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의존도가 높은 농촌 지역이 기름값 상승 등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희 동국대 교수는 23일 ‘기후변화와 에너지 자립, 그리고 농촌의 에너지 전환’이란 제목으로 열린 농정연구센터 월례세미나에서 “농촌은 면세유 지원으로 석유 의존도가 높고 심야전기를 난방에 사용하는 등으로 에너지 위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함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소홀하다”며 “신재생에너지 등으로의 전환을 통한 지역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자립이란 산림·초목·축분 등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에너지 자립의 성공 사례로 독일의 윤데마을을 꼽았다. 이 마을은 독일 남부에 위치한 인구 750명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으로 마을이 소비하는 총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박 교수는 “농업부문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국내 전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580만TOE의 0.0004%인 2,400TOE에 불과하다”며 “이 비율을 높여야 지역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상현 경북대 교수는 “우리 정부도 윤데마을 등을 벤치마킹해 2008년 ‘저탄소 녹색마을 600개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며 “산림·초목·축분 등 지역의 고유한 생태적 자원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결합해야만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부안 등용마을에서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장은 “우리나라는 풍력 발전의 경우 유럽보다 바람의 양이 적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일조량은 유럽보다 20% 이상 높아 유리하다”며 “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잠재량 조사와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TOE=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것으로 석유환산톤을 말한다. 각종 에너지의 단위를 비교하기 위한 가상단위라고 볼 수 있다. 1TOE는 1,000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