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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은 왜 베트남 여성을 선호할까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12.10 06:05
지난 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찡 딩 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과 베트남 교류 협력 활성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발언이다.
덕담을 건네려던 의도겠지만, 발언 직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에서 '한국 남성이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베트남 출신 비중이 가장 높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이 대표는 옳은 사실을 말했을 뿐이며, 야당의 비판은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 중 다수가 매매혼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한국의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은 '베트남 신부들의 장점'을 "정서와 가치관이 남편에게 순종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한번 시집가면 일부종사한다는 우리 어머님 세대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등으로 광고하며 여성들을 쇼핑몰 상품처럼 전시한다.
결혼 과정도 인신매매적·인권침해적이다. 미인대회 선발 방식의 대규모 맞선 행위를 통해 여성을 고른 뒤 결혼 성립 전후 몇주~몇달간 여성을 기숙사에 넣고 관리한다. 또 현지에서 결혼식 전후로 합방이 강요되고 여성은 출산여부 검사 및 처녀막 재생 수술 시행 등의 산부인과 진료를 강요받는다.
베트남 정부는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돈이 매개가 되는 결혼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 정부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 규제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2012년부터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개정 법령에 의해 속성결혼형태를 주선하는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해 18세 미만 소개 금지, 집단 맞선 및 집단 기숙 금지, 신상정보 제공 강화 등으로 여성을 상품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속성결혼 형태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는 하다. 국제결혼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막아버리면 거대한 블랙마켓을 만드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필리핀은 외국인과의 결혼 중개를 법으로 전면 금지했지만, 상업화된 중개시스템을 이용해 배우자를 구하려는 남성의 수요와 결혼을 통해 이주하려는 여성의 공급이 줄지 않아 오히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중개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또 촉박한 일정 속에서 외모와 인상만으로 '아무나' 선택하는 방식은 한국 남성에게 베트남 여성이 가진 생각들이나 이들이 왜 한국을 선택하게 됐는지 고려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는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배우자 탐색이 필요한 개별적인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이들의 가치체계와 문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반영하기도 한다.
이 같은 몰이해와 무관심 때문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남성들은 한국적 시각으로 이들을 해석하고, 한국 문화와 유교 문화에 이들이 종속되기만을 원한다. 물론 이런 태도가 베트남 부인을 데려오는 남성과, 그 가족의 문제만은 아니다. 결혼중개업체들은 광고를 통해 베트남 여성을 유교문화권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가치를 가진 매우 이상적인 배우자감으로 소개하니 말이다.
결혼중개업체들이 설명하는 베트남 여성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베트남 여성은 유교를 바탕으로 교육을 받아 어른을 공경하고 대가족제도에 적응이 돼 있어 시댁식구와 문제가 없다 △모성애가 강해 자녀에게 헌신하는 한국형 여성이 많다 △한국 남성과 나이 차이가 있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오랜 전쟁을 겪어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남편에게 순종적이며 잘 따른다 △한국 남성을 선호해 최고의 여성을 선택할 수 있다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아 농촌에 가는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여성의 몸매는 대부분 날씬하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등이다.
하지만 이건 한국 남성들의 이상적인 부인상일뿐,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베트남은 시부모까지 가족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부중심 문화를 갖고 있으며, 함께 살며 시부모를 부양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다. 베트남은 대내외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은 편으로, 경제권도 대부분 여성에게 있다. 베트남은 아침밥도 짓지 않고 사먹는 문화다.
매우 큰 금액인 만큼 남성 입장에서는 그렇게 '구매한' 베트남 여성이 본인의 마음대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 입장에서는 친정과 본인이 받은 돈이 아니므로, 이처럼 많은 돈을 지불했는지 모르고 역시 불만을 갖게 된다.
'돈을 지불했으니 따르라'는 방식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낳는다. '자궁의 시댁화'라고 불리는 아이를 낳으라는 태도도 이중 하나다.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가 지난 8월 발행한 "이주여성은 '아이 낳는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 이 같은 문제가 잘 반영돼 있다.
필자이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인 레티마이투는 글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몸, 정확히 얘기하자면 자궁은 남편과 시집 가족의 것이 되곤 한다"면서 "이주여성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집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 역시 아이가 없는 한국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이주여성 가족에게는 '대체 왜 아이가 없냐'며 이를 문제시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남편이 과하게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포르노를 보여주며 똑같은 성관계를 요구해서 이혼을 결심한 사례도 있다. 형부, 시아버지 등 시집가족에게, 결혼중개업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도 있다"면서 "대부분 한국 남성이 결혼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하기 때문에, 일부 가족들이 '이주여성을 돈을 주고 사왔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돈이 매개가 된 속성 국제결혼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들을 모두 수동적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건 곤란하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기존 삶의 기반을 버리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의 형태를 결정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베트남 여성의 입장에서 이들이 한국을 찾아온 이유를 살펴보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융화되기 위해선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지 모색해본다.
참고문헌
베트남 여성의 가족가치관에 대한 연구, 동국대, 이은주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방안 연구, 이화여대, 박지영
국제결혼을 통한 송금이 여성 결혼이주자 본국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전북대, 장지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부적응 요인에 관한 연구, 인하대, 레쑤언흐엉
다문화 가족의 이해 (한국과 베트남 국제결혼을 통해 본), 장서원, 남복현
외국인 배우자의 다양성과 국제결혼의 안전성, 집문당, 김두섭
☞[이재은의 그 나라, 베트남 그리고 국제결혼 ②]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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