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득표율 분석
김민우 구경민 정영일 박소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입력 2017.05.11. 09:29 댓글 3개
'지역대통령→전국대통령'시대로…文, TK 빼고 득표율 1위
'호남대통령', '영남대통령' 시대가 가고 '전국대통령' 시대가 왔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구도가 희석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와 경남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곳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17개 광역 시‧도중 14개에서 1위였다. 영남지역 보수 결집을 기반으로 동남풍을 만든 뒤 충청과 수도권으로 몰아가겠다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텃밭(TK+경남) 수성에만 머물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광역단위에서 한 곳도 1위를 차지한 곳이 없었다.
◇文,대구·경북 빼고 1위…'전국대통령' 시대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 19대 대선 총 선거인수는 4247만9710명이며 이중 77.2%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자 수는 3280만8577명으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은 41.1%로 수도권과 충북, 호남은 물론 보수색이 강한 강원과 부산·울산 지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경남에서 1위를 놓치긴 했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으로 하면 홍 후보를 눌렀다. 홍 후보를 TK지역에 고립시킨 셈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세종, 대전, 제주 지역에선 득표율 2위의 홍 후보보다 2배 이상의 득표했다.
문 대통령과 안 후보가 표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에서도 문 대통령이 안 후보를 2배 이상의 표차로 따돌렸다. 광주에서 문 대통령은 58만3847표(61.1%)를 얻은 반면 안 후보는 28만7222표(30.1%)를 얻는 데 그쳤다. 전북에서도 문 대통령(64.84%)과 안 후보(23.76%) 득표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TK에 갇힌 洪 =TK지역은 지난 18대 대선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약 80%의 몰표를 몰아줬다. 이번엔 홍 후보가 대구에서 45.4%, 경북에서 48.6%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득표율만 보면 지난 대선 보수후보 득표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21.8%, 21.7% 득표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문 대통령의 TK지역 득표율은 지난 18대 대선과 비교하면 각각 2.3%포인트, 3.1%포인트 올랐다.
홍 후보가 1위를 수성했지만 보수텃밭의 과거보다 보수정당 몰표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도 대구 15%, 경북 14.9%의 지지를 얻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대구에서 1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역시 보수성향이 강한 PK(부산·경남)지역에서는 문 대통령과 홍 후보가 승패를 주고 받았다. 홍 후보는 도지사를 지낸 경남지역에서 37.2%의 득표율을 기록, 36.7% 득표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을 간신히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부산과 울산에서는 문 대통령이 각각 38.7% 38.1%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홍 후보는 부산에서 32%, 울산에서 27.5%의 지지를 받아 문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安 , 1위지역 ‘0’ =안 후보는 이념적으로는 보수와 중도를,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영남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결과는 애매했다. 안 후보는 보수와 중도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며 전국득표율 21.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안 후보는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공략하며 전국적 득표를 노렸으나 전국 단위에서 문 후보와 홍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역적으로도 안 후보는 호남에서는 문 대통령에 밀리고 영남에서는 홍 후보에게 밀려 전국 광역단위지역 중 단 한 곳에서도 득표율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朴 지지했던 50대 '변심'…TK도 보수 '몰표'는 안나와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특징은 지역 대결 구도의 퇴색과 세대 대결의 강화다. '지역 몰표' 경향은 완화됐다. 지역·이념별 대표주자가 불분명한 5자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투표' 경향은 과거와 비슷했다. 다만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50대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다자구도'로 지역 쏠림현상 둔화=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몰표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특징을 보였다. 특정 후보에게 80% 이상의 표를 몰아준 지역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받았다. 다만 TK(대구·경북)와 경남 지역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위를 수성한 것을 두고는 평가가 갈렸다.
먼저 TK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대구·경북·경남에서 홍 후보가 선전했지만 과거 박 전 대통령이 얻었던 득표율과 비교해봤을 때 보수 득표율이 굉장히 줄었다"며 "영남이 여전히 '빨간색'이지만 농도는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TK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 득표를 실망스럽게 볼 수 있지만 안철수 후보의 15%까지 놓고 봐야 한다"며 "비(非)보수 후보가 과거보다 많이 득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란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에 보수에서 바로 진보로 가기보단 중간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한 후보에 80~90% 몰아주는 현상이 없어진 건 긍정적 현상"이라며 "투표율이 높았던 호남도 문 대통령에게 70% 이상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대별 투표가 과거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면 지역별 투표관행은 이유가 없는 막연한 편견인데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투표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주의 경향이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단 평가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지역투표 양상은 과거와 같다.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지역주의 구도가 작동하기 때문에 애초에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제외하고 영남출신 후보만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은 4.13 총선을 통해 한쪽이 가져갈 수 없단 게 증명됐고 영남은 박 전 대통령 때만큼은 집중되지 못했지만 수도권에서 1위를 못한 홍 후보가 50% 내외를 받았다"며 "이 자체가 지역구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 몰표가 줄어든 건 안 후보로 인한 다당제 구도 때문이고 양자구도였으면 과거와 비슷하게 나타났을 것"이라며 "이념, 지역별 분열 기본구조는 그대로지만 다자구도에서 극단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이 많이 약화되는 국면으로 가다가 선거 막판 홍준표 효과로 다시 격화됐다"며 "지역주의 타파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50대 표심 文으로…'소신투표' 주목=세대별 투표에선 50대 표심의 '변심'이 눈에 띄었다. 촛불혁명에 이은 정권교체 프레임의 파괴력이 그만큼 위협적이었단 분석이다. 젊은세대의 '소신투표'도 새로운 경향으로 분석됐다.
이 센터장은 "세대별 투표 구도는 반복돼온 패턴인데 달라진 것은 50대 표심"이라며 "지난 대선에선 40대 후반부터 박 전 대통령이 이겼는데 이들이 4년 뒤 보수를 등지고 정권교체란 대의로 돌아서며 전체 승부가 갈렸다"고 평가했다. 또 "60대 이상에서 홍 후보가 1위였지만 득표력 측면에서 보수의 실망과 이탈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세대대결 구도는 유지됐지만 균형추로 봤을 때 보수 맹목적 지지층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지난 대선 후 5년이 지나 이른바 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현재 50대 중후반이 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가 40대 중반에서 50대 중후반이기 때문에 이번 투표에서 60대 이상으로 보수성향 사람들이 밀려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젊은층의 '소신투표' 경향도 주목할 점으로 꼽혔다. 김 원장은 "세대별 득표율 집중이 덜 된 것은 유승민, 심상정 후보가 젊은세대의 지지를 받아 표가 다양하게 분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승패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맞는 정치를 평가하고 고르는 젊은 유권자들이 향후 정치 패턴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세대별로 정치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며 "윗세대는 보수의 승리, 정권교체 여부 등 진영논리에 갇혀있기 때문에 승리와 무관한 투표행위는 의미가 없다. 반면 젊은세대는 뭐가 더 좋은 보수인지 매력적인 진보인지를 따져 나랑 맞는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고, 몇 등을 하든 그 표가 가치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2030 세대는 이념지향적이지 않아 훨씬 스펙트럼이 넓고 다원화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취향에 따라 투표하지만 기존 세대는 이념주의, 지역주의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해 투표 관성을 쫓아갔다"며 "다만 이번 선거에서 소신투표 흐름이 강하게 형성됐다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에 1,2위 추격전 등 위기감이 조성되며 소신투표 흐름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김민우 구경민 정영일 박소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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