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5. 10:40ㆍ시민, 그리고 마을/시민사회운동과 사회혁신
<기로에 선 시민운동> 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문명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차 이질성이 심화되어 가는 오늘날, 소통을 위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해지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열린 대화의 광장이다. 그리고 대화의 장의 중심에는 강대인 원장이 있다. 사람들의 닫힌 가슴을 두드리는 사람.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공감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아내는 사람. 강대인 원장과의 대화를 공유해본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어떤 곳인가.
1965년 재단법인 한국 크리스찬 아카데미로 출발하여 본격적인 대화운동을 펼쳐왔다. 2000년에는 재단명칭을 ‘대화문화아카데미’로 변경하고 화해의 시대를 여는 대화운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대화의 방법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주요 이슈 연구,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화와 토론, 교육활동 등을 한다. 대화의 초점은 언제나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또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관한 것이며 대화를 통해 사회여론을 환기시킨다.
녹색당을 지원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녹색당 당원도 아니지만 무척 관심을 가지고 성원하고 있다. 아기걸음마를 하고 있는 이 정당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내가 80년대 초에 독일에 살 때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녹색당을 만들어서 제도권 의회에 들어가는 현장을 관심 있게 봤다. 독일은 지금 원자력발전소를 다 없애기로 결정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30년이 걸렸지만 독일의 시민운동 환경운동 그리고 녹색당의 역할이 없었으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외롭게 출발했던 독일의 녹색당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독일이 그런 결정에 이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사회는 유럽과는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녹색당도 언젠가 우리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정치세력이 되었으면 한다. 상당한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녹색당은 반핵을 중심이슈로 작년에 만들어졌는데 지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녹색당이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듯하다.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시민운동을 보면 아직 20세기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앞으로 녹색당이 새로운 이슈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단, 녹색당이 기존 권력정치의 정치문화 속에서 쉽게 무력화되거나 또는 정당이 더 커졌을 경우 처음의 취지와 다르게 변질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녹색사회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같이 가야한다. 녹색당만 가지고는 안 된다. 풀뿌리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 환경운동이 있어야 한다. 정당만으로 환경가치와 생명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주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이 커져야 한다. 큰물이 있어야 그 위에 큰 배가 뜨는 것처럼 말이다.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의 큰 바다가 존재해야 거기에 녹색당이라는 배도 큰 배로 뜰 수 있지 물이 별로 없으면 작은 배 밖에 못 뜬다.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의 원심력이 커져가야 구심력 역시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된다.
환경 이슈에 대한 생각은.
이제는 환경 이슈에 대해 국민국가 수준의 국내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은 이제 국경을 넘는 글로벌한 이슈이며 일본 핵발전소폭발문제가 일본문제만이 아니고 중국황사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듯 한 국가만 노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가 환경운동을 여러 운동 중 하나로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산업사회 시대의 컨테이너식 사고이다. 환경부라는 하나의 부서에서 환경문제를 전담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한다. 생명,환경문제를 중심가치로 다면적인 접근을 하는 21세기형 사유와 의제설정을 하여야 한다고 본다.
환경 이슈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첫 번째 문제는 인간의 속성이랄까? 사람들의 안이한 자세이다. 우리는 눈앞에 닥친 일, 또는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성향이 있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등 앞으로 환경재앙의 징후 등을 내다보며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다음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대처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일한 게 현실이다. 두 번째는 타이밍의 문제다. 즉 지구가 파괴되고 있는 속도와 대응하는 힘 사이의 속도가 잘 맞느냐의 문제이다. 닥쳐오는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힘 자체도 너무 약하다. 이런 문제를 푸는데 의식과 태도의 변화와 아울러 제도나 법이 바뀌어야 하며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영역의 총체적 협업이 요청된다.
현재 시민운동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2008년의 촛불시위를 기억한다. 사실상 촛불시위가 시작된 2008년 5월10일부터 6월 9일까지가 촛불이 진정한 시민운동이었다고 본다. 6월 9일부터는 조직화된 정치세력들이 촛불집회를 변질을 시키면서 진영 논리로 가버렸다. 이처럼 우리나라 시민운동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시민운동이 준정당적인 기능을 해온 측면도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는 그동안 시민운동의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정당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은 시민운동의 과제이며 앞으로 뛰어넘어야 할 한계라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By the people, Of the people’이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하는 것은 ‘For the people’ 이다. 정부가 결정해서 혜택을 주겠다, 편의를 주겠다... 이런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문제를 가지고 시민사회가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반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왔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창의적인 의제설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이란 것은 시민들에 의해서 시민들의 소리가 나오는 것 그것 자체가 가치가 있는 건데 계속 효율성만 따지다보면 전문가에게만 의존하게 된다. 의제 문제 뿐 아니라 과거 시민운동 안에서 일하는 스타일도 Top down식의 문화가 있었다. 민주화 운동할 때는 명분과 효율성을 앞세워 어쩔 수 없이 중앙 중심적 엔지니어링 문화가 지배했던 시절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도구주의적 리더십과 엔지니어링 방식의 집단과정은 민주발전과 인간적 공동체형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음으로 해묵은 난제지만 이제 시민운동은 사무국중심에서 회원중심의 시민운동으로 과감하게 전환하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전개되는 시민운동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고는 향후 시민운동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는 신도나 교인이 없는 종교공동체를 생각하기 어렵듯 양심 있는 시민들의 지지가 없는 시민운동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기 어렵고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시민운동은 존립기반의 와해와 정체성의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녹색소비자운동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넓게 보면 생명운동이나 녹색운동은 이제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는 문화운동의 기로에 서있다. 과거 공해추방 수준의 환경운동 성격을 훌쩍 넘어서야한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운동 개념도 고발위주나 물건을 살까 말까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체가 주는 향락과 과잉소비사회가 주는 사이비 행복감에서 벗어나 소비자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물질추구의 현실을 성찰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제의식을 키워야 한다. 물질, 소비중심의 천박한 세속문화와 관련하여서도 방송을 비롯한 뉴미디어 등은 엄청난 위력을 가진 권력매체인데 현재 시민운동이 전혀 영향을 못 미치는 영역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미디어영역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정도가 고작 큰 이슈였는데 앞으로 미디어수용자 운동이 녹색소비자운동의 중요과제로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생산자주도의 소비지향적 시장문화가 소비자 파워에 의해 삶의 경제로 전환하는 소비자주권운동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현재 정치 시스템에 대해 진단한다면.
우리사회는 대선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쳐온 사회다. 모준 게 대선을 중심으로 흘러왔으며 시민사회까지도 함께 요동쳐 왔다. 사회 영역 모든 부분이 블랙홀처럼 대선이라는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관행이 이제는 그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의 다원화 추세에 비추어현재의 양대 정당구조에는 문제가 있고 선거제도도 문제가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당을 선택하기 힘들다. 특히 이러한 구조에서는 환경문제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까지 수용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야 된다. 정치권이 합의 형성을 위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로서의 직접민주주의를 펼치는 것이 바로 시민운동이 해야 할 일이다. 엄청나게 터져 나오는 의제들을 여의도 의사당만으로는 소화해내기 힘들다. 지역마다 자발적인 시민의회 같은 것이 필요하다. 시민의회를 만들어 공적인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걸 공론화하고 여론에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사회 대화문화의 40년의 역사를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해 온 강대인 원장과의 인터뷰는 여기까지다. 우리 사회가 걸어온 형극의 길을 함께 걸어온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21세기의 우리 사회와 공존해나갈까 궁금해진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홍보출판국 김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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