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논설위원
2016년 6월 1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훌쩍 한 달 가까운 일정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앞서 재충전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히말라야 소국’ 부탄에도 들러 정부 고위 인사와 석학 등도 만난다. 그리고 귀국 직후 ‘국민 행복론’을 들고나온다. 그는 “정치가 행복을 주지 못하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철저히 실패했다”며 두 보수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린다. 1인당 GDP가 2000달러인 최빈국이지만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선 1위를 했다. 유엔보다 40년이나 앞서 GNH(국민총행복)를 개발해 국민 행복 중심의 국가발전을 추구해온 결과다. 이 행복지수를 지탱하는 4대 원칙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발전, 문화가치의 보존, 자연환경의 보존, 바른 통치구조다. 왕정 국가지만 국민 행복을 위해선 민주주의가 더 효율적이라며 의회 민주주의제를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부탄 사례는 진정한 행복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 주관적 느낌에 달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가난해도, 지위가 변변치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반면 부자라도, 지위가 높아도 불행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민 다수가 행복하려면 두 가지 노력이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는 경제적·복지적 수준을 높이는 제도 정착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 수준을 능동적으로 높여갈 수 있는 행복역량 향상을 위한 국민적 노력이다.
부탄 정부 공식기구인 국가행복위원회와 부탄문화원 등이 공동으로 24일부터 한국에 ‘부탄행복아카데미’를 개설한다. 부탄의 행복전도사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불행한’ 한국인에게 행복비결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란다.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과정이라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시점과도 우연찮아 보인다. 어쨌든 대한민국에 한동안 ‘행복 찾기’ 바람이 불 듯싶다. 차제에 문 대통령과 선거철만 되면 ‘국민 행복’ 운운하는 정치인, 그리고 국민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회분열 정책으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사회에선 구성원 간 신뢰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세계적인 행복 경제학자 존 F 헬리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을 향해 던진 일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