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잊어라..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선한 권력의 탄생 /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2018. 5. 25. 16:40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마키아벨리는 잊어라..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최현미 기자 입력 2018.05.25. 11:10

대커 켈트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단언한다.

"우리는 권력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우리가 권력을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권력을 생각할 때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저자는 우리 문화가 이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이해하게 된 토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그의 '군주론'을 꼽았다.


프렌시스 박넬 카펜터작 ‘노예해방선언서 최초의 낭독-1864’. 저자는 노예 해방, 각종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선한 권력의 예로 꼽았다.

선한 권력의 탄생 /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 프런티어 2

대커 켈트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단언한다. 우리는 권력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우리가 권력을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권력을 생각할 때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것들이다. 권력 장악, 투쟁, 암투, 다툼, 음모, 남용. 폭력적이고 부정적이다. 저자는 우리 문화가 이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이해하게 된 토대로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그의 군주론을 꼽았다. 알려졌듯이 마키아벨리는 무력, 기만, 무자비, 전략적 폭력을 권력의 요체로 꼽았다. 마키아벨리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반성과 자성을 요구해 온 거듭된 폭력의 역사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권력이라면 정적과 비판자들을 잠재우고 자신만을 추종하라며 대중의 입을 막는 강력한 독재자를 떠올리게 됐다. 이런 권력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사업가가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위해 동료를 짓밟거나, 학교에서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친구를 괴롭히는 것과 같은 일에도 권력은 개입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권력에 대한 관념은 일상과 의식에 깊게 스며들어 부모·자식부터 직장 동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관계를 움직이고, 좌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관련된 숱한 심리 실험을 진행한 켈트너는 권력에 대한 이런 관점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책의 원제이기도 한 권력의 역설(The Power Paradox)에 집약돼 있다. 바로 권력은 집중할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인간성 차원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일 때 권력을 얻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반면 최악의 모습일 때 권력을 잃는다. 타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그 권력과 특권을 잘못 이용하면 충동에 휩싸인 통제 불능의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

저자는 권력은 무조건으로 강한 힘이 아니라고 했다. 권력은 나 자신이 만드는 힘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힘이라고 했다. 권력은 사회 관계망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향상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조직과 직장에서도 그러하고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을 동정하면서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는다. 바로 선한 권력의 탄생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주로 권력을 남용할 때, 공동체가 이를 어떻게 제어하는가를 깊게 탐구했는데, 사이사이에 그 결과를 인용하며 마키아벨리식 권력의 시대는 오래전에 저물고, 이제 선한 권력의 시대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심리 실험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자세하게 전하기보다는 시대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선언적 의미를 풀어낸 책이다. 권력의 변화와 선한 권력의 당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236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