은 에너지 전환 부분이다.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해 장거리를 송전하는 데서 생기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지역 단위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분산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역시 IT와 접목된 송배전 기술 개발을 비롯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에너지 수요관리 목표를 에너지 소비량 증가를 동결시키거나 또는 에너지 소비가 감소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역할을 담당해 탄소발생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

 


② 원자력의 극복

우리나라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원자력 발전이다. 그 동안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를 부족하지 않게 공급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수요증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가격의 왜곡과 폐기물 처리 대책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량의 증가에 대한 반대는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확대되면 원자력은 열등재의 위치를 면할 수 없게 되고 원자력 기술의 수출 시장 규모는 재평가 될 수밖에 없어 원자력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원자력은 재생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로 이미 2000년대 들어 우라늄 가격 파동을 겪은 바 있는, 석유와 마찬가지로 고갈되는 원료를 사용하고, 자연이 정화하지 못하는 위험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지금 세계는 지속가능발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다시 원자력이라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와 폭넓은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은 대체로 10년 정도가 걸리는 사업이어서 현재의 일자리 창출이나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어느 나라도 현재 삼중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원자력을 거론하는 나라는 없는 이유가 바로 원자력의 이러한 한계 때문이다.

 

이제 원자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력 생산의 40% 정도를 담당하는 원자력을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적인 전환에 이르기까지 활용할 수 있는 완충기능으로 활용하되 더 이상 새로운 건설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전 증설은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소비를 감소시키면 건설 필요성 자체를 없앨 수 있게 된다. 독일이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던 1990년대 녹색당은 대대적인 소비 절약운동을 주도했고 그로부터 절약되는 전력량만큼 원전을 폐쇄하도록 했었던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③ 중소기업 중심, 지역중심 전략

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은 중소기업 중심, 지역중심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대규모 태양에너지 생산단지를 위해 산림과 녹지를 훼손하게 되거나, 그린 홈 200만호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효율성의 문제와 새로운 주택 건설이라는 점에서 에너지의 추가 소비를 불러오는 일이지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이 아니다. 기존의 주택들을 지역의 중소기업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주택으로 개량하거나, 지역 단위의 작은 에너지원들을 찾아 소규모 에너지 생산과 지역의 소비를 충당하게 하는 일이 일자리 창출 면에서나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총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당위성을 근거로 진보개혁진영은 지역 중심적이고 중소기업 중심적인 에너지 생산 소비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④ 새로운 가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와 시장에 대한 신호

에너지 자원의 소비에 부과되는 세제의 도입,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정착을 도울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완비는 기업들이 정책의 방향을 인지하고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업들이 시장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국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책의 Plan B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⑤ 회복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이미 훼손되어 가는 자연 생태계와 생물종다양성의 감소는 그대로 두어서는 회복이 되지 않는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이 새로운 사업의 영역이 될 수 있도록, 환경훼손에 대한 복원 의무 부과와 보전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4대강 살리기라는 정부의 사업도 정확한 생태계 현황 조사를 바탕으로 진정한 회복을 위한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생태계의 복원과 경기 회복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6. 글을 마치며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적인 자료들을 모으고 분석해온 레스터 브라운은 그의 저서 「Plan B 3.0」에서 ‘세계는 지구적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고는 개별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미 세계의 리더십은 지구적인 관점을 갖춘 나라들이 가지고 있으며, 그 나라들이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의 게임의 룰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규칙을 세계 시장에 적용해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는 미국 중심주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지구적인 관점을 갖추지 못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 역시 세계를 시장으로 보고 이익을 취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세계가 부딪힌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에서의 역할을 찾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좁은 시각은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데 한계 요인이 되었고, 그에 따라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새로운 생산 소비 시스템을 만드는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

 

진보개혁진영이 현재 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 문제에 대응해야하는 위치라는 한계를 갖는다. 지금 진보개혁진영은 한발 물러서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변화하는 세계에 새로운 도전을 준비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의 변화는 또 다른 한 세기의 흥망을 가를 수 있을만큼 막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실체와 성격, 방향을 제대로 판단하고 그 흐름을 우리나라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찾아낼 수 있다면, 지금의 시간이 결과적으로 진보개혁진영, 나아가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적 한계 속에 감춰진 기회는 현재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며, 보다 큰 책임과 보다 큰 비전을 요구한다. 그 책임과 비전을 진보개혁진영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그 책임 위에서 그동안 덮어 두었던 문제들을 마주해야 한다. 성장이라는 환상을 위해 사회가 치루는 대가에 더 이상 눈감지 말고, 그 환상에 기댄 우리의 소비가 외상이라는, 그래서 미래 세대에 막대한 청구서를 남길 수밖에 없음을 더 이상 감추지 말아야 한다. 낡고 무책임한 원자력이 깨끗한 에너지이니 마음껏 쓰라는 광고를 보면서 느끼는 진실의 가위 눌림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이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받는 돈으로 계산되는, 그래서 그 과정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든 비윤리적이든 감당해야 할 것 같은 악몽이 꼭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잘사는 것이 꼭 매연과 냄새나는 하천, 물고기가 사라지는 바다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몇 마디의 프레임이 내용의 빈곤을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현 시대에 요청되는 진정한 가치를 찾는 일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고, 다시는 진실이 아닌 구호로 승부를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필요하다. 그것이 참여정부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전체 진보개혁진영이 다음을 대비하는 출발점이다.

 

그 당당함을 위해 모든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그려내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담론만이, 진정한 ‘희망’과 ‘꿈’을 담은 담론만이 많은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국무조정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 2007,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5개년 계획)

국무총리실, 2008,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008~2030

국무총리실 기후변화기획단, 2008,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상세자료)

기획재정부 외, 2009,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New Deal 사업」추진방안

지식경제부, 2008, 그린에너지 발전전략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2008, 국가지속가능발전지표 시범적용결과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2006, 국가지속가능발전이행계획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2008, 지속가능한에너지정책과제

에너지경제연구원, 2007, 유가 100달러 시대: 그 영향과 시사점, 수시연구보고 07-07

에너지관리공단, 2008, 2007 에너지·기후변화 편람

박광수 외, 2008, 주요국의 에너지소비 비교,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자료

이지훈, 2007, 2007년 하반기 및 208년 국제유가전망, SERI Oil Outlook

이지훈, 2008. 3, 2008년 국제유가전망, SERI Oil Outlook

이지훈, 2008. 6, 2008년 하반기 국제유가전망, SERI Oil Outlook

도건우 외, 2009, 녹색뉴딜의 재조명, 삼성경제연구소,

박성배 외, 2009, 한국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 분석, 삼성경제연구소

순진, 2008, 기후불의와 신환경제국주의: 기후담론과 탄소시장 해부를 중심으로, 환경정책학회

윤순진, 2008,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제8차 민주당정책포럼

윤순진, 2008, 진보진영 일자리 전략모색: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에너지

환경 고용의 선순환, 노동사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창훈, 2008,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정책, 환경정책학회 춘계 학술대회

강천구, 2007, 21세기는 원자력발전원료 우라늄확보전쟁, 산업자원칼럼 2007.7.2, 대한민국정책포탈

Worldwatch Institute, 2008, State of the World 2008: Innovation for Sustainable Economy,

생태사회연구소 옮김, 「탄소경제혁명」

REN21, 2007, Renewable 2007 Global Status Report

Lester R. Brown, 2008, Plan B 3.0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2008, Progressive Growth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2008, Green Recovery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2008, Green Affordable Housing

new economics foundation, 2008, A Green New Deal

new economics foundation, 2008, National Accounts of Well-being

UNEP Green Economy Initiative, 2009, Global Green New Deal

UNEP Green Economy Initiative, 2008, Green Jobs

UNEP, 2007, GEO-4(Global Environment Outlook): Summary for decision makers

IEA, 2008, IEA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08

IEA, June. 2008, World Energy Outlook, Executive Summary

UNESCAP, 2006, Green Growth at a Glance

OECD Nuclear Energy Agency, 2005, Nuclear Energy Today

World Energy Council, 2007, 2007 Survey of Energy Resources

British Petroleum, June. 2008,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Inter-agency Task Force on Commodity Markets, July. 2008, Interim Report on Crude Oil

Paul Hawken, 1993, The Ecology of Commerce, 정준형 역, 2004, 비즈니스 생태학, 에코리브르

Christina Romer and Jared Bernstein, Jan. 2009, The Jab Impact of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Plan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2009, Recovery and Reinvestment 101

Joseph E. Stiglitz, 2007, Making Globalization Work

Martin Janicke, 2009, 「3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본 녹색뉴딜」, 위기의 시대, 지구촌이 선택한

‘녹색경제’,희망제작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국제토론회 자료집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