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는 사랑이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2023. 8. 21. 13:59지속가능발전/지속가능발전활동

시국미사는 사랑이었습니다

  • 기자명 장영식 
  •  입력 2023.08.17 10:54
  •  수정 2023.08.2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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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노사제의 뒷모습. ⓒ장영식

정양모 신부님은 저서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에서 예수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빠의 지선하심을 깊이깊이 느끼고 맑게맑게 보여주는 삶을 사셨다. 백성에게, 특히 사람이면서 사람대접 못 받던 천민들에게 가없는 연민의 정을 품으셨다.”

예수의 삶은 그리스도론의 핵심입니다. 그 핵심 중의 핵심은 민중에 대한 연민의 정 다시 말해서 측은지심입니다. 예수는 연민의 정을 품으시고, 자비행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예루살렘 북서쪽 성벽 밖에 있던 형장 골고타에서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셨습니다. 주교의 빨간 모자는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피의 상징인 것입니다. 이를 정양모 신부님은 “예수는 목숨을 버림으로써 인을 완성했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한 시국미사가 지난 3월 20일 봉헌된 지 5개월 만에 갈무리됐습니다. 14개 교구에서 17회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사제단은 시국미사를 갈무리하면서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 사제단은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갈 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라며 “미국과 일본 앞에서는 비굴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저 자신과 강자의 이익을 위해서 ‘법과 원칙’을 더럽히는 자가 그런 소리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물어뜯는 괴물을 보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촉구했습니다.

대구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사제는 "퇴진이 평화입니다. 탄핵이 평화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장영식

하느님은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고딕 양식의 대성당에서 군림하시는 분이 아니시라고 믿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은 대성당을 허물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곁으로 다가와서 대자대비하신 사랑으로 껴안아 주시는 연민의 하느님이시라 믿습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가족들의 절규를 들으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이시리라 믿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시는 분이시리라 믿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품고 행동하는 자비행이었습니다. 그 자비행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쁨이었습니다. 사제단을 향해 모함과 홀대하는 사람들과 주교들에게 예수께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당신을 처형한 이들을 위해 바치신 간구를 되새겨 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시국미사를 마치고 대구 시내를 행진하는 사제단의 모습. 사제단 뒤에는 수도자들과 시민들이 뒤따르면서 "퇴진"과 "탄핵"을 외쳤다. ⓒ장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