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비단 대통령 선거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적경제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협동조합 기본법’의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은 그간 8개의 개별법으로 쪼개져 있던 개별법을 통합하는 한편, 협동조합의 설립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협동조합 간 협력의 기회를 확장하는 등의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이라는 특성상,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 리포트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기획 연재를 이대중 전 기획재정부 협동조합팀장과 함께 마련하고자 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의 필요성’을 시작으로 격주로 연재될 예정이며,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하는 부분은 아래에 첨부한 PDF 파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연재와 관련해서 궁금한 점은 블로그 덧글이나 사회적경제센터 페이스북 및 트위터(@center4se)로 남겨주세요. 같이 해결하고, 추후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해서 별도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알기 쉬운 협동조합 기본법을 위해 좋은 글을 공유해주신 이대중 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주
[협동조합기본법 가이드라인] 협동조합 기본법 어렵지 않아요 - (1)기본법의 필요성
들어가면서
지난 2011년 12월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됨에 따라 불과 2달 후인 오는 12월부터는 분야와 업종에 상관없이 관심과 뜻이 같은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협동조합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맡은 후, 짧은 시일이었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여러 자료를 접해보았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을 만났고, 협동조합 운동을 수십 년간 하시던 운동가 및 연대회의측과 토론회도 개최하였으며, 향후 협동조합을 활동을 준비하시는 미래 협동조합인(외국에서는 협동조합 활동가를 ‘Cooperator’라고 부르곤 한다.)의 의견을 듣기도 하였지만 ‘협동조합’과 ‘기본법’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숙제는 아직도 쉽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이것이다. 라고 확언하기는 아직도 이른 것 같다. 그렇지만 정부 내 협동조합 업무를 전담하면서 내린 작은 결론은 「협동조합기본법」은 가장 민생친화적인 법률이라는 점이다. “초기 출자금 마련이 어려운 취약계층과 청년들이 소액의 자본을 십시일반 모아 공동의 회사(즉 협동조합)를 만들어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재래시장 상인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물류, 판촉, 홍보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법률이 「협동조합기본법」이라면,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민생 친화적인 법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서민적이고 민생법안이라면 이 법률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게 될 서민이라는 경제주체의 눈높이에 맞게 법률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3개의 법안내용을 바탕으로 기존 법체계(8개 협동조합법, 민법과 상법)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은 제7장 제119조라는 적지 않은 분량의 딱딱한 법조문으로 제정되게 되었다. 서민적인 법률이면 각 조문과 내용도 알기 쉽게 풀이되어야 하는데 ‘법률’이라는 딱딱한 옷을 입다 보니 일반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기 어려운 길고 난해한 법조문이 되어버렸다.
이에 「협동조합기본법」이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 글을 나누고자 하는 본인도 짧은 경험과 지식에서 여러모로 부족함을 갖고 있지만, 이 글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사회에 곳곳에서 불고 있는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경제 바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인사의 글을 마친다.
ㅇ 연재 제목 : 「협동조합기본법」 어렵지 않아요~ ㅇ 연재 순서 (1) 「협동조합기본법」 왜 필요한가요? (2) 숫자로 알아보는 「협동조합기본법」 (3) 「협동조합기본법」과 국제기준과의 관계? (4) 협동조합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5) 「협동조합기본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 (6) 사회적협동조합은 무엇인가요? (7) 질의 및 응답(Q&A) |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1) 시대적 요구, 2012년 UN 세계협동조합의 해
2012년 UN 세계협동조합의 해 기념로고 (출처 : ICA 홈페이지 참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협동조합’이라는 사업모델은 새로운 경제주체로서 그 효용성을 주목받게 되었다. 이는 협동조합이 기존 상법상 기업모델과 다른 여러 가지 특징을 갖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협동조합은 소유구조 측면에서 보면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 소유기업으로서 단기이익보다는 장기이익을 추구하며, 위험을 회피하는 운영을 하게 되므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자본투자보다는 인적 결합을 중심으로 운영되므로 일자리 확충과 고용안정도 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기업과는 차별화된 운영모델로 인해 협동조합은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사회갈등 요인을 치유하는 공생․발전할 수 있는 포용적인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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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일깨워 주고 있다 "Cooperatives are a reminder to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it is possible to pursue both economic viability and social responsibility. " UN사무총장 반기문 |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협동조합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 새로운 경제성장의 추동력으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2009년 UN총회는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법 제도 정비를 권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여 새로운 사회통합적인 경제모델을 구축하자는 사회적운동의 큰 힘을 제공하게 되었다.
(2) 8개 개별 협동조합법의 한계
한국에는 이미 여러 가지 협동조합이 있다.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소비자생협, 산림조합 등을 규정하는 8개 개별 협동조합법이 있다. 지금까지 산업정책상 필요에 의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입법형식으로 협동조합의 법률적 체제가 지속된 것은 기존의 협동조합이 민간의 필요에 의한 자율과 자발적인 결합체로 생겨난 상향식 조직이기보다 농어민 보호, 중소기업 육성 등과 같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정책적 영역으로 인식되어 하향식으로 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정책수단 또는 정책수행의 보완적인 조직이나 기능으로 인식되어 활용되어온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접근은 자율적, 자발적 협동조합 활성화에 많은 한계를 주기 시작하였다. 산업구조의 중심이 1,2차 산업에서 이미 3차 산업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지향하고 구성원의 동등한 출자, 1인1표에 의한 사업운영, 구성원 간 균등한 분배 등 협동조합적 사업 운영을 희망하나, 법인격이 없어 애로를 겪는 단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관련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자활운동, 돌봄노동 등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분야에서만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4천여 단체가 있으나 법적근거, 실태파악, 정책적인 지원 부재 등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육성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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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수 (개소) |
조합원수 (천명) |
출자금 (억원) |
경제사업 (억원) |
예금액 (십억원) |
직원수 (명) |
법인격획득 |
3,987 |
28,549 |
131,945 |
424,988 |
282,913 |
88,604 |
법인격미흡 |
8,620 |
통계 없음 |
111,188 | |||
합 계 |
12,607 |
28,549 |
131,945 |
424,988 |
282,913 |
199,792 |
제1섹터인 정부와 제2섹터인 기업 이외에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형태의 제3섹터를 통해 사회양극화 확산, 빈곤계층 증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 확보 등 우리 경제ㆍ사회의 시급한 과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음에도 개별법 체제를 취하고 있어 변화된 경제ㆍ사회 구조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 수요에 따라 개별법을 제정함에 따라 협동조합 전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부재하여 통일적인 정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 등으로 인하여 협동조합의 법적성격, 운영원칙, 주관부처 등을 규율하는 일반법 제정이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게 되었다.
(3) 일자리 창출과 복지증대 효과 기대 (다양한 기대효과)
협동조합기본법 제1조는 법제정의 필요성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 발전 모두가 우리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분명하다.
제1조 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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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
[표 1-2 : 협동조합기본법]
먼저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 설립을 촉진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협동조합의 규모가 우리의 대기업에 버금가는 큰 규모이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협동조합은 소액, 소규모의 서민형 협동조합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소규모 기업모델이 다수 등장하게 되어 서민경제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여 지역단위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기존 상법상 회사와 민법상 사단법인이 아닌 ‘협동조합’ 이라는 새로운 법인격의 등장은 ‘윤리경영’과 ‘상생번영’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을 확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최선의 질과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주식회사 등 기존 영리회사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고 열악한 비영리, 시민사회 활동을 활성화함은 물론 제3차 산업에서도 자유로운 협동조합 설립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인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확산될 수 있는 범위와 분야에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다양한 경제주체 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등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상인 및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원재료 공동구매, 공동판매, 공동배송, 공동주차장 구축, 경영컨설팅 등의 협력 및 협업사업 확대로 인해 경쟁력 확보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외면 받는 낙후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의 근린서비스, 복지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기존의 복지서비스를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구축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사회서비스 증대 |
△ 자활단체, 돌봄노동등의 분야에 협동조합 설립 |
서민경제 활성화 |
△ 소액ㆍ소규모 창업을 용이하게 하여 신규창업 활성화 |
복지전달체계 개선 |
△ 일하는 복지를 구현하여 여러 정부부처(13개)로 분산되어 있는 다기화된 복지전달체계의 비효율성 개선 |
복지사업 효율성 제고 |
△ 자율, 자발적 협동조합 설립으로 필요에 맞는 사업 전개 |
사각지대 해소 |
△ 서민경제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
[표 1-5 : 협동조합 활성화가 복지정책에 미치는 효과]
* 다음 연재에서는 ‘숫자로 알아보는 「협동조합 기본법」’에 대해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