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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栗谷)이 걱정했던 나라

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by 소나무맨 2013. 6. 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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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栗谷)이 걱정했던 나라

 

 

나라를 다스리기 일곱 해,
일은 풀리지 않고 갖가지 흉조가 나타나자
임금은 신하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자질이 부족한 내가 어렵고 큰 기업(基業)을 지키니
짐은 무겁고 하는 일은 모두 그르친다.

나는 하늘과 백성에게 죄를 짓지 않을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박빙(薄氷)을 밟듯 근심하며 감히 안일하게 지냄이 없었건만
조금도 나아짐이 없고 오히려 여러 괴변이 잇따랏다.

어떻게 하면 조종(祖宗)의 훌륭한 정치를 회복하고
요순(堯舜)의 융성했던 때를 따라가 공을 사서에 기록하여
후세의 모범이 되게 할 지 모르겠다.

나는 타는 목마름으로 그대들의 생각이 들려오기를 기다리겠으니
대소 신료들은 마음과 힘을 다하여 숨김없이 극진하게 말하라.”
이는 선조(宣祖) 7년인 1574년의 일이었습니다.

이에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4 1584)는
만언봉사(萬言封事)」라는 글을 지어 임금께 올립니다.

이 글에서 율곡은
쓴 소리를 마다 않고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간언을 합니다.

“변해서는 안되는 것이 때로 변해지고,
고쳐지고 변해야 할 것이 굳게 지켜졌으니
이것이야말로 다스려진 때는 늘 적고 어지러운 때는 많은 까닭입니다.”
곧 바뀔 것과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거꾸로 됨으로써
치세는 이루어지지 않고 난세가 거듭된다는 지적입니다.

이어 선조시대의 정치가 효과를 다 하지 못함은
일곱 가지의 근심할 만한 일이 있기 때문임을 지적합니다.

첫째, 상하가 서로 믿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임금이 명예(明睿)하기는 하나
덕을 유지하지 못하고 선을 좋아하되 의심이 많으며,
좋아함과 미워함이 일정치 않기에
상하간의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 신하들이 일을 책임지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대관은 위에서 자신의 앞뒤만 살피고
소관은 아래에서 하는 일 없이 때를 살펴
이(利)를 취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게으름을 피우며 맡은 것(job accountability)이 무슨 일인지 모르고
오직 날만 쌓고 달을 채워 승진만을 구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경연에서 임금의 덕을 성취하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임금은 경연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 체험하거나 실행함이 없습니다.
좌우에는 내시와 궁녀만 있어 가까이 있는 신하라도
임금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넷째, 어진 이를 불렀어도 받아들여 쓰지 못함입니다.
천거를 논의할 때 자세한 행적을 알아보지 않고 벼슬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도태되고 옳지 못한 이가 중용되곤 합니다.

다섯째, 재앙을 만나도 하늘에 응하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자신을 반성하고 잘못을 두루 살펴 자기의 잘못이 없어도
더욱 닦고 힘써야 하는데 임금에게는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정치를 하는 사람이 백성을 구하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임금과 신하의 직분은 오로지 백성을 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착하기만 하고 법도가 없으면 펴나가지 못하고
법도만 있고 착한 마음이 없으면 행해지지 않습니다.

일곱째, 인심이 선을 향하려는 성실이 없음입니다.
사람들이 착한 말을 듣거나 착한 사람을 보면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꺼립니다.
이로써 진실은 적고 허위가 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한 율곡은
자신을 닦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요체를 정리해 임금에게 올립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년이 지나지 않아 반드시 화란(禍亂)이 올 것입니다.”
라는 경고와 함께 올려진 이 글이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우리나라는 처참한 임진왜란의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율곡이 걱정했던 400여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은
오늘날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이는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작은 이익만을 챙기며 헤매고 있습니다.

선인이 근심으로 살폈던 옛 나라의 혼란을 되돌아보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오늘을 경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 휘 섭 교보생명 (주) 인재개발 실장(anrock3@hanmail.net)

가져온 곳 : 
블로그 >목련꽃이 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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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어린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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