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극복 범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 ②-상

2013. 6. 9. 06:20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진보와 보수의 만남, 183만명 서명으로 꽃피다
[기획연재] 좌우합작 인천시민운동, 가자 지방분권!
재정위기 극복 범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 ②-상
[489호] 2013년 05월 30일 (목) 14:04:31 김갑봉 기자 pecopress@naver.com
   
▲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가 2012년 10월 9일 인천시청에서 개최한 200만 서명운동 결산 기자회견 모습. 인천시민 183만 514명이 서명했다.

진보진영, 감사원 발표 전 시민모임 결성

2012년 1월 감사원의 발표로 인천시의 분식회계가 드러났다. 시가 재정 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을 부풀린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뒤늦게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시 재정 상태를 파악한 뒤 “2012년 한해만 재원 1조 2500억원이 부족하다”며 이른바 ‘5.30 재정위기 대책’을 발표했다.

동시에 송 시장은 간담회를 두 번 열어 시 재정 상태를 인천지역 제 시민사회단체에 보고한 뒤 ‘순막구언(=지방관이 백성의 의견을 구함)’이라며 긴급구호를 요청했고, 2012년 6월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이하 범시민협의회)’가 꾸려져 아시안게임지원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비 지원 요청 2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감사원 발표가 있기 전, 시 재정 위기가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2011년 11월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결성했다.

‘시민모임’은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ㆍ스페이스빔ㆍ인천여성회ㆍ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ㆍ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ㆍ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ㆍ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전국공무원노조인천지역본부ㆍ참의료실천단ㆍ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ㆍ해반문화사랑회)와 인천사회복지종사자권익위원회, 인천YMCA,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로 구성됐다.

이들은 우선 시의 재정 위기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한다며 자체적으로 시 재정 상태를 공부했다. 그런 뒤 내부 토론회와 외부 초청 토론회를 열어 시 재정 위기 상태를 공유한 뒤, 아시안게임 반납과 인천지하철2호선 조기 개통 수정, 그리고 강력한 세출구조 조정과 신규 세원 발굴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런 과정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것이다.

‘범시민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은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민들에게 시 재정 상태를 먼저 알려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동시에 시민들을 재정 위기 극복 운동에 조직하는 고민들도 같이 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외연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고민하던 때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에서 연락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단체와 기관을 망라한 조직으로 새마을운동ㆍ바르게살기운동ㆍ자유총연맹ㆍ인천상공회의소ㆍ인천여성단체협의회ㆍ인천쥬니어클럽ㆍ인천예술인총연합 등 자생단체와 농업경영인단체ㆍ종교단체ㆍ문화예술단체ㆍ장애인단체ㆍ사회복지기관 등 140여개 단체와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김송원 사무처장은 “조성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이 ‘1년 전(=2011년) 아시안게임 국비 지원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했으니 이번에는 2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면 국비 300억원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냐,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좋다’고 했다”고 들려줬다. 해방과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이념갈등이 어느 도시보다 첨예한 인천에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인천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보수진영, 범시민운동 필요성에 공감대 있었다

‘범시민협의회’가 탄생하기 전 보수진영도 아시안게임 성공개최를 위한 범시민운동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는 사실상 서로 의사를 타진하지 않았을 뿐 이미 만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1년 전, 보수진영은 국민운동단체(=새마을운동ㆍ바르게살기운동ㆍ자유총연맹 등)가 주축이 돼 아시안게임 국비 지원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국비 150억원 지원을 이끌어 낸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범시민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인 실무추진위원회를 꾸리기 전, 그러니깐 2012년 6월 초, 조상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과 박상문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회장 등은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고, 조상범 회장이 먼저 ‘시민모임’ 쪽에 연락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6월 7일, 조상범 회장과 김송원 사무처장, 신규철 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이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당신들 입장이 어떤 것이냐?’고 했고, ‘시민모임’ 쪽은 ‘아시안게임 반납’이라고 했다.

이에 조 회장은 ‘시 재정 상태가 이 지경이면 반납하지 않아도 대회를 못 치르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반납이 아니라 포기라고 표현하는 게 어떠냐? 국비 지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으로 하자. 이 입장을 가지고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송 시장이 직접 시 재정 상태를 보고하기 전까지 보수진영은 재정 위기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성공개최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재정 위기에 대해서는 진보진영과 온도차가 있었던 것이다.

오승환 바르게살기운동인천협의회 사무처장은 “시장한테서 직접 브리핑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인천의 도시 위상과 대외적 신인도를 위해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재정 위기가 극복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렇다면 서구 주경기장 공사비 국비 지원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의 경험을 살려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6월 13일, 실무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실무추진위원회에는 조상범 회장과 박상문 회장, 방광설 인천시새마을회 회장, 김의식 바르게살기운동인천협의회 회장, 이정희 인천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김재열 인천예총 회장, 오승한 사무처장, 김송원 사무처장, 신규철 사무처장, 박준복 소장 등이 참여했다.

실무추진위원회는 의견을 조율한 뒤 인천지역 제 시민사회단체에 ‘범시민협의회’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같은 달 28일 단체 153개가 참여해 발족한 ‘범시민협의회’는 ‘아시안게임 지원법 제정’과 ‘부산아시안게임과 평창동계올림픽 수준의 국비 지원’을 선포한 뒤 2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렇게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운동은 183만명 서명운동으로 꽃피웠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