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미국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보스 연설을 앞두고 '반(反)보호무역'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인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미국우선주의는 전 세계와 함께 일한다는 뜻"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중인 포럼에 참석해 "세계화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전 세계가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큰 분열을 일으키며 세계화가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을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다행히도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이는 초대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시사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보호무역은 해답이 아니"라며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극우포퓰리즘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독"이라고 지적하며 "다자간 해결책을 찾는 인내심을 가져야한다. 자국 이익만을 위한 대응을 할 경우, 어느 시점에서 대화의 실마리를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거지소굴(shithole)'이라고 비하했던 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식민지시절 (아프리카에) 많은 빚을 졌다"며 난민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시 주석을 대신해 포럼에 참석한 류허 주임 또한 연초부터 통상전쟁의 서막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에 날을 세웠다. 그는 "기후변화, 기술진보의 양면성, 테러리즘 등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에서 그 어떤 국가도 혼자서 대응할 수는 없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함께 글로벌 거버넌스를 논의하고,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며 공동 성장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특히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후 미국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같은 날 다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우선주의는 나머지 세계와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믿고, 양자무역협정의 팬"이라며 "미국은 우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