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배우지 못한 설움이 늘 있었는데 오늘 그 것을 풀었습니다. 행복합니다.”
학사복을 입은 할머니는 연신 웃음을 지었다. 두 손에는 졸업장과 꽃다발이 쥐어져 있었다. 5일 열린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제14회 졸업식에서 오점녀(81) 할머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 할머니는 이날 졸업한 79명 가운데 최고령 졸업생이다. 최연소 학우보다 52세나 많다.
“처음 학교에 들어설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괜히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해서…. 하지만 바로 참 잘 왔다는 생각을 했고 열심히 공부했지요.”
전주에서 태어난 오 할머니는 풍남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일제감정기와 6·25를 거치면서 오빠들이 강제노역에 끌려가고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그만 뒀다. 직조공장에서 일을 하다 결혼한 뒤 두 딸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다.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나서야 배움에 대한 열망이 새롭게 꿈틀댔다. 노인복지회관에서 컴퓨터와 알파벳 등을 익힌 할머니는 50여년 만에 다시 학교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는 “그냥 마음 한구석에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젊은 친구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학우와 선생님의 도움으로 끝까지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동석(37) 담임교사는 “할머니의 수업 태도와 열정만큼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강하다”면서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계속 공부하고 싶다. 올해 한일장신대 심리학과에 지원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