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대선시계에 의해 전국의 자치단체들마다 대선공약을 준비해 유력 후보들에게 전달하는 등 자치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의회 부활 26년, 지방자치단체장 주민 직접선출 22년…. 2017년 현재 과연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잘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쟁점사항 등을 정리해 두 번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지방자치 20여년 발자취=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고 지방자치에 대한 족쇄가 풀리면서 1991년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부활되었다. 이어 1995년부터는 지방의회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도 주민직선제가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지방자치는 20여 년이 지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조금씩 발전해오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지방행정의 주체가 관(官)에서 주민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관청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고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친절과 서비스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현장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자세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조례제정을 통해 정보공개와 주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둘째,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정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동네 골목길 청소부터 쓰레기처리문제, 아동·노인·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 도서관 같은 생활문화시설 확충 등 지역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셋째, 지역주민이나 지방정부의 자치활동이 중앙정부의 정책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국민의 일상적인 삶에 관한 문제임에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국가가 소홀히 다루어온 것들을 지방자치활동을 통해 공공의제로 전환하여 정책화하고 이를 다시 중앙정부가 받아서 전국적 제도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째,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조례제정과 함께 집행부 견제기능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행정사무조사나 정기감사 또는 각종 현안에 관한 주민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예산심의에 앞서 주민들에게 예산설명회를 개최하여 집행부를 견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단체장에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의회에 보고하거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상과 같이 지방자치 부활 이후 긍정적 변화는 소개된 사례 외에도 수없이 많다. 물론 아직도 관치시대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일탈행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지방자치에 관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이러한 행태를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설계되지 못한 배경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자율-참여-책임이 작동할 수 있는 자치분권모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배분하는 지방분권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일부 진척도 있었지만 온전한 자치를 가로막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구조의 근간은 변하지 않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로 고착화 되어 있고, 기능(사무)배분의 측면에서도 단순 집행사무만 지방정부로 이관되었을 뿐 정책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다.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지역에서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다스림의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 제2항의 민주주의 이념과도 일치한다. 지방자치는 헌법 제8장에서 명시된 것처럼 헌법으로 부여된 가치이다. 그러나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운영 근거만을 명시했을 뿐 세부사항은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많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와 부딪히는 지방자치 현실 사례들
◇청년수당 논란= 2015년 11월 5일 서울시는 청년수당(정식 사업명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였다. 쳥년수당은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중 중위소득 60% 이하 만 19∼39세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 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진입이 지체되거나 실패해서, 혹은 낮은 자존감으로 사회참여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청년들에게 최소 수준의 활동보조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두고 서울시가 새로운 복지사업인 청년수당을 신설하면서 사회보장기본에 명시된 사전협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은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하는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곧바로 2015년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와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지방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서울시의 협의조정 불응에 대한 강경책을 마련하였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수당은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인 만큼 정부와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올해 예산에 90억 원을 반영하였고, 서울시 의회를 통과하였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 1월 14일 대법원에 청년수당에 관한 서울시의회 예산의결무효 확인 청구소송과 예산집행 정지결정을 신청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더해 18일 중앙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하는 지자체에 재량지출 사업비 배정이나 공모사업 선정 때 불이익을 주는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집행지침'을 통보했다. 이번엔 서울시가 지난 1월 27일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지 않는 경우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도록 규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방교부세는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사무처리를 위하여 당연히 배분받아야 할 권리인데 이를 수단으로 지자체 자율권을 통제하는 것은 위헌이며, 상위법인 지방교부세법에도 감액사유를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만 하는 사회보장제도인가? 서울시 입장은 청년수당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제도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민지원 사업들이 사회서비스에 해당될 수 있으며, 지방정부는 주민지원 사업을 신설 또는 변경할 때는 보건복지부장관과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헌법 제117조에 명시된 주민의 복리증진이라는 지방정부 고유 자치사무를 제한하며, 지방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성남시 3대 무상복지, 경기도가 대법원에 제소= 2015년 12월 21일 성남시 의회는 이른바 3대 복지사업인 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사업을 포함한 2016년 예산안을 의결하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성남시 3대 복지사업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의를 받지 않은 채 의결한 것으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에 위반된다며 경기도를 통해 성남시에 재의요구를 지시했다. 이에 성남시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지방자치권 침해 조치’라며 재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경기도는 1월 18일 성남시 무상복지 3대 사업 예산을 의결한 성남시 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하고 예산안 집행정지 결정도 함께 신청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3대 무상복지정책은 지방자치법에 명시한 ‘법령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일’이 아님에도 경기도가 대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은 그 자체가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시민의 복지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을 밝혔다. 서울시 청년수당사업과 마찬가지로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사업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의 갈등의 핵심도 헌법 제117조에 명시된 주민의 복리증진이라는 지방정부 고유 자치사무를 중앙정부가 제한하는데 있다. 서울시는 ‘협의 대상여부’에 대해서, 성남시는 ‘협의의 의미’에 대해서 쟁점이 되었으나 본질적인 내용은 동일하다. 한편, 경기도는 2016년 시범사업으로 중위소득 80%이하 근로청년이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할 경우 1:1 매칭으로 경기도가 10만원씩 지원하고,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매월5만원씩 후원하는 ‘일하는 청년통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차상위 계층 이하의 자산형성과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시행 중인 ‘희망·내일키움통장’과 성격이 유사하지만, 대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서 ‘수용’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협의’기준을 두고 정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의 확대요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상호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통제와 규제가 아닌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조정되어야 하며, 협의·조정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해야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누리과정이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2012년부터 공통으로 시행하도록 만든 표준 교육내용을 말한다. 2012년 3월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3월부터는 3~4세까지 확대돼 시행되고 있는데, 그 재원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3~5세 130만 명의 영유아를 무상 보육하는데 필요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은 어린이집 2조1323억원과 유치원 1조8916억원 등 총 4조 239억원에 이른다. 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6만원과 방과후 학비 5만원이 지급된다. 어린이집(국공립 및 민간)과 사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22만원과 방과후 학비 7만원이 지급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어린이집 예산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일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예산 1조8000천억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지방정부 복지사업 통합적 추진= 정부는 2015년 8월 10일 제10차 사회보장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며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원으로 추진 중인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중앙정부와 유사·중복이 우려되는 사업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 사업의 경우, 자치권 등 특수성을 감안하여 협의‧권고를 통한 자율적 정비, 절감재원의 복지 분야 재투자 유도 등 2가지 원칙을 가지고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곧바로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 명의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하고 사전 실태조사 결과 유사·중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 1,496개 사업으로 정비계획을 다음연도 예산안 심사 전까지 제출토록 명시하였다. 아울러 정부는 “협의 없이 시행된 사회보장사업의 예산만큼 교부세를 감액한다”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의 이런 조처대로라면, 지자체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복지사업은 예외 없이 규정 위반이고, 재정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에 일부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는 곧바로 10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정부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회보장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본질적이고 고유한 임무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말살하고 장악하기 위해 총출동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중복사업 일제정비 지침”을 내린데 대해서도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승인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복지사업 통폐합 추진은 중앙집권적 통제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행태와 지방자치 현실은 이러한 근본적 법제도의 한계에 기인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설정부터 지방분권이 절실함을 역설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