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권필 입력 2018.11.04. 06:01 수정 2018.11.04. 07:49
순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순천만습지에 도착했습니다. 평일인데도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인해 입구에서부터 북적였습니다.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도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습지에 들어가니 황금빛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그 사이로는 S자로 꺾인 수로를 따라 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철새들의 낙원’ 답게 갯벌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새들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며칠 전 흑두루미 한 쌍이 겨울을 보내려고 순천만을 찾아왔다는 설명에 대자연의 한복판에 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습니다.
손 씨는 “어렸을 때만 해도 순천만은 각종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였던 곳”이라며 “요새는 외국인들도 이렇게 갯벌과 갈대가 잘 보존된 곳이 없다고 놀랄 정도로 대표적인 생태관광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손 씨의 말대로 20년 전의 순천만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도시와 농장에서 각종 오수가 유입됐고, 쓰레기도 무분별하게 버려졌습니다. 악취가 코를 찌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98년 골재채취사업은 취소됐고, 2003년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순천만의 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순천시는 습지보호지역 주변에서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습지복원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수질을 오염시키던 오리농장과 습지 인근에서 운영되던 식당들도 모두 철거했습니다.
순천만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위해서는 인근 농경지의 전봇대 280여개를 전부 뽑고, 친환경 농법으로 수확한 쌀을 정부가 수매해 두루미의 먹이로 뿌려줬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2009년 80여 마리였던 흑두루미 개체 수는 지난해 2176마리로 증가했습니다.
올해에는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국제적인 ‘생태도시’로 인정받았습니다.
순천시 방문객 수는 2014년 614만 명에서 지난해 907만 명으로 30% 이상 늘었습니다. 서울 인구에 이르는 천만 명 가까이가 지난해 순천을 찾은 셈입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9월 한 달 동안 64만 명이 순천을 방문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대로면 조만간 연간 방문객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순천만습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얼마나 될까요?
2014년에 발표된 ‘순천만 생태복원에 따른 경제 가치 평가(황민섭 고려대 대학원 외 2인)’ 논문에 따르면,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들의 여행비용(생태관광)을 분석해보니 연간 1747억 원의 편익이 발생했습니다. 향후 100년 동안의 경제적 가치는 2조 3569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연을 보전해 온 순천시의 선택이 이런 경제적 가치를 낳은 셈이죠.
순천시 입장에서는 생태적 가치를 보호하면서 밀려오는 관광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과제가 된 것입니다.
남쪽으로 점점 확장하는 도심 개발의 차단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순천만습지에 몰린 관광객을 분산시키자는 의도에서였습니다.
또, 입장 수입의 10%를 순천만 보전 기금으로 조성해 습지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순천만습지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방문객 수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국내 1호 람사르 습지인 ‘용늪’은 탐방예약제를 통해 하루 250명만 방문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천만 역시 과거 차량 진입을 줄여보려고 주차장 사전 예약제를 시도했지만, 민원 등으로 인해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김학수 순천만생태관광협의회 대표는 “많은 탐방객으로 인해 생태계가 간섭현상을 빚고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탐방객 수를 조절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른 관광지와 달리 생태관광지에서는 환경에 대한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탐방객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광과 보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순천의 선택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순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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