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박현찬 정상혁

2017. 7. 14. 23:11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책소개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의 저자는 그동안 경관 관리에 있어 ‘규제’보다는 손쉬운 경관 ‘사업’에만 몰두한 탓에 서울의 경관이 시장 논리에 따른 개발로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경관 관리의 핵심은 결국 ‘규제’이고 경관 규제의 알맹이는 ‘높이’임을 거듭 강조한다. 많은 도시들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경관을 관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도시의 아름다움을 모두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수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높이 관리는 아름다움을 위한 규제이자, 도시계획이라 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박현찬
저자 박현찬은 파리벨빌 국립건축대학에서 포스트디플롬, 파리 제1대학에서 예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의 선임연구위원으로 도시설계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기성상업지 환경개선 도시설계」, 「시민광장조성 기본계획 연구」, 「도심 재창조 종합계획」, 「서울의 도시형태 연구」, 「한강 자연성회복과 관광자원화를 위한 종합계획」, 「서울특별시 경관계획」 등이 있다.

저자 : 정상혁
저자 정상혁은 도시설계 전공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와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의 연구위원으로 도시관리제도 개선, 주요거점 개발구상, 경관계획연구 등 도시공간을 가꾸고 관리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서울시 기본경관계획」, 「서울시 경관계획 재정비」, 「마포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이 있고, 최근에는 「서울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DMC 활성화 방안」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지금은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할 때 .5

1부
서울의 변화
: 서울의 얼굴은 어떻게 변했나?

1 서울의 얼굴 .19
2 ‘아파트’라는 낯선 집 .27
3 더 높게 더 크게 : 1970~1980년대 .32
4 반성과 새로운 시작 : 1990~2000년대 .44
5 ‘높이’에 대한 욕망과 공공성 사이 .52

2부
모두의 자산, 경관
: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1 아름다운 도시, 파리 .63
2 품격의 도시, 런던 .74
3 화려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85
4 조화로운 도시, 싱가포르 .93
5 오늘, 서울의 경관은? .99
6 경관의 가치를 아는 것 .111

보니파시오를 걸으며 서울을 떠올리다
: 권기봉 .114

3부
아름다운 규제
: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경관을 위해

1 서울 경관, 어떻게 지킬까? .125
2 모두를 위한 규제 .131
3 서울이 찾은 해법, 서울플랜 .138
4 집중과 조화 .142
5 높이 관리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56
6 왜 35층인가? .163

에필로그
경관이 자산이 되는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세 .178

높이 관리는 도시계획이다
: 조명래 .189

 

 

출판에 대한 서평---------------------------------------

 

 

“높이 관리는 ‘규제’가 아니라 ‘도시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을 떠올릴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남산, 쇼핑의 중심 명동, 조선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궁과 한옥마을 등 서울은 다채로운 얼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근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의 경관은 아파트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며 산과 강변, 언덕의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었고, 역사적 장소와 분위기도 점점 사라지면서 서울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많이 잃은 것이다.
도시 공간 전문가이자 이 책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의 저자는 그동안 경관 관리에 있어 ‘규제’보다는 손쉬운 경관 ‘사업’에만 몰두한 탓에 서울의 경관이 시장 논리에 따른 개발로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경관 관리의 핵심은 결국 ‘규제’이고 경관 규제의 알맹이는 ‘높이’임을 거듭 강조한다. 많은 도시들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경관을 관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도시의 아름다움을 모두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수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높이 관리는 아름다움을 위한 규제이자, 도시계획이라 할 수 있다.

“높이 관리는 경직되고 엄격하기만 한 규제가 아니다.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제이다.
서울의 정체성을 살리고 보존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높이 관리는 모두가 공공의 자산을 누리며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 분명하다.”
_ 본문 중에서

서울시가 건축물의 높이를 관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서울시의 아파트 높이 관리 정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앞으로도 바람직한 높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현재 서울시가 마련한 높이 관리 기준은 경관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강변 주거 지역의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만 해도 시민과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여 얻은 기준이자, 배후 경관과 용적률· 건폐율 등을 고려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값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건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짓는 것이 아니라, 경관 관리의 원칙 아래 주변과 조화되고 대화하는 높이로 건물을 짓는 것이 서울의 경관을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경관으로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때 서울의 경관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원래의 주인인 시민에게로 돌아가는 등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서울의 변화 : 서울의 얼굴은 어떻게 변했나?’에서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서울의 모습을 살펴보고, 아파트로 인해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서울의 경관을 시대 순으로 정리했다. 2부 ‘모두의 자산, 경관 :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뉴욕, 싱가포르 등 훌륭한 경관을 가진 외국 도시들의 경관 관리 비결을 살펴보며, 우리의 경관 관리 현실을 되짚어보았다. 3부 ‘아름다운 규제 :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경관을 위해’에서는 서울의 경관을 특정 개인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것으로 회복하기 위해 나아갈 구체적인 방안과 방향을 담았다.

[책 속으로 추가]

훌륭한 경관을 가진 외국 도시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 걸까? 가장 큰 차이점은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도시일수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모두가 도시의 고유성과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경관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관법은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법이다. … 외국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경관법에 대한 위상도 높다. 개발법과 경관법의 위상이 다르지 않으므로 개발과 경관 보전 간의 조화가 가능하다. 도시 경관에 대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규제를 하도록 경관법에서 명시하며, 규제도 강력하다.
_ ‘2부 6장 : 경관의 가치를 아는 것’ 중에서

그런데 왜 많은 도시들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방법을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모두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수의 사적인 이익보다 도시에 사는 ‘공익’을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높이 규제는 아름다움을 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가 높이 관리를 하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경관 관리의 핵심은 결국 규제이고 경관 규제의 알맹이는 ‘높이’다. 이런 목적을 잊고, 경제적 논리를 앞세우며 더 높이 짓기를 원한다면 도시는 공공성을 잃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 눈앞에 그런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_ ‘3부 2장 : 모두를 위한 규제’ 중에서

사실 한강변 경관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어진 아파트는 특색 없이 높기만 해서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경관을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차츰 한강변 경관 관리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기존의 건축 스타일이나 건축 방법을 지양하고 있다. 또한 한강변 일반주거지역 아파트의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통경축의 가장자리에 중·저층을 배치하여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답답하고 단조로운 경관에서 벗어나 한강을 조망할 기회를 넓히려고 한다. 이는 한강변 경관을 특정 개인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것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_ ‘3부 4장 : 집중과 조화’ 중에서

서울시가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데 무조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중심지는 복합개발을 통해 50층 내외의 초고층 개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일 곳은 높이고 관리할 곳은 관리한다는 원칙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_ ‘3부 5장 : 높이 관리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중에서

초고층을 주장하는 이유는 조망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파트의 상품 가치는 주택 내부나 단지 조경에 따라 매겨졌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 조망이다. 그래서 조망이 좋은 아파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주택 내부가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지, 단지 내 조경이 얼마나 잘 조성되었는지, 조망이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삶이 좀 더 편리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 문제는 이 좋은 요소들이 단지 밖에서도 좋은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지 여부다. … 만약 초고층의 조망권을 주장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초고층 아파트의 답답함을 조망하지 않을 권리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_ ‘3부 5장 : 높이 관리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중에서

도시의 경관은 우리 모두의 재산이다. 당장은 내 집과 내 일터만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의 가치는 내가 사는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 홀로 높이 선 건축물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그곳에서 당장은 좋은 전망을 누릴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이 모두 높은 건축물로 가득 찬다면 오히려 서울은 지금보다 삭막한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결국 도시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거지는 주거지답고, 중심지는 중심지다울 때 바람직한 도시의 경관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과 가치도 올라간다.
_ 에필로그 중에서

높이 기준은 대개 도시 가치에 대한 해석과 합의를 통해 도출된다. … 35층만 해도, 그간 들어선 고층 건축물이 초래한 경관 파괴의 문제, 한강변 주요 조망지점을 중심으로 배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적정 구간의 높이, 용적률과 건폐율을 적용했을 때 구현할 수 있는 층수 등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값이다. 또한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오랜 기간 숙의와 합의를 통해 얻어진 값이기도 하다.
_ ‘높이 관리는 도시 계획이다’ 중에서

 

책속으로

1860년대에서 1900년대까지 새롭게 변화한 파리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적어도 150년 동안 그 모습을 잘 지켜왔다는 뜻이다. 새로 건축물을 짓거나 보수할 때 기존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봤을 때 건물 정면은 손대지 않고 나머지 부분만 공사하거나, 기존 건축물의 뼈대는 그대로 살려 두고 새로 고치는 식이다. 그들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함부로 훼손할 경우, 그것이 역사적으로 큰 과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시민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_ ‘2부 1장 : 아름다운 도시, 파리’ 중에서

런던은 도시 경관이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중심지와 주거지의 밀도, 경관 등을 차등 관리하고 있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해 후대에까지 런던의 아름다움을 물려주고자 하는 책임 있는 시민 의식이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런던의 전 시장인 보리스 존슨이 고층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였으나, 많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것도 한 사례다. 찰스 왕세자도 가급적 저층을 육성하자는 입장으로 런던의 오래된 중층 주택을 복원하고, 저렴한 저층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_ ‘2부 2장 : 품격의 도시, 런던’ 중에서

도시의 마천루는 건물의 높고 낮음이 조화로울 때 비로소 훌륭한 경관이 된다. 즉 도시 경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맨해튼은 백화점, 오피스, 호텔 등 다양한 용도가 복합되어 있는 명실상부 뉴욕 최고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주변 지역과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기능이 다른 것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중심지는 고밀 고층화를 추구하는 반면, 주변의 근린상업 지역과 주거지역은 중·저밀도 형태를 띠고 있다.
_ ‘2부 3장 : 화려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중에서

주택유형통계를 보면 2015년 서울의 전체 주거 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퍼센트이다. 아파트가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서울의 대부분에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섰다. 산과 강을 가릴 만큼 높은 아파트가 병풍처럼 세워지기도 하고, 구릉지와 평지에 있던 주택가에 큰 덩치의 고층 아파트가 어색하게 들어서기도 했다. 저층 아파트를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높이가 높아지는 대신 아파트 사이 공간이 넓어져서 시야가 훨씬 확보되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빈틈 없이 빽빽한 조망으로 사는 사람도 답답하고, 보는 사람도 답답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_ ‘2부 5장 : 오늘, 서울의 경관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