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재정위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시 부채문제를 강력히 제기했고, 시장취임 이후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의 지방채 발행규모는 커져만 갔고 급기야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37.7%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인천시 부채비율은 40%를 넘게 돼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운영 중인 재정위기지방자치단체로 낙인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의 자율적 재정권한이 제한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재정위기는 인천시가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다. 뉴스1은 시 재정위기의 문제점과 시가 추진하는 정책과 대안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한편,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인천시 재정위기와 해법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인천시 재정위기가 사상초유의 지방자치단체 파산(부도)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정책이 ‘부채 폭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부채비율은 재정위기단체(부채비율 40%) 지정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시가 지난 4월 공무원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은 송영길 시장의 재정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송 시장 취임 2년여 동안 재정위기에 대한 안이한 판단과 무 대응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시는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인천지역 여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월30일 발표한 송 시장의 재정위기 대책이 나온 후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인천시 자금유동성 위기 초례…경제청도 3000억 원 규모 자급 부족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지난 5월25일 열린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시민사회 대표로 나서 ‘인천시 재정위기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박준복 소장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 재정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발생, 지난해 지방세가 목표액보다 약 1800억 원가량 덜 징수됐다.
지난 2월에는 시 교육청과 8개 자치구에 지난해에 이미 지급해야 할 법정 전출금과 교부금 마련을 위해 급전 2500억 원을 빌려(일시 차입)서 지급했다.
특히 1분기 지방세 중 거래세가 목표액보다 크게 감소했고, 전년대비 750억 원 정도가 덜 들어왔기 때문에 지난 4월 공무원 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던 상황은 이미 예견 됐던 일이라는 게 박 소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인천경제청의 경우 그동안 한 푼의 채무도 없다고 장담했지만, 소유자산 매각에 제동이 걸리면서 1000억 원 일시 차입에 이어 송도 1·5·7공구 소유 ‘자산 유동화(투자신탁에 토지를 매각,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분할매각하거나 아니면 일정수익을 보장해 주는 이른바 조건부 매각형식)’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청은 올해 6800억 원의 세입 중 3000억 원 규모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심각한 현금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계획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시 채무계획 막연…현 상황으로 채무상환 쉽지 않아
재정위기극복을 위한 시민단체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는 예상 채무액은 2013년 3조3348억 원을 기점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당초 계획일 뿐, 시가 올해 8000억 원~1조 원 규모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고,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등 당면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채가 얼마나 증가할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원리금 상환액도 2015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시는 예측하고 있지만, 내년에 2009년 지방채 발행액에 대한 상환기간이 도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통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2009년 말 기준 인천시의 채무는 2조3000억 원이다. 이후 3년동안 채무액은 7000억 원(25%) 증가했지만, 채무상환액은 원금만 980억 원에서 3293억 원으로 2313억 원(3.5배)이 증가 했다. 2009년 이자는 812억이었으나, 올해 이자 부담액은 1384억 원이다.
이에 지역사회는 채무에 대한 시의 상환대책이 막연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시는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2호선이 끝나면 대규모 시행사업이 없기 때문에 채무를 갚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가 지난 5월8일 간담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언급하며 시민들로부터 징수하는 지방세가 정체돼 있는 점을 예로 제시, 채무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최근 5년간 지방세 결산액을 보면, 2007년(1조9594억 원), 2008년(2조264억 원), 2009년(2조243억 원), 2010년(2조908억 원), 2011년(2조2085억 원)으로 정체돼 있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는 “시의 2011~2015년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세외수입은 2015년도 1조30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현 상황에서 채무상환이 쉽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현 재정위기 인천시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는 상황”
재정위기 해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시 스스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2조5천억 원이 소요되고 재정위기의 주범인 2014 아시안게임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수반되지만 반납해야 마땅하다”며 “시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조1600억 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은 당초계획대로 2018년까지 단계별 준공해야 한다”며 “또한 복지예산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줄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존사회를 모색하는 지식인 연대회의 하석용 대표는 “인천시가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기업들이 자금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현금흐름 예상표를 도입해 구체적인 위기요인을 공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반납과 관련해 “현재 투입한 비용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회계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민간자본을 유치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시민유락시설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조강희 운영위원장은 “현재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1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 5조6000억 원, 27만 명의 고용효과를 언급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시안게임을 반납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