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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 정천면 하초마을숲에 위치한 돌탑과 선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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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여름이지만 벌써 30℃를 넘어서며 한여름 더위가 본격화되고 있다. 7~8월이 될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전력난을 걱정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관공서마다 덥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사정이 달랐다. 아직도 시골은 마을의 당산나무나 마을숲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여름을 건강하게 넘기고 있었다. 점점 더 더워지는 기후변화시대 마을숲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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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읍 은천마을숲에서 마을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우리나라 농촌지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 마을숲이다. 마을숲은 주로 마을의 입구, 마을앞 하천주변 등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이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이유는 풍수지리상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조림한 경우도 있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나 하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세운 방풍·방재림도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만들어진 마을숲 중에서 대표적인 마을숲이 '진안 마을숲'이다. 우석대 박재철 교수(조경학과) 등이 정리한 '진안의 마을숲'에는 진안지역에만 80여개의 마을숲이 존재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진안의 마을숲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 정천면 하초마을을 비롯해 진안읍 은천마을·원연장마을·원반월마을, 백운면 노촌마을 등이다. 이들 지역 가운데선 산림청과 생명의숲이 선정한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도 있다.
이러한 마을숲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철 찬바람을 막아주며, 홍수기에는 하천의 범람을 막아주는 환경과 방재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의 휴식과 놀이의 공동체 문화공간이 되며, 마을주민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마을숲에는 돌탑·선돌·거북바위 등이 함께 조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조형물은 마을의 안녕을 비는 신앙적 공간으로 역할을 한다. 또한 오래된 마을숲은 다양한 곤충이 서식하며, 새·다람쥐·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아름다운 경관기능도 가진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마을숲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지난 주말 찾은 진안 정천면 하초 마을숲의 경우 2005년 '생명의숲'으로부터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될 정도로 잘 보전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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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안 정천면 하초마을숲에 적치된 농자재와 폐기물. |
하지만 잘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에 각종 농자재가 쌓여있고, 농업용 폐기물과 생활페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건설자재까지 방치되면서 흉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마을숲 내의 돌탑과 거북바위 등도 관리되지 않아 허물어지거나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진안읍의 은천마을이나 원동천마을의 마을숲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농촌지역의 마을숲이 잘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예전에 비해 농촌인구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제대로 관리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숲은 대부분 마을의 공동소유라는 점에서 더욱 관리에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지역의 마을숲 관리는 이제 개별 마을의 책임으로 맡기기에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승 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