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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간첩'이었던 남편, 정체 들켜 감옥 갇히자 아내는…

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by 소나무맨 2013. 5. 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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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간첩'이었던 남편, 정체 들켜 감옥 갇히자 아내는…

 

 

  • 김광일 논설위원
  • 입력 : 2012.05.03 23:20 | 수정 : 2012.05.04 22:22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감옥에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연구할 때 만든 세계지도. 벽지용 종잇조각을 이어붙여 대륙을 그려 넣고 붉은 사인펜으로 경로를 표시했다. /전병근 기자 bkjeon@chosun.com
    1996년 초여름 사람들은 안기부 발표에 깜짝 놀랐다. 삼복더위가 일찍 시작된 그해 7월 안기부는 "단국대 무하마드 깐수 교수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던 특급 스타 학자였다. '레바논 출신' 역사학자로 책 '신라-서역 교류사'를 내놓아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학계는 깐수 교수가 '아랍인 학자'의 눈으로 한반도-이슬람 교류를 본격 연구해낸 데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필리핀 태생' '아랍인 학자' 같은 본인 설명은 애초 거짓이었다. 원래 이름이 정수일인 깐수는 함경도에서 북간도로 흘러간 유랑민의 아들로 중국 옌볜에서 태어났다. 중국에서 25년, 북한에서 15년을 살았고 다른 나라에서 10여년을 보내며 국적을 세탁한 뒤 1984년 한국에 들어왔다. 남파간첩 깐수는 총선 정세 분석, 군사장비 도입 같은 수집정보를 주로 호텔 팩스를 이용해 북에 보고했다. 그는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된 깐수는 이듬해 서울고법에서 징역 12년,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 여름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 2003년 사면·복권됐고 대한민국 국적까지 얻었다. 2007년엔 보호관찰처분을 벗었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생활체험을 통해 전향의사를 명백히 하면서 잘못을 뉘우친 점" "출소 후 제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인정했다.

    ▶그가 어느덧 일흔여덟 노년이 됐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를 차린 그가 번역에 해설을 곁들인 책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냈다. 엊그제 조촐한 기념 파티도 열었다. 오도릭은 14세기 아시아를 두루 여행하고 책을 쓴 이탈리아 수사(修士)다. 이 책은 '왕오천축국전' '이븐 바투타 여행기' '동방견문록'과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정수일씨는 문명교류를 전공한 학자답게 이 네 권의 책을 번역하고 싶어했고 이제 '동방견문록'만 남겨뒀다.

    ▶16년 전 정씨가 체포될 때 살 붙이고 살던 아내도 남편이 남파간첩이라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정씨는 감방에서 틈 나는 대로 아내에게 글을 썼다. "나를 잊어주오"라는 절규를 아내는 "당신을 기다리겠다"는 사랑으로 감쌌다. 이 옥중 편지들도 2004년 책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가 되어 나왔다. '간첩 깐수'는 단죄하지만 '학자 정수일'을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일제 강점과 분단, 비극의 민족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정씨의 파란만장 일대기는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가져온 곳 : 
    블로그 >목련꽃이 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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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어린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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