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를 둘러싼 신화와 거짓말
계속된 고장 앞에서도 ‘안전’하다는 뻔뻔함
지난 18일 경북 경주에 있는 신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지 19일만에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되었다. 신월성 1호기는 작년 12월이후 단계별 시험운전을 수차례 거쳤으나 이 기간에도 3차례의 고장으로 운전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사고 이후 한수원의 말이 더 가관이다. 한수원은 “이번 발전정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0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발전소의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으며 방사능 외부 누출과도 전혀 상관없다"고 하였고,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이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그렇다. 1978년 첫 가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 핵발전소 21기에서 발생한 사고 고장건수는 643건이다. 이는 연평균 29건 정도의 사고가 발생한 셈인데 이주 0~7등급(높을수록 위험)의 사고단계 중 1~2등급에 속한 사고도 13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미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는 127건의 고장사고가 발생하여 전체 사고 중 2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수명 연장이 논의되는 월성 1호기에서도 4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영광원전 6호기도 지난달 30일 전동발전기 고장으로 정지했다가 8월5일 재가동했고, 영광 2호기는 7월31일 펌프 고장으로 12시간가량 출력 하락을 겪기도 했다.
저들의 말대로 지금껏 너무도 많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이번 신규원전에서도 발생한 것 뿐(?)이다. 그래도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없었으니 ‘안전’하다고 한다. 이건 누가 봐도 말장난 아닌가?
작년 7월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한국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한 결과 “한국 원전의 안전규제시스템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를 대서특필하며 엄격한 종합점검 결과로 합격점을 받았다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안전합격점을 받은 IAEA의 발표 이후 2012년 2월 고리 1호기의 발전기 고장사고, 월성1호기 고장사고는 뭘 말하는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IAEA의 안전점검이라는 것은 결국 핵마피아들의 논리에 명분을 쌓아줄 뿐이다.
핵 옹호론자들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백만분의 1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껏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핵발전소 사고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2호기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이다.
전세계에 있는 440여개의 핵발전소 중 이미 드러난 대규모 사고만 해도 벌써 3차례. 이것 뿐만 아닌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일어난 미세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사고건수가 훨씬 늘어나지만 이것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백만분의 1이란 저들의 선전은 말짱 거짓이고 기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IAEA는 원자로 노심 손상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1만년당 1회 이하가 되도록 원전을 짓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말에 의하면 만년에 1번 사고가 나야 하는 것이다. 실제 IAEA의 권고에 준한다 하더라도 이는 원자로의 자체설비나 내구성에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원자로가 아닌 아주 다양한 경로와 유형으로 터질 수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원자로가 공기 중에 노출돼 노심의 50%가 흘러내리는(노심 용융)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5만 명이 강제 소개됐고 5만 명이 자발적으로 대피했다. 이 사고는 원자로 압력 용기의 압력을 조절하는 밸브의 고장과 원전 운전원의 판단 착오, 제어 계기반의 설계상 결함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났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시험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고,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라는 예기치 않은(?) 재해로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사고였다.
이 모두는 원자로 자체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이다. 인간의 실수나 화재, 또는 테러를 목적으로 한 전산시스템의 교란 등등.. 이런 문제는 핵발전소 부지안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사고의 유형이다.
또한 핵발전소도 거대한 기계장치이다. 그리고 기계는 노후하면 언젠가 균열이 생기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원인으로 말하지만 후쿠시마 원전도 노후원전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게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밝힌 법칙이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무시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90년대 이후에만 총 11차례의 사고가 잇달았다고 한다. 수명다한 고리 1호기의 잦은 고장이 하인리히 법칙에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또하나, 핵마피아들의 안전하다는 거듭된 주장속에는 뭔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강조되는 역설법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반문해 보게 된다.
‘가장 값싼 에너지’속의 은폐된 거짓말
핵마피아들이 핵발전소를 대안 에너지원으로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즉 핵발전소는 참~~싸다는 것인데, 이 거짓말의 실체를 밝혀보자.
이들이 말하는 ‘경제성’은 다름아닌 발전원가가 싸다는 것이다. 발전원가는 경제성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화력발전의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와 비교했을때 우라늄 값이 현저히 싸다는 것이다. 원전을 통해 공급된 에너지는 국가총소비 에너지의 15%에 이르는데 이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우라늄을 수입하는 들이는 비용은 3억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발전 단가로 따지면 석유의 절반 밖에 안된다는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건설비용, 폐로비용, 방폐물 처리비용...
핵발전소의 숨겨진 비용을 드러내라.
그러나 이들의 주장속에 핵발전소의 숨겨진 비용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는 건설비용만 1기당 약 3조원이다. 한국의 경우 모조리 다 국민의 세금이다. 여기다 운영비용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다했을 때 발생하는 폐로 비용,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그리고 사고나 재해시 발생하는 수습대책비용은 말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한수원을 비롯해 핵마피아들은 폐로 비용과 방폐물 처리비용을 아예 산출하지 않고 있다. 서류상으로만 있을 뿐이며, 실제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운영중인 23기의 원전 중 어느 것도 해체계획서 자체가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리1호기를 폐쇄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1조원에 해당하는 폐로비용 때문이다. 이 폐로비용에 따른 예산 자체가 없으며, 수명을 다했다 하더라도 최대한 굴려보겠다는 꼼수이다. 그것이 엄청난 위험을 건 도박이다 하더라도 저들은 고리1호기의 수명을 60년까지 연장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리기간이 수백년에서 수십만년이 걸리는 것인지라 이에 따르는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또한 사고나 재해시 발생하는 수습과 처리비용은 또 어떠한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238조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나라 고리1호기가 사고났을 경우에 예상되는 피해값은 628조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우습게도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났을때 법적으로 보장된 피해보상책임한도는 약 5천억원에 불과하다. 만약 고리1호기의 사고로 반경 20km 안에 있는 340만이 대피해야 한다고 했을때 1인당 피해보상액은 약 15만원씩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만이 핵발전소 정책속에 숨겨져 있다.
또하나, 세계 도처에 있다고 하는 우라늄은 무한 연료가 아니다. 이미 우라늄 가격이 10년동안 계속 상승하고 있고, 우라늄 매장량은 30년에서 40년이면 고갈될 자원이다. 우라늄 고갈로 핵발전의 수명도 길어야 4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지속가능하지 않는 에너지를 두고 ‘경제적이고 무한한 미래에너지’라고 저들은 노래하고 있다.
더 이상 시장성이 없음이 증명되는 미국과 유럽의 원전시장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이 정부의 보조없이 민간 자본의 투자만으로 건설되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그 경제적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시작돼 현재 중단된 전력산업구조개편 과정에서 핵발전소는 정부 소유로 남겨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된 이유는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10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토론회에서 유정민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원전에서 건설비는 전체 투자금의 82.3%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40~50년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건설에서 폐쇄에 이르는 위험 기간은 60~100년에 이르기 때문에 원전은 기업들이 선뜻 투자할 수 없는 기술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2009년 캠브리지 에너지연구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 원전 건설비용은 매년 15%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원자력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전의 경제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 세계 나라에서 104기라는 가장 많은 원자로를 보유한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단 한건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이는 단지 원전의 위험성 때문만이 아니라 1957년 최초의 민간 원전이 시작된 이후 경제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저리의 대출을 통해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려 하고 있지만 정작 이미 계획된 원전마저 사업성이 없어서 취소되기도 하였다.
유럽에서는 2010년까지 수십 년 동안 고작 2건의 원전 건설이 수주됐다. 프랑스와 핀란드에 건설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가 그것이다. 70~80년대의 짧은 성수기를 맞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침체기를 맞은 이유는 핵발전이 가장 비싸고, 가장 느리고,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먼저 전력산업 자유화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도 국영기업이던 원전을 민영화하려고 원전을 다른 발전과 함께 묶어 시장에 판매하려고 했지만 시장성이 없자 결국 화력 발전만 민영화하고 원자력은 국영기업으로 남겨뒀다고 한다.
이것은 원전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경제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례다. (‘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전환시대의 논리, 탈핵’에서)
가장 안전한 에너지, 태양과 바람은 고지서를 보내지 않는다.
반면에 수요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던 태양광 판넬의 가격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태양광과 풍력에너지의 설비가격을 가장 비싼 가격으로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핵발전을 선전하기 바쁘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을 비롯하여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조차 태양광에너지 설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의 공급가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대중적 소비를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른 소비의 부족으로 태양광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태양과 바람은 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언젠가 다쓰고 없어질 우라늄과 달리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핵발전소 건설비용과 운영비용, 폐로비용 등을 재생에너지 육성비용으로 충당한다면 이땅의 핵발전소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버젓이 두고 가장 위험하고 가장 비싸며, 가장 더러운 에너지를 고집하는 건... 핵마피아 집단의 이익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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