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8. 17:55ㆍ전북 소식/2018 전북지방선거 소식
[전북 지방선거결산]<상> '최악의 공천'에도 '최상의 성적' 거둔 민주당
심회무 입력 2018.06.18. 17:30
【전주=뉴시스】심회무 기자 =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북지역 선거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였다. 전북은 오랜동안 낙후지역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바람은 거셌다. 호남에서 여전히 공천 작업이 정치일뿐 선거 자체는 요식 행위였다. 민주당의 완승’으로 30년 일당주의의 절정에선 전북지역 선거 과정과 결과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GM군산공장-현대중공업 폐쇄, 단체장 비리 의혹은 '찻잔 속 태풍'
6·13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전북지역은 GM군산 공장 폐쇄라는 철퇴를 맞았다. 지난해 5월에는 군산 현대중공업 공장이 문을 닫았다. 남원의 서남대가 문을 닫았다. 인구는 줄고 경제력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했다.
선거 이슈는 이런 사태를 몰고온 전북도지사와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정치권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정치적으로 민주당 책임론도 제기됐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이 연일 전북 방문 대책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없었다.
매번 7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도지사 무능론과 시장군수 부패론 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내세운 ‘평화 공세’는 지방선거를 국가적 행사로 끝나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1987년 13대 대선 이후 ‘일당주의’에 빠져있는 전북은 어떤 이슈도 ‘백약이 무효’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천 작업’에만 몰두했다. 김윤덕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선거전부터 “전북은 DJ(김대중) 시절보다 더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고 말했다. DJ시대 전북 지역 선거는 이른바 ‘빗자루선거’(‘빗자루도 DJ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말)였다.
지난 2월말 GM군산 공장 폐쇄 문제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관급 인사 5명을 대동하고 군산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 김윤덕 전북도당위원장은 측근들을 데리고 인근에서 골프를 쳤다.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사태가 광주나 대구, 부산, 대전 등에서 발생했다면 크게 문제가 됐을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무대응은 아무리 사고를 처도 어차피 전북도민은 ‘민주당을 찍을 것’이란 정치적 풍토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전북지역의 민주당 당원은 54만명. 유권자 140만명 중 3분의 1이 넘는다. 매월 당비를 내는 당원만 24만명에 달한다.
◇원칙도 절차도 없는 최악의 공천
민주당은 공천 희망자 접수를 끝내고(3월 30일) 10일만에 ‘여론조사’(당원 50%-일반 50%)를 통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후보자 공개 검증이란 기초 단체장 기준으로 15분 면접이 전부였다. 후보를 공개 검증할 수 있는 토론회나 연설회, 설명회 조차 단 한건 열리지 않았다. 이런 민주당의 절차는 철저히 현역에 유리한 것이였다. 그리고 물불 안가리고 지역에서 당원만 모집한 사람이 우위를 점했다.
실제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은 전원 공천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현역 체장은 8명이었다. 전체 14개 시군이지만 무소속 군수와 3선 이상 연임 제한, 단체장 공석 등의 이유로 6자리가 빈 곳이었다. 8개 시군 단체장 중 7명이 다시 공천을 받았다. 현역으로 무주군수가 탈락했는데 여론조사 결과 줄곳 압도적 1위였으나 경선 과정에서 무소속 후보의 역선택에 걸려 탈락했다.
결국 이 같은 경선은 인물 선정면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패 연루의혹이 있는 현역 시장 군수와 전문성 없는 후보들이 주로 공천을 받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군수 재직 중 부인과 비서실장 등 4명이 구속되고 6차례 걸친 압수수색이 진행됐던 인물도 공천 대상에 포함됐고 구여권 인사로 한때 MB(이명박)대선 후보 선대본부장을 지냈다는 인물도 공천했다. 일부에서는 경쟁력이 없어 중도에 공천 자체를 포기한 인물들이 공천자로 결정되는 상황이 일기도 했다.
◇사상 최고의 대통령과 민주당 바람 확인
선거 결과는 민주당 압승이었다. 송하진 민주당 도지사 후보는 70.6%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1995년 민선 도지사 선거 이후 두 번째 높은 지지율이다. 14개 단체장 중 10개를 차지했다. 굉역의원과 기초의원은 낙선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도 다수 나왔다. 시군 단체장의 경우 4석이 무소속과 민주평화당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한때 민주당 소속 인물들이다.
선거 기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후보 전단과 현수막은 사실상 단 한 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당은 선거 돌입 직전 도지사 후보만 1명 내보내 그나마 빨강 색깔 현수막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단체장 후보 및 광역의원 후보는 단 한명도 배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조차 내지 않았다. 아무리 민주당 텃밭인 전북이지만 이 같은 사례는 지방선거 사상 처음이다.
전북 지역 사회단체나 언론 조차 어떤 분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의 선거 결과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족하고 있다.
shi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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