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증오 표현, 법적 제재 이전에 시민 힘으로 제어 노력해야

2013. 6. 10. 14:29시민, 그리고 마을/시민사회운동과 사회혁신

[‘일베 현상’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일베의 증오 표현, 법적 제재 이전에 시민 힘으로 제어 노력해야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ㆍ야스다 고이치 인터뷰

    일본에서 혐한(嫌韓·한국을 혐오하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넷우익’은 일본 인터넷상에서 극우적 성향을 표출하는 집단을 나타내는 말이다. 2002년 인터넷 커뮤니티 ‘2채널’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넷우익은 2007년 1월 오프라인에서 ‘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재특회)’이라는 이름으로 조직화됐다. 재특회는 “재일 조선인은 목을 매달아 죽여야 한다”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하며 혐한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출간된 <거리로 나온 넷우익>은 일본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49)가 1년 반 동안 일본 넷우익 ‘재특회’를 추적 탐사한 책이다. 이 책은 2012년 일본저널리스트회의상과 고단샤 논픽션상을 받았다. 경향신문이 3일 서강대에서 야스다 고이치를 만났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저자 야스다 고이치가 3일 서강대에서 ‘인터넷과 행동주의적 우익 출현’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극우 가면을 쓴 ‘재특회’, 6년 만에 회원 1만3천명
    연령 10~70대 사회 축소판


    ▲ 자신이 겪고 있는 부조리 재일조선인에 책임 전가
    ‘피해의식’은 일베와 비슷


    ▲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넷우익 발생한 계기 작용
    라이벌서 반발심리 번져


    - 일본의 넷우익은 어떤 모습인가.

    “가난한 재일 조선인이 치안을 어지럽힌다는 이야기는 일본 사회에 늘 있어왔다. 넷우익은 이와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을 지배한다’는 식, 일종의 밑에서 올려다보는 차별이다. 이들은 ‘재일 조선인은 일본의 복지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가 안 좋은 것은 재일 조선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재일 조선인 중 일부가 언론·경제 등의 분야에서 엘리트가 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우월적 권리를 누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선거권도 없는 재일 한국인이 과연 우월적 지위를 얻을 수 있나. 56만명의 재일 조선족은 일본인과의 결혼이나 귀화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사회에 동화가 돼 재일 조선인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릴 정도다. 그럼에도 재특회 회원들은 재일 조선인이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짜깁기해 습득하고,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시위를 온라인생중계한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재특회를 사회의 악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현실과는 다른 상상의 적을 만들어 낸다.”

    - 넷우익의 특징을 꼽는다면.

    “재특회는 발족 당시 회원이 500명이었다. 현재는 1만3000명에 달한다. 6년간 회원수가 26배로 늘어났다. 재특회는 10대 중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해 있다. 20~40대가 중심이다. 이들은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부조리를 ‘적(재일 조선인)’의 책임으로 전가한다. 고용 불안, 경제적 어려움, 복지 후퇴, 한류 드라마와 K팝의 융성도 모두 ‘적’의 음모다. 넷우익과 한국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피해의식’이다. 하지만 재특회 회원들의 대부분은 그 과격한 언동을 제외하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나 민족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 외에 자기 자신을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리에서 ‘조선인 죽여’라고 외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애니메이션이나 동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 재특회의 인종주의에 대한 특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노력으로 변경할 수 없는 속성인 인종·민족·지역을 공격하는 것이 인종주의다. 이들은 한국인, 재일 조선인은 인종적으로 열등하다고 강조한다. 매우 모순적이다. 재일 조선인이 권력기관에 침투해 있어 일본을 좌지우지한다면서도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도로도, 공항도 만들 줄 모른다. 모두 일본이 만들어줬다’는 생각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유명한 얘기다. 재특회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활동도 벌인다. 하지만 혐한 시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다. 한국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일본의 넷우익이 나타나게 된 계기는.

    “2002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나도 독도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은 넷우익이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 이유는 사소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축구를 잘한다거나, 일본 단독 개최에 한국이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붉은악마 등 월드컵으로 인해 일본인은 한국의 내셔널리즘을 발견했다. 라이벌 의식이 반발심리로, 반발심리가 공포로 바뀌었다. 아마도 월드컵이 없었으면 여러분은 안심하고 독도를 지켰을지도 모른다(웃음). 2002년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당시 북한을 방문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부각됐다.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반발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일본인이 보기엔 북한도 한국도 같은 한반도 민족이라는 의식이 있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북한 납치문제를 해결하라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아닌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과 남한은 이미 악의 세력으로 통일이 이뤄진 상태다.”

    - ‘일베’와 ‘2채널’을 비교한다면.

    “일베 사이트를 봤다. 너무하더라. 일본이 재특회를 만들어내기 직전의 인터넷 게시판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운동이 과연 인터넷 내에서 종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의문이 든다. 온라인 회원들의 욕망 중 하나는 동지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재특회는 인터넷 ‘정모(정기모임)’와 같은 성격으로 시작했다. 일베가 그런 욕망을 가지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특회의 회원수가 늘어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특회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들이 일본 사람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재특회 회원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재특회의 과격한 행동은 지지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주장은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게 진정한 공포다. 1만3000명밖에 안되는 재특회 수가 늘어나는 건 무섭지 않다. 이미 커져있는 재특회적인 생각이 일반인에게 언제 나타나느냐가 두려운 것이다. 이는 일베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 일베 이용자들 상당수는 교과서 자체를 믿지 않는다.

    “일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외국인과의 차별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교육이 좌익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헌법을 지키고 차별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교육에 반감을 갖는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관을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학교 복도에서 뛰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은 소리로 들린다.”

    - 일베는 기성세대, 특히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386세대’에 대한 반감이 있다.

    “넷우익은 전공투(전학공투회의·1960년 말 일본의 학생운동) 세대에 강한 반발을 가지고 있다. 한때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전공투 세대는 지금은 제일 잘사는 세대가 됐다. 넷우익은 경제적 부를 점유하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러한 세대 간의 대립은 앞으로 커질 것이다.”

    - 재특회는 어떤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되는가.

    “재특회 자금을 확인해봤다. 매년 1000만엔 이상의 수익이 있다. 그 수익의 대부분은 개인 기부금이다. 수백~수천엔씩 입금된다. 10만엔씩 입금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진정한 풀뿌리 조직인 것이다. 지금까지 좌익이나 시민단체가 하지 못했던 일을 재특회가 하고 있다. 재특회를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풀뿌리이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어서 무섭다. 일본 사회 그 자체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정치인이나 대기업이 돈을 대고 있다면 조금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풀뿌리 조직은 다르다.”

    - 재특회가 나타나기 전까지 일본 지식인이나 언론은 어떻게 대응했나.

    “철저히 무시했다. 너무나 바보 같은 주장이기 때문에 그냥 놔둬도 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인터넷 하위 문화로 본 것이다. 일본의 진보세력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뒤 어떻게 되었나. 모든 언론은 매주 열리는 재특회 시위에 취재를 하러 온다. 그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세력이 커질 수 있었다. 진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 한국에서 몇몇 종합편성채널이 극우 성향의 인물을 출연시킨 뒤 이들의 극단적인 발언을 거르지 않아 논란이 됐다.

    “넷우익들이 정보를 가져오는 곳은 주로 보수언론이다. 이들은 보수언론을 통해 얻은 정보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가공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보수언론은 재특회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넷우익의 주요 정보원이 보수언론인 것은 분명하다. 보수언론이 종군위안부가 없었다고 주장하자 넷우익들이 받아들인 것이 그예다.”

    - 넷우익이 정치권과 연관성은 없나.

    “표면상 거리를 두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자민당은 ‘인종차별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입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특정 정치세력과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취재했다. 지금 현재로서는 자금·인적 면에서 연관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여론을 이용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조선인을 죽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다. 그렇지만 종군위안부를 모욕하는 정치인이 있다. 하시모토 도루(오사카 시장)다. 하시모토는 재특회와 관련이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재특회의 주장과 거의 같다. 정치적 엘리트 중 재특회와 비슷한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사회에는 풀뿌리로 시작된 파시즘과 엘리트로 시작된 파시즘이 서로 뒤섞여 있다. 풀뿌리 파시즘 세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엘리트 중에서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 일베현상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어떤가.

    “올해 들어서 일본 국회에서도 넷우익을 제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오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신중한 입장이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 법적인 제재 이전에 시민의 힘으로 그들을 무너뜨려야 한다. 적어도 그러한 폭언을 용납하지 않기 위한 시민운동이 활발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에는 재특회 시위에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도 많다. 국가 권력이 나오기 전에 어떻게 시민의 힘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