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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공무원' 열풍..어느 고교 나왔냐? vs 얼마나 노력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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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맨 2013. 6. 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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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공무원' 열풍..어느 고교 나왔냐? vs 얼마나 노력했느냐?

[변상욱의 기자수첩] 노컷뉴스 | 입력 2013.06.14 09:45 | 수정 2013.06.14 09:48

[CBS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공무원이란 직업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공직취업 열풍에 고교생도 가세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주(7~8일)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공직박람회'는 전체 관람객 1만8,000여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고등학생인 걸로 추산하고 있다.

12일에는 부산에서 열렸는데 역시 부산·울산·경남지역 고교생들이 대거 몰려 1만7천여 명의 방문객 가운데 고교생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 국·영·수·사탐·과탐…자신 있어요!

고교생들이 공무원 채용시험에 몰리는 배경은 역시 경기침체와 취업난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민간기업에 가도 구조조정이라는 늪이 도사리고 있어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올해 9급 공채시험의 경우 2,738명을 뽑는데 20만4천7백 명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30%나 늘어나 7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늘어난 응시자 대부분이 고교생인 걸로 분석됐다.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18~19세 지원자 수는 3,261명으로 1.6%의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1,083명보다 (0.7%)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교생이 공무원 채용에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행정기관이 고교생에게 문호를 대폭 개방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일반직 9급 공무원 시험 과목에는 고교 이수과목(사회·과학·수학)이 포함된다.

고교 과목만 공부하면 9급 공채는 물론 단계적으로 경찰.소방공무원 공채시험에도 응시가 가능해진다. 공직채용박람회에서는 과목별 예시문항도 제시했는데 난이도는 수능보다 쉽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또 경쟁률 급등에 따라 공채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고 일찍 준비하는 것이 유리해 지고 있다. 이런 점 역시 고교생들이 몰리는 배경이다.

학교에는 '스무살 합격반'이라는 고교생 공직시험 특별반도 있다고 한다. 고교마다 공무원 취업 우수학교를 벤치마킹 하느라 열심이고 외부강사 초빙도 한다. 고시학원에도 고교생들이 모이고 있다.

고교출신 인재 채용확대를 위해서 '지역인재 9급 추천 채용제'도 실시되고 있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과성적 상위 30% 이내의 졸업자나 졸업예정자 중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고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서 선발한다.

그동안 실시해 온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를 견습근무를 거쳐 기능9급으로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와 함께 시행되며 문호를 넓히고 있는 것.

공무원 시험이라고 대입시보다 쉬울 리는 없다. 독하게 공부해야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그래도 '어느 학교 다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 '어느 학교 다니느냐' vs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안정성을 강점으로 하는 공무원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인기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인도 공무원은 로또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급직 공무원만 시험을 통해 채용되며 공무원 시험은 21~30세의 대졸자만 응시할 수 있다. 게다가 평생 4회로 제한해 쉽게 응시할 수 없고 예비시험, 본시험, 면접의 3단계를 거치는데 1년 가까이 걸린다. 직급에 따라 관사와 관용차가 나오고, 요리사·파출부·기사 까지 국가에서 제공한다고.

중국도 공무원은 인기 직업이었는데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최고 인기직업으로 상승했다. '톄판완(鐵飯碗ㆍ철밥통)'이란 말이 중국 공무원에서 나온 말인데 요즘은 '진판완(金飯碗ㆍ황금밥통)'으로 부를 만큼 인기가 높다. 평균 월급은 민간기업보다 약간 낮지만 복지혜택이 상당해 공무원은 곧 중산층임을 보장받는다.

미국 역시 2009년 오바마 정권 이후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패한 미국 공직사회가 종종 묘사되지만 미국 공무원은 보수 적고 윤리규정이 엄격해 인기가 낮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직자 부패를 마구 두들긴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에서마저 '신이 내린 직장'으로 공무원의 인기는 급상승 중이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공무원의 인기가 높기는 마찬가지. 일본 공무원은 초임은 적어도 상승률이 커 중년쯤 되면 기업보다 보수가 높다. 연금도 많이 받는다. 대만도 일본과 비슷하다. 공무원 퇴직연금을 모두가 부러워한다. 정부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특혜가 아니냐며 줄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와는 달리 재정적자 사태를 겪고 있는 유럽은 공직사회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 그리스, 아일랜드 등에서 2만~3만 명의 공직자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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