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60조원대의 대규모 지역사업 중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할 사업을 확정했다.
KTX남부내륙철도, 새만금 국제공항 등 굵직한 지역의 숙원사업들이 예타 면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예타를 면제해주는 지역사업의 총 규모는 24조원에 달한다.
반면 인천 송도와 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등 수도권 사업들은 대부분 면제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다. 예타는 나랏돈이 300억원 이상(사업비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때 사전에 사업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제도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ㆍ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非)수도권간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선 지역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요 창출과 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광역 교통ㆍ물류망이나 지역 전략산업 등은 예타 면제를 통해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확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각 지자체들이 신청한 33개 사업(약 61조원) 중 23개 사업(약 24조1,000억원)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분야별로 △연구ㆍ개발(R&D) (3조6,000억원) △도로ㆍ철도 (5조7,000억원) △광역 교통ㆍ물류망(10조9,000억원) △삶의 질 개선(4조원) 등이다.
◇굵직한 지역숙원사업 대거 ‘면제’먼저 광역 교통ㆍ물류망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172km 구간에 고속철도를 까는 남부내륙철도 사업(4조7,000억원)에 대한 예타가 생략된다. 작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경제성 분석에선 ‘낙제점’을 받았지만 결국 사업 추진의 문턱을 넘은 셈이다. 충북도가 요청한 ‘청주공항~제천 충북선 철도 고속화’(88kmㆍ1조5,000억원) 사업과 ‘세종~청주 고속도로’(8,000억원) 또한 예타를 면제 받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과 24일 각각 경남과 대전을 방문해 이들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로ㆍ철도 분야에선 전북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인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이 면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충남도가 신청한 ‘석문국가산단 인입철도’(9,000억원)도 즉각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상 합덕역(가칭, 충남 당진)에서 아산국가산업단지와 송산지방산업단지를 거쳐 석문국가산단까지 31km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대구산업선철도(KTX서대구역~대구 국가산업단지ㆍ1조1,000억원) △울산 외곽순환도로(1조원)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8,000억원) △서남해안 관광도로(1조원) △남북평화도로(영종도~인천 옹진군 신도ㆍ1,000억원) 등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R&D 지원해 지역산업 육성정부는 각 지역이 추진하는 전략산업에 대한 R&D 투자도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먼저 각 시도별로 주력산업 분야를 선정(48개)하면 해당 분야에 속한 지역 중소기업에 R&D 자금을 지원해주는 ‘지역특화산업육성’(1조9,000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전북에는 2,000억원을 투자해 미래차 관련 R&D를 추진하고, 광주에는 인공지능(AI) 집적단지(4,000억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ㆍ의료 분야 사업도 예타 절차가 생략된다.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4,000억원)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2,000억원) 등이다. 또 지역 내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7,000억원) △도봉산 포천선(7호선 도봉산역~양주 옥정ㆍ1조원) 등도 면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 줄줄이 탈락반면 수도권 사업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ㆍ약 6조원)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1조3,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명분인 ‘지역균형 발전’에 이들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사업이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사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했다”며 “다만 수도권이지만 낙후된 접경지역 사업 등은 별도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예타면제는 혈세낭비"..경실련, 책임자 고발 검토
최훈길 입력 2019.01.29. 12:38
시민단체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무더기로 면제하는 조치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29일 통화에서 "예타 면제 조치는 국민혈세를 의도적으로 낭비하기로 한 것으로 배임, 직무유기, 권한남용 문제가 있다"며 "고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부 논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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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29일 통화에서 “예타 면제 조치는 국민혈세를 의도적으로 낭비하기로 한 것으로 배임, 직무유기, 권한남용 문제가 있다”며 “고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부 논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타 면제 결과를 담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29일 발표했다. 예타 면제 규모는 23개 사업, 24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이날 오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결과다. 예타 면제 내역을 보면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가 포함됐다. 특히 경남의 예타면제 규모가 가장 컸다. 경남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 사업을 면제받았다.
이에 경실련, 녹색교통운동은 이날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정부의 예타면제를 따라 하고 있다”며 “예타 면제사업 결정자들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며 사업 특혜 등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문재인정부 2017~2019년 예타) 면제 규모는 55조원에 달한다. 이번 발표와 별도로 예타를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는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을 포함할 경우 전체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임기 중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실련은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증가나 비싼 요금 등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사업으로 추진돼도 건설과 유지보수, 운영을 위해 막대한 혈세 투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토건사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일용직 일자리로 일순간 경기부양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며 “최근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4대강 사업처럼 대규모 토건 사업이 일시에 추진되면 수주를 위해 대형 건설사들은 물량 나눠 갖기와 같은 담합을 할 것”이라며 “이들은 직접시공도 하지 않고 하청을 줘 사업비의 30~40%의 공사비를 이익으로 가져가는 하청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홍 부총리는 예타 면제와 관련해 “지역을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의료·교통 시설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도 포함했다.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며 “(이명박정부 때 예타를 면제한) 4대강 사업과는 사업 내용과 추진방식 등에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오늘 발표된 23개 사업은 최대한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된다”며 “향후 10년간 연 평균 1조9000억원(국비기준)이 소요돼 2019년 정부 재정 총 지출 규모 470조원과 비교해 볼 때 중장기적인 재정운용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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